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staff RAW novel - Chapter 183
아카데미 담당 일진 183화
마탑의 마법사들을 쫓는 실혼인들을 본 우조는 눈 밑을 꿈틀거렸다.
‘실혼인이 어떻게 알고……?’
그런 우조의 머릿속에 아까 전 자신이 동굴에서 했던 행동들이 속속들이 떠올랐다.
실혼인이 들어 있는 오크통에 구멍을 뚫어 액체를 빼내는 일. 그 행동으로 인해 못해도 실혼인 서른 구 이상은 망쳤을 것이다.
‘아, 그 짓거리를 하고 도망쳤는데 안 걸릴 리가 없지.’
괜한 행동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우조는 학년이 높은 3학년 학생 둘과 4학년 학생 하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거기, 마탑의 마법사들이 내려오면 그 순간 바로 앞에 폭발 마법을 사용해 주실 수 있겠소?”
하지만 학생들은 우조의 눈을 슬쩍 피할 뿐 입을 열지 않았다.
“…….”
“…….”
우물쭈물하는 그들을 본 우조는 얼굴을 잔뜩 쭈그리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이 새끼들 제정신 맞아?’
물론 마력을 사용하기 싫을 수는 있다. 혹시 모르는 상황에 마력을 아껴두고 싶겠지.
하지만 지금은 마력을 아낄 때가 아니다. 잡히면 어차피 죽는 건 매한가지인데 마력을 아껴서 뭐 할 것인가.
“하아.”
우조가 한숨을 내쉰 순간, 옆에 있던 루덴스가 나무에서 몸을 떼었다.
“씨X, 내가 할게요. 5성급 정도의 거대한 폭발 마법은 지금 사용하지 못하는데 괜찮습니까?”
우조는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폭발 마법이 필요한 이유는 지금 이곳에 있는 눈을 통째로 흩뿌려 실혼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함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때, 황보수정과 엘리아도 손을 들고 나섰다.
“저도 할게요.”
“저도요.”
그녀들을 본 다른 1학년 학생들까지 나서자 3학년 학생과 4학년 학생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자신들도 합세하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자정 작용은 되는 놈들이라서 다행이군.’
마탑의 마법사들은 헤이스트 마법을 극성으로 사용했는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상태로 달려왔다.
“사, 살려줘!”
“살려주세요!”
“으아악-”
마법사 3인방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내뱉는 비명이 점점 크게 들렸다.
‘쯧, 조용히라도 하고 올 것이지.’
마탑의 마법사들의 외침은 마치 ‘나 여기에 있으니 잡으러 오세요!’라고 소리치면서 오는 것과 다른 바가 없었다.
우조는 검지와 중지를 머리 위로 들고 특임반 학생들에게 말했다.
“내가 신호를 주면 바로 달려나가서 준비해 둔 마법을 펼치시오.”
“알겠습니다.”
우조는 가만히 앞으로 나서 마탑의 마법사들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들이 10m 이내로 다가왔을 때.
“지금입니다.”
루덴스는 우조가 신호를 보내자마자 양손에 마법진을 두른 채 달려나갔다.
“익스플로전!”
루덴스의 마법진에서 나온 특유의 푸른색 불꽃이 춤을 추듯 부양하더니 이내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다음은 엘리아였다. 그녀는 화염의 중급 정령 포티아에게 폭발 마법을 주문했다.
“포티아! 저기 실혼인들 앞으로 폭발을 일으켜!”
뒤따라 다른 마법 전형 학생들도 폭발 마법을 사용했다.
“파이어 밤!”
“파이어 버스트!”
“파이어 밤!”
콰콰콰쾅-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며 바닥에 쌓여 있던 눈이 하늘로 솟구치고 흩뿌려지며 작은 눈사태를 일으켰고 눈사태는 실혼인들의 시야를 가렸다.
‘곧바로 도망쳐야 한다. 조금만 시간이 지체돼도 잡힐 것이다.’
우조는 바닥에 쓰러진 마탑 마법사 두 명을 양쪽에 끼고 소리쳤다.
“거기 엘리아라고 했나, 한 명은 정령 위에 태워주실 수 있겠소?”
“알겠어요.”
엘리아의 부탁을 받은 포티아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마탑의 마법사를 입에 물었다.
“더 쫓아오기 전에 이제 빨리 내려갑시다.”
