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50
149. 총선 (1)
2016년 4월 첫날.
대망의 20대 국회의원 선거 공식운동이 시작되었고, 정현석이 이끄는 보수당은 지도부를 포함한 모든 인원이 총선에 투입되었고, 지훈 또한 중앙당 캠프로 차출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이승호를 쳐냈을 땐 양태평 그 양반이랑 드잡이질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다.”
보수당의 당 대표실, 선거 상황을 보고하러 온 지훈을 향해 정현석은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고, 지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며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뭐라고 해야 할까? 나랑 힘겨루기하는 건가? 했는데 들어보니 이승호 의정활동 점수가 평균 이하였다더라고 규정에 따라 컷오프된 거지. 이승호가 나한테 찾아와서 말하더라고 처음엔 컷오프인 걸 비밀로 해주겠다고 했다고.”
“양태평 공관위원장께서 말입니까?”
“그래. 이승호뿐 아니라 컷오프당한 의원들 싹 다 불러서 자진해서 불출마할 기회를 준 거였어.”
지훈은 정현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승호는 정현석의 메신저 역할을 하다 보니 의정활동보다는 당 대변인으로서 활동을 우선시했고 의정활동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공천 규정상 현역의원 컷오프 대상이 되었다.
“근데 이승호는 그걸 언론에다 흘렸더라고.”
“다른 뜻이 있었던 겁니까?”
“같이 컷오프당한 인간들이 양태평 공관위원장이랑 나랑 짜고 자기들을 컷오프 했다고 떠들길래 측근인 본인도 컷오프당했다고 떠벌려야 그 인간들의 행동반경이 줄어들 것 같았다나.”
“현명한 판단을 하셨습니다. 양진호 의원과 이승호 의원께서 희생해주신 덕분에 공천 잡음이 적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 양반들 자기 자존심, 자리 다 버리고 희생해줬는데 져서는 안 되겠지.”
정현석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고, 정현석은 그런 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보고부터 들어볼까?”
지훈은 정현석의 앞 테이블에 보고서 파일을 내려놓았고, 정현석이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자 입을 열기 시작했다.
“최근 주류 언론 3사의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당이 35.5%, 진보당이 29.7%, 사민당이 10.3%, 기타정당이 4.7% 응답 없음과 모름이 19.8%였습니다.”
“여전히 응답 없음이 높네.”
“네. 그렇습니다. 당의 정책연구원에서는 모른다고 답한 19.8% 중 10% 정도가 이슈에 민감한 부동층이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진보당 쪽 지지자일 확률이 높다는 거 아냐?”
최근 진보당은 총선 전 악재가 여럿 터지며 지지율이 7% 이상 빠지고 있었다. 특히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가 터지며 1년 남짓 남은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Lame Duck, 대통령의 지도력 상실)을 부추기고 있었다.
“진보당 지지자라기보다는 진보당을 찍으려고 했지만, 일단은 유보하는 유권자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여당의 위치에 있다 보니 정부의 실책에 따라 지지율이 빠지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이번 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관련해서 지지율이 꽤 많이 빠진 것 같습니다.”
“어떨 거 같아?”
“우리에겐 호재이긴 합니다만, 사안으로만 봤을 땐 부풀려진 게 아닌가 합니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도 않았을뿐더러 대통령의 8촌이라는 그 사람이 대통령을 팔아먹고 다닌 것으로 보이니까요.”
“그렇겠지.”
“다만, 민정수석실에서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피해갈 수 없는 것도 사실이고요.”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한참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그때 대표실의 문이 갑작스레 열리며 당 사무총장 김기준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무언가 급해 보이는 김기준의 행동에 정현석은 덩달아 놀란 듯 김기준을 향해 되물었고, 잠시 숨을 고른 김기준은 정현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대표님, 큰일이 터진 것 같습니다.”
김기준의 말에 지훈과 정현석 두 사람 모두가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고, 김기준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김기준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정현석에게 건넸고, 화면을 확인한 정현석은 무언가 화가 난 듯 김기준을 바라보았다.
“이거 언제 보도됐습니까?”
“방금 속보로 올라왔습니다.”
정현석은 굳은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지훈에게 건넸고, 지훈은 재빠르게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화면을 확인했다.
[(속보) 김장표 보수당 부산선대위원장 “호남 인물만 우대하는 호남 정권, PK 홀대 정권에 본때 보여야.” 선거철 지역감정 자극 발언 논란.]정현석이 건넨 화면에는 뉴스 기사가 떠 있었는데 제목을 읽어 내려간 지훈은 왜 정현석의 표정이 굳어갔는지, 김기준이 헐레벌떡 뛰어들어 왔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확인했지?”
