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프리시즌(Preseason) (3)
외로워야 했다.
물론, 내가 성인이 되고 처음 유럽에 진출한 곳이 프랑스였기 때문에 파리로 팀을 옮겼다고 해서 의사소통의 문제나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나는 이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방인에 불과했고, 지난 시즌에서 이들은 내가 중심이 된 해머스에게 패배하며 별들의 전장에서 떠나야 했다.
그래서 나를 반기는 분위기를 기대한 적도 없었고, 시아카가 올림픽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함께 입단식을 진행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파리지앵 녀석들과 갈등을 만들지 않고, 조용히 지낼 생각이었다.
“일부러 봐주는 건 아니겠지? 어? 설마, 저기 반대편에 있는 녀석들 곁으로 가고 싶다거나, 아까 저 녀석들과 함께한 점심에 미련이 남은 거라면 실망이야. 우리는 프로라고, 새롭게 팀을 바꿨으면 전 동료 관계를 떠나 새로운 팀을 위해 싸워야 해!”
“알렝. 좀 조용히 해라. 어떻게 네 입은 조금도 쉴 줄을 몰라? 하! 어쩌다가 저 녀석까지 여기 오게 된 건지.”
“릴리앙. 겨울에 이적 신청이라도 할까? 난 국가대표팀 소집에 제일 가기 싫은 이유가 저 녀석을 만나야 하는 거였다고,”
“쥐스트! 릴리앙! 무슨 농담을 그렇게 진지하게 해!? 난 그 지긋지긋한 북런던을 떠나 파리로 올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좋은데! 그리고 쥐스트. 장 페리를 끌어내고 국가대표팀 주전 풀백이 되었다고 안심하긴 일러. 아스날이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네가 더 돋보인다는 사실을 잊으면 곤란하다고.”
“저 녀석과 말을 섞으면 너만 손해다.”
“아! 주니오르 녀석이 라커룸에서 보이지 않게 되면, 좀 조용히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더 시끄러운 녀석이 들어와 버렸어! 감독님! 후반전 전술 지시를 시작하시죠!”
쥐스트가 꺼낸 겨울 이적 시장의 이야기는 농담이 분명했지만, 나는 솔직히 아주 조금 후회하고 있다.
만일, 알렝이 이곳으로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천 번은 더 넘게 이적을 고민했을 것이다.
“빨리 후반전이 시작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야 저 녀석의 수다를 견뎌야 하는 상대가 바뀔 테니까.”
아사모아가 내 옆에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난 아사모아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후반전이 시작되면 저 녀석의 수다를 견뎌야 하는 사람은 맥스였기 때문이었다.
‘맥스도 대단해. 나도 네 번은 넘게 상대해야 알렝의 수다에 적응할 수 있었는데 말이지.’
그래도 이 녀석들을 상대로 어시스트까지 기록한 맥스가 대단하긴 했다.
뭐, 아직 아사모아와 알렝, 그리고 눈을 감고 앉아 있는 네리와 내가 정식 경기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틈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꿇리는 녀석들은 아니었다.
“알렝! 그만 떠들어. 음, 파리 생제르맹 트레이닝 센터(PSG의 훈련장, 이하 PTC)에서 발을 맞추기는 했지만, 아직 아이언 실드를 상대하기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프리킥도 한이 유도했기 때문에 만회할 기회가 된 것이지, 우리가 전술적으로 움직였다고는 볼 수 없어. 음, 나도 궁금하기는 해서 말이야. 한. 혹시 아이언 실드를 풀어낼 방법이 있을까?”
‘진심으로 물으시는 건가?’
나는 조금 어이없는 표정으로 페로셰 감독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오! 페로셰! 아, 아니! 가, 감독님! 바로 그거입니다! 제가 궁금한 것이!”
“미쿠. 난 이제 네 국가대표팀의 동료가 아니야. 그리고 조용히 하라는 경고를 무시하면 바로 교체할 거다. 물론, 경기 중에도 유효해.”
“흡!”
페로셰 감독님과는 예전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동료였던 알렝이 자신의 실수가 아니더라도 감독님의 협박에 이번에는 진짜 입을 다물 분위기가 되었다.
나는 알렝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훑었다.
내 옆에 앉은 아사모아를 시작해 눈을 감았던 네리까지 내 눈을 피하지 않고, 호기심을 숨기지 않았다.
“꼭 오늘 아이언 실드를 뚫어야 하나요?”
“그럴 자신은 있고?”
