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날려 버린다
은산 저수지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몰라도 서쪽에서 해가 떨어지며 노을이 비치고 있었다.
“흑, 흑. 흑! 흑흑!”
둘의 자세도 바뀐 것은 없었다.
한치우는 덤덤한 얼굴로 아버지의 봉분을 바라보고 서 있었고,
김인성은 그런 한치우의 옆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마르지도 않는지 눈물을 계속 흘리고 있었다.
‘아버지. 그냥 서울로 갈 것이지, 왜 돌아오셨어요. 전화만 받지 않으셨어도 좋았잖아요.’
“흑, 흑! 흑!”
김인성은 한치우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저, 절대 형님께서 돌아가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절대로! 그, 그리고 나는 이, 일부러 중국 놈들에게 시간을 잘못 알려 주었어. 무, 물론 내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사고가 나게 된 거죠?”
“…….”
“고모부. 제가 아는 고모부는 절대 이런 일을 꾸밀 사람이 되지 못해요. 원래 큰 욕심도 없으셨고,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낚시하러 다니실 만큼 좋은 사이를 유지했었죠. 물론, 제가 아는 게 전부일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아버지의 통화 내용에는 마지막으로 고모와 통화한 기록이 남아 있었어요. 폐차장에 가야 할 트럭이 그 새끼들한테 넘어가게 된 것. 그리고 서울로 올라가야 할, 아버지께서 차를 돌려 은산동으로 들어와야 했던 것. 고모 때문이죠?”
“크흐흐흐흐! 아니, 아니다. 우성 물류의 트럭을 관리하는 책임자는 나였고, 폐차장에 가야 할 트럭을 빼돌린 것도 나야!”
“고모부. 혼자 죄를 뒤집어쓸 생각이시라면, 말리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제가 마음먹고 조사하기로 한 이상, 모든 진실은 드러나게 될 거예요.”
“으으으, 으아아아! 미안하다! 미안해! 나는 정말로 형님께서 돌아가시게 될 줄은 몰랐어!”
“차라리 처음 고모가 계획했던 대로 오르막길을 올라가다 사고가 났더라면, 크게 다치는 선에서 끝났을지도 모르죠. 나들목에서 내려오는 바람에 충격이 더 커졌다는 소견이 있어요.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흑! 흑흑! 미안하다. 미안해! 흑! 흐흐흐…….”
한치우는 이미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막장 드라마의 유치한 대본처럼 말이다.
지이잉 – 지이잉 –
한치우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예.”
“치우야. 손님이 더 찾아오셨는데, 네가 받아야 할 것 같아서.”
“바꿔 주세요.”
박민석이 전화할 정도라면, 쫓아낼 수 없는 상대가 분명했다.
“치우니!?”
“이, 이모……!?”
전화를 받은 사람은 리옹에 있어야 할 유소영이었다.
잠시 후, 가족 묘지 안으로 유소영과 문형철이 함께 들어왔다.
“흑! 치, 치우야!”
유소영은 무릎을 꿇고 흐느끼는 김인성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때는 한우선과 함께 좋아했던 남자였어도 그는 이제 추억거리도 되지 않는 초라한 남자에 불과했다.
한치우는 사랑하는 이모와 믿는 사람 중의 한 명인 문형철을 차가운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알고 계셨어요?”
“치우야!”
유소영은 안타까운 마음에 한치우를 꼭 안아 주었지만, 한치우의 마음은 전혀 녹아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완벽하게 붉어진 눈으로 문형철을 노려보았다.
“후우 – ! 네 고모부가 진실을 고백했어?”
한치우는 문형철을 노려보는 눈에 힘을 풀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딸각, 촤륵
문형철은 들고 온 가방 안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어 한치우에게 내밀었다.
한치우가 떨리는 손으로 서류 봉투를 받자, 문형철은 녹음기마저 꺼내며 입을 열었다.
착!
“2027년 10월 7일 목요일. 고 한영운 회장님의 마지막 유언을 수행하겠습니다.”
* * *
“자, 멘트!”
