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31)
제131화. 첫 번째 의뢰
의뢰서를 읽어본 카렌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를 위한 맞춤 의뢰군. 돈도 많이 주고.”
그리고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고.
…라는 뒷말은 세자로 때문에 삼키는 카렌이었다.
‘그리고 함정을 파기도 딱 좋은 장소야.’
살짝 눈빛을 빛냈던 카렌이 김진성을 돌아보며 물었다.
“당신 생각은 어떠하오? 우리 둘이 해야 할 의뢰기 때문에, 실력이 뛰어난 당신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오.”
김진성이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낙하겠다는 의미다.
단틸리온에게 새로운 내가중수법을 배우기 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이면 네이처 애니멀 클랜 전원이 몰려와도 자신이 있는 김진성이었다.
김진성은 파일에서 해당 의뢰서를 빼내 세자로에게 건넸다.
의뢰서를 본 세자로가 이내 둘을 바라보았다.
“정말 이걸로 할 건가? 네이처 애니멀이 트리운포 클랜과 엮였다는 이야기를 단지 소문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가서는 안 되네. 여러 가지 정황상, 소문이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고 봐야 하네.”
“상관없소.”
카렌이 곧바로 대답했다. 어차피 트리운포 쪽과는 이 이상 더 나빠질 것도 없는 관계였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세자로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트리운포가 어떤 클랜인지 알고 대답하는 거 맞나?”
“설마 내가 그걸 모르겠소?”
“…허, 참. 운 좋게 살아남은 이후로 이젠 무서울 게 없어진 건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중얼거리던 세자로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하게. 실패해 봤자 죽기밖에 더하겠나.”
“고맙소, 세자로.”
세자로는 이내 모니터를 바라보며 타자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카렌에게 질문했다.
“이곳 ‘아드리아’에서 의뢰를 맡을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은 기억하고 있겠지?”
“의뢰에 대한 모든 정보는 양측 모두 비밀로 무덤까지 가져갈 것. 의뢰가 끝난 이후 의뢰인들에게 발생하는 일들은 아드리아에서 책임지지 않음.
그리고, 보상금은 비밀리에 파견된 아드리아의 직원이 직접 성과를 확인한 뒤에야 입금함.”
술술 내뱉는 카렌의 말에 세자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기억하고 있군. 자, 받게.”
곧 세자로는 프린트로 뽑힌 문서 몇 장을 둘에게 내밀었다.
문서 첫 장에는 ‘의뢰 계약서’라는 제목이 크게 적혀 있었다.
“첫 의뢰인은 이곳 빈칸에 전부 작성해야 하오. 특히 계좌번호는 틀리지 않게 작성하시오.”
곧 김진성이 대표로 펜을 들어 계약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빈칸을 채워가는 그를 향해 세자로가 물었다.
“언제 출발할 예정이오? 그 시간에 맞춰 나도 직원을 파견해야 하니.”
김진성은 바로 대답했다.
“오늘 새벽.”
* * *
계약서까지 작성한 후 둘은 세자로의 방을 나왔다.
하지만 이후 B15 구역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같은 건물 3층에 방을 잡았다.
굳이 다른 곳에서 묵지 않고, 여기서 새벽이 될 때까지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여기도 꽤 안전한 숙소요. 물론 알파 호텔만큼은 아니지만.”
카렌이 방 한쪽 구석에 설치된 레이더를 손가락으로 툭, 툭, 두드렸다.
“이런 최첨단 감시 레이더가 이 건물 말고도 5블록 정도 떨어진 거리부터 설치되어 있지.
이 정도 감시망을 소리 소문 없이 뚫고 잠입할 수 있는 존재는 아마 이 도시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거요.”
“반나절 묵는 데 100만 블랑이나 받았으면 그 정도는 해야지.”
침대에 자신의 장비들을 나열하면서 김진성이 대답했다.
카렌이 피식 웃었다.
“다시 말하지만, 목숨 값보다는 훨씬 싼 가격이오. 그리고 이번 의뢰를 성공하면 만 배나 되는 돈을 벌어들일 거 아니오?”
묵묵히 장비를 점검하는 김진성을 향해, 이내 카렌이 넌지시 물어보았다.
“근데…. 설마 그 많은 의뢰비를 이번에도 혼자 다 먹으려는 건…. 아니지?”
“글쎄.”
짧게 대답한 김진성은 새로 구입한 포션을 허리띠에 하나씩 차기 시작했다.
이 건물 근처에 있던 포션 상점에서 구매한 것들이었다.
