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8
18화. 훌리건(Hooligan)
“묠니르! 묠니르! 망치들의 머리, 묠니르! 묠니르!”
홋스퍼 스타디움의 원정 응원석은 난리가 났다.
아이언들이 제자리에서 뛰며 한치우를 부르는 구호를 외쳤고, 골을 성공한 한치우 역시 그들의 앞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
아이언들의 흥분이 최고조에 이르자, 그들과 홈팬들 사이를 지키는 안전 요원들과 경찰들이 긴장한 눈빛으로 주위를 경계했다.
“으아아! 런던에 오기를 잘했어! 묠니르! 묠니르! 한치우!”
“으아아아! 말 걸지 마! 한치우가 이리로 온다! 사진! 사진!”
안전 요원들의 바로 옆에 한국인 청년 두 명이 울부짖으며 달려오는 한치우를 스마트폰의 카메라에 담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HAN과 10을 마킹한 웨스트햄의 유니폼을 입고 머플러를 두른 그들은, 자신들이 왜 이 경기장에 왔는지 보여 주고 있었다.
“저리 꺼져! 한국인!”
“저런 놈들에게 팔릴 티켓이 있었다니!”
바로 옆에서 홈팬들이 둘을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뭐라 외치고 있었지만, 아이언들의 외침이 너무 커서 한국인들은 자신에게 하는 말을 잘 들을 수도 없었다.
지미의 친구이자 리얼 아이언의 멤버 토미가 욕이 섞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토트넘의 팬들과 제일 가까운 자리에서 울부짖는 동양인 두 명을 볼 수 있었다.
“칼튼! 한의 나라에서 온 듯해요! 위험해 보이는데요!?”
토미가 칼튼을 크게 불렀고, 칼튼이 토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보이는 한국인 두 명과 안전 요원, 경찰, 그리고 그 옆에서 빨개진 얼굴로 욕을 하는 토트넘의 홈팬들을 확인했다.
“안 되겠어! 가서 데려오자! 티켓을 구매해도 위험한 좌석을 선택했군.”
칼튼이 그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오자고 말하자 ICF 멤버들이 칼튼의 뒤를 따라 한국인들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꺼져! 지저분한 놈들아!”
“어디서 개고기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우웩!”
‘이 개 같은 새끼들이!’
칼튼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인을 비하하는 말을 섞어가며 욕을 하는 토트넘 홈팬의 모습을.
‘아니! 저 새끼들 위험해!’
칼튼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옆에서 외치는 그들이 일반적인 축구 팬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응원하는 클럽의 유니폼을 걸치지 않은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한국인 청년 둘도 이제는 자신들에게 욕을 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는지, 긴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움츠리고 있었다.
“헤이! 한의 나라에서 왔나!?”
칼튼과 ICF 멤버들이 그들의 옆으로 바짝 붙었다.
“예? 예! 한국에서 왔어요!”
“웨스트햄 팬이에요!”
“저기 보이는 한의 배너로 가! 여기는 위험하다!”
칼튼이 둘에게 리얼 아이언 멤버들이 보이는 자리를 가리켰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들과 함께 있어! 이쪽 자리는 우리가 있을 테니까. 저리로 가면 우리 자리가 있어!”
칼튼이 빠르게 설명하며 욕을 해대는 토트넘의 훌리건을 노려봤다.
“하하하하! 오늘 ICF가 개고기를 대접받는 날이로구나! DVD도 공짜로 받고!”
“ICF의 드높은 명예는 다 어디로 갔지!? 동양인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꼴이라니!”
“이 개새끼야!”
칼튼의 이성을 잡고 있는 끈이 끊어졌다.
와락! 우직!
칼튼이 단숨에 안전 요원의 머리를 배로 깔아 버리며 욕을 한 토트넘의 훌리건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려 버렸다.
“잡아! 막아!”
“충돌했다! 잡아!”
휘리릭! 휘릭! 휘릭!
순식간에 벌어진 칼튼의 주먹질에 경찰들과 안전 요원들이 당황했다.
이렇게 인간 벽을 만들어 놓고 있었는데, 충돌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넘어가! 빨리! 수장을 보호해!”
ICF 맴버들은 이런 싸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덩치가 좋은 녀석들은 얼른 칼튼을 잡으려는 경찰들의 몸을 막아섰고, 날랜 녀석들은 그들의 위로 넘어가며 칼튼을 지원했다.
퍽! 퍽! 퍼벅!
칼튼과 상대의 주먹이 서로의 얼굴을 계속 때리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토트넘의 팬들도 가세하여 칼튼의 몸을 계속 발로 찼지만, 칼튼은 넘어져도 재빨리 다시 일어나며 주먹을 날렸다.
