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교체
빨리 골을 넣어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똑같았다.
‘후! 진짜 바보가 따로 없다니까. 이것을 이용하는 감독님도 대단하시고!’
촤아- 툭-
한치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굴러오는 공을 바로 드래그 백으로 잡아당겨 방향을 뒤로 돌렸다.
“큭! 사람 잡아!”
한치우를 수비하던 아스톤 빌라의 미드필더 한 명이 빠져나가는 한치우의 등을 쫓으며 소리를 질렀지만,
“한! 여기, 여기!”
“여기도!”
“우아아! 여- 기이-!”
‘아, 시끄러워!’
골대를 향해 질주하는 웨스트햄 선수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내가 나가 버릴까?’
슬쩍 전광판의 시계를 확인한 한치우의 눈에 후반전 이십 분을 지나는 것이 보였다.
그랜트 감독은 오늘도 한치우에게 빌드 업에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지난 경기처럼 후반전에 골을 넣어도 상관없어. 단, 킬 패스는 안 돼. 전반전에는 슛도 자제해 주었으면 좋겠어.”
“선수들이 오해하는 것을 이용하실 생각이십니까?”
“맞아. 실제로도 그렇게 할 생각일세.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런 마음을 가지고 더 뛰어 준다면, 나로서도 환영할 일이지.”
‘미안. 안녕. 나 먼저 퇴근한다.’
파바바바-
한치우는 속도를 더 올리며 아스톤 빌라의 골대를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
“뭐, 뭐야!?”
“이런! 패스가 아니다!”
오늘 경기에서 한치우가 이제까지 보여 준 모습은 바로바로 움직이는 동료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한치우를 수비하던 미드필더의 외침이 아니었어도 아스톤 빌라의 수비수들은 공을 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웨스트햄의 선수들 옆으로 달라붙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한치우가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올려!”
“막아!”
그래도 나름의 수비가 탄탄한 아스톤 빌라의 포백 라인이 순간,
라인을 위로 끌어올려 오프사이드 트랩을 만들어 놓고, 센터백 둘이 한치우를 감쌌다.
퉁- 툭! 툭-
한치우의 오른발이 공을 바깥으로 밀었다가 발목을 안쪽으로 꺾으며 플립플랩으로 두 사람의 사이를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감싸는 타이밍이 조금 늦어 버린 것이다.
퍼어엉-
“!”
촤라라라라-!!!
그리고 이어진 슛에 공은 한치우의 발을 떠나 골대 왼쪽 상단 모서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스톤 빌라의 골키퍼는 눈을 크게 뜨고 있었지만, 공이 어떻게 날아왔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배신자!”
“으아아아아! 내게 줬어야지!”
“하아! 됐어. 차라리 맥스가 나아. 야! 빨리 꺼져!”
“그래. 맥스는 분명히 욕심을 내지 않을 거야!”
“하하하하! 수고해!”
한치우는 아이언들 앞에서 엠블럼에 입을 맞추어 주고는 원망을 쏟아 내는 동료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응?”
하지만 대기심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맥스가 아니라 조나단이었다.
‘흐흐흐! 역시 감독님께서는 저 녀석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 계시구나!’
“조나단. 부탁해.”
“예!”
한치우는 그랜트 감독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선수들은 말을 잘 듣는 맥스가 나오기를 원했겠지만, 조나단을 투입하여 남은 시간 동안 수비 부담을 덜어 주고, 공격 라인으로 연결되는 킬 패스의 수를 줄이려는 계획이었다.
“필! 여기! 여기!”
“조나단! 올라오라고! 수비는 데이브에게 맡겨!”
“야! 장난해! 내가 벌리고 서 있는 거 안 보여!?”
그랜트 감독의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선수들은 악을 쓰며 어떻게든 그라운드를 떠나고 싶었지만, 그들의 뜻대로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악!”
“릴! 크로스 하라고! 그 각도에서 슛이라니!”
“젠장!”
“데릭! 옆을 보라고!”
