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45)
제145화. 일당백 (1)
B17 구역의 중앙에 있는 슬러터하우스 클랜의 본사는 보코하람의 본사 건물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드넓은 15층짜리 빌딩을 통째로 사용 중이기 때문이었다.
빌딩 내 가장 좋은 방은 단연 가장 넓고, 인테리어도 화려하고, 조경도 탁 트인 1501호였다.
그 방이 현재 슬러터하우스 클랜의 마스터실로 쓰이고 있다.
“다들 와줘서 고맙네. 하하하!”
그 안, 중앙에 ㄷ자로 놓여 있는 고급 가죽 소파의 상석에 거대한 덩치의 제이슨이 앉아서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도와달라는 한마디에 모두 이렇게 한달음에 달려와 줄 줄은 몰랐는데, 내가 인생을 잘못 산 건 아닌 모양이야! 하하하!”
“하하하….”
같이 웃어주는 네 명의 사내들.
그들은 모두 B18 구역 내, 혹은 근처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규모의 클랜 및 크루를 운영하는 이들이다.
열 명 내외의 인원들을 데리고 음지에서 활동하는 그들은, 슬러터하우스를 대신해서 각종 더러운 일들을 처리하고 다닌다.
사실상 슬러터하우스의 하청을 받는 클랜들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한달음에 달려와 줄 줄은 몰랐다고? 개소리 지껄이고 있네!’
‘바로 안 튀어오면 기억해 놨다가 어떻게든 트집 잡아 지랄해 댈 거면서….’
‘지난번에 하디 클랜에 바로 누명 씌워서 팔라딘들한테 넘긴 후 사업장 탈탈 털어버린 거 소문 다 났다, 이 돼지 새끼야.’
웃는 낯과는 달리 속으로는 한 바가지 욕을 쏟아붓고 있는 네 남자를 향해 제이슨은 계속 말을 이었다.
“나를 위해, 우리 슬러터하우스를 위해 이렇게 만사를 제쳐두고 동맹군으로 합류해줘서 고맙네! 자네들의 얼굴을 보니 애완 몬스터 몇 마리를 잃은 건 생각도 안 나는구만! 크하하하…!”
크게 웃는 제이슨의 얼굴은 최근 들어 가장 밝아 보였다.
그럴 만한 것이, 여기 앉아 있는 넷이 이끄는 클랜들은 최근 B구역 서쪽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유망주들이기 때문이었다.
즉, 숫자는 적어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전력들이 합류한 것이다.
“그레이슨. 너가 이끄는 ‘블랙 가든’ 클랜은 최근에 우버를 암살한 것으로 엄청난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
제이슨의 말에 오른쪽 앞에 앉은 차가운 인상의 남성, 그레이슨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암살 전문 클랜인 ‘블랙 가든’을 이끄는 그는 최근, B6 구역의 지배자인 ‘69 st. 갱스터’의 2인자인 우버를 암살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후 대놓고 B구역 전체에 자신들이 암살했다는 소문을 내면서, 최근 엄청나게 유명해진 상태다.
참고로 팔라딘들은 그들을 체포하기는커녕, 조사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이 버렸다고 봐도 무방한 B구역에서 일어난 일들이기 때문이었다.
“뭐, 올리버가 이끄는 ‘블러드 스쿼드’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고.”
“에이, 그 정도는 아닙니다, 형님.”
왼쪽 앞에 앉은 근육질 남성, 올리버가 겸손하게 대답했다.
용병 클랜인 ‘블러드 스쿼드’는 숫자만 적을 뿐, 클랜원 한 명 한 명의 화력이 B구역 수준을 넘어설 정도였다.
클랜원 전원의 뛰어난 전투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 주인을 잃은 B16 구역을 발 빠르게 점령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클랜이기도 했다.
“요즘 B16 구역을 자네가 거의 흡수했다는 소리가 있던데? 거래소 거리 역시 자네 관할 구역이라며?”
“지금이야 그렇지만, 아직 다른 세력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중이라 완전히 점령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형님.”
“그러면 나중에 둘이 따로 얘기 좀 하자고. 내가 최대한 도와줄 테니까. 알아들었지?”
“아, 물론이죠, 형님.”
선뜻 대답하는 올리버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이 새끼 또 도와줬다는 명분으로 숟가락 얹으려고 하네. 어림도 없다!’
항상 제이슨의 횡포에 당했던 그지만, 이번만큼은 절대로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올리버였다.
점령한 B16 구역을 토대로 드디어 슬러터하우스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 기회를 그냥 날려 보낼 수는 없었다.
그가 활활 눈빛을 불태울 그때, 제이슨은 이미 나머지 둘을 돌아보며 말하고 있었다.
“오티스하고 잭이 이끄는 클랜도 요즘 성장세가 나쁘지 않아. 우리 슬러터하우스에 도움이 될 수준인 건 확실해!”
“하하….”
“감사합니다.”
이윽고 제이슨은 모두를 돌아보며 크게 외치기 시작했다.
