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77)
제77화. 천재는 잠꾸러기
김진성이 콰그미어들을 사냥하며 포인트를 모으고 있던 시각.
도망치듯이 지상 위로 뛰어 올라온 이덕구는, 술래들과 합류하자마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 씨… 어쩌지?”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 예선 통과 확정이 아니잖아?’
이건 이번 라운드에서 탐지 스킬을 가지고 있던 모든 술래 참가자들의 설움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앞장서서 열심히 도둑을 찾는 데 도움을 줘도, 정작 도둑을 해치우고 나면 운영진 측에선 예선 통과로 판정하지 않았다.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술래들만 통과 확정 판정을 받던 것이었다.
‘어쩌지? 이미 너무 많은 술래가 예선 통과를 확정 지었는데….’
이덕구는 주변 술래들을 돌아보았다.
한숨 돌렸다는 듯 여유로운 모습으로 서로 담소를 나누는 40명 정도의 참가자들이 있었다. 저들이 바로 통과 확정된 술래들이었다.
‘하필 통과한 놈들이 남아 있는 술래 중 그나마 센 놈들이라는 것도 문제네.’
이렇게 되면 다시 술래들을 이끌고 도둑 찾으러 나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미 통과가 확정된 술래들 입장에서는 굳이 이덕구의 지시를 들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괜히 도와준답시고 나섰다가 김진성이라도 만나면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을 테니까.
그들 입장에선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하며 싸울 이유가 없었다.
‘어떡하지… 아!’
머리를 굴리던 이덕구의 머릿속에, 순간 한 명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맞다, 설다운이 아직 남아 있었지!’
현재 콜로세움 참가자 중 타고난 능력만큼은 가장 사기급에 가깝다고 알려진 설다운.
생각해보니, 술래 팀에 아직 그가 남아 있었다.
‘가서 설득해야겠다!’
마음을 먹은 이덕구가 모두를 향해 본성 쪽으로 이동하라고 지시를 내리려 할 그때였다.
“저기, 덕구 님.”
한 술래의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보니, 아까 점심때 담배를 나눠줬던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무슨 일이죠?”
“지금 보니까 풍빛가람이 없는데요?”
“…어?”
그제야 황급히 주변을 돌아보는 이덕구.
주변 어디에서도 풍빛가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맞다, 풍빛가람!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유난히 아까워하는 이덕구의 모습.
‘있었으면 지금 죽여 버리고 바로 예선 직행 확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더 주변을 돌아보는 이덕구.
하지만 한 번 더 돌아본다고 없어진 풍빛가람이 다시 발견될 리가 없었다.
* * *
그 시각.
풍빛가람은 어느새 남쪽 비행장 근처까지 이동한 상태였다.
주변에 있던 폐가 안에 숨어든 그는, 귀에 낀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에 집중하고 있었다.
– 네? 양중근 대장이 죽었다고요?!
– 양중근만 죽은 게 아니에요! 장형태, 왕만두, 황보경, 임상훈…. 양중근 대장이 에이스라고 뽑았던 보충 인원들 전부 김진성한테 죽었어요.
– 헐… 그럼 이제 우린 어떡해요?
– 글쎄요? 뭐, 이덕구 님이 알아서 어떻게 하겠죠? 전 이미 통과라서요.
– 하….
들려오는 목소리는 각각 사냥팀과 방어팀에 속해 있는 술래라고 판단되었다.
술래들의 대화를 도청하던 풍빛가람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다행이다. 역시 내 판단이 정확했어.”
양중근이 김진성에 의해 사라질 때부터 영 느낌이 좋지 않았었던 풍빛가람은, 사냥팀이 지하에서 전투를 펼치던 그때의 어수선한 틈을 이용해 바로 연기로 변신해 도망쳤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정확했다.
‘양중근이 없는 술래 팀에 남아 있었으면 언제 등 뒤에 칼을 맞아도 이상하지 않아.’
풍빛가람 자신은 양중근과 동맹 계약을 맺은 거지, 술래팀 전원과 동맹을 맺은 게 아니었다.
실제로 본성 안에 들어왔을 때 먹잇감을 보듯 살기 넘치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술래들도 아주 많았다.
‘아무튼, 지금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잘됐어. 저쪽은 양중근이라는 구심점을 잃었고, 핵심 병력도 다수 잃었으니까.’
이제 도둑 측의 생존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올라간다.
