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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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을 내놔라
잠시 후.
김진성은 직원들과 함께 대표실로 향하고 있었다.
걸어가면서 김진성은 직감했다.
‘보나 마나 화를 내겠지.’
혼낼 거리는 많다. 경기 직전 쌍둥이를 죽인 것도 있고, 마시라는 각성제도 안 마셨고 말이다.
고준경을 마지막에 너무 압도적으로 끝낸 걸 문제 삼을 수도 있다. 항상 ‘연기’를 하라고 외쳐대던 인간 아니었던가.
‘재수 없으면 계약을 파기하거나 연장할 수도 있어.’
김진성은 계약을 최소 1~2년 이상 연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뭐, 최대한 변명해봐야지.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그렇게 생각할 때쯤 대표실 앞까지 도착했다.
노크 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조 대표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아주, 매우, 몹시 굳은 표정으로 말이다.
‘···이건 망했다.’
김진성은 속으로 낙담했다.
표정도 표정이지만, 사무실 안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던 조 대표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것은···.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다.’
최악의 경우에는 저 유리 재떨이로 얻어맞을 수도 있다는 가정까지 상상하며.
이윽고, 조 대표의 입이 열렸다.
“짐 싸라.”
“···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자신도 모르게 대꾸한 김진성.
“대기실 짐 싸라고, 이 새끼야!!”
조 대표가 곧바로 버럭 소리쳤다.
“너 다른 데로 보내기로 했으니까, 이직할 준비 하라고!!”
“!”
“짐 싼다는 그 한 마디를 이해 못 하냐? 이 돌대가리 새끼야?!”
조 대표는 계속해서 폭언을 날렸지만, 지금 김진성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직한다!
지금 김진성의 두뇌는 이 한 단어로 완전히 꽉 차버린 상태였다.
“후우···내일 점심 전에 대준이가 너 데리러 갈 거다. 그때까지 짐 다 싸놔.”
조 대표는 그 말을 끝으로 의자를 돌려 김진성에게 등을 보였다.
인사도 안 들을 것 같은 그 모습에, 김진성은 조용히 몸을 돌려 대표실을 빠져나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후.
“후우~ X발···.”
조 대표는 또 한 번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죽 쒀서 개 준 꼴이 됐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어디 대출이나 땡겨 쓰는 거였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핵심 중의 핵심 선수를 뺏길 줄 알았으면, 그때 좋다고 덥석 투자금을 받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 그놈의 ‘선수 제공 계약’ 때문에 내일이면 김진성은 콜로세움 소속의 선수가 된다.
‘그나마 이제 투자금을 반환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다행이라고 봐야 되나···.’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백 대표가 이제 투자금은 안 갚아도 된다고 했다. 이적료 대신 감면해 준 것이다.
그래도 조 대표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기껏해야 50억 정도 아닌가?
김진성이 앞으로 벌어들일 돈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후우~X발,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해서 술도 못 마시고, X발···X발···.”
마음 같아서는 위스키를 병나발로 들이붓고 싶은 심정인데, 내일 있을 스케줄 때문에 그것도 불가능하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끝없이 줄담배를 펴면서 신세 한탄을 하는 것 뿐이었다.
* * *
한편, 대기실로 향하는 중인 김진성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일 이 지하를 떠난다고? 정말로?’
아직도 믿어지지 않았다. 내일 아침이 돼서 다시 물어보면, 조 대표가 ‘뭔 소리야? 꿈꿨냐?’라며 시치미를 뗄 것 같았다.
‘혹시 거짓말은 아닐까?’
그런데 이런 식으로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나? 당장 내일이면 진실이 밝혀질 텐데?
‘에이, 모르겠다. 내일 되면 알겠지, 뭐.’
그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거짓말이라고 의심해봤자 기분만 안 좋아질 뿐이니까.
“들어가라.”
곧 대기실 문 앞에 도착하자, 대준이 그를 안에 넣은 뒤 문을 다시 잠갔다.
동시에 대기실 전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모두가 말없이 김진성을 쳐다보는 상황.
일부는 경외감이 담긴 눈빛으로, 그리고 또 다른 일부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이다.
그 눈빛들 모두, 김진성을 이 지하의 최강자로 인정했기에 나오는 반응들이었다.
“···.”
말없이 아이들의 시선을 읽는 김진성.
그때였다.
“저기···.”
구석에서 일련의 아이들이 쭈뼛쭈뼛 다가오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전(前) 고준경 패거리 애들이다.
“그, 신입 시절에 괴롭혔던 거 미안했어. 혹시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할게.”
“솔직히 우리가 괴롭히고 싶었던 건 아니야! 고준경이 하자고 해서 한 거지···.”
딱 봐도 고준경이 죽고 난 후 끈 떨어지게 생겼으니, 어떻게든 김진성에게 붙어보려는 모습이었다.