우조의 지휘에 따라 마법 전형 학생들은 부리나케 몸을 움직였다.
실혼인들을 어느 정도 따돌렸다고 생각한 우조와 마법 전형 학생들은 큰 바위 아래에 몸을 숨겼다.
“후욱…….”
“후욱.”
“하아…….”
“후우, 따돌린 걸까요?”
“……모르겠소. 뒤에서 오는 기척이 느껴지지는 않는데.”
“후우, 조금만 쉬었다가 움직여요. 더는 못 움직일 것 같아요.”
“음, 그럼 조금만 쉬고 갑시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 우조는 늘어진 마법 전형 학생들과 마탑의 마법사들을 보고 손짓했다.
“이제 내려갑시다.”
하지만 학생들은 우조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몸을 움찔거렸다.
“가자니까.”
그러던 도중 루덴스가 뒤를 가리켰고.
“응?”
몸을 돌린 우조의 앞에는 실혼인 하나가 길을 막고 서 있었다.
‘어, 언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우조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마법 전형 학생들과 마탑의 마법사들도 우조와 같은 표정이었다.
“하아.”
“씨X, 진짜.”
처음엔 하나밖에 없던 실혼인은 곰팡이가 불어나듯이 금세 숫자가 불어났다.
우조는 강철 와이어에 내공을 담으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젠장, 도련님 친구 살리려다가 내가 죽겠군.’
정면으로 싸워서 셋 이상을 이겨낼 자신은 없었다.
‘그래도 버티는 거라면……?’
우조는 슬쩍 엘리아를 쳐다봤다.
“내가 시선을 끌 테니까, 먼저 내려가시오. 그리고 백일진 학생을 이곳에 보내주시오.”
“네? 그게 무슨…….”
엘리아와 황보수정은 가만히 멈춰 서서 우조를 바라봤다.
우조는 산등성이 밑으로 턱을 까딱거렸다.
“방해되니까 빨리 내려가!”
루덴스는 넋 놓고 있는 학생들의 등을 뚜드려 정신을 일깨웠다.
“고맙습니다! 빨리 가자!”
“빨리 가자고!”
실혼인들이 학생들을 쫓으려는 순간.
와이어에 내공을 담은 우조가 실혼인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어디 가. 나랑 놀아야지.”
* * *
눈보라가 치는 북해의 한복판 빙궁이 세워놓은 담벼락 위에 나타난 아르무트는 양팔을 감쌌다.
“흐음, 북해라서 그런지 확실히 춥긴 춥네요.”
온열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를 몇 겹이나 껴입고 있는데도 추위가 새어 들어오자 아르무트는 쉴드 마법을 펼쳐 바람을 차단했다.
“그것보다 관태산 씨가 여기에 있다고 했는데…….”
북해에 오기 전에 지하드에게 들렀다.
하지만 지하드와는 짧은 대화만 나눴을 뿐 긴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볼일이 있다며 어디론가 가버렸기 때문.
지하드가 거처를 벗어나는 것은 아르무트도 처음 보는 일이었다.
“드래곤 하트가 몸에 거의 다 붙은 건가? 직접 몸을 움직이다니…….”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르무트는 이내 지하드에게 들었던 좌표를 이용해 공간 이동 마법을 펼쳤다.
* * *
북해 관태산의 임시 거처.
공간이 유연하게 일그러지며 그 안에서 아르무트가 몸을 드러냈다.
‘후욱, 아무리 좌표를 찍어놓고 움직이는 거라지만 공간이동은 공간이동. 역시 몸이 힘들긴 하네요.’
아르무트는 공간에서 몸을 빼내자마자 주위를 살폈다.
별다른 실내장식이라고는 없는 사무실이었다. 의자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는 관태산이 있는.
아르무트는 손가락을 파닥거리며 인사를 건넸다.
“관태산 씨, 오랜만이네요.”
관태산은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르무트.”
“네, 관태산 씨.”
“네가 여기에는 뭐 때문에 온 거지? 너에게 떨어진 명령은 아무것도 없을 텐데.”
“그냥 왔죠.”
“그리고 네놈은 상식이라고는 없는 거냐? 누가 워프 마법을 이런 식으로 하지? 만약에 내가 있는 곳과 네가 이동하는 곳의 좌표가 겹쳤으면 어쩌려고 한 거냐.”
