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78)
제78화. 사냥 개시
[시청자 여러분들, 저녁은 맛있게 드셨나요? 어느새 콜로세움 서바이벌 시즌 12의 예선 2차 경기를 시작한 지 열네 시간이 흘렀습니다!]잠깐의 휴식 타임을 가진 후 돌아온 캐스터가 한층 밝아진 목소리로 중계를 시작했다.
[정신없이 중계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8시가 넘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네요.] [정말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네요. 아무래도 다섯 조의 예선 2차 경기를 모두 중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재밌는 장면만 계속 중계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현재 신대륙 근처의 각기 다른 다섯 개의 섬에서, A조부터 E조까지의 예선 2차 경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캐스터가 카메라 바로 옆에 놓인 프롬프트를 흘끔 바라보며 중계를 이었다.
[그러면 이쯤에서 각 조의 예선 2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A조입니다!] [김진성과 양중근의 대결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조죠? 결과는 김진성의 승리로 끝이 났고요.] [그렇습니다! 아, 바로 화면에 정리된 자료가 떠올랐네요!]캐스터의 말대로, TV 화면에는 예선 A조의 생존자 현황표가 떠올라 있는 상태였다.
현재 생존한 술래 : 167명
사망한 술래 : 73명
술래 측이 잡은 도둑 : 2명
술래 측이 확보한 예선 통과 인원 : 48명
현재 생존한 도둑 : 7명
[음…. 아직도 너무 많은 도둑이 살아 있네요. 최소 다섯 명은 더 잡아야 술래 전원이 통과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말이죠.] [실제로 다섯 개 조 중 가장 많은 도둑이 살아 있는 조입니다! 아무래도 김진성의 활약상 때문이겠죠?] [실제로 양중근이 사망한 이후, 술래들은 본성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었죠.]해설의 말대로, 양중근이 죽은 뒤 술래 측에서는 본성 밖으로 한 번도 진출한 적이 없었다.
물론, 술래 측에서도 납득할 만한 이유는 존재했다.
[아무래도 모두 설다운이 진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술래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걸 들어보면 설다운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았었고요.] [그 설다운이 드디어 기상하지 않았습니까? 현재 본성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여유롭네요. 지켜보는 다른 술래들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말이죠.]실제로 TV 속 설다운은 술래들이 쳐다보거나 말거나 그저 도시락을 먹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설다운을 쳐다보는 다른 술래들의 표정은 아주 다양했다.
조급함, 간절함, 짜증, 분노…. 반면 예선 통과가 확정된 술래들은 편안한 얼굴로 쉬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화면으로만 봐도, 예선 통과가 확정된 참가자와 그렇지 못한 참가자의 분위기가 정말 많이 차이가 납니다.] […오, 드디어 설다운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네요.] [아, 정말이네요!]해설의 말대로, 도시락과 물병까지 완벽하게 비운 설다운이 배를 어루만지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TV 화면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 * *
“자, 이제 슬슬 놀러 가볼까나?”
혼잣말과 함께 천천히 정문 쪽으로 걸어가는 설다운.
아직 예선 통과 확정이 안 된 술래들은 이내 그의 뒤를 따라 이동하려고 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설다운은 한 손을 휘저었다.
“됐어요, 됐어. 다들 걱정하지 말고 여기서 푹 쉬고 있어요.”
“네? 그래도….”
“됐다니까요? 나 두 번 안 말합니다?”
“……!”
그 말에 방금 입을 열었던 사내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이미 이덕구가 어떻게 죽었는지 술래들 모두가 아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재밌는 놀이에 약자들이 껴서 훼방 놓는 건 딱 질색이거든. 자,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손까지 흔들면서 인사한 설다운의 모습이, 이내 감쪽같이 술래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사라진 지 좀 지난 뒤에야 술래들은 서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혼자 갔잖아…?”
“괜찮은 걸까? 저쪽에 김진성도 있는데….”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너도 이덕구처럼 머리 터지고 싶냐?”
“…….”
“뭐, 설다운이 어떻게든 도둑들 다 잡기를 바랄 수밖에.”
“…설다운이 김진성 잡는 건 좀 오버겠지?”
동료의 이어진 질문에 사내는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지, 뭐. 설다운도 김진성 못지않은 괴물이니까.”
실제로 전문가들을 포함, 최상위권의 헌터들은 설다운을 이번 시즌 12의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뽑고 있었다.
여기 있는 술래들은 모두 각종 매체를 통해 그런 세간의 평가들을 접한 상태다.