“아?”
“아쉬! 너무 빨리 뛰었잖아!”
그리고 몸은 지치는데 마음만 앞선 상황에서 골에 성공하는 선수도 더는 나오지 않았다.
삑! 삐이- 삐익!
결국, 오늘 웨스트햄의 교체 카드는 한 장만 사용되었고, 그 주인공은 지난 경기에 이어 한치우가 되었다.
남은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고추장을 삼킨 싸움닭이 되어 그라운드를 미친 듯이 뛰어다녀야 했다.
* * *
2027년 8월 28일 토요일.
프리미어 리그 3라운드.
앞선 두 개의 라운드 모두 원정 경기에서 승리한 웨스트햄이 드디어 런던 스타디움으로 돌아왔다.
FA컵 결승전, 프리 시즌 세 경기, 커뮤니티 실드, 그리고 이번 시즌 1, 2라운드까지 런던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없었다.
홈구장으로 돌아온 기간이 긴 만큼, 웨스트햄의 팬들은 오후 세 시 경기였지만, 점심부터 런던 스타디움으로 몰리며 머플러를 흔들며 응원가를 불렀다.
대한민국의 중계진도 잠시 후, 열한 시에 시작할 경기 중계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웨스트햄의 이번 시즌 출발이 좋습니다. 한치우 선수도 벌써 두 골을 기록했고, 선수들이 지쳐 보이기는 하는 데, 생각 외로 잘 뛰어 주고 있죠? 부상 없이 말입니다.〉
〈웨스트햄 의료진의 수준은 높습니다.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다음 주는 A매치 기간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이 주어질 것도 같습니다.〉
〈예. 대한민국도 이제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뭐,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민께 힘이 되는 경기를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그건 그렇고, 지금 그랜트 감독의 용병술로 런던이 시끄럽다고 하던데요?〉
〈그럴 수밖에 없겠죠? 교체 타이밍이나 선수들을 보면, 전술적인 교체가 아니라 득점에 성공한 선수들을 불러들이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한국의 축구 팬들도 한치우 선수의 멀티 골을 볼 수 없어서 서운한 분이 많이 계시죠. 그리고! 조금 전에 발표된 오늘 경기의 선발 출전 선수 명단도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군요?〉
〈예. 물론, 홈경기 인만큼 상대적으로 전력이 강한 웨스트햄이 유리한 것은 사실인데, 투톱에 로버트 영과 찰스 미들턴, 중앙 미드필더에 맥스 드레이크와 조나단 퀵, 그리고 좌, 우 풀백에 레온 베르너와 페어 포크츠가 선발로 나옵니다. 오늘 경기로 프리미어 리그에 데뷔하는 선수가 무려 세 명이나 됩니다. 포크츠의 선발 출전은 상당히 기대되면서도 한치우와 필립 모리스가 없는 중앙의 라인은 조금 불안해 보이죠? 로빈 콜이 부담되겠어요.〉
〈그렇군요. 그랜트 감독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그렇지 않아도 웨스트햄의 이번 시즌 행보를 두고 말이 많은 상황에서 조금 파격적인 선수 구성으로 번리를 상대하게 되었습니다.〉
〈번리가 앞서 상대했던 리즈나 아스톤 빌라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파격적이라고 하지만, 아직 프리미어 리그 경험이 없는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와 경험이 되겠죠. 그리고 덕분에 데릭 볼, 아슈르 송, 한치우, 필립 모리스, 폴 포터, 리치 존슨은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하하하! 릴! 빨리 넣고 들어오라고! 로빈! 오늘 많이 뛰어야겠는데!?”
버블송이 울리는 그라운드로 웨스트햄과 번리의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웨스트햄의 벤치 앞에서 데릭이 손을 입에 대고 큰 소리로 릴과 로빈을 놀리고 있었다.
‘윽! 보지 말자! 무시하자!’
로빈은 데릭이 무슨 짓을 하든 눈과 귀를 막아 버렸고,
“데릭…….”
