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새로운 세계의 법도(2)
SS급 게이트의 발생까지 하루.
– 하하, 이 정도로 일거리를 많이 주실 줄은 몰랐는데요. 뭐, 좋습니다. 지한씨께 필요한 일이라면 얼마든 환영입니다.
나는 잡다한 업무를 백묵에게 맡긴 뒤 새로 받은 집으로 들어왔다. 이삿짐이라고 할 것도 그다지 없어서 사실상 몸만 오면 됐다.
그렇게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온 순간.
“오.”
곧장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은빛의 날개가 위치한 서울의 아파트다. 한강이 보이는 한강뷰. 유명 헌터들과 연예인이 거주하고 있다던 꿈의 장소.
회귀 전, 인터넷에서만 보았던 그곳이 내 집이 되어 있었다.
가구들과 인테리어가 모두 새로 준비되어 있었다. 50평대의 집 내부에는 불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식재료부터해서 게임기, TV, 컴퓨터, 옷장, 와인 진열대······.
뀨우—!
내 어깨에서 튀어나간 오르티마가 푹신해 보이는 개집 안으로 들어갔다. 마음에 드는지 몸을 꾸물거리며 자리를 잡는다.
혹시나 싶어 집안을 살펴봤지만 카메라 같은 것은 없다. 애초에 백묵이 그런 걸 남길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나쁘지 않군.”
베란다로 나가니 불어오는 바람에 슬쩍 미소가 지어진다. 한강 너머의 건물들과 도심을 바쁘게 가로지르는 차들이 한눈에 보인다.
단칸방에서 50평대 아파트로 단숨에 업그레이드 되었다. 기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마냥 좋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인류가 만들어낸 문명이 얼마나 쉽게 바스라지는지 나는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건 내가 있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마계왕을 처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아파트도, 재산도 세계가 멸망하면 전부 휴지조각이다.
그러니 한시라도 바삐 움직여야 한다. 이 세계가 아직 온전할 때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을테니까.
“오르티마, 은빛의 날개로 돌아가자.”
토옹.
개집에서 기어나온 오르티마가 내게 달라 붙었다.
이사를 와서 좋은 점.
그건 은빛의 날개나 수호 길드까지 금방 이동할 수 있단 거다.
“어서 오세요, 이지한 헌터님! 오늘은 무슨 일이신가요?”
카운터의 안내 직원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여기 소속은 아니지만 얼굴이 많이 알려진 탓이다.
“장인 공방의 김건을 만나러 왔습니다.”
“아, 김건 제작자님이요? 최근 새로운 스킬을 발견해서 굉장히 바쁘시다 들었는데······. 잠시만요.”
직원분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새로운 스킬?’
당장 떠오르는 게 하나 있기는 하다. 마침 SS급 게이트 공략 이전이니 타이밍이 좋다고도 볼 수 있다.
“이지한 헌터님이라면 언제든 가능하시답니다.”
통화를 끝마친 직원이 미소와 함께 안내를 해주었다.
내가 사라졌던 한 달 사이, 김건은 아예 한층 전체를 통째로 맡게 되었다. 길드 내에서도 ‘마이스터’라는 칭호를 얻으며 파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단다.
그런데 선객이 와 있었다.
다름 아닌 진세아와 엘리스였다.
“흐음, 흐음. 이 사람이 우주 전함을 만든 아저씨······. 다시봐도 믿기지가 않아.”
“예? 제가요?”
“아, 사부님!”
자연스레 김건의 고개도 내쪽으로 돌아갔다. 그의 가슴팍에 달린 푸른 명찰이 새롭다.
“아, 지한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뭔가 나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다. 씨에서 님으로 격상되었다. 그는 격하게 나를 환영하며 두 손을 마주잡았다.
“지한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아뇨, 본인 실력이죠.”
솔직히 말해 김건의 능력은 내 예상 이상이다.
본래 내가 아는 김건은 멸망한 세계의 기인 중 하나였다.
기인 중에서도 아이템에 미친 또라이.
그랬던 사람이 미래에서 기지도 만들고 전함도 만들어내니 정말 놀라운 재능이다.
“미래에 다녀오셨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신건가요?”
“진세아······.”
앞에 서 있던 진세아가 모른척 시선을 돌린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다음 말을 덧붙였다.
“미래처럼 보이는 곳이었지만 그게 환영인지 진짜인지는 모릅니다. 워낙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는 게 게이트니까요.”
“그, 그렇군요.”
“그래도 김건씨가 가진 재능은 진짜니까요. 진세아가 말한 미래가 현실이 되는 날도 머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김건까지 미래에 대해 알 정도면 길드 내에 소문이 쫙 퍼져 있단 이야기다. 뭐, 미래에 갔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니 진심으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겠다만.