“기왕 이렇게 다들 도와주러 왔으니, 다섯 클랜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쳐서 B18 구역에 있는 원숭이 새끼들 머리를 전부 갈라 버리자고!
만약 보코하람 클랜을 몰아내는 데 성공하잖아? 그러면 너희 모두에게 B18 구역 일부분을 떼어서 줄게!”
“오!”
“열심히 해야겠네요. 하하하…!”
“목숨 걸고 싸우겠습니다!”
모두 기뻐하는 표정으로 한마디씩 화답했다.
속마음은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선심 쓰는 척하고 있네. 클랜 전원을 끌고 합류한 건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지!’
‘돼지 새끼가 사기 치는 걸 하루 이틀 보는 줄 알아?’
‘기껏 준다 해도 돈 하나도 안 되는 거지 같은 지역 한 곳 주겠지, 뭐. 밴댕이 소갈딱지만 한 좀생이 새끼…!’
띠리리링.
그때 책상 위에 올려놓은 제이슨의 스마트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제이슨은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이내 일어서서 전화를 받았다.
“어. …뭐?!”
곧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크게 외치는 모습.
“지금 출발했다고? 확실하지? …알았어! 야, 강당에 아직 애들 모여 있지? …오케이!”
전화를 끊은 제이슨이 넷을 향해 다급히 말했다.
“지금 3호 도축장 정문에서 적군이 다수 뛰쳐나와 이동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4호 도축장 쪽 방향으로 향하고 있단다!”
그 말에 모두의 눈이 커졌다.
제이슨의 말이 사실이라면, 보코하람 측은 대놓고 근처에 있는 나머지 슬러터하우스 소속 도축장들을 점령하기 위해 병력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이 기회야! 적들이 우리 도축장을 뺏기 전에 전 병력을 움직여서, 비어 있는 3호 도축장을 치는 거야!
다들 따라와 봐!”
제이슨은 외치면서 급하게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머지 네 명 역시 바로 일어서서 그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마스터실을 나오면서 제이슨이 넷을 향해 물었다.
“너희 클랜원들도 모두 강당에 모여 있지?”
“네.”
“곧 있을 동맹 선언을 위해 전원 강당에 불러 모은 상태입니다.”
“잘됐어!”
안 그래도 동맹 선언을 위해, 강당 안에 다섯 클랜원 전원이 모여 있는 상태였다.
굳이 소집 명령을 내릴 필요도 없이, 이대로 강당에 가서 전원을 이끌고 3호 도축장으로 출발하면 된다.
* * *
잠시 후.
일명 ‘슬러터하우스 동맹 연합군’을 태운 장갑차들이 줄지어서 B18 구역을 벗어나 외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현재 적군이 4호 도축장을 공격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팀장 이상의 간부들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을 통해, 제이슨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3호 도축장에서 4호 도축장까지는 차로 아무리 빨리 달려도 30분은 걸려. 적들이 지금 후퇴하지 않으면 우리가 도착하기 전까지 절대 3호 도축장으로 다시 못 돌아온다는 소리야.
그래서 4호 도축장 방어군들에게 시간 끌기 위해 밀리는 척 연기 좀 하라고 했어. 조금만 시간 끌어주면, 우리는 거의 무혈입성 수준으로 3호 도축장을 점령하는 것이 가능해.
“4호 도축장 방어 병력은 충분합니까?”
블러드 스쿼드 클랜 마스터, 올리버가 이어폰을 통해 물었다.
– 충분하다 못해 과하게 많지! 혹시 몰라서 기존 슬러터하우스 병력의 4분의 1을 각각 4호, 5호 도축장에 박아 놨으니까.
우리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절대 안 밀려! 걱정하지 마.
“3호 도축장에는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많이는 없을 거야. 어제 3호 도축장에 남은 병력 중 일부가 다시 B18 구역으로 이동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었거든.
심지어 당시 이동했던 숫자가 꽤 많았어. 거기에 현재 4호 도축장을 치고 있는 병력까지 빼고 계산해보면….
많아봤자 20명도 안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음….”
– 그 정도면 블러드 스쿼드 클랜원만으로 충분하잖아! 안 그래? 다른 클랜도 아니고 천하의 그 ‘블러드 스쿼드’인데!
이어지는 제이슨의 외침에 올리버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 곧 도착이니까 슬슬 준비해! 너희들 마나 아끼라고 내가 특별히 장갑차까지 대동한 거니까!
‘…….’
눈썹을 꿈틀한 올리버는 대답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에 앉아 있는 12명 전원이 블러드 스쿼드 클랜원들이었다.
부하들을 바라보며 올리버는 빠드득 이를 갈았다.
‘돼지 새끼…! 지 부하들 잃기 싫어서 우리를 선두 병력으로 배치하다니…!’
일부러 선봉장으로 블러드 스쿼드 클랜 전원을 배치한 건, 너무 속이 뻔히 보이는 행위였다.
