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20
119. 불씨 (2)
다음 날, 지훈은 정현석과 함께 국회로 출근하고 있었다.
“나 때문에 네가 힘들어서 어쩌냐?”
정현석은 당 대표라는 직책 덕분에 국회 내에서 따라다니는 기자들이 꽤 많았다.
오늘과 같이 의원총회가 있는 날이면 바로 본청 대표실로 출근을 하기 때문에 지훈이 옆에서 따라다니며 조언을 할 수가 없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가깝기도 하고요.”
지훈이 괜찮다고 말해오자 정현석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생각해보라던 건 해봤어?”
전날 정현석은 지훈을 향해 박영래 임명의 반대의견을 생각해보라고 말했고, 지훈은 정현석의 지시대로 나름 반대의견을 생각해왔다.
“네. 아무래도 박영래 의원이 원칙주의자라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겁니다.”
정현석은 지훈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역 공천관리위원장직이 달려있으니까.”
보통 지방선거는 광역시도별로 공천위원장직을 임명했고, 그 직책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임명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자리를 노리고 자신이 생각한 사람들에게 줄을 세워 공천을 주고 싶어 하는 인물들은 박영래라는 원칙주의자가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된다면 그동안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관행으로 일삼아 오던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을 걱정할 겁니다.”
“그렇겠지. 결국, 모든 것은 밥그릇 때문에 싸움 나는 거니까.”
정현석은 굳은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오히려 그 부분을 부각해야 할 것 같다.”
“예.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입니다. 오히려 너, 나, 우리가 모두 지방의회 공천에서 손을 떼고 이번에는 정말로 우리가 세운 원칙대로 공천을 한번 해보자고 설득을 해야 합니다.”
“그래. 이상적이고 어려운 말처럼 들리지만 말이야.”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그러려면 원칙을 확실하게 세워야 하고 지금 제가 드리는 것이 그 원칙입니다.”
지훈은 전날 당 대표 산하의 개혁 소위원회가 올린 지방선거 공천개혁안을 정현석에게 건넸다.
“드디어 완성됐네.”
“네. 오늘 의원총회에 개혁 소위 위원장이신 한윤성 의원님께서 참석하셔서 의원님들께 보고하실 내용입니다.”
정현석은 감격에 찬 듯 지훈에게서 건네받은 공천개혁안을 한줄 한줄 읽어내려갔다.
지훈은 정현석이 개혁안을 읽을 시간을 충분히 주고 그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됐어. 이 양반들이 이만큼 해줬으면 남은 건 내가 설득할 일밖에 없는 것 같다.”
정현석은 무언가 결심한 듯 지훈을 보며 결연에 찬 표정을 지었다.
“소수는 계속해서 반대의견을 말해올 수도 있습니다.”
“알아. 그때는 내 권한으로 표결로 강행할 거야. 발목 잡히면서까지 생떼를 쓰는 걸 들어주기에는 내가 또 우리 당이 갈 길이 참 멀어.”
지훈 또한 그런 정현석을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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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 개혁 소위가 외부의 압박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아끼지 않고 지원해주신 당 대표님을 비롯한 최고위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겠습니다.”
보수당의 의원총회가 열리는 국회 본청 회의실에서는 정현석의 모두 발언이 끝난 이후 비공개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비상대책위원회 시절부터 개혁 소위가 진행해온 개혁작업 중 일부분인 지방선거 공직자 추천 개혁에 관련한 부분을 오늘 우리 당의 의원님들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위원장으로서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한윤성 개혁 소위 위원장이 보고형식을 취하며 보수당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지방선거 공천개혁안을 발표하고 있었다.
“공천개혁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먼저 당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를 변경할 것을 제안합니다. 현재 우리 당은 당원이 뽑은 최고위원회가 권한이 적다 보니 당원의 바람과 다르게 당의 방향이 정해지고 있습니다.”
한윤성은 계속해서 지훈이 참여했던 회의에서 결정된 당 대표의 권력 강화안을 발표했다.