나는 진세아에게 물어봤다.
“그보다 집에 간 거 아니었어?”
“아, 당연히 도망쳤죠. 아빠랑은 말이 안통해요.”
오른손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이는 진세아.
애초에 미래에 갔다와서 강해진 녀석을 막을 사람은 없다.
하이텍트사의 회장도 골치 꽤나 썩겠네.
‘······.’
그런 부분은 길드장인 윤지은에게 맡기자.
어차피 진세아는 내 말을 들을 녀석도 아니다.
이번 공략에 녀석이 필요하기도 하고.
“아, 지난번에 제가 만들어 드린 조각은 어떠셨나요? 구조가 신기하긴 해도 찬찬히 살펴보니 뭔가 될 것 같더라고요.”
“굉장히 도움이 됐습니다.”
김건이 신기한 재능의 파편을 조각으로 만들어 준 덕분에 미래에서 애매한 재능의 결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후, 다행이네요. 그래서 말인데요. 사실 이걸 말씀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까부터 무언가 말을 꺼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김건이 직접 부탁을 하다니.
“한 번 말해봐요.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뒤에 있던 여직원이 그를 독려했다. 그에 힘입은 김건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이번 SS급 게이트 말인데요. 부디, 저도 갈 수 없을까요?”
폭탄 발언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내 답은.
“절대 안됩니다.”
내가 확인한 모든 미래에서 김건은 죽었다.
이 인간이 미래에서 살아 있는 꼴을 못봤다.
그리고 이번 SS급 게이트는 더욱 위험하다.
“아아, 역시······.”
역시나 실망하는 얼굴.
그래도 김건의 아이템을 향한 집착과 열정은 진짜다.
“대신 아이템을 가져오겠습니다. 김건씨가 최우선으로 모든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은날 길드장에게도 말해두는 건 당연하고요.”
“저, 정말인가요?”
그제서야 김건의 표정이 환해진다. 뒤에 있던 여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네요, 사장님. 말씀드리길 잘했어요. 제 월급도 오르나요?”
“아, 아뇨. 그건 좀······.”
하여튼 죽지만 말아라 김건.
그쪽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으니까.
나는 본론을 이야기했다.
“그러고보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셨다고 들었는데.”
“사부님, 김건 제작자분께서 제 총도 강화해주셨어요!”
엘리스가 자랑스레 총을 보여줬다. 은은한 광택이 새겨져 있다.
‘예상했던 대로다.’
김건은 별 거 아니라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지한씨께 무기를 드린 이후로 뭔가 숙련도가 빠르게 오르는 기분이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생겨났는데.”
김건도 타재간파의 영향을 받아 추가 경험치를 받고 있을 터.
그는 멋쩍은 표정으로 설명을 이었다.
“무기 개량이라는 스킬인데 별 거 아니에요. 그냥 무기의 성능을 30% 정도 올려주는 게 전부인걸요.”
“······그게 대단한 겁니다.”
나는 바로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냈다.
『 별빛의 검 – 오르티시아 2★ 』
별빛이 서린 에메랄드 빛의 검.
“어······.”
무기를 확인하는 김건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그러더니 그대로 자리에 멈춰선 것처럼 굳어버렸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건 단순한 탐욕이나 물욕이 아니다.
더 좋은 아이템을 탐구하고, 더 좋게 개량하고 싶다는 성취욕. 그가 기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웅들에게 필요를 인정 받은 이유였다.
“김건씨?”
“예? 아, 예. 뭘까요. 이거. 지난번에 본 무기일텐데 완전히 달라져 있네요.”
정신을 차린 김건이 침을 꿀꺽 삼켰다.
확실히 대단한 물건이긴 한데.
“이 무기도 강화하는 게 가능합니까?”
“실패하면 무기가 파괴되는데요. 괜찮으신가요?”
“······.”
“노, 농담입니다! 맡겨만 주세요. 아니, 제발 맡겨주세요······.”
거 되게 살벌한 농담이네.
어차피 그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뒤쪽에 다른 무기가 잔뜩 쌓여 있지만, 김건은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지한님 무기가 최우선이죠. 그리고 이 자태는······. 만져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 아,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에요.”
김건은 별빛의 검을 조심스레 안고 공방으로 들어갔다. 여직원도 그를 보조하기 위해 뒤따라 문을 열고 들어갔다.
유리창 너머 번쩍이는 빛이 보인다. 무기 개량을 시작한 듯하다.
진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특이한 사람이네요.”
확실히 특이한 사람은 맞지만, 네가 그런 소리를 하면 안되지.
너도 만만치 않은 특이한 사람이었다니까.
