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21
120. 사진
「소장파에서 당내 주류로 정현석을 이끈 사람들.
취임 이후 계속해서 정치적 실험을 이끌어가고 있는 정현석 보수당 신임대표는 5.31 지방선거라는 첫 시험대를 앞두고 있다.
초선 소장파에서 재선 당 대표라는 우리 정치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그를 만든 ‘정현석의 사람들’은 누구일까 한 번 알아보고자 한다.
#보수행동연대의 인연··· 김무길, 허훈, 이승호
한때 보수당의 대권 주자로 손꼽혔던 김무길 전 보수당 비대위원장이 이른바 공천학살을 당한 이후 충청권을 기반으로 만든 보수연으로 정치 생활을 시작한 정현석 대표는 여전히 큰 정치적 사안에서는 김무길 전 비대위원장의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그의 측근은 설명했다.
현재 정무 장관직을 맡은 허훈 장관 또한 정현석 대표와 인연이 남다르다.
정현석 대표는 인터뷰에서 허훈 장관에게 당의 실무를 배운 경험이 있다고 했으며, 국회 내외로 인맥이 넓은 허훈 장관은 물밑에서 정 대표를 돕고 있다.
보수당의 이승호 의원은 초선 때부터 정 대표와 같은 의원 연구단체 소속으로 많은 교감을 이뤘다.
현재는 당 대변인으로서 정 대표의 입이 되어 대외 메시지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석계(?)··· 임건식, 서권혁, 양진호
보수당과 보수연의 합당 이후 당내 소장파로 이름을 점점 알려가던 정현석 대표를 러닝메이트로 선정하며 정 대표를 정치 중앙으로 이끈 인물은 서권혁 전 원내대표다.
서 전 원내대표와 양진호 의원은 충청 지역 이외에는 거의 없다시피 하는 정 대표의 주변 인물에 의한 지역 기반을 확장해주는 인물이다.
임건식 보수당 정책위의장은 정현석 대표가 인터뷰에서 ‘믿을 수 있는 동료’라는 표현을 사용한 인물이며 정현석 대표가 이끌던 정책위를 그대로 이어받아 당 개혁을 돕고 있다는 게 보수당 내부의 중론이다.
#핵심 참모 라인.
정현석 대표의 경제 정책을 돕고 있는 신영효 한국재정경제학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현석의 ‘경제 교사’다.
진보 인사로 분류되며 정치권과 선을 그었던 신영효 교수는 최근 정현석 대표의 경제관과 정책에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의 인맥으로 많은 경제학자가 정 대표를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부에서는 정현석 당 대표의 취임 이후 주요 직책에 대한 인선을 보면 자신의 주변을 배제한 탕평 인사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현석 대표의 개혁안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지방선거는 정현석 대표의 실험 정치가 계속 이어져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첫 시험대라며 강도 높은 개혁에 대해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 월간 고려 = 이경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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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어때?”
“무슨 말이야?”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 기간.
곧 있을 지방선거 전 잠깐의 한가함을 만끽하고 있는 지훈은 친구인 장영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월간 고려 커버스토리 못 봤어? 너는 쏙 빠졌던데. 뭐라더라? 정현석의 사람들?”
“야야, 거기에 내가 빠지는 게 맞지. 내가 뭐라고 거기에 끼냐. 보좌관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지훈은 장영수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말을 했고, 장영수는 여전히 씩 웃으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월간 고려도 약발 떨어졌나 봐. 정현석 참모 김지훈에 대해서는 국회 내에 알음알음 소문이 퍼지고 있는데.”
“나에 대한 소문이 퍼져?”
“그래. 뭐 어차피 감추려고 한 것도 아니잖아?”
“아니지. 그런데 좀······ 알잖아? 어떤 건지.”
“뭐? 비선 이런 논란에 빠질까 봐?”
지훈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우리도 비슷한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지선 이후로 생각했거든 월간 고려 커버 보고 진짜 쫄았잖아. 네 얘기 나오는지 알고.”
“야, 나는 빼.”
지훈의 말에 장영수는 지훈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거렸다.
“지훈아, 나서면 실세고 뒤로 빠지면 비선 소리 듣는 게 권력자의 참모야. 그럴 거면 그냥 오픈해. 그리고 너만 꿀릴 일 안 하면 되는 거 아냐?”
지훈은 나름 자신을 걱정하듯 말해오는 장영수를 향해 씩 웃었다.
“나는 그런 건 걱정 안 해.”
“그럼 뭐가 걱정인데?”
“질투.”
지훈이 짧게 답을 하자 장영수는 의문스럽다는 표정으로 몸을 지훈 쪽으로 숙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 너희 영감님은 아직 널 못 미더워해?”
“그건 아니고.”