“잠시 후 토트넘과 웨스트햄의 프리미어 리그 10라운드 경기가 펼쳐지겠습니다.”
“컷트! 광고!”
PD의 사인에 문언변의 멘트가 나가고, 광고 화면으로 넘어갔다.
문언변의 옆으로 중계방송 준비를 하는 김한식의 모습이 보였다.
“선배님. 괜찮아요?”
“응. 내가 괜찮지 않을 이유는 없지.”
문언변이 김한식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치우가 선발로 나오는구나.”
“예. 웨스트햄은 최정예 멤버입니다.”
“토트넘은 남다른이 선발이라…… , 시청률이 장난 아니겠어?”
“선배님. 지금 시청률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한치우 선수와 연락해 보셨어요?”
문언변이 결국, 하고 싶은 질문을 꺼냈다.
“후 – , 자네라면 전화할 수 있겠어? 그리고 전화해서 뭐라고 위로를 해 줘야 할까?”
“그. 그래도.”
“나도 모르겠다. 녀석이 지금 보여 주는 모습이 어떤 마음에서 이러는 것인지.”
“예. 대단하긴 한데, 뭔가 무섭기도 하고. 잘 생각해 보니 제가 선배님이었어도 전화 못 하겠네요. 그런데 혹시 예전에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나요? 뭐, 사춘기 시절에라도.”
“아니. 나는 녀석이 중학교 2학년 시절부터 축구 시합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 준 적은 전혀 없었어.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다음에도 이러지 않았었으니까.”
김한식의 고개가 좌, 우로 흔들렸다.
“그럼. 일단, 좋게 생각하자고요. 빨리 우성 건설의 사건이 마무리돼야 할 텐데요. 지금 그 동네 난리죠?”
“그렇지. 재개발 공사는 완전히 엎어졌고, 현성에서도 손 떼겠다고 난리니까. 지금 우성 건설의 주식은 휴짓조각이나 마찬가지야. 일이 어떻게 끝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시끄러워질 것 같아.”
“그래도 현성이 물 먹은 것은 속이 시원하네요.”
“마음 곱게 먹어. 대가리가 잘못이지,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예.”
“자, 경기 중계에 집중하자고. 그래도 그랜트 감독이 대단한 게, 리그 컵 16강전과 리그 8라운드 원정에서는 한치우를 아예 명단에서 제외했어. 한국에서 들리는 소식과 한치우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지.”
“대박은 그다음 주였죠!”
“그래. 정말 미친 경기였어. 바이에른 뮌헨을 원정에서 잡아낼 줄이야. 그것도 역전승으로.”
“저는 아직도 후반전 경기만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요.”
“하아! 나도 마찬가지야.”
“자! 마지막 광고 나갑니다! 준비하세요! 셋! 둘! 하나! 고!”
그때, 광고가 끝이 났는지, 둘의 앞에 서 있는 PD가 팔을 휘저으며 큐 사인을 내보냈다.
“프리미어 리그를 사랑하시는 축구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월의 마지막 주말 2027- 2028 프리미어 리그 10라운드 토트넘과 웨스트햄의 중계방송 진행을 맡은 캐스터 문언변입니다!”
“해설에 김한식입니다!”
“드디어 많은 분께서 기다리고 계셨던 코리안 더비가 성사되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이 상대 팀이 되어 맞붙게 되었는데요! 토트넘으로 이적한 후,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남다른 선수가 최근 기량이 올라왔는지, 월드컵 예선 기간이 끝나고 나서는 계속 주전 미드필더 자리를 꿰차고 있는 모습입니다! 참, 반가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예. 확실히 성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토트넘에는 알렝 미쿠라는 세계적인 홀딩이 있기 때문에 남다른의 재능이 더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웨스트햄! 정말 대단한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기세가 지난 시즌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 아닙니까!?”
“로테이션을 운영하면서도 현재 10라운드까지 패를 기록하지 않고 있죠. 이제 그 누구도 그랜트 감독을 명장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살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직 웨스트햄은 10라운드까지 맨시티나 첼시 등의 리그 강팀과 맞붙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 순위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지난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3차전 경기에서 보여 준 웨스트햄의 경기력이라면, 맨시티와 첼시, 맨유, 리버풀과 붙어도 쉽게 지지 않으리라 보이는데요?”
