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6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예선 2차 D-Day
퍼엉!
거대한 화염이 폭발을 일으키며 터졌다.
폭발의 위력이 워낙 거셌던 탓에 수련실 내부로 거센 바람이 일어날 정도였다.
“큭···!”
폭발 여파에 휩쓸린 직원이 비틀대다가 뒤로 물러서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대 헌터용 장비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무장했는데도 충격을 이기지 못한 모양이었다.
동시에, 수련실 전체를 뒤덮고 있던 화염 마나가 순식간에 김진성의 몸속으로 다시 사라졌다.
“여기까지 해요.”
한마디 한 김진성은 천천히 직원 앞으로 걸어와 말없이 한쪽 손을 내밀었다.
“···나, 원.”
그 모습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직원이 이내 어이없이 피식 웃어버렸다.
이후 김진성의 손을 잡고 일어나면서 한마디 했다.
“이젠 괜찮냐는 말도 안 하네?”
“딱 봐도 멀쩡해 보이시는데요, 뭘.”
“이 자식이···응?”
익살스럽게 눈을 부라리는 직원을 향해 김진성이 다시 손을 내밀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그동안 대련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명구 형.”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인사하는 김진성.
그 모습에, 명구라고 불린 직원은 흐뭇한 미소와 함께 손을 마주 잡았다.
“아니야, 나도 덕분에 많이 배웠어. 꼭 우승해라. 아니, 내가 보기에 넌 무조건 우승할 거야.”
“감사합니다.”
명구가 친근한 태도로 김진성의 어깨를 두드렸다.
근 한 달 넘게 같이 대련하다 보니 서로 형 동생 할 정도로 꽤 정이 쌓인 것이다.
“그럼 가서 준비해라. 곧 출발이잖아?”
“발찌 안 하고 가도 돼요?”
“아, 그건 안 되지.”
곧 발찌까지 착용한 뒤 명구와 함께 수련실 밖으로 나온 김진성.
복도를 막 걸어가려고 할 그때, 천장의 스피커에서 공지를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후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숙소에 계신 모든 참가자분께 안내의 말씀 드립니다. 오늘은 예선 2차 경기장으로 출발하는 날입니다.한 시간 뒤인 오후 10시까지 모든 외출 준비를 마친 뒤, 숙소 입구에서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서둘러야겠군.’
방송을 들은 김진성의 걸음이 급격히 빨라졌다.
‘그래도 예선 시작하기 전에 마나 컨트롤 기술을 완벽하게 완성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김진성은 걸어가면서 방금 전 명구랑 대련할 때의 모습을 다시금 머릿속에 떠올렸다.
오늘 대련 때의 모습만 앞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김진성은 예선 1차 때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헌터로 거듭날 것이 확실했다.
* * *
잠시 후.
김진성을 비롯한 다수의 참가자가 직원들의 삼엄함 감시 속에 1층 로비로 내려왔다.
그리고 긴 복도를 따라서 열을 맞춰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번에 모인 것은 처음이었기에, 철저한 감시를 당하면서도 서로를 힐끗거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선을 받는 이는 당연히 김진성이었다.
김진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묵묵히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이런 단체 시선도 계속 받으니 익숙해지기는 하는구나.’
처음에는 한 명의 시선을 받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했던 극도로 내성적이었던 아이가 김진성이었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진짜 성격이 많이 바뀌긴 했다.
잠시 후 그들은 마치 비행기 탑승구같이 생긴 장소 앞에 멈춰 섰다.
‘···진짜 비행기 탑승구잖아?’
이윽고 창밖의 거대한 비행선 한 대를 발견한 김진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살다 살다 숙소 뒷마당에 비행장이 설치된 경우는 또 처음 보는 김진성이었다.
“탑승하겠습니다! 안으로 줄 서서 들어가세요!”
곧 김진성 등의 참가자는 직원들과 함께 탑승구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후 차례대로 배정된 좌석에 앉았는데, 김진성의 자리는 중앙 쪽의 창가 자리였다.
‘세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네. 안쪽에 참가자 둘, 바깥쪽에 직원 한 명이 앉아 감시하는 방식인가.’
배치된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도 막 창가 자리에 앉을 그때였다.
“어! 김진성 씨!”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반갑게 그를 불렀다.
설다운이 환한 표정으로 그의 옆자리로 걸어오고 있었다.
“반가워요! 그때 우리 헬기에서 한번 봤었죠? 이렇게 또 보네.”
“네···.”
얼떨결에 악수를 해버린 김진성. 헬기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이렇게 어영부영 악수를 했던 기억이 있었다.