이놈들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날이 올 줄이야.
항상 을의 입장에서 괴롭힘만 당해서 그럴까? 이런 상황이 오니 기분이 참 묘했다.
‘뭐··· 딱히 복수하고 싶은 기분도 안 드네.’
이 지하를 곧 떠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모든 상황에 대해 관대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는 미소와 함께 부드럽게 대답했다.
“괜찮아. 나 기분 안 나빴어.”
“그, 그렇지? 하하하! 내가 말했지? 진성이는 고준경, 그 새끼와는 다르게 마음도 넓다니까?”
“미안한데 길 좀 비켜줄래? 소각장 일 늦지 않게 끝내야 해서.”
“어? 어어···.”
좌우로 빠르게 갈라지는 전 고준경 패거리 사이로 김진성은 걸음을 옮겼다.
소각장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을 때까지, 아이들은 계속해서 김진성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처리할 놈들이 많네.’
소각장 바닥에 쓰러진 열 명이 넘는 소년들을 바라보며 김진성은 생각했다.
오늘 PPV 규모가 역대급인 만큼 경기 숫자도 많았고, 그만큼 피해자도 이렇게 많았다.
김진성은 바로 쓰러진 시체 한 명 한 명의 맥박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거의 다 죽었네. 경기 끝나고 시간이 좀 많이 지나서 그런가.’
평소 같았으면은 김진성도 경기 끝나고 바로 내려왔을 테고, 그러면 살아있는 시체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챔피언 전을 치르느라 경기 전후로 딜레이가 많이 되기도 했고, 조 대표랑 만나는 시간도 많이 지연되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 끝난 지 거의 3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으니···.
‘정말 한 명도 못 건지는 건가···응?’
계속 시체의 손목을 옮겨 집던 김진성의 행동이 멈췄다.
맥박이 아주 가늘게 뛰고 있는 이 손목의 주인공은 바로···.
‘박성태···.’
줄 제일 끝에 쓰러져 있던 박성태의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김진성은 굳은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제 왔냐···브라더···.”
바로 들려오는 박성태의 목소리.
힘겹게 눈을 뜬 그가, 함몰된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말을 이었다.
“빨리 오지···기다리는 동안···외로워···죽을 뻔했잖아···.”
“···.”
“흐으···브라···더···.”
박성태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눈동자의 생기 또한 많이 사라졌다.
이제 곧 박성태는 죽는다. 지금까지 김진성의 눈앞에서 죽어갔던 백 명이 넘는 소년들처럼 말이다.
“내···마지막으로···할 말이···.”
“들어줄게.”
“만약···이곳에서···나가게 되면···목걸이를···내···형에게···꼭···전해 줘···.”
김진성은 직접 박성태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풀었다.
목걸이 끝에는 삼 형제가 어깨동무를 한 채로 웃고 있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진웅이···형에게···끝까지···실망만···안겨서···미안···하다는···말···도···전···해···.”
“꼭 전해줄게.”
“고···마···.”
죽기 바로 직전 상태의 그의 목을, 김진성은 바로 움켜쥐었다.
“······.”
순간 눈을 부릅뜬 박성태는, 바로 고개를 힘없이 옆으로 꺾었다.
▶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5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방의 스킬인 ‘불굴의 투지’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 불굴의 투지 : 활성화 시 10분간 모든 회복 속도가 50% 상승합니다. 한 시간의 쿨타임을 가집니다.
알림창을 본 김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스킬 때문에 경기장 위에서 그렇게 악바리처럼 싸울 수 있었던 거구나···응?’
김진성의 두 눈에 이채가 돌았다.
알림창이 안 끝나고 계속 떠올랐던 것이었다.
▶ 현재 스킬을 보유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보유하고 계십니다.
▷ 현재 보유한 스킬 개수 : 3개
▷ 현재 스킬 슬롯 : 3개
▶ ‘불굴의 투지’를 획득하려면, 기존의 스킬 중 하나를 버리셔야 합니다.
▷ 현재 보유 중인 스킬 : ‘각성한 전투가’, ‘충격 완화’, ‘일격 필살’
▶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시려면, 기존의 스킬 중 버릴 한 가지를 선택하세요.
‘뭐야, 스킬은 무한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어?’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늘리는 특성은 무한정으로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스킬도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아쉬워하면서도 김진성은 어떤 스킬을 버려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참 고민한 후 내린 결론은,
‘충격 완화를 버리자. 이건 마기로 대체 가능하니까.’
모든 공격에 대해 완화할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하필 1000 이하 데미지만 완화할 수 있는 특성이다.
심지어 마나도 50이나 소모한다. 마기는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1정도만 소모해서 순간적으로 더 강한 충격도 방어할 수 있는데 말이다.
‘나중에 방어 쪽으로 더 좋은 특성을 얻을 가능성도 있고 말이지.’
