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07)
제207화. 적의 적은 동료
“이제 모든 메이저 클랜은 비상에 걸렸어.”
이곳은 며칠 전과 다른 호텔 방 안.
하지만 내부의 모습은 며칠 전과 비슷했다. 김진성은 침대에 누워 있고, 박도준은 창밖을 바라보고 서서 설명하는 중이었다.
“마스터들 모두 어떤 클랜의 간부가 스파이인지 찾기 위해 혈안이 되겠지. 제발 본인이 속한 클랜이 아니길 속으로 빌면서 말이지.”
“만약 밝혀져도 순순히 인정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밝혀지는 순간 클랜의 전력이 꽤 많이 잘려나가는 것과 같으니까.”
일반 클랜원도 아닌 간부다. 참고로 메이저 클랜 소속 간부의 절반 가까이가 랭커라는 걸 생각해 보면, 이들 한 명 한 명의 전력이 얼마나 강한지 가늠할 수 있다.
“어쩌면 라이벌 클랜을 견제하기 위해 무고한 타 클랜 간부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예도 나올 거야. 이번처럼 라이벌 클랜의 전력을 줄이기 좋은 기회도 흔치 않거든.”
“일리가 있군.”
“이곳 메이저 클랜끼리의 정치질은 상상을 초월해. 사실상 지구에서 제일 똑똑한 헌터들은 전부 모여 있는 곳이 센터 구역이니 말이지.”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실력만 뛰어나서는 안 된다. 순간 판단 능력은 물론이고 주변 인맥 및 부하들을 관리할 수 있는 통솔력, 그리고 정부, 기업, 시민들을 등에 업을 수 있는 정치력 등등도 필수로 갖춰야 한다.
한마디로 타고난 지능이 뛰어나야 한다는 소리다.
참고로, 신대륙에서 랭커로 분리되는 이들 중 실력과 지능, 둘 중 하나라도 기준에 못 미치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간부가 누구한테 정보를 제공했는지도 조사에 들어갈 거야. 아마 곧 대한 클랜에서 나를 포함한 모든 정보상을 소환할 게 뻔해.”
“괜찮겠어?”
“걱정하지 마라. 이렇게 될 거 다 알고 도와준 거니까.”
대답하는 박도준의 표정은 자신만만 그 자체였다.
“내가 범인으로 지목될 확률도 낮을뿐더러, 행여나 재수 없게 걸리더라도 미리 빠져나갈 구멍도 많이 만들어놨다. 괜히 한국인 중 가장 오랫동안 정보상을 운영한 게 아니라고.”
호언장담하는 모습에 김진성은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데 믿을 수밖에. 재수 없게 걸린다면, 그거야 김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거고 말이다.
‘만약 잡히더라도 내가 도와줄 수는 없어. 대놓고 이용해서 날 함정에 빠뜨릴 게 뻔하니까.’
그리고 박도준 역시 김진성의 도움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로 목숨을 아까워하는 인물이었으면 우코바치를 몇 년 동안 전폭적으로 지원하지도 않았을 게 뻔하다.
“아, 참. 그래.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더 있다.”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린 듯 박도준이 핑거 스냅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어제 ‘극비 수송 지하철’ 폭파 사건 이후, 내 연락망을 통해 꽤 많은 ‘우코바치’들이 연락을 해왔다.”
그 말에 김진성의 눈빛이 처음으로 바뀌었다.
“우코바치가?”
“어. 내 직통으로만 다섯 팀이 넘어. 그리고 우코바치가 아닌 ‘반정부집단’ 팀들도 많이 연락을 해왔어.
다들 원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긴 한데, 일단 한 가지는 똑같아. 당분간은 네가 짜 놓은 플랜을 그대로 따르고 싶다고 하더군.”
플랜. 즉 김진성의 앞으로의 계획에 힘을 보태겠다는 소리다.
“쉽게 말해서, 너를 리더로 삼고 하라는 대로 따르겠다는 소리다.”