한윤성의 말에 몇몇 의원들은 불편한 반응을 보였고, 몇몇 의원들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오늘 총회의 본론인 지방선거 공천개혁안에 대한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한윤성이 그렇게 말하자 몇몇 개혁 소위 위원들이 개혁안의 핵심 설명을 담은 문서를 각 의원에게 배포하기 시작했다.
“첫째, 상향식 공천의 확대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당은 당 지도부나 공관위의 입맛에 따라 하향식 공천을 해왔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민의 눈높이와 괴리가 있는 전략공천을 남발했으며, 후보들에게도 정당한 경쟁기회를 박탈하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이를 이번 지방선거를 기회 삼아 국민이 직접 후보를 선출하는 상향식 공천으로 바꿔야 합니다.”
한윤성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 있는 표정으로 의원들의 면면을 바라보았다.
“먼저 시, 도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에는 현역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참여하는 비율을 30%로 제한하고 지역 시민단체와 소외계층을 공천관리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참가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공관위에 참여하지 못한 현역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은 중립의 의무를 지켜야 하며 공관위에 어떠한 인사 추천권도 행사할 수 없음을 명문화해야 합니다.”
파격적인 한윤성의 발표에 의원들은 반발할 틈도 못 느끼겠다는 듯 발표에 집중하고 있었다.
“상향식 공천의 방식으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실험적으로 운영한 국민참여경선을 시행하며 당비를 내는 당원은 자동으로 경선인단에 포함되고 일반 국민은 참가 신청을 받은 국민과 함께 무작위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포함하며 당원과 국민의 비율을 5:5로 나누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앞자리에 앉아 한윤성의 보고를 듣던 정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자리에 앉은 이영식을 바라보았고, 이영식 또한 놀랍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현역 시장과 도지사 등 지역단체장들을 대상으로 업무평가 여론조사를 시행하여 일정 평가점수를 넘지 못하는 단체장은 공천 점수에서 감점 20%를 적용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지역에서는 지역의 정치적 특색만을 믿고 방만한 자치단체 운영을 한다는 평가가 왕왕 나오고 있습니다. 공천 과정에서부터 그런 인물들은 배제하고 일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만들겠다는 것을 당의 이름으로 약속을 해야 합니다.”
한윤성은 그렇게 말하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정치 신인에 대한 가산점을 20% 부여하고, 매번 지방선거 때마다 당을 옮기는 정치 철새에 대한 공천을 금지해야 합니다. 폐습에 물들지 않은 정치신인들을 대거 기용하여 일하는 지방의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 현역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역차별 방지를 위해 의정평가에 따라 일정 점수를 넘는 의원들에 대해 20%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한윤성은 읽어내려가던 보고서를 접고는 의원총회에 참가한 의원들의 면면을 바라보았다.
“이상, 우리 개혁 소위원회에서 준비한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 대한 개혁안입니다. 부디 의원 여러분께서는 현명한 판단을 하시어 무엇이 정녕 우리 당을 위한 것인지 한 번 고심해보셨으면 합니다.”
한윤성이 인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자 보수당의 의원총회가 열리는 회의실은 순식간에 정적에 빠져들었다.
정현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단으로 향했다.
“먼저 우리 당의 발전을 위해 고생하신 개혁위원회 한윤성 위원장님과 모든 위원님 감사합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한윤성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했고, 한윤성 또한 정현석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였다.
“반대의견을 듣기 전에 당 대표로서 의원 여러분께 한 말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정현석은 자신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초리들을 피하지 않겠다는 듯 의원들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동안 지방선거는 지역 토호들과 우리 현역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나눠 먹기라는 좋지 않은 평을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을 위해 일해야 할 지방의회 의원들은 지역 행정은 내팽개쳐 둔 채 지역민이 아닌 중앙의 국회의원 눈치만을 봐왔고 지역민의 바람과는 거리가 먼 국회의원의 재선을 위한 행정만을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정현석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이제는! 이같은 폐습을 막고 지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 이번 공천개혁안을 받아들여 원칙으로 삼고자 합니다.”