김진성은 곧바로 선택했다.
▶ ‘충격 완화’ 스킬을 버렸습니다.
▶ ‘불굴의 투지’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그나마 마기나 회복 스킬은 안 겹쳐서 다행이네.’
보니까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사용하는 스킬들은 예외인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기와 회복까지 스킬 슬롯을 차지했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세 개의 스킬 중 하나밖에 보유할 수 없었을 테니까.
‘자, 그럼···.’
김진성은 죽은 박성태의 곁에서 일어난 후, 소각장 기계로 걸어가 전원 버튼을 눌렀다.
‘아이들을 태우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네.’
감회에 젖은 눈으로 소각장 전체를 둘러보던 그는, 박성태의 시신부터 집어서 소각장 안으로 넣는 모습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러시아워가 막 지난 10시쯤 출발한 조 대표의 고급 승용차가 정부종합청사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운전사에게 운전을 맡긴 조 대표는, 뒷좌석에 편안히 기대앉은 채로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콜로세움 쪽에서요···?]“그래.”
그의 오른팔인 대준이의 놀란 목소리에 조 대표는 대답했다.
“이거 너와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이야. 알지? 콜로세움에서 애들 스카우트해갈 때 프로그램 시작 전까지 절대 공개 안 하는 거.”
[알죠, 형님. 중간에 공개되면 캐스팅 취소하고 위약금 소송 거는 거로 유명하잖아요.]“그러니까 다른 애들 눈치 못 채게 니가 직접 마중 나가라고. 접대한다고 대표실 이런 데 들여보내지도 말고, 바로 지하 주차장까지 김진성 데려가. 알았지?”
[알겠습니다, 형님.]“나 오늘 못 들어가니까 니가 잘 해야 한다. 알았지? 끝나면 꼭 보고하고!”
[염려 마시고 잘 다녀오십시오, 형님.]“그래, 너만 믿는다.”
전화를 끊은 조 대표.
김진성은 이제 대준이가 알아서 잘 처리할 거다. 문제는···.
‘시청자들을 어떻게 잘 설득하냐인데···.’
콜로세움에서 이런 불법 투기장의 선수들을 자주 스카우트한다는 사실은, 시청자들도 기사를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진성은 챔피언이다. 지금 이 클럽을 대표하는 얼굴이란 말이다.
그것도 등극한 지 하루밖에 안 된.
이런 타이밍에 나가는 건 시청자들도 반발이 심할 것이다. 특히 VIP들은 대놓고 조 대표를 찾아와 대놓고 협잡이 질을 할 수도 있다.
‘하, X발. 골치 아픈 일 투성이네. 오늘도 사무관 새끼 뇌물 두 배로 달라는 거 어떻게든 설득해야 하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를 벅벅 긁고 있을 그때였다.
“어어?!”
갑자기 운전사의 당황한 외침에 조 대표는 정면을 바라보았고,
“···!!”
이내 눈을 부릅떴다.
거대한 트럭 한 대가, 역주행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그들이 탄 차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콰앙!
곧 대형 충돌이 발생했고 조 대표가 탄 승용차의 앞 좌석 전체가 찌그러졌다.
당연히, 운전석의 운전사는 딱 봐도 즉사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운 좋게 죽지는 않았다. 뒷좌석이기도 했고, 평소 안전 벨트를 매는 습관을 들여놓았던 것이 그의 생명을 구해낸 것이다.
“으윽···!”
그렇다고 상태까지 좋은 건 아니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신음하면서도, 마나를 사용해 억지로 찌그러진 뒷좌석 문을 박차 열면서 밖으로 나오는 조 대표.
이후 일어서지도 못하고, 바로 바닥에 쓰러져 힘겹게 헐떡이는 모습이었다.
“허억···허억···허억···.”
“그걸 살았군, 그래.”
“···!!”
그때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조 대표의 눈이 커졌다.
바로 머리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성.
드림 골드 클랜 마스터, 양중근이었다.
* * *
오전 10시.
막 대기실에서 나온 김진성은 대준과 함께 단둘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상태였다.
대준이 누른 버튼은 B3. 지하 주차장 제일 마지막 층이었다.
아무래도, 김진성을 데려갈 사람이 주차장의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나 보다.
‘과연 누구일까? 제발 노예 취급하는 곳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걱정 반 기대 반인 상태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김진성.
곧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천천히 문이 열렸다.
김진성과 함께 주차장 안으로 걸어 들어온 대준.
‘하얀색 리무진을 찾으면 된다고 했는데··· 응?’
그때, 주차장 입구 쪽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타이어 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다섯 대의 검은 차량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일제히 둘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아닌가?
이내 급정거한 뒤, 일제히 우르르 내리는 덩치들의 모습.
“어? 김진성이잖아!”
“대준이도 있다!”
“죽여!!”
그들은 곧바로 둘을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