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staff RAW novel - Chapter 182
아카데미 담당 일진 182화
“저길 올라가야 한다는 말인데.”
우조는 벽 위에 있는 구멍을 향해 조명을 비췄다.
‘흠, 위치가 생각보다 높군…….’
자신은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지 몰라도 이들은 무공조차 배우지 않은 마법사들이었기에 올라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이보시오. 구멍이 있는 위치가 꽤 높아서 쉽게 올라가기는 힘들 듯한데 다들 비행 마법은 사용 가능합니까?”
가장 먼저 루덴스가 대답했다. 뒤따라 바티안과 루이즈 그리고 모두가 대답했다.
“비행 마법 정도는 가능합니다.”
“저도 가능합니다.”
“저도.”
“저도…….”
모두에게 확답을 들은 우조는 어깨를 으쓱였다.
“다행이군. 혹여나 기절해 있던 상황이라 마법을 사용하기 힘든가 했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
황보수정의 뒤에 있던 바티안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힘든 건 맞지만 힘들어도 어쩌겠습니까, 일단 이곳을 탈출하는 게 먼저인데. 살고 봐야죠.”
“자신 있나 보군?”
“네, 저는 뭐…….”
바티안은 그렇게 말하며 다른 이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을 받은 다른 이들도 다들 자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조가 피식 웃었다.
“좋소. 그럼 내가 선봉을 맡겠소. 그리고 그다음은 4학년 3학년 1학년 2학년 순서대로 와주시오.”
마탑의 마법사들은 검지로 자신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저희는……?”
“그대들은 후미를 맡아주시오.”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우조는 한참을 뒤로 물러나더니 벽으로 미친 듯이 달렸다.
타다닷-
몇 번의 도약으로 벽을 타고 오른 우조는 공중에서 몸을 회전하며 구멍으로 몸을 던져 넣었다.
그의 화려한 몸놀림에 마법사들은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린 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와, 무공이 멋있긴 하네. 무공이나 배울걸 그랬나.”
“멋있긴 무슨. 비행 마법으로 편하게 올라가는 게 낫지.”
“그건 그래.”
우조는 밑에서 숙덕거리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손짓했다.
“안 올라오고 뭐 하시오.”
우조가 정했던 대로 4학년, 3학년, 1학년, 2학년, 마탑의 마법사들은 순서대로 레비테이션 마법을 사용해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갑시다.”
다행히 구멍 안은 모두가 같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널찍했다.
그렇게 길잡이 역할을 맡은 실프를 따라 걷던 도중, 엘리아가 무릎을 꿇더니 실프를 역소환했다.
무리해서 소환해 놓고 있었기에 마력 회로가 과열된 것.
우조는 얼굴이 창백해진 엘리아에게 다가가 물었다.
“괜찮습니까?”
엘리아는 별거 아니라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괜찮아요. 근데 마력이 부족해서 실프를 계속 소환해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네, 어쩔 수 없죠.”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억지로 마력을 쥐어짜 내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니.
“일단은 갈림길이 있는 것도 아니니 쭉 걷도록 하죠. 그동안 기운을 회복하고 갈림길이 생겼을 때만 실프를 다시 소환해 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우조는 품에서 포션 하나를 꺼냈다.
‘……이건 도련님이 나 먹으라고 주신 거긴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보다는 엘리아가 마시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될 확률이 높았기에 내미는 손이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만약 막다른 갈림길이 나온다면 이 엘프가 소환한 실프의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해질 것이다.’
생각을 마친 우조는 엘리아에게 포션을 내밀었다.
“드시오.”
“……포션?”
엘리아는 선뜻 포션을 받아 들지 못했다.
아무리 그녀가 당돌하고 맹랑한 성격이라지만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 혼자만 포션을 마시기에는 눈치가 보였기 때문.
하지만 다른 마법사들도 엘리아가 얼른 회복되어야 실프를 재소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포션을 가지고 왈가왈부하지는 않았다.