“하아 – !”
“흠, 흠! 해설 위원님?”
“아! 죄송합니다! 그 경기가 워낙 대단했던지라! 후우! 예. 맞습니다. 이제 웨스트햄은 그 어떤 강팀과 붙어도 대단한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뭐, 그래도 축구공은 둥글어서 결과가 나와 봐야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맞습니다. 자! 여러분께서 기대하시는 한치우 선수. 오늘 경기에서는 선발로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웨스트햄은 최정예 멤버로 토트넘 원정에서 승점 3점을 가져가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습니다!”
* * *
꿀꺽!
남다른은 하프 라인 너머 보이는 원정팀 선수들 한가운데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웨스트햄 선수들의 가운데, 그곳에 한치우가 서 있었다.
“절대! 치우에게 아는 척도, 인사도 하지 마! 이건, 충고가 아니야.”
강병석의 명령 같은 말이 아니었다면, 남다른은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한치우에게 인사를 건넸을 것이다.
그가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은 사람이 한치우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가는 통로에서 한치우를 봤을 때, 남다른은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한치우의 몸에서 건드리면 죽일 것 같은 무서운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긴, 그런 일을 겪고, 분노가 생기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지.’
최근 한국에서 보도되는 사건의 내용만으로도 한치우의 분위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한치우에게 긴장하는 것은 남다른만이 아니었다.
웨스트햄의 선수들 역시 요즘에는 한치우의 앞에서 농담도 하지 않았다.
데이비드가 몇 번이나 정리될 때까지 쉬라고 말해도 한치우는 괜찮다며 더 혹독하게 훈련에 임했다.
휴가가 끝나고 처음 러시 그린 훈련장에 모였을 때, 한치우의 모습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야! 너, 눈이 또 왜 그래!?”
“어제 잠 못 잤어?”
“너희는 뉴스도 안 봐? 한! 괜찮아?”
“흥! 멍청이들이 뭘 알겠어? 한. 오늘은 좀 쉬지.”
“한. 감독의 명령이다. 한스 박사님과 함께 병원에 다녀오도록!”
선수들의 걱정과 그래트 감독의 명령에 한스 박사와 병원에 간 한치우는 몸에서 이상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오늘은 쉬는 게 어떻겠나?”
“박사님. 제 눈은 걱정하실 것 없어요. 아시겠지만……, 한국에서 일이 좀 많았어요. 너무 많이 울었고 ……, 그래서…… 그런 거예요. 지금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축구에만 전념하고 싶어요. 다 잊고 뛰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탁, 탁 –
“그래. 많이 힘들겠지. 알았네. 하지만 너무 혹사하면 곤란해. 이거 하나만 약속하게. 조금이라도 힘이 들거나, 이상이 느껴지면, 바로 내게 이야기해야 해.”
“물론이에요, 약속할게요.”
한스 박사는 한치우를 안으며 그를 달래 주었다.
10월 8일 금요일.
한치우가 런던으로 돌아오던 날.
김인성은 문형철과 함께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그리고 이 일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런던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자, 자! 묠니르 대신에 내가 이야기할게! 토트넘은 최근 스리톱을 즐겨 사용하고 있어! 상대 공격수의 자리 이동을 놓치지 말고, 특히 풀백의 오버래핑에 신경 써.”
페어가 한치우를 대신해 경기 전의 이야기를 진행했다.
지금 한치우는 가만히 눈을 감고 서 있었고, 누구도 쉽게 말을 걸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우리 선공이야! 필! 런던 더비라고 긴장하지 마. 어려우면 무조건 한에게 연결해!”
코인 토스를 마치고 온 데이비드가 합류하며 재빨리 말했다.
화악 –
그때, 한치우의 눈이 떠졌고,
꿀꺽!
선수들은 침을 삼켰다.
한치우의 두 눈은 약간 충혈된 빛을 띠고 있었고, 뭔가 알 수 없는 탐욕이 이글거렸다.