어떻게든 이번 전투 때 블러드 스쿼드 클랜원을 줄여서 전투력을 급감시킨 뒤, 보호해 주겠다는 명목하에 그들이 차지한 B16 구역에 슬그머니 손을 뻗치려는 계획이었다.
올리버 입장에서는 절대 제이슨의 계획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하지만 딱히 방도가 없었다.
‘1호 차에 탄 이상 선두에 서서 안 싸울 수가 없어. 몸을 사리면 너무 티가 확 나는 위치니까.’
그래서 올리버는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최대한 클랜원들의 생명을 지키면서 제이슨에게 욕도 안 먹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때였다.
쿠워어어!
우워어어!
갑자기 전방 멀리서 들려오는 익숙한 외침에 모두의 고개가 앞으로 돌아갔다.
특수 강화된 창문을 통해 시야에 들어오는 전방의 생명체는, 바로….
“몬스터다!”
“개조된 몬스터야! 몸이 엄청 커!”
슬러터하우스의 주력이었던 애완 몬스터와 거의 맞먹는 크기의 몬스터들 20마리 이상이, 일제히 장갑차 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올리버는 이어폰과 연결된 마이크를 켠 후 외쳤다.
“전방에 몬스터! 강화된 몬스터다! 20마리가 넘게 달려오고 있다!”
–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제이슨의 믿을 수 없다는 외침이 곧이어 들려왔다.
– 보코하람 클랜이 왜 애완 몬스터를 가지고 있어?! 걔들은 몬스터 개조하는 법조차 모르는 무식한 새끼들이라고!
“그건 모르겠고, 벌써 바로 코앞까지 달려왔습니다! 일단 멈추고 차에서 내려요!”
쿵!
“헉!”
“우앗!”
그때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장갑차가 오른쪽으로 크게 휘청였다.
어느새 다가온 거대한 오우거가 장갑차를 전력으로 들이받은 것이다.
“빨리 내려!”
올리버의 외침에 블러드 스쿼드 클랜원 전원이 차 뒷문을 통해 뛰어내렸다.
마지막으로 올리버가 뛰어내렸을 그때.
쿵!
“으아악!”
우당탕!
또다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고, 운전사의 비명과 함께 그 커다란 장갑차가 옆으로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 젠장! 다들 차에 내려서 처치해라!
곧바로 들려오는 제이슨의 외침과 동시에, 뒤따르던 장갑차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이후 차에서 인원들이 우르르 내릴 그때.
쿠워어어!
장갑차를 뒤집은 몬스터를 포함한 세 마리가 정확히 블러드 스쿼드 클랜원 쪽으로 달려들었다.
“모두 포위 대형으로…!”
반사적으로 공격 대형을 갖추려던 올리버는, 곧바로 말을 바꿨다.
“아니, 뒤로 물러서! 최대한 안전하게 방어에만 힘쓴다!”
“……?”
“무리하지 말란 말이야! 딱 다른 놈들한테 티 나지 않을 만큼 적당히 연기하면서 싸워! 이해했어?!”
이어지는 올리버의 명령에 클랜원들은 알아들은 듯이 고개를 끄덕인 후, 이내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
이후 올리버를 비롯한 블러드 스쿼드는 힘겹게 싸우는 시늉을 하면서 최대한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는 슬러터하우스 클랜원들은 반대였다.
뻑!
“끄아악!”
“오른쪽이 비었다! 어서 메꿔!”
“포위망을 계속 유지해라! 몬스터의 발목을 공략해!”
전력을 다해 몬스터들을 상대하느라 어쩔 수 없이 한 명씩 사상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너희들을 위한 전투인데 당연히 손해도 너희들이 봐야지!’
올리버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또 한 번 날아오는 강화된 오우거의 주먹을 옆으로 피해내었다.
그는 슬러터하우스 클랜원들이 도와주러 오기 전까지 상대하고 있는 몬스터를 처치할 생각이 없었다.
* * *
그 시각.
저 멀리 3호 도축장의 망루 위에서, 망원경을 통해 전쟁터를 바라보고 있는 두 명의 남성이 있었다.
1팀장인 김진성. 그리고 4팀장인 팀부였다.
원래는 김진성 혼자 남고 싶었지만, 그를 아직 완벽하게 믿지 못하는 당고테의 지시로 인해 4팀장과 같이 이곳에 남게 되었던 것이었다.
“…역시. 4호 도축장을 치는 척하면 무조건 빈집털이 하러 올 줄 알았지.”
“그런데 저 몬스터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걸까요?”
혼잣말하는 김진성을 향해 팀부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강화된 몬스터가 왜 오늘 갑자기 3호 도축장 앞에 등장했는지 영문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글쎄? 근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분신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김진성이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했다.
“덕분에 슬러터하우스 본대의 급습이 저지되었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면 이제 적들을 궤멸시키는 일만 남았군.”
김진성은 팀부를 돌아보며 말했다.
“미리 준비한 ‘그것’을 갖고 와.”
“네. 밑에서 ‘그거’ 갖고 올라와라!”
팀부는 바로 망루 밑에 있는 부하들을 향해 외쳤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