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39
138. 동지 (1)
2015년 2월.
국회의 상황은 여당인 진보당과 야당인 보수당과 사민당은 설 연휴 이후로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로 합의했고, 보수당은 정부와 여당의 실책에 대한 비판은 줄이고 자신들의 주요 입법 법안을 홍보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보수당의 행동은 전략적인 침묵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사민당이 내년 총선을 위해 진보당과 다른 점을 어필하기 위해 진보당의 이념적 노선을 공격하며 진보진영의 지지자들을 끌어모으려 하고 있었다.
보수당은 나서지 않고, 사민당의 정부를 향한 비판을 거들며 나서서 비판하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즐거운 귀향길 되십시오.”
설 연휴 하루 전날, 보수당 지도부는 명절을 맞아 서울역에서 귀향 인사를 하고 있었다.
“사진 한 번만 찍어주세요!”
보수당 지도부는 열차 승강장으로 들어서는 계단 앞에 늘어서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정현석에게 다가와 사진을 요구했다.
지지자는 멀뚱히 서서 휴대전화를 누구에게 건네야 할지 고민하며 사람들을 바라보다 제일 만만해 보이는 이승호에게 건네자 이승호는 피식 웃으며 앞으로 나갔다.
“저 대변인 고만두고 사진사로 전향할까 봅니다. 다들 자리 잡으시고. 대표님 좀 더 웃으시고요.”
사진 촬영기사가 된 이승호는 농담을 던지고는 웃으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고맙습니다. 포옹 한 번 해주실 수 있으세요?”
“아이고, 그럼요.”
정현석은 지지자에게 포옹을 해주었고, 지지자는 고맙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대표님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보수당은 정말 나쁜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어요.”
정현석은 돌직구를 던지는 듯한 지지자의 말에 당황했지만,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지지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아직도 보수당은 믿기 힘든데······ 대표님 보면서 한 번 믿어볼까 싶기도 해요.”
“그 말씀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더 열심히 하라고 채찍질하시는 말씀으로 알아듣겠습니다.”
정현석의 말에 지지자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에 했고, 옆에 있는 또 다른 지지자는 정현석을 향해 반갑다는 듯 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 고향이 대전이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네. 가족 모두가 정 대표님 응원하고 있어요. 저도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엄마가 정현석, 정현석 노래를 불러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거든요. 힘내시고 꼭 대선에 나오셨으면 좋겠어요!”
“하하, 고맙습니다. 힘내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벌써 한 표 확보했네요.”
“네 표예요! 가족이 네 명이거든요.”
정현석은 웃으며 지지자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지지자는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정현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늘 이상하게 젊은 지지자들이 많이 다가오네요.”
옆에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영식을 바라보며 정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이런 명절 인사 때는 노년층에서 다가와 바라는 것들을 많이 얘기하곤 하는데 요즘 젊은 층에서 지지율이 꽤 올라왔다고 하더니 이런 곳에서 실감하는군요.”
“다 대표님 덕분 아니겠습니까.”
“하하, 무슨 말씀을······ 부끄럽습니다. 모두가 다 열심히 한 건데요.”
정현석은 자신의 덕이라 말해오는 이영식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계속해서 인사를 이어나갔다.
“너네 영감님 오늘 종일 싱글벙글하네. 행복해 보인다.”
멀리서 그 모습을 켜보던 지훈을 향해 다가온 장영수가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해왔다.
“그럴 만도 하지, 지난 지방 선거 때까지만 해도 젊은 층에서 우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느낌이 얼마나 강했는데.”
“20대 지지율이 8% 넘게 올랐던데.”
장영수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3, 40대가 고민이야.”
30대와 40대는 여전히 대다수가 진보당과 사민당을 지지했고, 정현석의 당 대표 집권 이후 변화해가는 보수당에 냉소를 보내고 있었다.
“알잖아? 우리 나이대가 왜 그렇게 된 건지는.”
“알지.”
“뭐 어쨌든 우리 기자들도 요즘 제일 놀라워하는 게 보수당이야.”
“그래?”
“이러다간 내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이길 거라 얘기하는 선배 기자들도 있으니까.”
“이러다간이 아니라 이길 거야.”
지훈의 말에 장영수는 피식 웃으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내 직업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그냥 너는 내 친구니까 너 응원하는 건 괜찮겠지?”
장영수가 그렇게 말하자 지훈은 말뜻을 이해했다는 듯 장영수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선배, 그림 다 담았습니다.”
“그래? 보자······.”
장영수는 자신에게 다가와 말하는 후배 기자의 말에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하고는 지훈을 바라보았다.
“진보당 귀향 인사하는 데 가봐야겠다. 나중에 보자. 명절 잘 보내고.”
“그래, 너도 명절 잘 보내고. 영수 후배분도 즐거운 명절 보내요.”
“앗! 예. 보좌관님도 즐거운 명절 되세요!.”
그렇게 장영수가 보수당의 귀향 인사를 취재하고 가자 최준호가 지훈의 옆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귀향 인사 일정 시간이 조금 초과되었습니다.”
“그래?”
“네. 10분 전쯤 끝내고 당양으로 가셔야 했는데······.”
지훈은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하고는 정현석의 모습을 보았다. 여전히 한두 명의 지지자들이 정현석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고 서로 덕담을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일단 준호 너는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차 대기해둬.”
“네. 알겠습니다.”
최준호가 자신에게 대답하고 물러나자 지훈은 조심스럽게 정현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지훈이 다가오는 것을 눈치챈 이승호가 자신을 향해 입 모양으로 ‘왜?’라며 물어오자 지훈은 손목에 찬 시계를 보여주며 톡톡 두드렸다.