릴은 그런 데릭을 세상 부러운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릴. 신경 꺼라. 저기에 신경 쓸 힘도 아껴야 해.”
“어.”
로빈의 말이 맞았다.
지금 데릭의 놀림에 반응을 보일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경기에 집중해서 빨리 골을 넣고 들어와야 한다.
“데릭! 닥쳐!”
그래도 하프 라인에서 동전 던지기를 마친 데이비드가 돌아오며 로빈과 릴을 대신해 데릭의 입을 막아 주었다.
“하하하하!”
교체 명단에 올라 편하게 앉아 있던 멤버들이 얼굴이 붉어진 데릭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고, 한치우는 푹신한 가죽 시트에 몸을 편안하게 맡기고 있었다.
그라운드에 서 있는 선수들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맥스! 맥스! 잘해!”
“어!?”
그때, 웨스트햄의 벤치 뒤쪽에서 맥스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한치우는 낯익은 음성에 몸을 일으켜 관중석을 향해 몸을 돌렸다.
벤치와 가까이 붙어 있는 관중석에서 허클이 붉어진 얼굴로 아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옆에는 드레이크 부인이 이미 눈물을 손으로 훔쳐 내고 있었다.
꿈에서만 그리던 일이 현실이 된 순간, 둘이 느끼는 감격은 대단할 것이다.
“아! 한!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자리를 선물해 주셨어요!”
허클이 한치우를 발견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드레이크 부인은 한치우 덕분에 알게 된 한국의 인사를 기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한치우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둘이 앉은 주위로 존과 토마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의 가족들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데이비드의 신부 제인도 한치우를 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들을 정말 잘 키우셨습니다. 벌써 프리미어 리그 선수가 되어 오늘은 선발 출전이 아닙니까?”
“패스가 빠르던데요?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 이상으로 잘해 주고 있어요!”
“오늘도 활약을 기대합니다! 하하하!”
“예. 아직 멀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선수들의 가족은 허클에게 맥스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들의 칭찬을 듣는 아버지의 얼굴에 자부심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허클은 그래도 겸손의 인사를 건넸다.
‘맥스! 오늘 꼭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라! 여기 런던 스타디움에서!’
“맥스! 아빠와 엄마가 여기 왔어! 오늘 잘해야 해! 맥스!”
속으로는 런던 스타디움에서 활약해 주기를 기대하면서도 말이다.
아들의 이름을 외치는 맥스의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 * *
“후-!”
맥스의 한숨이 길게 이어졌다.
아버지의 기대를 아는지 모르는지 맥스는 어제 영 수석 코치가 주문한 내용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다.
“킬 패스는 자제하고, 양쪽 코너 깊숙이 공을 뿌려 줘. 좌, 우 날개를 최대한 뛰게 하고, 조나단과 함께 공, 수의 속도를 조절한다. 로빈의 지시를 잘 따르고.”
영 코치의 지시는 한치우가 주문받은 내용과 같았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맥스는 마이크와 릴의 얼굴을 번갈아 살피며 속으로 사과를 멈추지 않았다.
삑!
프리미어 리그 3라운드 웨스트햄과 번리의 경기가 마침내 시작되었다.
“릴! 더 빨리! 더 빨리! 그것밖에 못 뛰어!? 오늘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려야 퇴근할 거야!?”
“로빈! 발이 보이네!? 어!? 발이 보여? 하하하!”
그리고 참고 있던 데릭의 입도 터져 버렸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향해 쏟아 내는 데릭의 목소리는 번리의 벤치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이, 이! 이, 망할 놈아! 닥치고 있지 않을 생각이라면, 지금 당장 몸을 풀어! 가장 먼저 교체되어 들어가는 것은 바로 너다! 데릭 볼!”
“히익! 히끅!”
“하하하하하하하하!”
“너희도 몸을 풀어! 지금 당장!”
“예, 예!”