아니, 되레 어서 포션을 마시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기까지 했다.
“그럼 사양 않고 마실게요.”
꿀꺽꿀꺽-
엘리아는 포션을 마시다 말고 1/3쯤 남은 포션을 황보수정에게 건넸다.
“황보수정, 너도 마셔.”
“응? 난 괜찮은…….”
“마셔.”
눈가에 힘을 꽉 준 엘리아의 고집스러운 얼굴을 마주한 황보수정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포션병을 받아 들었다.
꿀꺽-
포션을 전부 마신 것을 확인한 우조가 머리 위로 오른손을 까딱였다.
“그럼 계속 출발하겠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쯤 걸었을까, 길이 점점 험해지며 갈림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행들의 눈빛을 받은 엘리아가 앞으로 나서서 실프를 소환했다.
“실프, 여기서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안내해 줘.”
엘리아의 말을 들은 실프는 녹색 빛을 흩뿌리며 어딘가로 날아갔다.
“따라오세요.”
엘리아는 우조보다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몇 번의 갈림길이 더 나타났으나 바람의 정령 앞에서 갈림길은 무용했다.
그때, 루덴스가 양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씨X, 점점 추워지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기분 탓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추위를 느끼고 있었으니.
‘곧 있으면 출구가 나올 것 같군.’
우조는 슬며시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의 복장을 살폈다.
‘찢어지긴 했어도 두껍게 입은 상태라서 다행이야.’
다른 이들도 슬슬 동굴 출구에 도착했다는 것을 느꼈는지 저마다 입을 열었다.
“거의 다 왔나 본데요?”
“그러게요.”
“얼마나 남았을까요?”
“저기 엘리아 님? 얼마나…….”
마탑의 마법사들이 엘리아를 보채자 엘리아는 짜증이 살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얼마 안 남았어요.”
실프와 엘리아를 따라 조금 더 걸으니 바람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곧 도착할 것 같으니, 내가 먼저 가서 혹시 앞에 트랩이나 경계 마법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소.”
우조는 엘리아를 넘어 먼저 달려가기 시작했다.
우조는 품에 넣어둔 와이어로 출구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트랩이나 경계 마법, 진법 따위는 없었다.
‘그냥 나가면 되는 건가?’
마침내 동굴의 출구 앞에 선 우조는 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른 이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출구를 보고서야 살아났다는 실감이 들었는지 마탑의 마법사들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반쯤 꿇어앉았다.
잠시 그들을 내버려 둔 우조는 출구 바깥으로 고개를 슥- 내밀었다.
바깥은 거친 북해의 기후를 견뎌낸 거목들이 숲을 이루며 우거져 있었다.
우조는 날이 녹슨 단검을 출구 밑으로 굴렸다.
단검은 눈 위를 데구르르 굴러떨어지다 이윽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리막길이군.’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무릎까지 쌓여 있는 눈은 발을 단단하게 고정해 줄 테고 굴러떨어질 확률을 줄여줄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굴러떨어진다 하더라도 완충의 역할을 할 것이니. 일석이조다. 거기다가 아름드리나무가 많아 추격을 피하기는 딱 좋은 상황이야.’
깊은 눈에 발을 파묻고 걸어야 하기 때문에 물론 동상에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저들도 바보가 아니라면 적당히 대처할 것이다.
‘뭐, 마법사들이니까 화염 마법을 사용하든 뭘 하든 알아서 하겠지.’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는 자신보다 나을 수도 있었다.
우조는 아직도 주저앉아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에게 소리쳤다.
“내가 먼저 내려가겠소. 다들 나를 따라서 내려오시오. 따라오는 순서는 아까와 똑같이 합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단전에서 들끓는 기운을 발바닥으로 보낸 우조는 무릎까지 온 눈을 짓밟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표식을 남겨야 하나?’