그 말에 김진성의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이 방 안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보여주는 미소였다.
‘드디어 나를 따르는 동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군.’
사실 김진성은 처음 우코바치로 활동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예상했었다.
몇 번 큰 테러에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같은 ‘반정부집단’ 소속 헌터들이 자신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모든 면에서 열세인 반정부집단 소속 헌터들에게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리더가 중요해.’
실제로 이전에는 그 역할을 우코바치가 도맡았었다고 한다.
그래서 ‘데이나이트 산맥 섬멸전’ 사건이 있기 전, 즉 3년 동안은 계속된 반정부집단의 테러로 팔라딘 측과 메이저 클랜 측이 고생을 꽤 많이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그 역할을 다시 김진성이 맡게 된 것이다. 모든 반정부 성향의 헌터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말이다.
‘잘됐어. 이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겠어.’
그가 오랜 인생을 살아온 것도 아니고, 직접 우코바치 전성기 시절을 겪어본 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믿고 있었다.
애초에 목숨이 아까운 놈들이라면, 굳이 힘들고 위험하고 고달픈 ‘반정부집단’ 행동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조금이라도 목숨의 소중함을 안다면, 그냥 신대륙에 적응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서 편하게 떵떵거리며 사는 게 훨씬 낫다는 걸 모를 리가 없다.
“만약 원하는 목표가 있으면 나를 통해서 말해달라 하더군.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공시켜 보이겠다고 말이야.
그래서 물어봐야겠군. 다음 목표는 뭐냐?”
박도준은 그렇게 질문한 뒤 입을 다물고는 김진성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김진성이 대답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표시였다.
‘목표라….’
김진성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일단, 한 가지 확실해진 건 있다.
‘당분간 메이저 클랜 사이를 오고 가는 운반책이 많아질 것이다.’
그동안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쉽게 불법 물자를 운반하는 게 가능했던 ‘극비 수송 지하철’이, 당분간 아예 사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파괴되었다.
이제는 기존의 방식대로 물품을 운반할 수밖에 없다.
지상으로 화물차 등을 이용하여 옮기거나, 아니면 텔레포트 등 특정 마법진을 이용하여 옮기거나.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텔레포트로 모든 짐을 옮길 수는 없을 것이다.’
클랜 본사 내부에 24시간 돌아가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만드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그걸 모든 클랜이 다 활성화하려면 절대 단시간에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빨라도 모든 클랜끼리 좌표를 공유하려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은 분명하다.
즉, 그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지상을 통해 운반해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메이저 클랜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분명 그 점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 화물 운반책 주변에 삼엄한 경비 병력을 붙일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경비가 삼엄하면 삼엄할수록 테러 확률은 떨어지는 것이 당연지사.
‘그렇다면….’
머리를 조금 더 굴리던 김진성은, 이내 입을 열었다.
“연락 온 팀이 총 얼마나 되지?”
“우코바치를 포함해 총 14팀.”
“전부 수도에 모여 있나?”
“그것까진 확인 못 했다. 애초에 테러 집단이 자신의 위치를 순순히 알려줄 리가 없잖아?”
“지금 내 말을 그대로 전해라.”
김진성은 자신이 방금 짠 계획을 박도준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음 지시를 내릴 때까지, 셀레포 시티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도시의 주요 시설을 테러하라고.
행정 기관도 좋고, 메이저 클랜의 지부도 괜찮다. 단, 수도만 피하면 된다.”
“수도를 제외한 다른 도시라…그렇다면 항구 도시밖에 없는데.”
“맞아.”
김진성의 대답을 들은 박도준은 빠르게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가 이내 깨달은 듯이, 다시금 핑거 스냅으로 딱! 소리를 내면서 외쳤다.
“아! 그래, 항구 도시 쪽으로 수도 안의 병력을 최대한 끌어낼 생각이구나!”
물론 수도인 셀레포 시티가 신대륙에서 가장 중요한 곳인 건 변함이 없다. 모든 수입의 원천이 되는 던전 포탈의 대부분이 모여 있는 장소이니까.