‘넘어지면 순식간에 밟힌다! 정신 차려!’
그 사이, 날랜 멤버들이 빠르게 합세하며 몸을 날려 발길질을 막았다.
이런 싸움은 먼저 고개를 떨구는 쪽이 지는 것이다.
칼튼은 이를 악물고 눈을 감지 않은 채, 녀석의 코를 집중적으로 때렸다.
“잡아! 수갑 채워!”
화락! 화라락! 퍽! 퍽! 퍽!
철컥! 철컥!
결국, 경찰들이 진압을 시작하며 싸움에 가담한 사람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칼튼의 얼굴은 엉망이었지만, 상대는 이미 코피가 쉴 새 없이 밑으로 떨어지며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었다.
“빨리 데려가! 빨리!”
경찰들이 재빨리 계단 위로 그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토미! 끙까지 응워내! 적대 지면 앙 대!”
칼튼이 엉망이 된 얼굴로 토미를 보며 외쳤다.
“저, 저희도 함께 갈게요!”
“예! 증인이 필요할 거예요! 저들이 먼저 시작했으니까, 도움이 될 거에요!”
“안 돼! 자칫하면 사건이 확대될 수도 있다! 관광객인 것 같은데, 안전하게 귀국해!”
“저기요! 잠깐만요! 저들이 먼저 인종 차별하는 말을 계속했어요! 저희를 데려가지 않으면, 대사관에 정식으로 항의할 거예요! 여기 증거도 있어요!”
원래는 한치우의 모습을 담으려던 스마트폰이 계속 촬영되고 있어서, 아까 훌리건이 욕을 해대는 소리 역시 그대로 녹음되어 있었다.
런던 경찰은 결국 둘을 데려갔다. 경기장에 그대로 두었다가 무슨 일이 또 벌어질지도 몰랐다.
그리고 인종 차별 문제는 잘못 터지는 순간, 전 세계로 확대될 것이다. 여기서 마무리를 잘해야 런던 경찰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는다.
경기는 잠시 중단되었고, 한치우의 이번 시즌 첫 골이자 웨스트햄 이적 후 첫 골의 세레머니는 훌리건들이 화려하게 장식해 주었다.
* * *
잠시 중단된 경기가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 멘트를 시작으로 재개되었다.
덕분에 토트넘 선수들은 선제골을 내어 준 충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 비록 선제골을 먹었지만, 토트넘 선수들의 멘탈은 강했다.
런던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토트넘은 프리미어 리그의 강자로서 언제든지 역전에 성공할 수 있는 팀이었다.
토트넘은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그레고리는 공을 짧게 짧게 연결하며 차근차근 올라가는 빌드 업을 선택했다.
볼 점유율을 늘리며 파이브백으로 주저앉은 토트넘의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려고 빠르게 공을 주고받았다.
“한. 프리킥을 직접 찰 줄은 몰랐는데?”
“오늘 풀 타임을 뛸 수 없는 거 아니야?”
“거너스가 너의 프리킥을 보면 속이 쓰리겠어.”
알렝의 수다는 한시도 쉬지 않았다.
하지만 한치우를 따라다니는 그의 움직임은 더 끈질겨졌다.
그리고 파울을 하지 않는 선에서 한치우를 끝없이 괴롭혔다.
한치우에게 공이 연결되는 횟수가 골을 넣기 전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
아니, 다른 선수들도 공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토트넘은 라인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시작했다.
그라운드 전체를 공격과 수비에 사용하고 있었다.
‘필. 그레고리는 수비력이 약해. 아니, 귀찮아한다는 게 더 맞을 테지. 그는 서른 살을 넘기면서 체력이 예전만 못하거든.’
필립은 자신이 마크하고, 또 자신을 마크하는 그레고리의 검은 얼굴을 바라보며 한치우가 경기 전에 설명한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훌리건의 충돌로 토트넘 선수들만 이익을 본 것은 아니었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웨스트햄 선수들도 정신을 차리며, 적당한 긴장만을 남기고 모두 털어냈다.
그리고 한치우의 발끝에서 떨어진 묠니르는 동료의 사기를 끌어 올려 주었다.
‘우리가 이기고 있다! 굳히기는 원래 우리가 잘하던 것이야!’
필립은 더 악착같이 그레고리의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러면서도 주위를 보는 것도 멈추지 않았다.
‘한과 알렝은 한 몸 같아.’
필립은 자신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할 수 있어. 한과 함께라면.’