무엇보다 김진성, 그 괴물의 존재가 술래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섣불리 나섰다가는 양중근처럼 또 납치되어서 개죽음당할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이제 술래 쪽에는 김진성과 맞설 카드가 하나도 없지 않나? …아!’
곧 풍빛가람은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다시금 표정을 굳혔다.
‘설다운이 아직 남아 있었구나….’
끝났다고 장담하기엔 설다운은 너무 예상이 안 되는 카드였다.
예선 1차 때 보여준 설다운의 능력이라면, 김진성을 제외한 다른 도둑들은 쉽게 때려잡고도 남기 때문이다.
풍빛가람 본인을 포함해서 말이다.
* * *
그렇게 모두가 설다운의 존재에 대해 경계, 혹은 기대하고 있을 그때.
콜로세움 서바이벌 공식 채널에서는, 김진성이 양중근을 포함한 다섯 명을 아공간 안에서 때려잡는 모습이 다시 한번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 캬
– 혼자 다섯 명 갖고 노는 거 봐 ㅋㅋ
– 역시 킹갓진성… 그는 신이고 전설이다….
– 그런데 어떻게 아공간 안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음? 밖에 설치된 카메라는 못 보지 않음?
– 참가자 옷 속에 전부 최첨단 무선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대요.
– ㅇㅎ
시청자들의 채팅이 그렇게 올라올 때쯤, TV 화면에는 처참하게 죽은 양중근의 모습이 송출되었다.
그것이 하이라이트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다시 한번 김진성과 양중근 팀의 전투를 감상하셨습니다. 김진성이 드디어 복수에 성공했네요!] [사실 예견된 상황이었죠. 워낙 김진성의 성장세가 빨랐었으니까요. 그런데 제 생각보다도 더 압도적으로 이겼네요.] [이제 양중근도 사망했으니, 술래팀 쪽에서는 김진성을 막아낼 카드가 아예 없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죠. 아직 한 명 남아 있습니다.]– 설다운
– 설다운!
– 설다운 남아 있잖아
[채팅창에 그 이름이 올라오고 있네요.] [아, 그렇군요! 아직 ‘타고난 천재’라 불리는 설다운이 술래팀에 남아 있었습니다!]그렇게 해설진이 중계를 이어가고 있을 때.
모니터실에서 지켜보던 메인 PD가 옆의 아이튜브 관계자를 향해 물었다.
“김진성 대 양중근 팀 영상 반응은 어때?”
“폭발적이에요. 오늘 500만은 그냥 넘을 것 같은데요?”
“예상대로네. 그러면 전투씬 중 괜찮은 부분은 따로 쇼츠로 잘라서 올려. 특히, 김진성이 갑자기 강해지던 장면은 꼭 올려야 해.”
“알겠어요.”
“좋아. 이제부터 A조는 김진성 대 설다운에 집중하자고.”
메인 PD의 말에 곧 수많은 모니터가 김진성 아니면 설다운의 모습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근데 설다운, 쟤는 언제 일어나는 거야?”
아직도 별관 안 대기실의 소파에 누워 자는 설다운의 모습을 본 PD가 난감한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상황을 보니, 아직도 잠에서 일어나려면 한참 멀어 보였다.
“슬슬 일어나야 시청률 안 떨어지는데….”
메인 PD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릴 그때.
뒤쪽에 앉아 있던 장승욱이 막 배달 온 초밥 하나를 입에 넣으면서 말을 꺼냈다.
“설다운이 자는 바람에 A조 상황이 계속 흥미진진해지네요. 안 잤으면 벌써 싱겁게 결과 나왔을 것 같은데.”
“아마도 술래 측 승리로 끝났겠지.”
동의하듯 대답하는 백준을 향해 장승욱이 물었다.
“아마 김진성도 죽었겠죠? 양중근 팀에 설다운까지 합세해서 같이 싸웠다면.”
잠시 생각에 잠긴 백준은 이내 대답했다.
“높은 확률로.”
이후 그 역시 초밥 한 조각을 입에 가져갈 그때였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이덕구를 포함한 몇 명의 술래들이 별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설다운을 깨우려고 온 것처럼 보이죠?]TV에서 들려오는 해설진의 중계에 백준과 장승욱의 고개가 바로 그쪽으로 들어 올려졌다.
막 별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덕구 등의 모습이 모니터를 통해 송출되고 있었다.
* * *
‘…제대로 꿀잠 자고 있구먼.’
별장 안으로 들어온 이덕구가 설다운을 보자마자 떠올린 생각이었다.