“그럼 뭐가 걱정이냐? 누가 둘 사이를 이간질한다고 해도 너희 영감님만 네 충심을 알아주면 그만 아니냐?”
“그냥 귀찮아서 그래 그런 정치적 속셈을 읽어내고 또 쳐내고 어우 말도 마.”
“어쨌든, 우리는 너에 대해 보도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이참에 비선 어쩌고 얘기 나올 거 미리 차단하고 가.”
지훈은 장영수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며 커피를 마셨고, 장영수는 그런 지훈의 태도가 무언의 동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때? 정치 신인들 대거 보수당으로 몰리는 느낌인데.”
장영수는 최근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 기간에 지역 의회 예비후보들이 보수당으로 몰리는 것에 대해 물어왔고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반응은 나쁘지 않지. 어쨌든 우리도 인재풀 물갈이해야 하고 허들만 낮췄을 뿐인데 알아서 찾아와주니 당 내부 반응은 괜찮아.”
“기존에 지방 의원들이 국회의원들 찾아가서 앓는 소리 엄청나게 해대는 것 같더라. 너희 영감님 지역구는 어때?”
“우리야 뭐, 서로 주고받은 게 없으니 다들 승복하는 느낌이야.”
“정현석 대표 보좌관 출신이 당양 시의원이지 않나?”
“아, 강승태 의원님 같은 경우는 우리도 걱정 안 해. 워낙에 알아서 잘해오셨던 분이라.”
장영수는 지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시던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진보당은 요즘 시끄러워.”
“그래. 기사 봤어.”
“기사로 나오는 게 다가 아니야. 원용희 대표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어.”
“왜? 무슨 일인데?”
“원 대표는 사민당이랑 선거연대를 해서 전략 공천 비율을 늘리고 싶어 하는데 보수당에서 전략 공천을 줄이고, 상향식 공천해버린다고 하니까 반대파에서는 노난 거지.”
진보당은 여전히 대통령을 따르는 시민단체 출신 의원들의 계파와 원내대표를 위시한 계파의 당권 싸움이 한창 일어나고 있었다.
“그거 핑계야.”
“원 대표가 그걸 모를까? 그냥 지금 저 당은 당 대표가 하는 거 다 반대하는 그런 상황이야. 보수당엔 희소식이겠다.”
“희소식은 무슨 딱 1년 전에 우리가 저 모습이었는데. 이번 지선에는 딱히 영향 없을 거야.”
“아예 없진 않을 거 아냐.”
장영수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보당의 계파싸움이 물 위에서 진행된다면 이번 지방선거에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지훈은 대통령 임기 2년 차에 진행되는 선거다 보니 진보당의 지지층이 결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런 소식이라도 반갑게 받아들여야 할 처지인 것 같네. 아무래도 우리 영감님의 목숨이 달려있잖아.”
“이길 것 같냐?”
“이기든 지든 최선을 다해야지.”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손목에 있는 시계를 힐끔 바라보고는 장영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들어가 봐야겠다. 무슨 소식 있으면 전화하는 거 잊지 말고.”
“야, 나는 안 잊어. 너나 좀 소스 있으면 연락해.”
장영수의 말에 지훈은 씩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뒤돌아서 의원실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지훈이 의원실 앞에 도착하자 의원실이 위치한 복도에까지 커다란 고성이 들려왔고 지훈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우리랑도 사진을 찍고 걸게 해주시던가 아니면 아예 모두가 못 걸게 해야 맞는 게 아닙니까!”
의원실로 들어서던 지훈은 입구에서부터 큰 소리가 밖으로 빠져나오자 의원실 문을 닫고는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 했다.
지훈이 의원실로 들어오는 것을 본 막내 비서가 몰래 지훈의 곁으로 다가와 귓속말을 전했다.
“당양 시의회 예비후보분들이세요.”
막내 비서의 말에 지훈은 찾아온 사람들의 면면을 바라보았는데, 남녀노소 고루고루 여섯 명쯤 찾아온 것으로 보였다.
김용일은 쩔쩔매며 그들을 말리고 있었고 지훈은 막내 비서를 향해 되물었다.
“무슨 일이야?”
“당양 시의회 예비후보 중 한 분이 예비후보 사무실에 우리 대표님이랑 찍은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걸어놨나 봐요.”
“누구? 혹시 강승태 의원님이야?”
“아뇨, 다른 현역 시의원님인데 저번에 지역구 간담회 때 찍은 사진인 것 같아요.”
지훈은 자신을 향해 설명해오는 막내 비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용일에게 다가갔다.
“김 수석님, 제가 맡겠습니다.”
지훈이 다가와 말을 건네자 김용일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지훈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지훈은 여전히 큰 소리로 따져오는 예비후보들을 상대로 크게 손뼉을 치고는 모두를 바라보며 큰 소리로 얘기했다.