“뭐, 경기 종료 전에는 뚫을 수 있을 것도 같아요. 하지만 그건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전술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저 혼자만의 움직임으로 돌파한 것에 불과하죠. 아까 프리킥을 유도한 것처럼 친구들의 성격과 습관 몇 가지를 이용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절대 다음부터 통하지 않을 거예요. 저 녀석들은 언제나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끝없는 노력을 하니까요. 그래서 하지 않으려고요.”
“그래도 이 경기를 시청하고 있을 파리지앵의 팬들을 위해서라도 한번 보여 주는 게 낫지 않을까? 네 유니폼 판매 실적에도 도움이 될 텐데?”
“제 유니폼 판매 실적이야 감독님께서 신경 쓰실 일은 아니죠. 솔직히 궁금해서 그런 것이라면 사양할게요. 데이브와 페어라면 반드시 제 움직임을 막아 낼 방법을 찾을 것이고, 나중에 중요한 경기에서 아이언 실드를 뚫어 내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테니까요. 여러모로 손해라고요. 차라리 오늘은 이기는 것보다 우리의 호흡을 맞추는 데 신경 쓰고 싶어요. 대신 다음 주에 로스 블랑코스는 제대로 부숴 버리겠어요.”
“해머스가 로스 블랑코스보다 어려운 상대다?”
“당연하죠. 지금 해머스의 수비 조직력은 세계 최강이에요. 후반전에 제대로 잠그는 쪽으로 나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패스 게임으로 공을 주고받는 게 전부가 될 거예요. 그러다 한번 뺏기기라도 한다면 카운터가 바로 날아오겠죠. 해머스에 묠니르는 없지만, 더블 캐논은 건재해요. 저는 차라리 후반전에 패스 위주로 공을 뺏기지 않으면서 점유율을 계속 유지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야, 야. 그냥 반대 라커룸으로 들어가라.”
“알렝?”
“헉!”
하하하하하하하 –
이런 분위기에서 내가 외로움을 느낄 수가 있느냔 말이다.
분명히 아사모아에게 듣기로 지난 시즌 마지막까지 파리지앵의 라커룸 분위기는 최악이라고 들었는데, 거짓말을 할 녀석도 아니고. 진짜 알렝은 대단한 녀석이다.
뭐, 하템 회장의 수완도 보통이 아니지만.
원래 말썽의 중심이었던 주니오르를 리버풀로 보내고, 함께 갈등을 일으킨 호세를 웨스트햄으로 보냈다.
만일, 한 사람을 파리에 남겼다면 네리와 에두가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
하템 회장은 솔로몬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것도 최대의 이익을 낼 수 있는 쪽으로 말이다.
“조금만 보여 주면 안 될까?”
“감독님. 나중에 PTC에서 보여 드릴게요. 그리고 아이언 실드의 틈을 노리고 돌파하는 제 모습을 미구엘이 본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이런! 그 생각을 하지 못했어!”
감독님은 꼬이고 꼬인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피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셨다.
앤드루도 젊은 감독이었지만, 내 앞에 있는 이 사람보다는 나이가 많았다.
그리고 앙리 페로셰는 전설적인 축구 선수이기도 했다.
내가 수도 없이 돌려 봤었던 영상의 주인공이기도 했고.
내가 파리를 선택한 이유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그다음이 바로 이 사람이었다.
중원의 예술가.
앙리 페로셰.
해머스로 돌아가기 전에 이 사람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제게 묻지 마시고, 감독님의 생각을 말씀해 주시죠.’
* * *
“릴! 조금만 올려도 괜찮겠어!”
“맥! 너는 조금 내려와!”
“아쉬! 아쉬! 어! 어! 거기!”
서로 위치를 확인하며 외치는 것을 멈추지 않는 웨스트햄의 선수들은 공격으로 깊숙이 올라오지 않는 한치우를 견제하고 있었다.
퉁 – 퉁 – 퉁 –
한치우는 후반전에는 네리와 위치를 바꾸고 알렝과 아사모아와 함께 공을 짧게 주고받으며 포백 라인 앞에서 공의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호세! 언제 한이 위치를 원래대로 바꿀지 몰라! 지금은 네리의 움직임에 집중하는데, 한이 올라오는 것을 놓치지 마! 뒤에서 우리가 이야기해 줄게!”
“오케이!”
데이비드가 새로운 동료가 된 호세 시메오네에게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고,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진짜 적응 안 되네!’