김진성이 싱글 웃고 있는 설다운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서로 목숨을 걸고 경쟁하는 사이인데도 전혀 악의가 없어 보였다. 분명 특이한 사람이었다.
김진성의 생각을 모르는 설다운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꼭 한 번 더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헬기에서 만났을 때 난 당신이 그렇게 유명해졌을 줄은 몰랐지!”
“···그건 저도 몰랐어요.”
김진성도 예선 통과 후 숙소에서 처음 인터넷을 켰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와, 무슨 인터넷 전체가 김진성 이름 석 자로 도배가 되어있던데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사인이라도 받아놓을 걸 그랬어요. 하하!”
“설다운 님도 꽤 유명해지셨던데요.”
김진성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설다운 역시 이번 예선 1차 때 가장 이름을 알린 몇 안 되는 스타 중 한 명이다.
그래서 김진성도 설다운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밖에 없었다.
“어, 뭐야? 설마 내 이름 검색해본 거에요?”
“아뇨. 그냥 실시간 검색어에 떠 있던데요.”
“그래서 그거 눌러봤다는 거죠?”
“뭐···.”
“에이, 봤네, 봤어!”
김진성은 부정하지 않으면서 물었다.
“설다운 님도 제 이름 검색해보셨을 거 아니에요?”
“그건 당연한 거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당신 능력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역시.’
설다운의 대답을 들은 김진성이 예상하고 있던 게 들어맞자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특히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사람이 바로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하자 더 와닿는 느낌이었다.
“뭐··· 예의상 더 얘기하진 않을게요. 어차피 내일이면 서로 피터지게 싸울 텐데, 지금 서로 능력에 대해 얘기할 필욘 없으니까.”
“네, 뭐···.”
“자, 전원 안전띠 착용해주세요! 직원 여러분들은 담당 참가자들 손목에 추가 수갑 채워주십시오!”
곧 직원들을 통솔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이가 큰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발찌에 이어서 헌터용 수갑까지 채워졌다. 아주 불편한 비행이 될 테지만 이해를 못할 것은 아니었다.
모든 과정이 완료된 이후, 곧바로 비행기는 이륙했다.
비행시간은 상당히 길었다. 하늘 위를 나는 시간만 6시간이 넘게 걸렸으니까.
하지만 김진성은 그 긴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었다.
옆에 앉은 설다운이 입을 쉬지를 않았기 때문이었다.
“TV 보니까 수련실에 매일 출근 도장 찍었다면서요?”
“네.”
“와···! 아니, 그렇게 노력 안 해도 충분히 강하잖아요? 안 그래도 다들 무서워하는 데 이젠 눈만 마주쳐도 벌벌 떨겠어!”
“···정작 본인은 하나도 안 무서워하는 거 같은데요?”
“아니에요! 안 보여? 공포에 질려 있는 내 두 눈동자가? 지금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데다가···!”
“그렇게 무서우면 수련실 좀 나오지 그랬어요?”
설다운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야? 알고 있었어요?”
“아이튜브 공식 영상으로 대놓고 올라왔더라고요. ‘유일하게 한 번도 수련실을 이용하지 않은 참가자’라는 제목으로요.”
“아, 그랬었나? 왜 기억에 없지···?”
머리를 긁적이던 설다운은 이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연습할 필요를 못 느꼈어요. 고작 한 달 연습한다고 실력이 버라이어티하게 늘어날 리가 없잖아요?”
오늘 아침에도 수련실을 다녀온 김진성이 입을 열려다가 그냥 다물었다.
설다운이 우습게 보는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김진성은 분명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굳이 그러한 걸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조용히 설다운의 이어지는 말을 경청하기만 했다.
“지금까지 시즌 다 봤거든요? 수련실에서 아무리 땀 흘리며 노력해봤자 결과는 항상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생존으로 끝났어요. 무슨 뜻인지 알아요?”
“······.”
“애초에 강자는 정해져 있어요. 서바이벌에서 살아남는 사람도 정해져 있다고. ‘약자’들이 아무리 강해지려고 발버둥 쳐 봤자, 타고난 능력자의 발치도 못 따라잡는 것이 현실이라는 거에요.”
작지 않은 목소리에 주위에 앉아 있던 참가자 다수가 그를 돌아보았다.
전부 좋지 않은 시선이었지만, 설다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아, 물론 당신의 한 달 동안의 노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에요! ‘약자’의 노력과 ‘천재’의 노력은 엄연히 다르거든!”
“천재까지는 아닌데요···.”