결국, 화가 터져 버린 영 수석 코치가 데릭에게 눈을 부라리며 외쳤고, 옆에서 웃던 선수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말았다.
선수들이 황급히 겉에 걸친 운동복을 벗으며 한쪽으로 뛰어갔다.
“망할 놈들!”
“확실히 힘이 넘치는 게 빨리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한스 박사님 덕분이지. 스포츠 마사지팀도 고생하고 있고.”
“다행이야. 보름의 훈련을 가지고 벌써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이르지만.”
“그래도 다음 주말은 월드컵 예선 기간이니까 선수들에게 오랜만에 휴가 줘도 괜찮지 않을까?”
영 수석 코치는 화가 난 사람이 맞는지 모를 정도로 표정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라운드에는 지금 아들이 뛰고 있고, 도망가듯이 몸을 풀려고 나간 망할 녀석들도 아들 같은 새끼들이었다.
“아직 대표팀 차출 공문이 온 것은 없었지?”
그랜트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발표는 월요일에 하겠지만, 아직 공문이 오지는 않았어. 공문이 왔으면, 바로 자네에게 보였겠지.”
“역시,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대로 이번 월드컵 예선 기간에 우리 팀 선수들이 차출되는 일은 없겠어. 다행이야.”
“어차피 우리는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 진출이 확정된 상태에서 소집 훈련만 하는 건데 뭘. 어떻게 하려고?”
“뭐, 월요일에 발표되는 것을 확인하겠지만, 그래도 다음 주 목요일까지는 훈련 강도를 높여.”
“목요일?”
“왜? 아들이 걱정돼?”
“흠, 흠. 요즘 집에서 로버트와 대화할 시간조차 없어.”
“하하하! 화요일에는 내가 자리를 비울 테니까, 그날은 조금 느슨하게 풀어도 좋아.”
“알겠네.”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사흘이면 충분하지?”
“그래. 너무 오래 쉬어도 오히려 근육의 회복 속도가 떨어질 테니까.”
“그럼 그렇게 하지. 한스 박사님께 잘 전달하고.”
둘이 동시에 입가에 미소를 그리고 있었지만, 전과 같은 악마의 미소는 아니었다.
* * *
경기는 후반전으로 돌입했다.
아직도 득점에 성공한 팀은 없었다.
이번 시즌, 웨스트햄이 전반전에 성공한 골은 없었다.
물론, 그랜트 감독과 영 수석 코치의 지시도 있었지만, 웨스트햄의 선수들은 아직도 그라운드 위에서 달리는 것만으로 힘이 드는 상황이었다.
파앙-
맥스의 발이 공을 강하게 때렸다.
툭.
마이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중앙으로 이동한 사이 오늘 선발로 출전한 페어가 빠르게 아웃라인을 따라 질주하며 코너 플래그 앞에서 떨어지는 공을 발로 잡았다.
퍼엉-
번리의 풀백이 달려들었지만, 페어는 다른 동작을 생략하고 바로 왼발로 공을 감아 찼다.
퉁-
“익!”
로버트가 센터백을 등에 달고 몸을 솟구치며 머리로 공을 건드렸지만, 아쉽게도 정확하게 맞지 않아 골대 안이 아니라 더 뒤로 보내 버리고 말았다.
촤좌자자자자-
촤륵!
하지만 골대 쪽으로 쇄도하던 찰스가 몸을 날리며 발끝으로 공을 밀었고,
공은 마침내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어!? 어!? 와아! 하하하하하! 로버트! 나이스!”
로버트는 보지 못했지만, 머리에 맞은 공이 오히려 튀어나온 번리의 손을 넘어가며 뛰어든 찰스의 발에 연결되었던 것이다.
쏟아지는 함성 속에서 찰스는 로버트를 안으며 머리를 두드려 주었다.
“아, 안 돼!”
“젠장!”
“헉, 헉! 조금만 길게 넘어왔어도!”
“후! 후! 웃기지 마!”
“악! 나갈 거야! 나가고 말 거야!”