아르무트는 관태산의 질문에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웃어넘기며 관태산의 맞은편 의자를 꺼내 앉았다.
웅성거리는 바깥의 소리를 들은 아르무트가 컵을 들어 커피를 따르며 물었다.
“그것보다 관태산 씨, 바깥 분위기가 왜 이러죠? 습격이라도 당한 것 같은 분위기네요.”
관태산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습격을 당했다.”
“네? 피해 정도는요?”
“실혼인 서른 구 정도를 잃었다. 실혼인들에게 약물을 먹이는 사이에 오크통을 부숴놓고 도망갔어.”
아르무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른 구나요……? 누구한테요?”
아르무트는 실눈 사이로 동공이 보일 듯 크게 눈을 떴다.
“아무래도 아카데미 학생들인 것 같다.”
“학생들이요? 에이 설마요. 제가 지금 학생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오는 길인데요.”
아르무트가 과장되게 어깨를 들썩였다.
“설마 습격을 당했다고 해놓고 흉수도 모르는 건 아니겠죠?”
아르무트의 이죽거림에 관태산은 이마에 녹색 혈관을 불뚝 세웠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아카데미 학생들의 짓이 아니라면 흉수는 모른다.”
아르무트는 특유의 실눈을 더욱 끌어 내리며 고개를 까닥였다.
“모른다니요?”
“말 그대로다. 정말 어떤 녀석이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장소를 찾았는지도 모른다.”
“흠, 그럴 만도 하겠네요. 급하게 실혼인을 옮길 만한 장소를 찾고 또 옮기고 하면서 제대로 방비를 하지는 못했을 테니.”
관태산은 아르무트를 노려봤다. 원래 결계 마법이나 알람 마법의 담당은 아르무트다. 그런데 이번에 아르무트가 협조하지 않은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상황을 뻔히 알면서 저런 말을 하는 꼴은 정말 역겹군.’
그리고 사실은 아카데미 학생들이 범인이 아니라는 건 진즉 알고 있었다.
혹시 아르무트의 소행이 아닌가 의심이 들어 떠봤을 뿐이다.
“아르무트, 너는 흉수가 누군지 알고 있나?”
“아니요. 정말 모르겠는데요. 흐음, 진짜 누구지? 북해까지 와서 텔로스를 습격할 만한 인물이…… 혹시 나 학장님 아니에요?”
“아니다. 나혁중이가 왔으면 서른 구만 부수고 갔겠나.”
“하긴…….”
“이 얘기는 그만하지. 어차피 금방 잡을 수 있을 테니까.”
“네?”
“다행히 내 수하가 흔적을 발견해서 실혼인을 데리고 추적 중이다.”
관태산의 수하라고 하면 사파 연맹의 사람일 터였다.
“흐음, 그렇군요.”
“쯧, 실혼인 녀석들이 아공간에만 들어갈 수 있었어도 이따위 고생은 안 해도 됐을 텐데 말이야. 생명도 없는 것들인데 왜 아공간에만 들어가면 고장이 나버리는지…… 쯧.”
“에이, 그건 욕심이죠. 아공간에 실혼인 군대를 넣어두고 다니면 황제 자리도 탐을 낼 수 있을 정도일 텐데요.”
놀리듯이 말하는 아르무트를 쏘아본 관태산은 뜨겁게 끓인 커피를 홀짝이며 아르무트를 응시했다.
“뭘 그렇게 무섭게 쳐다보세요. 몸에 구멍 나겠어요. 그리고 사파 연맹 사람들을 여기까지 데려오신 거예요?”
“쯧, 너는 알 것 없다. 그리고 아까도 물었지만 너는 북해까지 무슨 일이냐.”
“제가 북해까지 오는 게 잘못된 일인가요?”
관태산은 고개는 가만히 고정한 채 눈동자만 움직여 아르무트를 노려봤다.
“설마 방해하려는 건 아니겠지?”
“에헤이, 방해라니요. 전 그냥 제 할 일을 하는 것뿐인걸요.”
능글거리는 아르무트를 본 관태산은 냉소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 ‘할 일’이라는 게 아카데미 학장으로서의 할 일이냐. 아니면 텔로스의 일원으로서의 할 일이냐.”
“흐음, 둘 다 제가 하는 일이라 하나만 고르기 어렵네요. 마치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 하는 질문과 같다고나 할까?”
“미친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