정현석은 자신을 향한 눈빛들 사이에서 익숙한 박영래의 눈빛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약속드린 대로 당 대표인 저부터 공천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공천위원회를 독립적인 위원회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한 의원이 손을 들었고 정현석은 자연스러운 토론이 진행됐으면 하는 마음에 그를 지명했다.
“그동안 많은 당 대표들이 공천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지만 결국, 당 대표가 원하는 대로 공천이 시행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안을 듣고 싶습니다.”
“먼저 그동안 관행처럼 당연직으로 당 대표가 임명한 사무총장이 공천위원회에 참가하여 중임을 맡았습니다. 그로 인하여 나오는 부작용들을 처리하기 위해 사무총장을 공천위원회에서 추천권을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당 지도부와 공관위가 너무 멀어진다는 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말씀드렸듯 후보 추천권의 배제일 뿐입니다. 사무총장은 공관위에 참석해 공관위에서 결정한 사안을 사무적으로 보조하는 선에서 업무를 부여할 예정입니다.”
정현석이 그렇게 설명하자 문제를 제기한 의원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공천관리위원장 임명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정현석의 말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는 정현석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헌 당규가 보장하는 공천관리위원장의 임명권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으며 저는 오직 원칙에 의한 공천이 진행될 수 있도록 위원장에 박영래 의원을 임명하려고 합니다.”
정현석의 발표에 의원총회장은 순식간에 웅성거림이 번져갔다.
“세워진 원칙을 지켜주실 분을 공관위원장에 임명하기 위해 지난 몇 날 며칠을 고민했고 박영래 의원님이 적임자라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오늘 의원총회에 상정된 안건 모두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안건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저 또한 저에게 주어진 권한들을 내려놓는 결정을 했음을 여러분께서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정현석은 연단 옆으로 빠져나와 의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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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오간 보수당 의원총회, 몇몇 의원들 ‘이게 회의냐’며 회의 도중 퇴장. 당 지도부 아랑곳하지 않고 의원총회 표결 강행.」
「보수당, 당내 최고의사 결정기구 당원의 품으로······ 의원총회에서 의결. 힘 실리는 정현석 대표의 정치개혁 실험.」
「보수당 지방선거 공천개혁안 발표 및 공관위원장에 현역 국회의원 박영래 임명.」
다음 날, 지훈은 정현석과 함께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며 여론의 방향을 보고하고 있었다.
“박영래 공관위원장께서 의원실을 통해 이제부터는 공식적인 채널인 사무총장을 통해서만 대표님께 연락을 드리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지훈의 보고에 정현석은 피식 웃었다.
“너무 힘 주시는 거 아닌가 몰라.”
“유난 떤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이 박 위원장님의 성격이시다 보니······.”
“알아. 인마, 나도 농담 해봤어. 반응들은 어때?”
“당연히 호의적입니다. 물론 지방의회 의원들 사이에서는 일부 반발이 있긴 합니다만, 자신이 일만 잘했다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포함되어 있어 반발은 적습니다.”
정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당 개혁의 첫 단추를 끼운 것 같아 홀가분하네.”
“이제 시작입니다. 이번에는 당 내부 반발이 회의 도중 뛰쳐나가는 것으로 끝났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뒷짐 지고만 있었던 세력들이 다 들고일어날 것입니다.”
“지훈아, 좋은 날엔 좋은 생각만 하자.”
정현석은 지훈을 향해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너한테 배운 게 있는데 말이야, 차례대로 하나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끝에는 해답이 있지 않겠어?”
“맞습니다. 당장 주어진 자리에서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임명장은 준비됐나?”
오늘 정현석은 공식적으로 박영래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을 할 예정이었다.
“네. 중앙당에 준비가 된 걸 확인했습니다.”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옷깃을 여미고는 굳건한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자, 그럼 개혁의 돛을 올리러 한 번 가볼까.”
지훈은 그런 정현석의 말에 살짝 웃으며 손으로 갈 방향을 안내했고, 정현석 또한 지훈의 동작에 피식 웃으며 두 사람은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