그렇기에 단독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다운에 대한 기대감을 다들 버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 * *
‘드디어, 밤이 됐다.’
섬의 남동쪽 끝자락.
돌무더기 틈에 숨어 있는 도둑 5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빛 하나 없는 주변은 칠흑 같은 어둠에 완전히 잡아먹힌 상태였다.
‘심지어 초승달이야.’
오늘은 달빛마저 도둑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워낙 얇은 초승달이 떠오른 날이라서, 술래들 입장에서는 달빛에 기대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런 환경이면 숨는 쪽이 확실히 유리해지지.’
이 정도로 어두우면 설사 정찰 스킬로 도둑들을 찾아낸 후에도 문제였다. 발견된 도둑들이 빠르게 도망치면 뒤쫓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도둑들은 모두 생존, 혹은 도주에 일가견이 있는 능력자들로만 구성된 상태.
아마 이런 환경에서 마음먹고 도망치면 절대 쉽게 쫓아오지 못할 것이다.
‘이거, 점점 예선 통과할 확률이 올라가는 것 같은데….’
사실 처음에 양중근 때문에 도둑끼리의 통신이 끊겼을 때는 정말 암울했었다.
심지어 도둑들의 스마트폰은 술래들과 달리 일대일 채팅 기능조차 지원되지 않았다.
결국 아무런 지원 없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고선 아주 막막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두운 밤인 지금이 되니까, 도둑 5호의 가슴 속에 조금씩 희망의 싹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잘 숨어 있으면 돼.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
퍽!
그때, 갑자기 바로 왼쪽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5호가 화들짝 놀라면서 그쪽으로 홱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왼팔이 찢어진 것처럼 사라진 모습이 들어왔다.
“…뭐야?”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고통도 못 느낀 채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 도둑 5호.
“뭐긴 뭐겠어? 널 잡으러 온 사냥꾼이지.”
그때 전방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자신의 바로 몇 미터 앞까지 다가온 한 젊은 청년이, 도둑 5호를 바라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설다운!’
상대방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5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가 눈앞에 등장한 것이다.
예선 1차 때, 포위한 방어군들을 지금처럼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사지를 터뜨리면서 죽이던 설다운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했다.
‘망했다!’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기를 느낀 도둑 5호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고유 능력을 사용했다.
곧 그의 온몸이 갈라지듯 흩어지더니, 수많은 벌레로 변했다.
그리곤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가기 시작했다.
“쳇. 시시하구만.”
그걸 본 설다운은 재미없다는 얼굴로 가볍게 벌레 쪽으로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퍼퍼퍼퍼펑!
사방으로 흩어지던 벌레들이 모조리 폭발해 버렸다.
공중으로 흩어져 날아가던 수백 마리의 벌레들이 제각각 터져나가는 바람에, 마치 불꽃놀이처럼 주변이 환해질 정도였다.
폭발이 끝난 이후 남은 것은 까맣게 타버린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도둑 5호의 모습이었다.
설다운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
“역시 김진성 정도 수준은 되어야 재밌게 놀 수 있으려나….”
혼잣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다시 한번 감쪽같이 주변에서 사라졌다.
몇 초 후, 본성 쪽에서 안내 방송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술래 측에서 도둑을 처치하셨습니다. 술래 측은 24명의 예선 통과 인원을 확보하셨습니다….]* * *
[…직접 처치에 관여한 설다운 선수는 예선 통과 확정입니다.]안내 방송은 지하 3층에 있는 김진성의 귀에까지 들려올 정도로 컸다.
방송을 듣고 있는 김진성은, 도시락을 퍼먹던 숟가락을 들어 올린 채로 굳어버렸다.
‘…감시의 눈에 안 잡혔다.’
지금 이 섬에는 30개가 넘는 ‘감시의 눈’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덕분에 김진성은 현재 섬의 곳곳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설다운이 도둑 5호 앞에 나타날 때까지 어떠한 감시의 눈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진성은 더 의아해하거나 놀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상대가 다른 이도 아닌 설다운이기 때문이었다.
‘역시 위험한 놈이야.’
김진성은 숟가락을 내려놓은 뒤 도시락을 한쪽 구석에 밀어 두었다.
지금 한가롭게 식사나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설다운의 능력을 눈으로 반드시 확인을 해봐야겠어.’
자리에서 일어선 김진성은 곧바로 그림자숨기 스킬을 사용한 후 워프 홀을 열었다.