아드리아가 비밀리에 운영 중인 곳이라 그런지 다른 곳보다 가격이 훨씬 쌌다.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던전 때처럼 숨어만 있으면 당연히 한 푼도 못 주고.”
“…알겠소. 잠깐 화장실 좀.”
카렌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로 간 뒤 문을 닫았다.
수도꼭지를 틀어 물소리를 낸 후 변기 위에 앉은 카렌은, 곧바로 스마트폰을 켰다.
반가운 문자 하나가 와 있었다.
문자의 내용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 세자로일세. 이 번호로 연락하면 되네.
카렌은 바로 문자를 작성해서 보냈다.
– 내가 알기로 ‘아드리아’는 정보상도 같이 겸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맞소?
답장은 바로 왔다.
– 쓸데없는 질문은 안 받네. 용건만 얘기하게.
‘딱딱하기는….’
속으로 구시렁대면서 카렌은 바로 용건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 네이처 애니멀 마스터인 자콥의 연락처를 구해주시오.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늦어도 반드시 오늘 안에 구해야 하오.
전송 버튼을 누른 뒤 답장을 기다리는 카렌.
지금까지와 달리 이번 답장은 꽤 시간이 지난 뒤에야 왔다.
– 한 시간 안에 구할 수 있네. 가격은 10억 블랑. 선 입금일세.
– 지금 바로 입금하겠소.
답장 후 그는 미리 깔아놨던 ‘슈퍼 캐쉬’라는 은행 앱을 켰다.
말이 은행이지, 사실상 대부 업체나 다름없는 곳이 바로 ‘슈퍼 캐시’였다.
이 앱을 켠 이유는, 이전에 ‘우코바치’ 소속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모아두었던 자금이 ‘슈퍼 캐시’의 계좌 안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발 계좌가 정지되지 않고 살아 있어야 하는데….’
떨리는 심정으로 아이디와 비번을 입력하는 카렌.
가장 많은 돈이 들어 있던 ‘셀레포 은행’ 계좌는, 수배자 신분이 되자마자 팔라딘들이 정지시킨 상태였다.
즉, ‘슈퍼 캐시’ 계좌마저 정지당했으면 카렌은 계획했던 작전을 실행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곧 로그인에 성공한 ‘슈퍼 캐시’ 앱 화면이 바뀌었다.
계좌번호 : XXXX-XXXXX-XXX-XX
잔액 : 2,360,885,470 블랑
‘살아 있다!’
카렌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의 본명인 ‘알렌’의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가 아직도 살아 있었던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서 비상금을 따로 챙겨놓기를 잘했어!’
카렌은 곧바로 ‘이체’ 버튼을 눌렀다. 아드리아 쪽에 10억 블랑을 입금하기 위해서였다.
‘나머지 금액은 작전 성공한 후 자유의 몸이 되면 뽑아야겠다.’
지금 뽑아서 ‘카렌’ 명의의 통장에 입금해 봤자 김진성이 목숨 값을 핑계로 또 전부 뺏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 맞다!’
막 10억 블랑을 입금하려던 카렌은, 한 가지 놓친 것을 깨닫고는 다시 문자 앱을 켰다.
그리고 세자로에게 보낼 문장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 한 가지 더 요청할 게 있소. 이건 내 동료인 진이 절대 모르는 상태에서 이뤄져야 하오.
– 걱정 말고 말해보게.
답장을 바로 보내는 세자로였다.
* * *
해가 지고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
이후에도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둘은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택시가 정차한 곳은 B15 근처 외곽에 있는 주유소.
이곳에서 10km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목적지인 약물 공장이 있었다.
김진성과 카렌은 주유소에서 내린 뒤, 공장까지 두 다리로 달려갔다.
워낙 빠른 속도였기에 그들은 금방 공장 근처에 도착했다.
때는 새벽 3시였다.
“…일단 숨기에는 좋은 환경이군.”
카렌이 공장 주변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
공장 내부의 불빛을 제외하면 주변에는 가로등조차 하나 없었다.
방심해서 기척만 내지 않으면 공장 안쪽에서 둘을 발견하기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었다.
“일단 내부로 진입하려면 주변에 가득한 감시 카메라와 감지 레이더에 걸리지 않아야 하오.”
말을 잇는 카렌은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 안에는 공장 내부 구조가 실내 지도로 자세히 표시되어 있었다.
의뢰 계약서를 작성한 직후 세자로가 둘에게 제공한 정보 중 하나였다.
“지도를 보니 건물 옥상에도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소. 행여나 높이 뛰어올라서 안으로 들어가려는 생각은 하지 마시오.”
“감시실이 공장 건물 지하에 있었지?”