“에이, 무슨 소리야? 다른 사람 능력 다 흡수해서 본인 거 만드는 능력자가 천재가 아니면 누가 천재인데?”
그 말에 김진성은 바로 대답했다.
“저는 설다운 씨가 더 천재처럼 보이는데요.”
“나? 에이, 나랑 비교하면 뭐···.”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설다운. 딱히 부정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구나. 그런데, 그럴만해.’
한 달 동안 수련말고도 다른 참가자들을 알아보기 위해 노력했던 김진성이었다.
그중 위협적인 능력을 보유했다고 생각되는 참가자는 따로 시간을 할애해서 오랫동안 분석하기도 했었다.
‘가장 많은 분석을 쏟았던 참가자가 바로 이 남자였어.’
그동안 봐왔던 영상 속의 설다운의 활약을 생각해보면, 지금 저 오만하기까지 한 모습이 절대 우습거나 같잖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졌으면 느껴졌지 말이다.
* * *
딩동.
[참가자 여러분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잠시 후 우리 비행기는 예선 2차 경기 장소에 착륙할 예정입니다.]안내 목소리를 들은 김진성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망망대해 한복판에 세워져 있는 작은 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섬이야?”
옆에 앉은 설다운이 몸을 기울여 창문 쪽으로 얼굴을 갖다 댔다.
“예선 1차 때 섬보다는 크기가 작네? 혹시 또 열대야 숲인가?”
“그렇네요.”
“그러면 오세아니아 아니면 태평양 같은데···설마 신대륙 섬?!”
“그 섬은 본선 장소로 사용한다던데요.”
“아, 그래요?”
그리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들의 비행기는 곧 섬 비행장에 착륙했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춰 서자, 직원 한 명이 일어나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순서대로 내릴 겁니다. 호명한 참가자께서는 큰 목소리로 대답하시고, 담당 직원은 곧바로 대답한 참가자의 수갑을 풀어주세요.”
통솔하던 직원이 첫 이름을 호명했다.
“김진성.”
“네.”
“수갑 풀리는 대로 일어서서 출구 쪽으로 걸어가세요.”
김진성은 시키는 대로 했다.
비행기 출구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작은 호송 버스가 한 대 서 있었다.
“타세요.”
근처에 감시하고 있던 직원 중 한 명이 김진성을 호송 버스에 태웠다.
김진성이 탑승한 이후 계속 참가자들이 따라 탔고, 정확히 10명의 참가자를 태운 뒤에야 호송 버스 문이 닫혔다.
직원 10명을 포함한 20명을 태운 호송 버스는 빠른 속도로 착륙장을 벗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호송 버스는 오래 달리지 않았다.
워낙 섬의 크기가 작아서, 5분밖에 달리지 않았는데도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중세 시대에서나 볼 법한 성 같은 건물이네.’
마치 세트장 같은 건물의 성문 안으로 호송 버스가 들어가는 장면을 창문을 통해 확인한 김진성.
이내 버스는 멈췄고, 김진성 등 참가자는 직원들이 이끄는 작은 석재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어?”
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한 참가자가 놀란 목소리를 내뱉었다.
중앙에 서 있는 작은 키의 다부진 체격을 보유한 남성이 굉장히 낯이 익었기 때문이었다.
참가자들은 속으로 외쳤다.
‘김봉만이다!’
‘던전의 법칙 MC인 김봉만 헌터야!’
대한민국의 또 다른 장수 인기 프로그램, 던전의 법칙.
거기서 놀라운 신체 능력과 생존 기술을 보여주는 헌터, 김봉만이 지금 참가자들의 앞에 서 있었다.
대한민국의 어지간한 유명 연예인보다 더 유명한 ‘스타 헌터’의 등장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을 그때.
“어서들 오세요. 지정된 좌석에 편히 앉으세요.”
김봉만은 편안한 미소와 함께 참가자들을 마련된 좌석으로 안내했다.
잠시 후, 실내에는 좌석에 앉은 10명의 참가자와 김봉만, 이렇게 11명만 남아있게 되었다.
“이곳은 여러분들이 예선 2차 경기 전에 대기하실 1번 대기실입니다.”
‘1번?’
“당신들과 경기를 함께 할 나머지 참가자들은 옆의 본성 건물에 마련되어 있는 2번 대기실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참가자들이 서로의 눈치를 봤다.
왜 같은 경기를 뛸 참가자를 두 개의 대기실로 나눠놓은 거지?
그때, 김봉만이 손에 들고 있는 진행표를 읽으면서 모두를 향해 말을 이었다.
“그럼 이쯤에서, 여러분들의 예선 2차 경기 규칙에 대해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