자신을 향해 물어오는 정현석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대표님께서 당의 입장은 다르다는 걸 얘기하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 최고위원회를 소집해야겠다.”
“네. 김 총장님께서는 대표님 명의로 긴급최고위원회를 소집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훈의 말에 김기준은 손목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은 힘들어. 다들 지원 유세다 뭐다 한창 나가 있을 시간인데.”
“최대한 빠르게 소집 가능한 시간이 언제일까요?”
“글쎄, 두 시간이면 될 것 같아.”
“알겠습니다. 사무총장님께서는 최대한 빠르게 최고위원님들을 소집해주십시오.”
지훈의 말에 정현석마저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자 김기준은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재빠르게 당 대표실을 벗어났다.
“내가 화나는 건 김장표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손 치더라도 현장 주변에서 말리거나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 줘야 하는 거 아닌가? 기사를 보니 박수가 터져 나왔다는데. 내가 잘못 본 거야?”
“막말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주변에 있는 인물들 또한 같은 성향이라 그 발언의 심각성을 모르는 자리에서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잘했다’, ‘맞는 말이다’와 같은 반응들만 나오겠죠.”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식의 칭찬을 한 두 번 듣다 보면 밖에서 아무리 잘못됐다고 떠들어도 우리 편이 지켜주는데 무슨 상관이냐 같은 생각이 자리를 잡게 되고 막말을 자신의 무기로 삼고 그것을 자신의 이름값을 알리는 전략으로 쓰는 사람들도 있고요.”
지훈의 말을 들은 정현석의 얼굴에는 점점 분노가 자리 잡는 것처럼 보였다.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발언 하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는데도, 내 말이 우스웠나 보네.”
“그것과 별개로 호남지역에 이번에 출마하신 분들이 걱정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싸움인데 다들 당선이 아닌 선거자금 보전을 목적으로 뛰시는 분들입니다. 다음을 위해서요.”
“그래. 그 문제도 있지. 이번만은 내 뜻대로 할 테니 뒷 일에 대해서 한 번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당연합니다. 최고위원회까지 생각을 정리하시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그래. 나중에 얘기하자.”
지훈은 이번 일을 정현석이 어떻게 처리할는지 대충 안다는 말투로 얘기를 한 후 정현석에게 인사를 하고 당 대표실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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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오늘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부산선대위원장이 한 발언 때문입니까?”
“대표님, 회의 전에 간단하게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대표님, 보수당은 선거 전부터 지역감정 유발은 없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는데요. 어떻게 된 겁니까?”
최고위원회의실로 향하는 정현석의 앞길을 보수당 취재기자들이 막하서며 질문세례를 던졌고, 정현석은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로 향하다 기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번 김장표 부산선대위원장의 발언에 당 대표로서 해당 지역민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동시에 깊은 분노를 느낍니다. 해당 발언에 대해서는 당 윤리위를 소집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윤리위가 소집된다면 제명까지도 갈 수 있습니까?”
“그것은 윤리위 소관이긴 합니다. 하지만, 당 대표로서 말씀드리자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합시다.”
정현석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최고위원회의실로 들어섰고, 정현석이 들어서자 최고위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각지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최고위원들은 정현석의 긴급 소집에 응해 회의실로 들어와 있었고, 정현석이 자리에 앉자 최고위원들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회의실을 빠져나간 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시작되었다.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정현석이 어떠한 인사도 없이 굳은 표정으로 본론부터 꺼내자 최고위원들 또한 덩달아 표정이 굳어갔다. 몇몇 최고위원들은 두 눈을 감고 근심 어린 고민을 하고 있었고, 몇몇은 정현석을 바라보며 정현석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총선 전에 우리 후보들은 모두 지역감정 조장, 불법 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당에 제출했습니다. 부산선대위 위원장이자 국회의원 후보인 김장표 후보를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려 합니다.”
정현석의 말에 최고위원들은 예상했다는 듯 아무런 말 없이 정현석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이번에 우리는 호남 전 지역은 아니더라도 꽤 많은 후보를 냈습니다. 그분들을 모시기 위해 설득 또 설득해야 했습니다.”
정현석은 분노를 삭이는 듯 굳은 표정과 낮은 목소리로 모두를 향해 말을 이어나갔다.