저 앞에서 PSG의 하얀 원정 유니폼을 입고 공을 받는 한치우의 모습에 데이비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송별회도 했고, 나중에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도 받았지만, 실제로 그라운드에서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어야 한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하기 힘들었다.
슬쩍 옆을 보니 로빈의 얼굴은 완벽하게 굳어 있었다.
전반전에 한치우의 갑작스러운 돌파에 위험한 태클로 상대한 것이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다.
“로빈! 알지? 한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거야.”
데이비드가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돌아오는 답은 들리지 않았다.
‘런던 스타디움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지.’
PSG와 프리시즌 경기 일정이 잡히면서 처음에 경기장으로 얘기가 나온 곳은 런던 스타디움이었다.
하지만 한치우는 양 팀의 선수단을 한국에 초대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고, 덕분에 대한민국의 월드컵 경기장에서 PSG를 상대할 수 있었다.
하템 회장의 기획으로 추진된 이번 프리시즌 경기 일정에 참가하는 팀은 모두 네 팀이었다.
프리미어 리그의 웨스트햄.
리그 앙의 PSG.
라 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분데스리가의 도르트문트.
PSG는 오늘 경기가 끝나면, 카타르로 날아가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한 후, 다시 독일로 날아가 도르트문트를 상대하게 된다.
이번 경기 때문에 파리에서 경기 일정이 날아가 버렸지만, 하템 회장은 대신 한치우와 시아카의 입단식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만일, 아까 그 상황이 런던 스타디움에서 일어났다면, 아이언들까지 상처를 입게 되었을 거야.’
“데이브!”
그때, 데이비드의 잡생각을 쓸어 버리는 외침이 들렸다.
네리가 어느새 호세의 앞에서 슛 동작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파바박!
페어의 경고에 정신을 차린 데이비드가 다리에 힘을 주고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 나갔다.
밴드를 허리에 달고 앞으로 튀어 나가는 훈련을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았던 덕분에 네리의 앞에 공간을 빠르게 지워 버릴 수 있었다.
“쳇!”
퉁 –
네리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몸을 돌려 공을 뒤로 안전하게 보냈다.
파 – 앙 –
그리고 공을 잡은 한치우는 맥스와 마이크가 감싸기 전에 더 뒤로 길게 공을 넘기며 소유권을 뺏기지 않았다.
“아, 진짜! 패스 연습이라도 하려는 거야!?”
“내가 뺏어주겠어!
릴의 짜증, 데릭의 장담이 그라운드를 크게 울렸고, 한치우가 다시 내려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한치우의 왼팔에는 자신과 비슷한 완장을 달고 있었다.
‘진짜 잘 어울린다!’
데이비드는 한치우가 파리지앵의 새로운 주장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 * *
〈후반전 삼십 분이 지나 PSG는 교체 선수를 준비하는군요. 번호로 보아 알렝 미쿠를 빼 줄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 들어오는 선수는 어린 유망주입니다. 제라르 드롱이 들어오네요. PSG는 오늘 경기에서 포워드로 선발 출전한 줄리앙 카셀, 그리고 제라르 드롱의 가능성을 시험하고자 합니다!〉
〈좋은 기회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 지금 PSG에는 한치우가 있기 때문에 프리시즌 경기라 할지라도 저 어린 선수들에게는 값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래도 알렝 미쿠를 내보내는 것은 좀 의외이긴 하죠? 이런 경기를 통해 베스트 멤버들과 경기 시간을 늘려야 하는데요. 앙리 페로셰 감독의 의도가 궁금하네요.〉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어린 선수에게 좋은 경험을 심어 주겠다는 의도가 아니겠습니까. 프리시즌 일정은 이제 시작이고, 리그 개막까지 여유가 있으니까요. 한치우 선수와 시아카 조코라가 함께 뛰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죠.〉
〈하하하!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뭐, 다음 달에 리그가 개막하면 계속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아! 위치가 조금 바뀌네요! 아사모아 파티가 혼자 홀딩으로 내려가고 그 앞에 네리 도밍게스와 제라르 드롱이 올라갑니다. 4-1-2-3! 한치우의 위치가 센터 포워드입니다!〉
알렝은 결국, 수다를 참지 못하고 시끄럽게 굴다가 그라운드를 나가야 했다.
알렝의 뒤통수를 두드리며 웃고 계신 감독님의 표정이 속 시원하게 보였다.
“한! 중앙이요! 포워드로 올라가라는 지시입니다!”