검의 개량은 금방 끝났다.
김건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바깥으로 나왔다.
그의 품에 안긴 별빛의 검은 한층 은은한 광택을 내고 있었다.
『 봉인된 별빛의 검 – 오르티시아 (2★) 』
– 개량되어 무기 성능이 32% 상승합니다. (현재 공격력 594)
가뜩이나 높던 공격력이 뻥튀기 되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공격력이다.
역시 김건.
실망시키지 않는다.
“정말 굉장한 무기에요. 어쩌면······. 에고 무기일지도 모르겠어요.”
“······나중에는 말도 하고 그런다는 겁니까?”
“아, 아뇨. 에고 무기라고 전부 말을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여전히 누군가를 굉장히 경계하는 게 보여요. 혹시 짐작가는 게 있으신가요?”
“글쎄요.”
얼버무리긴했지만 그 대상이야 뻔하다.
오르티마 말고 없다.
이전에도 먹히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김건을 통해서 뱉은 적이 있기도 했고.
“어쨌든 감사합니다.”
“언제든 필요하면 맡겨주세요. 지한님이라면 대환영입니다!”
그는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때까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멸망한 세계의 또라이 김건과 비교하자면 확실히 순해져 있다. 그런 그가 본인의 재능을 전부 펼칠 수 있도록 해야겠지.
‘이번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절대 죽지 못하게 하겠다.’
이어서 검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트레이닝 룸으로 왔다.
서걱—!
길드에 준비된 최상급 경도의 인형을 가볍게 베어낸다. S급 헌터들도 전력을 다하지 않고선 단칼에 베어내기 힘든 수준의 인형이 두부처럼 썰려나갔다.
서걱—!
뭔가 더 베어보고 싶어도 테스트를 하기에 충분한 물질이 없다.
‘SS급 게이트에 직접 들어가봐야 제대로 된 시험이 되겠어.’
2★으로 업그레이드 되며 검의 길이나 무게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나는 그런 세세한 감각을 조정하는 정도로 훈련을 끝냈다.
“으어어······.”
바깥으로 나오니 바로 옆 트레이닝 룸에서 엘리스가 기어나왔다. 땀을 뻘뻘 흘린 채 꿈틀 거리는 게 애처로울 정도.
“으아아, 세, 세아양은 봐주는 게 없어요······. 사부님! 사부님!”
“안돼, 안돼! 아직 쉬는 시간 아니야!”
그런 엘리스를 질질 끌고 들어가는 진세아.
‘잘하고 있군.’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 엘리스의 훈련을 녀석에게 맡겼다. 어쨌든 미래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 강해진 건 맞으니까.
엘리스의 재능을 개화 시켜야 반지를 강화할 수 있다.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는데 근처 휴게실에서 누군가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굳이 올 필요 없다니까! 말 좀 들어!”
“그러니까, 무조건 갈 거라니까!”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보니,
윤지은과 윤서현이 박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자매 싸움이었다.
“SS급 게이트가 어떤 곳인줄 알고 가겠다는거야?”
“그러면 언니는 뭐 달라?”
“경험이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이 다르잖아. 길드장인 내가 안갈 수는······.”
평소에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윤지은이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봤다. 그녀의 걱정도 이해는 간다만.
윤서현과의 약속도 있고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나는 그 사이에 끼어 들었다.
“윤서현 헌터가 이번 공략에 필수적입니다.”
“······.”
내가 말을 꺼내자마자 무거운 침묵이 가라앉았다. 윤지은의 고개가 천천히 내쪽으로 돌아갔다. 왠지 모를 살기가 느껴진다.
음, 타이밍이 나빴나.
반면 윤서현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쵸? 내가 필요하죠? 지한씨도 그렇게 말하잖아.”
단순히 윤서현의 편을 들려는 게 아니다.
“현 시점, 윤서현 헌터만큼 공간을 잘 다룰 수 있는 헌터는 없습니다. 분명 이번 SS급 게이트에서 핵심적인 전력이 될 겁니다.”
“뭐, 그렇게까지 칭찬해 줄 필요는 없는데. 그래서 언니는?”
“······.”
내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윤지은이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후우, 알았어. 대신 무리는 하면 안돼. 이건 지한씨도 마찬가지에요.”
“알겠습니다.”
윤지은에게는 언니로서의 의무 뿐 아니라 길드장으로서 길드를 잘 이끌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짊어진 것이 많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공략에는 정말로 윤서현이 필요하다.
거기에 더해서······.
중요한 할 말이 있었다.
나는 슬그머니 말을 꺼냈다.
“그런데 이번 공략 다른 곳에서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네?””
두 여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윤서현이 자연스레 내게 물었다.
“어디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