필립만이 아니었다.
마이크도 한치우의 프리킥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물론 한치우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키커로서의 자부심이 있었다.
한치우에게 프리킥을 양보한 이유는 자신의 긴장 상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만일 상대가 다른 팀이었다면 원래대로 찼을지도 모른다.
‘배워야 해! 아까는 정말 묠니르가 날아가는 것 같았어! 그렇게 벼락같은 골이라니!’
마이크는 한치우를 시기하는 마음이 아니라 더 배워야 한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내가 더 달려야 한다!’
릴도 현재는 파이브백으로 내려오며 수비에 더 신경 쓰고 있었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느끼고 있었다.
잉글랜드의 왼쪽 날개인 데니스 영을 막는 일도 힘겨웠지만, 계속 전방을 주시하며 기회를 엿보았다.
촤자자자-
필립이 그레고리의 오른발 앞으로 굴러오는 공을 긴 태클로 먼저 따냈다.
모처럼 웨스트햄이 공을 잡은 것이었다.
계속 주위를 확인했던 필립은 일어서자마자 마이크에게로 공을 연결했다.
토트넘의 오른쪽 날개 숀이 전방으로 뛰어가는 상황에서 공을 따낸 것이라, 마이크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툭- 툭-
마이크가 자신의 앞에 훤하게 보이는 잔디 위를 빠르게 치고 나갔다.
거의 일대일 맨 마킹이 달라붙어 있는 상황이라서, 지금 공간을 잡아먹지 않으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
토트넘의 오른쪽 풀백 리암 오닐이 빠르게 튀어나왔다.
파앙!
마이크가 리암이 붙기 전에 계산한 각도로 왼발에 힘을 주어 공을 감아올렸다.
공이 길게 날아가며 날카롭게 휘어졌다.
하지만 공은 무어의 머리를 한참 넘었고, 뛰어오른 데릭의 머리에도 닿지 않았다.
공은 잔디 위를 빠르게 질주하는 릴을 향해 더 길게 오른쪽 코너로 날아갔다.
‘큭! 무조건 잡는다!’
릴이 종아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자신을 믿고 길게 때려준 마이크의 크로스를 그냥 넘어가게 둘 수는 없었다.
타닥!
릴이 몸을 띄우며 오른발 안쪽으로 공을 받아 떨어트렸다.
마이크의 크로스가 하프 서클 바로 위에서 워낙 길게 휘어져 날아간 탓에 토트넘의 수비가 잠깐 시선을 뺏긴 틈을, 릴은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퉁-
토트넘의 왼쪽 풀백이자 아일랜드 국가대표인 조니 어윈이 뛰어오는 것을 보고, 공을 그의 오른쪽으로 차 놓고 왼쪽으로 돌아 뛰었다.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릴의 어깨를 잡으려 했지만, 릴의 속도가 한 발 더 빨랐다.
릴은 자신이 주로 쓰는 오른발로 공의 중앙을 강하게 때렸다.
‘큭!’
종아리가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퍼엉!
공에서 제대로 얻어맞은 소리가 울리며, 토트넘의 문전을 향해 강하게 날아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공은 토트넘의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키퍼의 가슴으로 안겼다.
“아!”
릴은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고.
삐익!
길게 날아가는 공과 함께 전반전 종료의 휘슬이 울렸다.
* * *
“허억! 헉!”
“천천히 마셔!”
“몸에 이상이 없는지 잘 살펴!”
웨스트햄의 라커룸 안에서 기진맥진한 선수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긴장 상태로 그라운드를 뛰어다녔으니 체력이 남아날 리가 없었다.
후반 전술을 지시하기 전에 코칭 스태프는 선수들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바빴다.
특히, 스타킹을 내린 채 오른쪽 종아리를 한스 박사에게 보이고 있는 릴의 표정이 심각했다.
“안 되겠습니다. 이대로 후반전까지 뛰는 건 무리입니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아이싱으로 근육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어요.”
한스 박사의 말에 그랜트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리슨, 선수를 준비해.”
모리슨 영 수석 코치가 밖으로 나갔다.
지금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을 녀석이 필요했다.
“아니에요! 조금만 쉬면, 더 뛸 수 있어요!”
“안 돼!”
“안 돼!”
한스 박사와 한치우가 동시에 외쳤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릴 설리번. 오늘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아니야. 설사 그런 경기라 할지라도, 나는 해머스의 팀 닥터로서 자네의 출전이 무리라고 판단이 되면, 자네를 그라운드에 내보내지 않을 것이야.”
한스 박사의 눈빛이 진심을 담아 릴의 눈을 보았다.