원래라면 추적이 있는 상황에서 흔적을 남기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될 행위였다.
하지만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이곳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살짝의 표식은 필요했다.
‘쯧, 어쩔 수 없지. 산에서 내려갈 때까지만 남긴다.’
우조는 강철 와이어에 내공을 담았다.
그리고 산기슭을 따라 내려가며 나무에 상처를 내었다.
“내려가면서 나무에 흠집을 내놓을 테니 남긴 표식을 보고 따라오시오.”
“알겠습니다.”
우조는 훈련된 살수답게 빠르게 산기슭을 내려갔다.
그렇게 쉰 개 넘는 흔적을 남기며 내려오던 우조는 살짝 뒤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또 멀어졌군. 짐짝을 데리고 내려가는 기분이야.’
그나마 4학년 학생과 3학년 학생 그리고 무가 출신인 황보수정과 엘프인 엘리아만이 우조의 속도에 맞춰 내려오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우조도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무공을 익힌 특임반 학생이라지만 전부 마법 전형인 데다가 마탑의 마법사들은 무공조차 배우지 못한 생 마법사들이다.
‘거기다가 마력을 아끼느라 마법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일 테니.’
우조는 열십(十)자 표시로 흠집을 낸 아름드리나무에 등을 기댄 채 숨을 고르며 다른 이들을 기다렸다.
잠시 후, 우조가 서 있는 나무까지 내려온 3, 4학년 학생과 엘리아, 황보수정을 본 우조는 손을 까닥이며 다시 내려갈 준비를 취했다.
“그럼 출발합시다.”
황보수정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여기서 다른 사람들을 조금만 기다리죠.”
“음?”
“뒤떨어진 사람들이 안 보이잖아요.”
우조는 고개를 돌려 산등성이를 쳐다봤다.
그래도 특임반 학생들은 형체라도 흐릿하게 보였지만 마탑 3인방은 아예 형체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출발을 한다면 마탑 3인방은 버려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알겠소. 조금 기다렸다 출발합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루덴스와 바티안이 내려왔고 루이즈와 다른 1학년 학생들이 뒤이어 내려왔다.
“마탑 마법사들은요?”
“네? 아직 안 왔어요?”
“우리가 뒤처진 줄 알았는데…….”
우조는 한숨을 팍- 내쉬었다.
“조금 더 기다려봅시다.”
우조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마법 전형 학생들이 땅에 주저앉으며 땀을 닦아냈다.
“하아, 힘들어 죽겠네.”
“후우, 평소에 체력 단련 좀 할 걸 그랬어.”
“씨X, 그래도 경공이라도 배워놔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상상도 하기 싫네.”
우조는 아예 드러누워 버린 루덴스를 보고는 입가를 비틀었다.
“거기 루덴스, 눈 속에 주저앉아 있으면 동상에 걸릴 수도 있으니 일어나서 나무에 등을 기대서 쉬시오.”
“후우, 알겠습니다.”
루덴스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입술을 삐죽였지만 이내 몸을 일으켰다. 우조의 말이 틀린 게 없었기 때문.
우조는 산등성이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이제 내려올 때가 된 것 같은데.”
“흠, 그러게요.”
그때였다.
저 멀리 눈을 구르듯 내려오는 마탑의 3인방이 보였다.
“드디어 내려오는군?”
황보수정의 눈이 부릅떠졌다.
“근데 뒤에 뭘 데리고 오는 거죠……?”
분명히 3명의 그림자나 형체만 보여야 하건만 그의 뒤에는 열댓의 형체가 더 보였다.
황보수정의 말을 들은 일행들은 전부 마탑의 마법사 뒤를 쫓아 내려오는 그림자를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저거?”
그때, 마탑의 마법사 3인방 중 가장 먼저 내려오던 마법사가 나무에서 우조네들을 보고는 자맥질을 하듯 팔을 마구 휘저으며 소리쳤다.
“도, 도망쳐! 실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