“데이브의 말이 맞아. 필. 어려우면 무조건 나를 찾아.”
“어? 으, 응!”
“오늘 우리는 스퍼스를 날려 버린다.”
“좋아!”
“그래!”
“하하하하! 속이 시원해지는 말이야!”
한치우의 말에 선수들의 긴장이 풀리며 분위기가 제대로 잡혔다.
“말을 할 거면, 처음부터 하던가?”
“아, 아! 지금이라도 좀 감고 있어야죠. 경기 중에 눈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지 않으려면 말이에요.”
페어가 한치우에게 우스갯소리를 건네자, 한치우도 웃으며 받아 주었다.
‘오늘은 어떻게 저 녀석들을 상대할까…….’
하지만 몸을 돌려 하프 라인에 자리를 잡자, 한치우의 표정은 다시 굳어지며 토트넘의 진영을 무섭게 쳐다보았다.
* * *
삐익 – !
퉁 –
아슈르가 뒤로 공을 밀어 주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데릭은 빠르게 골대를 향해 달리고 있었고, 공은 한치우가 아닌 필립을 향해 굴러가고 있었다.
“오! 묠니르! 오랜만이야. 안타까운 소식은 나도 봤어. 정말 안된 일이야. 그런데 왜 공을 받는 게 네가 아니지?”
알렝이 하프 라인을 넘어오는 한치우를 보며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반갑게 말을 건넸다.
“!”
‘뭐, 뭐야!? 무슨, 사람의 눈빛이 이렇게 끔찍해!?’
한치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알렝을 한 번 노려봐 주고는 다시 데릭을 쫓아 열심히 달렸다.
하지만 알렝은 한치우의 눈을 마주한 순간, 정수리가 쭈뼛 서는 느낌을 받았다.
“어? 어!? 조심해! 센터백! 센터백!”
그리고 알렝은 페널티 에어리어로 계속 달려가는 한치우를 급히 쫓으며 앞에 보이는 수비수들에게 크게 외쳤다.
“젠장!”
하지만, 필립이 연결한 공을 바로 감아 찬 마이크의 크로스가 이미 데릭의 머리를 향해 휘어지며 날아오고 있었다.
파악!
데릭은 일부러 골대 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 센터백과 약간 거리를 남긴 상태에서 몸을 위로 솟구쳤다.
놀란 센터백 두 명이 급하게 튀어나왔지만, 이미 공은 데릭의 머리로 떨어지고 있었다.
마이크의 크로스가 얼마나 정확한지 보여 주고 있었다.
툭 –
데릭의 머리에 살짝 빗맞은 공이 골대로 가지 못하고, 옆으로 떨어졌다.
“어, 언제!?”
하지만 이것도 데릭이 노린 것이었다.
골대 가까이에서 점프하지 않은 이유, 마무리할 사람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한치우가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로 얼굴이 잔뜩 굳은 알렝이 보였지만, 이미 거리는 벌어져 있었다.
콰아앙 – !!!
수아아앙 –
한치우는 그대로 달려들며 왼발로 공을 힘껏 걷어찼다.
논스톱 발리에 맞은 공에서 터지는 소리가 나며 골대 앞에 서 있는 골키퍼를 향해 날아갔다.
“!”
퍼어엉 –
토트넘이 지난여름 야심 차게 영입한 멕시코 국가대표 골키퍼 하비에르 페냐는 날아오는 공에 깜짝 놀라면서도 빠르게 반응하며 두 주먹으로 겨우 쳐 냈다.
“으윽!”
다행히 공은 골대를 넘어 뒤로 날아갔지만, 하비에르는 장갑을 뚫고 느껴지는 통증에 손목을 부여잡고 잔디 위로 쓰러졌다.
‘모, 몸을 뒤로 젖혔는데도! 이, 이 정도 힘이 느껴진다고!?’
하비에르는 얼얼하게 저린 손을 잡은 채, 고개를 들어 한치우를 찾았다.
“!”
그런데 한치우가 저 앞에서 분명하게 자신을 보며 섬뜩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