하지만 항구 도시도 수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신대륙에 들어오는 신입 헌터들은 모두 항구 도시를 통하기 때문이었다.
항구 도시의 치안이 망가지면, 메이저 클랜 및 팔라딘 측이 원하지 않는 자격 미달 인원들이 몰래 숨어서 신대륙에 들어올 것이 뻔하다.
특히 신대륙 내에서 사고를 쳐서 쫓겨난 범죄자들이 다시 들어오면 그것만큼 팔라딘들에게 골치 아픈 일이 없다.
그렇기에 항구 도시에도 꽤 많은 팔라딘 및 메이저 클랜 지부가 진출해 있는 상태다. 특히, 메이저 클랜 지부가 없다면 신입 헌터들이 많은 항구 도시의 치안을 소수의 팔라딘들만으로는 유지하기가 힘든 판국이다.
지금 김진성은, 그 맹점을 노려서 항구 도시의 주요 거점을 테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눈치챈 박도준은 김진성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술술 말을 이어갔다.
“항구 도시 내 테러 때문에 치안 병력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팔라딘 측과 메이저 클랜은 본사 내 병력을 항구에 진출할 수밖에 없겠지.
그러면 센터 구역 내 전체적인 병력이 줄어들게 되는 효과가 생기겠군. 그때, 센터 구역 내 핵심 시설을 노리겠다는 생각 아닌가?”
박도준의 말을 모두 들은 김진성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 * *
[…다음 소식입니다. 어젯밤, 셀레포 대륙의 항구 도시 중 하나인 ‘엘나콘’의 입국 관리소가 폭발로 인해 완전히 전소하였습니다.이로써 셀레포 대륙의 입국 관리소가 모두 제 기능을 상실하였고, 당분간 신입 헌터를 받을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습니다.
셀레포 시티 내 팔라딘 측에서는 해당 사건을 최근 다시 활동을 재개한 ‘우코바치’의 짓이라고 발표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최근 연이은 ‘우코바치’의 테러로 인해 많은 항구 도시 쪽 민심이 흉흉해진 가운데, 팔라딘 측에서는 최대한 시민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바에 앉아 TV를 시청하고 있던 두 청년이, 곧 목소리를 낮춘 채 조용히 둘만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내가 말했지? 지금 신대륙은 사람들이 밀입국해도 아예 잡지 못하는 상황까지 왔다니까!”
“에이…오히려 항구 쪽 감시는 더 심해졌다며? 요즘 들리는 말로는 몰래 들어오려는 낌새만 보이면 일단 에너지 포부터 발사하고 본다던데….”
“야, 이 멍청아. 그건 항구 도시 얘기고! 항구 도시가 아닌 지역은 지금 완전 밀입국자들의 천국이나 다름없다니까!”
“다른 지역?”
“그래! 너, 최근에 같이 던전 들어갔던 우드 형님 알지? 그 형도 최근에 밀입국 성공했다고 클랜 통해서 연락이 왔어!”
“헐! 진짜야? 그 형 B급도 안 되잖아…?”
“그래! 그런 형도 밀입국에 성공했는데, 더 실력 좋은 우리가 안 될 거 뭐가 있어?”
청년 중 한 명이 눈빛을 빛내면서 계속 설득했다.
“이번 아니면 신대륙 범죄자인 우리 둘 다 영영 두 번 다시 입국할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테러 때문에 신대륙 전체가 혼란스러워진 지금 가야 해.”
“음….”
“안 그래도 나 밀입국할 거면 우드 형이 말해달라 그랬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어, 진짜?”
“그래! 야, 언제까지 이 구석진 곳 던전만 돌면서 살 거야? 5년 전처럼 신대륙 가서 떼돈 팍팍 벌면서 살아야지!”
계속된 설득에 동료의 눈빛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둘은 술잔을 내려놓고 술집을 빠져나갔다. 신대륙으로 밀입국하기 위한 준비물을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