다른 선수들의 눈에 아쉬움이 가득 비쳤다.
잔디를 발로 차며 분함을 터트리는 번리 선수들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삑!
그리고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누, 누구냐!?”
“어!? 하하하하하!”
“흥! 꼴좋다!”
“너! 잠시라도 발이 보인다면, 가만두지 않겠어!”
“닥쳐!”
주심의 교체 사인에 골에 성공한 찰스가 나가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데릭이 들어왔다.
선수들은 데릭에게 앙갚음하듯이 놀리는 것을 잊지 않았고, 릴과 로빈은 힘든 얼굴 위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두고 봐, 누가 먼저 나가는지.’
“으아아아아!”
데릭은 선수들의 놀림에 보답하듯이 번리의 킥오프가 시작되자, 괴성을 지르며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로버트! 빨리 와!”
“예!”
“릴! 마이크! 압박해!”
“헉, 헉! 젠장!”
“이, 이제 들어와서! 헉! 헉! 왜 우리까지 힘들게 하는데!?”
“앞에서 막아!”
데릭은 앞에 붉은 망토라도 보이는지 성난 황소가 되어 번리의 진영을 헤집었다.
“헉! 헉! 헉!”
얼마나 열심히 뛰어다녔는지, 오 분도 되지 않아 그의 숨이 거칠게 바뀌었다.
툭-
“어? 안 돼!”
하지만 효과는 있었는지, 데릭의 움직임에 당황한 번리의 미드필더가 뒤로 주는 패스를 그만 짧게 연결하고 말았다.
촤아아아아아아-!!!!
잔디가 불쌍할 정도로 비명을 질러 댔다.
데릭의 거구가 슬라이딩 태클로 미끄러지자, 그라운드에는 고랑이 생기며 잔디가 날아가 버렸다.
“막아!”
그래도 중간에서 공을 잘라 낸 데릭이 바로 몸을 일으키며 골대를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
‘침착해! 침착해! 서두르지 마! 전에 아쉬가 했던 것처럼. 침착하게! 나갈 수 있어!’
데릭은 자신이 이제까지 찼던 모든 슛을 잊어버리고, 1라운드에서 보여 준 아슈르의 골을 떠올렸다.
아슈르 역시 리즈 수비수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골을 넣었었다.
데릭은 앞에서 튀어나오는 센터백은 무시하고 오직 골대만을 쳐다보았다.
‘지금!’
퍼어어엉-!!!!
센터백이 튀어나오며 뒤에 서 있는 골키퍼와 겹쳐지는 순간, 데릭은 발등으로 힘껏 공을 때렸다.
촤아아아아악-
공은 높게 뜨지 않고, 잔디 위를 낮게 날아갔다.
투웅-
촤르르르-
골대 왼쪽 기둥을 맞은 공이 그래도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와아! 와하하하하하하! 나는 나간다!”
런던 스타디움을 들썩이는 함성 속에서 데릭은 환희를 느꼈다.
“헉, 헉, 바보!”
“하! 하아! 진짜 근손실이 아니라 뇌손실이 확실해.”
“후우! 후, 흥! 이런 녀석이 동료라니.”
교체되어 나갈 생각에 들떠 있던 데릭의 귀로 동료의 비웃음이 한껏 쏟아졌다.
“뭐, 뭐야!?”
“바보야! 누, 누가 금방 교체로 들어온 선수를 또 교체로 내보내겠어? 헉! 헉! 너 부상이야?”
“뭐!?”
“헉! 헉! 레드카드라도 받아야 손상된 뇌세포가 복구되려나? 헉! 저기 보라고.”
데릭이 하프 라인에 서 있는 대기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아니야! 아니야!”
웨스트햄이 교체 선수를 준비하는 것은 맞았다.
하프 라인에 한치우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광판에 보이는 붉은 숫자는 9번이 아니라 22번이었다.
그리고 데릭의 눈에 살았다는 얼굴로 하프 라인으로 뛰어가는 조나단이 보였다.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