‘포인트도 많이 모았고, 스킬 융합 연구도 끝났어. 준비는 완벽해.’
15초 뒤,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워프 홀 입구의 문은 닫혔다.
* * *
김진성이 지하 3층에서 워프 홀을 탄 지 10분 뒤.
[술래 측에서 도둑을 처치하셨습니다. 술래 측은 24명의 예선 통과 인원을 확보하셨습니다….]또다시 안내 방송이 본성 꼭대기 위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들려왔다.
방송을 들은 술래들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또 잡았나 봐!”
“10분밖에 안 지났는데?”
“이게 말이 되나…?”
설다운이 혼자 본성 밖으로 나간 지 이제 20분 정도 지났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두 명이 죽은 것이다. 누가 봐도 설다운이 도둑들을 해치우고 다니는 것이었다.
하지만 놀랄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술래 측에서 도둑을 처치하셨습니다. 술래 측은 24명의 예선 통과 인원을 확보하셨습니다….]“어어? 또?!”
“아니 미친…!”
[술래 측에서 도둑을 처치하셨습니다. 술래 측은 24명의 예선 통과 인원을 확보하셨습니다….]“아니 뭔데?! 도대체 뭐냐고?!”
“나 지금 꿈꾸고 있는 건가…?”
“이거 몰래카메라 아니지?”
“혹시 방송사고 아니야? 말이 안 되는데…?”
이제는 경악을 넘어 현실 부정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한 술래들의 모습.
하지만 10분 뒤, 또 한 번 안내 방송이 들려오는 순간 모든 상황은 정리되었다.
[술래 측에서 도둑을 처치하셨습니다. 술래 측은 24명의 예선 통과 인원을 확보하셨습니다.현재 술래 측이 확보한 예선 통과 인원이 생존한 술래 인원보다 많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남아 있는 술래는 전원 예선 2차 통과가 확정되었습니다.]
“와아아!!”
“진짜? 진짜야? 나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살, 살았다!!”
“와, 씨발! 개씨발! 존나 씨발!”
“젠장! 믿고 있었다고, 설다운!”
본성 안의 술래들은 격하게 환호성을 지르며 하이파이브와 포옹을 하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다음 라운드에서는 서로 적으로 만날 가능성이 크지만,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지금은 그 사실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 * *
[이로써, 예선 A조의 살아남아 있는 167명의 술래 전원이 예선 3차로 직행하게 되었습니다!] [허허허….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설다운이 이 정도로 강했었나요?]해설이 아직도 충격에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TV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또 한 명의 술래를 처치한 설다운이,
[왜 하나같이 다들 재미가 없는 거야? 김진성은 어디 숨어 있어?]라고 툴툴거리면서 몸을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곧 또다시 감쪽같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설다운을 보며 해설이 말을 이었다.
[강한 것도 강한 건데, 어떻게 도둑들이 숨은 위치를 저렇게 단번에 찾아내는지가 제일 신기하네요. 저건 고도의 정찰 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행동인데요….] […잠깐만요!]그때 캐스터가 해설의 말을 끊었다.
[지금 TV 화면에 떠오른 지도 위 빨간색이 설마 설다운의 위치인가요?]갑자기 TV 화면에 떠오른 지도를 보면서 캐스터가 그리 묻자, 모니터실의 제작진 측에서 곧바로 프롬프트로 답변을 해왔다.
캐스터는 프롬프트를 그대로 읽기 시작했다.
[아, 제작진 측에서 그렇다고 합니다! 이번에 특별히 신대륙에서 공수한 최첨단 위치 탐지기를 참가자의 옷 안에 장착했다고 합니다.] [이 탐지기는 일반적인 정찰 및 탐지 능력으로는 절대 걸리지 않습니다…라고 추가 설명을 해주시네요.] [친절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그럼 지도를 다시 한번 확인해볼까요?]해설진은 다시 지도 위의 빨간 점의 위치부터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확인한 해설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빨간 점으로 표시된 설다운이 정확히 풍빛가람이 있는 위치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술래들을 전원 예선 통과하게 만든 뒤에도 계속 남은 도둑의 위치를 찾아 이동하고 있습니다!]캐스터가 소리 높여 외치는 사이, 어느새 빨간 점은 풍빛가람을 표시하는 파란 점의 바로 근처까지 도달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어어…? 오른쪽에서 김진성도 둘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데요?]지하 통로 밖으로 나오자마자 풍빛가람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검은색 점 역시, 풍빛가람 바로 근처까지 도달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저 검은 점은 김진성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