김진성의 물음에 카렌은 지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그곳만 제압하면 공장 내 모든 감시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다 하오. 그런데 거기까지 들어가는 게 일단 첫 번째 문제 아니오?”
“기다려.”
대답한 김진성이 갑자기 카렌의 눈앞에서 귀신처럼 사라졌다.
은신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
카렌의 눈이 커졌다.
‘뭐야? 이 인간, 은신 능력도 보유하고 있었어…?’
그가 놀라는 사이에 김진성은 이미 정문 근처까지 이동한 상태였다.
그러는 그의 눈앞에는 알림창이 하나 떠올라 있었다.
▶ 스킬 강화를 통해 ‘은신’ 스킬을 ‘완전 투명화’ 스킬로 강화합니다.
▷ 완전 투명화 – 이제부터 은신 상태에서 최대 속도의 50% 이하로 이동해도 ‘은밀한 접근’ 특성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턴 사용자와 비슷한 경지의 적에게도 은신 상태의 사용자가 감지되지 않습니다.
▶ 스킬 강화 비용으로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10,000 사용했습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은신 스킬을 한 단계 더 강화한 것이다.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거침없이 걸어서 정문 앞까지 도달했음에도, 어떠한 레이더도 반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상대로군.’
김진성은 이내 조용히 정문 철창을 넘어 공장 터 안쪽으로 들어갔다.
정문에서 꽤 멀어졌을 그때, 김진성은 귀에 꽂은 이어폰의 마이크 버튼을 눌렀다.
카렌과의 통신을 위해 오기 전에 사놓은 물품이었다.
“안으로 들어왔다. 감시실로 바로 이동하겠다.”
김진성의 말은 고스란히 카렌의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을 통해 전달되었다.
그 말에 카렌은 망원경을 눈에 댄 채로 정문 철창 안쪽을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미간을 좁히면서 눈에 힘을 줘도 ‘은신’ 상태의 김진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뭐 보여야 제대로 이동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있지….’
이내 확인하는 것을 포기하고는 망원경을 내려놓는 카렌.
‘…가만.’
그때, 그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 도망치면 되지 않을까?’
만약 김진성이 정말 정문에서 멀리 떨어진 저 공장으로 향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도망친다 하더라도 눈치챌 때까지 한참 걸릴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다가 쫓아올 때는 레이더 등 감시 시스템과 공장 안에 거주하고 있는 근육 돼지들한테 들키지 않아야 했다.
그러므로 김진성은 공장 밖으로 무사히 벗어나기 전까지 최대한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든 상황이, 지금 카렌보고 도망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카렌은 슬슬 뒷걸음질을 쳐서 공장과 멀어지며 몸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이후 전력으로 달리면서 품속으로 손을 넣으려고 할 그때였다.
[동작 금지.]“……!”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김진성의 딱딱한 목소리에 카렌의 행동이 자동으로 정지되었다.
[한 발짝만 더 공장에서 멀어지면 도망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 즉시 목숨 값은 네 목으로 대신할 줄 알아.]김진성의 섬뜩한 말에 카렌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가만히 있자.’
눈치채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던 김진성이 지금은 도망치자마자 바로 칼같이 등 뒤를 쫓아올 기세였다.
‘그냥 미리 계획한 작전이나 노려야겠군…. 그나저나 어떻게 알았지?’
현재 카렌의 위치는 드높은 담장 뒤쪽이다.
즉, 공장 안쪽에서는 옥상에 올라가지 않으면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진성은 자신의 행동을 마치 눈앞에서 본 것처럼 완벽하게 간파했다.
‘설마 안에 안 들어가고 눈앞에서 은신 상태로 지켜보고 있는 건가…?’
이내 다른 의심까지 하기 시작하는 카렌.
하지만 그의 의심은, 이내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소리에 의해 완전히 사라졌다.
[…뭐, 뭐야?!] [뻐억!] [쿠당탕!]잠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 이어폰에서, 이내 김진성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이제 안으로 들어와라.]그 말에 카렌은 순순히 공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최대한 느린 속도로 정문 앞까지 도달한 카렌.
그때까지 어떤 레이더도 반응하지 않았다.
‘…진짜 감시실을 점령했나 보군.’
카렌은 곧장 정문 철창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주변에 정찰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걸어가는 카렌.
그 상태로 카렌은 통신을 시도했다.
“정문 안쪽으로 들어왔소. 어디 있소?”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왜 대답을 안 하는 거야…. 히익?!’
그때, 갑자기 귀신처럼 코앞에 등장한 김진성의 모습에 카렌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다.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부릅뜬 카렌을, 김진성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