“박사님 말씀이 옳아. 그리고 분하다면 더 훈련하고, 더 집중해! 쓸데없이 몸이 굳어 있어서 그 모양이 된 거니까. 경기 전에 흘린 땀이 아깝다.”
한치우가 농담을 섞어 릴에게 물병을 던져 주었다.
“젠장! 골을 넣을 수 있었는데!”
‘큭! 아쉽다!’
릴은 전반 종료 직전의 상황이 너무 아쉬워 눈을 감아 버렸다.
그의 눈가에 물이 번지는 것은 땀이 아니었다.
본인도 느끼는 것이었다.
그 골을 성공만 했다면, 지금 교체되어도 원이 없었다.
그리고 한치우의 말대로 경기 초반 긴장을 처먹지만 않았어도 팀에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릴. 마지막 움직임은 환상적이었어! 마이크의 크로스도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지! 봤어!? 스퍼스의 시선이 전부 공을 향하고 있었어!”
“맞아! 공이 날아가는 순간에는 나도 입을 다물지 못했어!”
“흥! 골이 들어가야 했는데, 아! 릴! 네 탓이 아니야.”
“로빈, 더 아쉬워하라고. 자, 자! 한의 말이 맞아. 우리는 쓸데없이 너무 긴장했고, 멍청했지. 하지만 지금 우리는 달라졌어! 그리고 지금 우리는 한 골을 이기고 있지! 묠니르가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고!”
라커룸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선수들은 다리를 주무르고 굳어 가는 몸을 당기며, 후반전에 임하는 의지를 새롭게 다졌다.
라커룸의 분위기가 끓어오르는 만큼, 경기를 중계하는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정말 놀랍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예. 한치우 선수, 정말 영리하네요! 전반 내내 끌려다녔던 웨스트햄으로서는 천금 같은 골입니다! 알렝 선수도 페널티 킥을 내어주지 않은 건 훌륭했습니다만, 한치우 선수, 오래전 문전 앞에서 프리킥에 성공하던 그 모습을 아주 오랜만에 대한민국 축구 팬 여러분께 보여 주었습니다! 공이 회전하는 궤적을 보시면 한치우 선수의 몸이 완전하게 회복된 것만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입니다!〉
문언변 캐스터도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는데, 김한식 부장의 상기된 목소리가 더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치우야! 이 자식!’
김한식 부장은 한치우가 보여주는 플레이에 감격했고, 안도했다.
‘보여 주어라! 국가대표에, 대한민국에 얽매이지 말고 훨훨 날아!’
→ 한치우! 소오름!
→ 해설도 완전 난리인데? 몸이 완전 좋아진 거라고, 하긴 웨스트햄은 프리미어 리그에 올인했으니까. 다른 리그 일정도 없고.
→ 그런데 국가대표 은퇴하지 않아도 된 거 아님?
→ 나 같아도 국가대표 은퇴하겠다! 욕 처먹지! 돈은 얼마 안 되지! 내가 한치우였음 오늘 날짜도 제대로 모르고 살았을 거다!
→ 그런데 아까 훌리건은 왜 또 난리임?
→ 그건 나중에 뉴스로 봐. 뭐 있겠어? 미친놈들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 아, 진짜! 국가대표 왜 은퇴한 거지?
→ 책임론 어쩌고 한 거 같은데, 감독하고 코칭 스태프 사임했으면 됐지, 한치우가 뭔 죄임?
→ 다음 월드컵, 설마 한치우 못 보는 건 아니겠지?
→ 정 다 떨어졌다! 그렇게 욕먹고, 계란까지 맞았는데, 나 같으면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도 보기 싫을 거다!
→ 왜 은퇴했냐고!?
축구 팬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광고 방송이 끝나고, 후반전 경기 시작을 알리는 중계가 나오자 사람들은 다시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미들턴! 준비해!”
찰스 미들턴은 정식 1군으로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예!”
찰스는 아직 스무 살의 어린 선수였고, 그는 지난 팀 훈련에서 한치우의 패스를 받지 못하며 러쉬 그린 훈련장에서 “예! 커맨더!”라고 외쳤던 선수이기도 했다.
웨스트햄 유스 출신으로 리저브까지 올라오며 팀이 기대하는 날개이기도 했다.
‘괜찮아! 하지만 다음에도 못 받으면, 내 패스는 네 발을 향하지 않을 거야! 너는 아주 빠르고, 잘 훈련되어 있어. 알았지!?’
찰스의 시선에는 등 번호 10번을 달고 있는 한치우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오늘은 절대 놓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