“모두가 당선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다음, 또 다음을 위해 자신을 알리려고, 또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큰 결심을 하고 출마하신 분들입니다. 적어도 어려운 사람 등에 칼을 꽂는 행동은 지양해야 합니다. 이번 일을 본보기로 삼아 모든 후보에게 경고해야 합니다.”
정현석의 말이 끝나자 한 최고위원은 정현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신중하게 접근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신중이라니요?”
“오히려 우리가 김장표 의원을 징계하는 순간 사건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몰랐던 사람들도 알게 되어버리는 그런 것 말입니다.”
“말인즉슨 숨기자는 말입니까?”
“숨기자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판단을 하자는 것입니다. 지금 대표께서는 너무 감정적으로······.”
“저는 제가 감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규정에 따라 처리하려고 하는 겁니다.”
“대표님, 오히려 지역감정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김장표 의원은 부산광역시당위원장이기도 합니다. 부산 지역에 따르는 사람들도 많고 인지도도 많습니다. 호남표를 의식해 김장표를 내쳤다는 소리가 부산 지역에서 돌기 시작하면 안 그래도 진보당에 몇 석 내준 부산 지역구를 더 내줄 수도 있습니다.”
최고위원의 말에 정현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불 질러놓은 지역감정으로 인해 우리가 피해 본다는 말씀입니까? 무슨 그런 논리가 어디 있습니까?”
정현석은 여전히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는데 다른 최고위원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두 사람의 논쟁을 바라보았다.
“그 논리대로라면 애초에 저지르지 않았다면 없었을 피해를 우리는 사서 본 거네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 호남지역에서 피해를 보고 그것을 수습하게 되면 영남지역마저 피해를 보는 짓을 말입니다.”
정현석의 말에 반론을 제기한 최고위원은 할 말이 없다는 듯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이와 같은 의견들이 정치권에서 막말이 사라지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겁니다. 막말에 대한 응징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계속해서 막말을 반복하게 되는 거고요. 반성해야 합니다.”
정현석은 이번 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저 개인적으로 이번 일은 이번 총선의 승패가 달린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열심히 해온 개혁작업이 한 사람이 말 한마디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정현석이 그렇게 말하자 몇몇 최고위원들은 동의한다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저와 같은 심각성을 느끼기를 바라며 바로 표결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김장표 부산시선대위원장을 당 윤리위원회 회부를 찬성하시는 분들은 거수해주시길 바랍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먼저 손을 든 후 최고위원들을 둘러보았다. 최고위원들은 볼 것도 없다는 듯 손을 들었고 그 모습에 만족한 정현석은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던 최고위원을 바라보았다.
“제 생각은 다르지만, 대표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최고위원회의 통일된 의견이 중요하겠지요.”
최고위원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었고, 정현석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최고위원회의 만장 일치된 의견으로 김장표 부산시 선대위 위원장 징계에 관한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겠습니다.”
정현석은 자신의 앞에 놓인 의사봉을 세게 3회 내려치고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이번 일의 대응은 여러 목소리가 나와서는 안 됩니다. 각자의 의견이 있으시더라도 당의 대응 방식에 따라 행동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정현석은 당부의 말을 전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최고위원실을 벗어났다.
정현석이 최고위 회의실을 빠져나오자 회의실 앞에서 대기를 치고 있던 기자들은 재빠르게 정현석의 주위로 모였고, 대표를 정한 것인지 한 사람이 여러 대의 녹음기를 들고 정현석을 향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대표님, 김장표 부산시선대위원장에 관한 결과가 나왔습니까?”
“회의결과 만장일치로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습니다.”
“진보당에서는 바로 제명해야 한다고 논평을 냈는데요. 윤리위원회 회부 이후 결과가 나온다면 늦는 게 아닐까요?”
“정당에는 당헌·당규라는 게 있습니다. 당규상 윤리위 회부 이후 제명을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니 그리할 뿐입니다.”
“그럼 윤리위에서 제명 이외의 결과가······.”
“없습니다.”
정현석이 질문을 끊고 굳은 표정으로 말해오자 기자들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제명 이외의 결과가 나올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다는 건 윤리위원들과 이미 얘기가 되었다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윤리위원들도 이번 총선 이전에 작성한 공명선거 각서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을 겁니다.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외의 결과가 나온다면······.”
정현석은 계속해서 물어오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할 필요가 없다는 듯 웃으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에 뿌리 잡은 막말 문화를 뿌리 뽑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발언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겁니다. 나는 내가 한 말은 지키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정현석은 자신의 할 말은 끝났다는 듯 기자들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