좀 깨우기 미안할 정도로 잘 자고 있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깨워야만 한다.
현재 상황을 전달하면, 분명 설다운도 정신을 차리고 도둑 사냥에 열을 올릴 것이다. 그렇게 이덕구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기, 설다운 씨?”
이덕구는 조심스럽게 설다운을 불렀다.
그래도 전혀 깨어날 낌새가 아니자, 이내 설다운의 몸에 손을 대고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그제야 눈을 뜨는 설다운이었다.
“…뭐야? 츄릅.”
반쯤 감긴 눈으로 그리 물으면서,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는 설다운의 모습.
“이제 그만 주무시고 일어나시죠. 자칫하다간 예선 탈락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몇 신데…?”
“지금 오후 3시 막 지나가고 있습니다.”
“에이, 씨. 아직 멀었잖아!”
현재 시각을 듣자마자 설다운은 다시 눈을 감고 소파에 머리를 기댔다.
“더 잘 테니까 다 나가요. 난 하루에 10시간 이상은 자야 한단 말이야….”
이후 다시 잠이 들려는 모습에 이덕구는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이 사람은 위기의식이 아예 없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아니, 다 잡고 숙소로 돌아가서 자면 되지 않습니까! 하루 정도는 잠 안 자도 되잖아요!”
“아, 꺼지라고!”
“……!”
순간 이덕구의 표정이 굳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설다운은 눈을 감은 채로 계속 축객령을 내렸다.
“두 번 말 안 합니다. 방해하지 말고 문 닫고 나가세요.”
이후 입을 다무는 모습에 이덕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는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크게 외쳤다.
“정말 이럴 거요?! 지금 다른 술래들이 얼마나 당신을 기다리는지 아시오?!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데 계속 이런 태도로 나오면…!”
거기까지 외쳤을 그때였다.
퍽!
이덕구의 머리가 마치 수박이 터지듯이 박살이 나 버렸다.
“히익?!”
“으악!!”
사방에 피와 살점이 튀는 모습을 본 다른 술래들이 기겁하면서 뒤로 한참을 물러섰다.
유연하게 태연한 사람은, 이덕구를 죽인 범인인 설다운 한 명뿐이었다.
“‘약자’ 주제에 시끄럽게….”
실눈을 뜬 채로 중얼거리는 설다운의 모습.
동시에 지켜보는 술래들 입장에서는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다.
사방으로 튄 피와 살점들이, 갑자기 살아 움직이듯이 일제히 이덕구의 머리 잃은 시체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
‘뭐, 뭐지?’
이내 살점들이 시체의 목 위에 고깃덩어리처럼 뭉쳐졌고, 동시에 살점과 시체가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러더니, 빠른 속도로 술래들이 서 있던 입구 쪽으로 날아갔다. 마치 투명한 누군가가 집어던진 것처럼 말이다.
“어어?!”
“우왓!”
술래들은 다급히 옆으로 몸을 틀어 날아오는 그것들을 피했다.
날아간 시체와 살점 조각 덩어리가 별관 바깥마당에 널브러질 그때.
어느새 다시 눈을 감은 설다운이 입을 열었다.
“다들 푹 쉬고 있으라고. 일어나면 내가 알아서 도둑들 다 사냥할 테니까…. 흐아암~.”
하품과 함께 다시 잠을 청하기 시작하는 설다운의 모습.
지켜보던 술래들은 그 누구도 그를 깨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미친 새끼…!’
‘그나저나 어떻게 이덕구를 죽인 거지? 손도 안 댄 것 같은데?’
‘역시 이놈도 김진성 못지않은 괴물인 건 확실해…!’
차마 다시 잠이 깰까 봐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술래들은 천천히 정문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행여나 발소리가 들릴까 봐 아주 조심스러운 발걸음들이었다.
* * *
시간은 계속 흘러 어두컴컴한 밤이 되었다.
들키지 않고 생존해야 하는 도둑들에게 훨씬 더 유리한 환경으로 변한 것이다.
“아이고, 허리야.”
오후 9시가 막 넘어가던 그때, 별장 안에서 설다운이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개운한 표정으로 배를 벅벅 긁으면서 중얼거렸다.
“잘 잤다…. 이제 좀 놀아볼까?”
동시에 그의 모습이 별관 안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하지만 1초 뒤, 정문 쪽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설다운이었다.
“…일단 밥부터 먹고.”
요동치는 배 위쪽을 쓰다듬으면서 그는 도시락이 지급되는 본성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