“여러분이 왜 찾아오신 것인지 잘 알겠으니까.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적어도 예의는 갖추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훈의 말에 예비후보들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지훈이 안내한 자리에 앉았고, 지훈 또한 자리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정현석 대표님 보좌관 김지훈입니다. 여러분들이 여기에 찾아오신 이유를 전해 들어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곳은 한 정당 대표의 의원실입니다. 예의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지훈이 그렇게 말하자 다른 이들을 선동해 데려온 것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헛기침하며 지훈에게 입을 열었다.
“크, 크흠······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까지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보좌관님도 이해하시겠지요?”
“네. 저는 정치인의 보좌관이니 이해를 합니다만, 저는 이 모습을 국민께서 알게 되면 우리를 뭐라고 생각할까 그게 두렵습니다. 겨우······.”
“겨우가 아닙니다! 우리 같은 정치신인 그것도 당양에서 정 대표님의 입지가 어떤지는 잘 아실 것 아닙니까? 적어도 공평하게는······.”
지훈은 상대의 말에 욱하는 심정을 가라앉히고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후보님, 우리 대표님께서 설마 그분의 당선을 바라시고 사진을 찍어주셨겠습니까? 공평하게라는 말을 대표님을 향해서 하시는 거라면 다소 어폐가 있습니다. 오히려 대표님께서는 정치신인분들께 더 많은 혜택을 주셨다는 것은 여기 계신 분들도 잘 알지 않으십니까?”
지훈의 말에 상대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그저 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일단 지역구로 돌아가셔서 선거운동하고 계시지요. 오히려 신인분들은 지금 이럴 시간이 아니실 텐데요.”
“그럼 사진을 내리게 해주십시오.”
“그것은 대표님과 상의 후 결정할 일이지 제가 약속을 못 드립니다. 다만, 이틀 안에 어떠한 확답을 얻은 다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훈이 그렇게 말을 건네자 상대방은 여전히 미련이 남은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주변의 사람들이 돌아가자고 얘기해오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오늘 무턱대고 찾아온 것은 대표님께 얘기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저 이런 의견이 있다고만······.”
“그것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상대방은 이제야 자신의 행동이 후회되는 듯 지훈을 향해 말해왔지만, 지훈은 어떠한 확답도 주지 않은 채 상대를 돌려보냈다.
“정말 극성이야.”
의원실을 찾아왔던 사람들이 나가자 김용일은 지훈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우리가 이해해야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저들도 답답하니 서울까지 올라온 걸 텐데.”
“지훈 씨, 아까랑은 말이 다르네?”
“하하, 아까는 욱하는 마음에······ 어쨌든 다들 일들 보시죠. 저는 대표님을 찾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당 대표로서 공식적인 일정을 수행 중인 정현석을 찾아 국회 본관에 있는 당 대표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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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훈의 보고에 정현석은 기가 찬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내 사진 못 쓰게 해.”
욱하는 정현석의 모습을 오랜만에 본 지훈은 웃음이 피식 나왔지만, 금세 웃음을 숨기고는 정현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대표님의 사진을 못 쓰게 한다고 하면 온갖 편법이 다 나올 겁니다.”
“편법?”
“네. 대표님이 안되니 대표님과 친하다고 기사가 나온 의원분들과 찍은 사진을 건다거나 어떻게든 대표님과의 접점을 찾을 겁니다.”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을 또 귀찮게 하겠구만.”
“네. 그렇습니다.”
“그럼 너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어차피 주말에 지역구 일정이 잡혀 있으니 내려가신 김에 사진을 찍어주시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정말 이 자리에 올라오니까 챙겨야 할 사람도 많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지훈은 피식 웃으며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어쭈? 왜 웃어?”
“저는 오히려 지금이 자랑스럽습니다. 비록 당양시 일뿐이지만, 대표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현수막으로 건 상대를 향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현실이 말입니다.”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아이러니하다는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인정을 받기 위해 지난 세월 노력했던 것을 이런 식으로 보상받는 느낌입니다. 설명해 드리기 좀 어려운데······.”
“그냥 쉽게 말해.”
“대표님의 위상이 높아져서 기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씩 웃으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새끼, 이거 아닌 척하더니 은근 속물이야.”
정현석의 말에 지훈은 당황하고는 손을 가로저었다.
“또 봐, 또 진지한 표정 지으면서 ‘아닙니다.’ 하려고.”
지훈은 정현석의 말에 반박하려던 것을 멈추고 입을 꾹 다물었다.
“우리 김지훈 보좌관께서 좀 더 맘 놓고 좋아하실 수 있도록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지훈을 바라보며 놀리듯 말했고, 지훈은 곧 있을 지방선거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 걱정하던 것을 잠시 잊고는 정현석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