그리고 들어오는 제라르가 네리의 옆으로 서며 내게 감독님의 지시를 전달했다.
‘뭐, 실점해도 좋으니까, 득점은 하라는 건가?’
나는 호세의 옆에 서서 감독님의 의도를 파악했다.
“데이브! 로빈! 중앙으로 좁히고! 페어! 리치! 윙 포워드 움직임을 놓치지 마!”
그리고 저 옆에서 이제는 감독님으로 불러야 할 시어 감독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위로 올라가자 아이언 실드 역시 우리 스리톱에 맞춰 변화를 주려는 것이었다.
“한! 쓸데없는 잔재주 부리지 말고, 정면으로 승부해!”
그때, 로빈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외쳤다.
“뭐야? 잔재주라니! 그러지 않고서는 나도 아이언 실드를 뚫고, 득점에 성공할 수 없다고!”
“흥!”
내가 억울한 듯이 외치자, 로빈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신경 쓰지 마. 저 녀석, 괜히 미안해서 저러니까.”
“미안하기는 다치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페어! 살살해요! 무슨 프리시즌 경기가 이렇게 힘들어!?”
“하하하! 저기 봐라. 여기가 한국인지 런던 스타디움인지 모를 정도니까!”
페어의 말이 아니더라도 지금 수원 월드컵 경기장 관중석에 들어찬 사람들 대부분이 웨스트햄의 유니폼을 입고, 머플러를 흔들고 있었다.
한쪽에 PSG의 유니폼을 입은 관중도 보였지만, 웨스트햄을 응원하는 팬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진짜 PSG가 원정팀이 된 분위기.
‘아, 진짜 이거 이상하게 감정이 끓어오르네?’
파바박!
“네리!”
스로인으로 공을 잡는 네리에게 얼른 뛰어가며 외쳤다.
퉁 –
하지만 네리는 눈으로는 나를 보며 공은 제라르에게 연결했다.
덕분에 내 쪽으로 호세와 마이크가 쏠리며 제라르가 편하게 공을 받을 수 있었다.
‘역시 네리의 센스는 기가 막히는구나!’
후반전에 들어와 삼십 분 동안 점유율을 높이며 연결에 집중한 결과가 보이고 있었다.
이런 아이 페이크는 기본으로 쓸 수 있는 네리가 이제 내 움직임에 적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툭 – 퉁!
그래서 마이크가 다시 제라르에게 달라붙자, 네리와 제라르는 순식간에 2 : 1 패스를 주고받았고 결국, 공은 내 발 앞으로 굴러왔다.
제라르 역시 PSG에서 잘 성장한 유망주였고, 나보다 네리와 발을 많이 맞춰 왔다.
기본적인 2 : 1 패스를 놓칠 정도였다면, 감독님께서도 내보내지도 않았을 테지만,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었다.
‘저기 줄리앙 역시 마찬가지!’
퉁 – 촤아아 –
나는 굴러오는 공을 오른발 뒤꿈치로 강하게 찍으며 몸을 크게 왼쪽으로 돌렸다.
타다닷!
뒤꿈치에 찍힌 공이 호세의 다리 옆으로 빠져나갔고, 순간 공에게 시선을 빼앗긴 호세를 놔두고 공이 떠나는 반대 방향으로 얼른 뛰었다.
“데이브! 로빈!”
퉁 –
페어의 목소리가 귀를 울리고, 그의 앞에서 공을 바로 밀어내는 줄리앙의 모습이 스쳤다.
내 발 앞으로 공이 돌아오며 데이비드와 로빈이 동시에 나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까지 눈에 들어왔다.
‘미구엘이 본다고? 왜 그런 것을 신경 쓰고 있어! 아이언 실드가 더 단단해지면 내게도 좋은 일인데!’
화 – 악!
두근, 두 – 근, 두 – 근 –
‘더 단단해져라! 해머스!’
나를 빼고 느려진 시계에서 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미구엘이 본다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리고 저렇게 진심으로 내게 달려드는 친구들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오늘 이곳을 찾아 주신 관중을 생각하면 더더욱.
‘건방진 생각 따위 하지 말고,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툭, 툭 –
나는 오만했다는 것을 인정하며 적안의 세계에서 두 발자국을 움직여 데이비드와 로빈의 사이를 통과했다.
투웅 –
그리고 가볍게 밀어낸 공은 레이가 반응하기 전에 골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저 옆에서 페로셰 감독님이 웃고 계실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