“일정 종료 시각이 한참 지났습니다.”
지훈이 작게 얘기하자 이승호는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그리고는 정현석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전했다.
이승호의 말을 전해 들은 정현석은 시선을 돌려 지훈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후 귀향 인사 일정이 끝나자 지훈은 정현석을 모시고는 최준호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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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의 달라진 귀향 인사 풍경, 20대 지지자들이 먼저 다가와.」
“하하, 이거 네 친구가 쓴 기사지? 그래서 그런가? 저번 단독 인터뷰도 그렇고 호의적이네.”
당양으로 향하는 차 안, 휴대전화로 뉴스를 확인하던 정현석은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으며 지훈을 향해 물어왔다.
“제 대학 동기긴 하지만 저 때문에 기사를 좋게 써준다던가 기사를 사심으로 쓰는 친구는 아닙니다.”
“그래?”
“네. 곁에서 지켜본 저 또한 기사에 나온 그대로를 느꼈습니다. 대표님께선 아니십니까?”
“아니, 나도 느꼈지. 특히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하는 걸 보면서 좀 놀라긴 했어. 그동안······.”
“네. 우리를 지지하는 분들의 나이대가 높아서 사진을 찍어주시는 일은 많이 없었죠.”
“그래.”
“오늘 대표님께서 사진을 찍어준 친구들은 자신의 SNS에 대표님과의 사진을 올릴 겁니다. 그리고 대표님에 대한 느낌을 적어 올리겠죠.”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지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런 단계까지 올라왔습니다. 20대가 우리 당을 지지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곳까지요.”
“요즘 느끼는 건데 말이야. 20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들 말하잖아. 근데, 그 친구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그들이 정치에 관심을 끄게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맞습니다. 젊은 세대는 SNS와 커뮤니티에서 누구보다 정치에 대한 것들을 많이 접하는 세대입니다. 대표님의 말씀처럼 정치인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그들을 밀어냈다고 봐야겠죠.”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보였고, 지훈은 그런 정현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걸어가는 길이 또 행동이 그들을 다시 정치에 관심을 두게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네. 적어도 그들이 먼저 다가와 사진을 찍고, 정현석과 만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을 보면요.”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기쁜 듯 웃음을 지었다.
“오늘 오랜만에 당양 내려가는데 저녁은 곱창전골 어때?”
정현석이 그렇게 말하자 지훈은 씩 웃으며 정현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일정이 꽤 빠듯할 텐데요.”
“어우, 새끼. 이런 좋은 분위기에서도 일정 얘기하는 거 봐.”
“이번 명절 당양 방문은 꽤 중요합니다.”
지훈이 그렇게 말하자 정현석은 얼굴에서 장난기를 지우고는 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렇겠지. 내가 불출마 선언을 했으니까.”
“네. 대표님의 후광을 얻고 당선되기 위해 난립하는 후보들을 상대로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정현석이 다음 총선에 불출마 선언을 하자 벌써 당양은 다음 총선에서 주목받는 지역구가 되었다.
특히, 당양 출신 국회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당의 주요 직을 맡고 당 대표까지 오른 정현석의 영향력으로 인해 다음 보수당 후보는 누가 오던 당선이 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로 인해, 당양과 주변 지역에 조금이라도 연고가 있는 사람들은 당양으로 거처를 옮겨 다음 총선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난립하는 상황이었다.
“관리를 조금이라도 잘못해서 만에 하나 다음 총선에서 당양을 우리 당에서 가져오지 못한다면 대표님께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겁니다.”
“안 그래도 유 보좌관한테 전해 들었어. 유 보좌관한테도 줄 대려고 여념이 없다며?”
정현석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기 위해 지역구 보좌관인 유종명에게도 손을 쓰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었다.
“네. 이런 상황이 지속 되면 결국 후보들끼리 싸움을 하거나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대는 후보가 분명 나올 겁니다. 그렇게 되면 대표님께서 쌓아 올린 것에 영향이 갈 수도 있는 부분이고요.”
“강 의원님은 어때?”
정현석의 물음에 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여전히 생각 없다고 하십니다.”
“이유가 뭐야? 나한테는 도통 말씀을 안 하시네.”
“저에게도 딱히 이유는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큰 정치에는 미련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정현석은 줄곧 강승태에게 자신의 뒷 일을 맡기길 바랐지만, 강승태는 정현석의 제안을 거절해오고 있었다.
“사람이 어디 그러기 쉽나.”
“강 의원께서는 대표님이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되실까 봐 주저하시는 걸 수도 있습니다.”
“음······.”
“강 의원께서는 본인이 대표님의 보좌관 출신이라는 점을 늘 마음에 걸려 하셨습니다.”
“그래, 이번 지방 선거 때 출마를 고민하셨다는 얘기는 유 보좌관한테 들었어.”
“네. 아무래도 대표님과의 인연 때문에 대표님께 누가 될까······.”
“어려운 문제야. 내가 강 의원님을 밀어주지 않았다고 말하더라도 오해할 건덕지는 있으니까.”
“네. 그 때문에 강 의원님께서는 대표님께서 출마를 제안하신 것 거절했을 수도 있고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따로 생각하는 게 있어?”
“제 입으로 듣는 것보다는 강 의원님의 입을 통해 직접 들으시는 게 나을 것 같아 참겠습니다.”
“새끼······ 나한테 짐을 넘기는구나? 이번에 내려가는 김에 강 의원님과 문제도 확실하게 얘기해봐야겠다.”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고민에 빠진 듯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