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이민
“으, 응?”
당황하시는 감독님의 표정에서 망설임까지 읽을 수 있었다.
계속 일부러 말씀을 피하고 계셨지만, 지난달에 열린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크로아티아에 패하며 프랑스 국가대표팀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어졌다는 것을 내가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그레고리 에토리와 피에르 코망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나를 레블뢰에 포함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견이 나온 것은.
이미 피파는 귀화 선수에 관한 조항을 수정했고, 이미 이것을 이용하여 국적을 바꾼 선수들이 각국의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이제 해가 바뀌면 프랑스 이민을 결정하는 순간, 레블뢰의 한 명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게 된다.
“제가 필요하세요?”
다시 묻는 나의 말에 조레스 감독님의 얼굴이 굳으셨다.
“나는 네게 이민을 권유할 생각이 없다. 네게 국적을 바꾸라고 말하면서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도 없어. 나는 네가 행복하게 축구를 즐겼으면 좋겠어. 주위 환경? 주변의 압박? 언론의 보도? 지인의 상황? 이런 것에 네가 휘둘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솔직하게 말할게. 네가 아시아인이 아니라 유럽인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바로 어제 발롱도르 후보들의 득표수가 공개되었을 때처럼 말이다.”
“감독님…….”
“발롱도르가 아무리 예전과 달라졌다고 하지만, 유럽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는 절대 바뀌지 않아. 네가 다시 한국의 국가대표팀으로 복귀해서 월드컵 4강 이상의 성적을 낸다면 또 모르겠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그랜트 감독님께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 그분 정도 되면 다 보이게 되지.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개혁하고 있지만, 아직 축구계는 보수적인 부분이 많아. 그리고 변화되는 부분도 각각의 이익을 위한 움직임이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것은 아니지. 지난 피파 총회에서 통과된 개정안도 그런 이유에서지. 그 때문에 지금 언론이나 축구 팬들은 네가 뢰블레로 들어올 자격이 생기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 하지만 다음 경기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쏙 들어갈 여론이야. 언제나 그랬듯이.”
“그랜트 감독님께서는 제게 이민을 권유하셨어요. 잉글랜드? 프랑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말씀하셨죠. 제가 목표로 하는 위대한 축구 선수가 되려면 월드컵과 발롱도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
“저도 이민을 고민한 적이 없어요. 그럴 필요도 없었고요. 그런데 어제 기자단 득표 순위가 공개되었을 때는 살짝 마음이 흔들리더라고요.”
“흠…….”
조레스 감독님의 표정이 사뭇 심각해지셨다.
내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해 줘야 하나?
오늘 괜히 이런 자리를 만들었나?
걱정과 후회의 마음이 표정에 다 드러나 계셨다.
“다음 예선 경기가 러시아와 붙나요?”
그래서 나는 웃는 얼굴로 다시 화제를 바꾸었다,
“그래. 추울 때, 그 추운 곳으로 갈 생각을 하니 몸이 다 떨려. 하하하!”
“이번 예선이 좀 힘드시죠? 유럽에 배정된 본선 티켓 중에 벌써 다섯 장이 개최국으로 돌아가 버려서요.”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이런 일은 앞으로 자주 나오게 될 거야. 월드컵을 공동으로 개최하려는 나라들은 늘어나게 될 테니까.”
“나중에 다시 48개국으로 늘어날 수도 있겠네요?”
“그럴지도 모르지. 중요한 것은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그렇게 바뀌는 내용이 맹목적으로 이익을 좇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야.”
‘내가 프랑스로 귀화하는 것마저 이익을 좇아간다고 생각하시는구나!’
나는 왜 감독님께서 내게 이민을 권유하시지 않는지 알 것만 같았다.
* * *
[프랑스 국가대표팀 감독 루이 조레스와 한이 파리 근교의 레스토랑에서 만나다.] [그 자리에서 프랑스 이민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2개월만 지나면 프랑스 국가대표팀에 뛸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한.] [발롱도르에서 4위에 머문 아시아 출신의 축구 천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한이 뢰블레의 유니폼을 입는 순간, 프랑스는 월드컵 우승 후보 0순위! 현재 3위로 떨어진 FIFA 랭킹 역시 금방 회복할 것.] [어려운 예선 일정과 줄어든 본선행 티켓. 루이 조레스 감독은 옛 제자를 뢰블레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아무리 보안에 신경을 쓴다고 해도 둘이 만나는 사실을 숨기기는 힘들었다.
경호원들 사이로 차에서 내리는 둘의 모습, 레스토랑 안으로 함께 들어가고 나오는 모습까지.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프랑스 축구 리그에서 뛰는 최고의 선수가 만났다는 사실은 빠르게 퍼지며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설마, 한치우. 프랑스 국가대표팀이 되는 건 아니겠지?”
“그러려면 국적을 바꿔야 하는데, 한치우가 이민하면서까지 월드컵에 나오려고 할까? 그렇게 안 좋은 일을 겪었었는데?”
“프랑스 국대로 뛰면 월드컵 우승은 거의 확실한데, 계란을 맞을 일이 있겠어? 그리고 안 좋은 일. 그거,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야. 인천 국제공항에서 계란이 날아갔다고.”
“하! 진짜! 그때, 그 개념 밥 말아 먹은 새끼, 도대체 누구야? X발. 생각해 보면, 그때 한치우가 잘못한 게 있었어?”
“야, 야! 다 똑같아! 그때 우리라고 한치우 욕을 안 한 건 아니잖아. 그냥 분위기에 휩쓸리는 건 다 마찬가지야. 저번에 김한식이 그런 말을 했었지? 한치우가 국적을 바꾸게 되더라도 비난할 수 있겠냐고. 난 솔직히 한치우가 프랑스 대표가 된다고 해도 비난할 생각 없어. 월드컵 우승도 하고, 발롱도르 수상도 했으면 좋겠다. X발. 솔직히 나라가 해 준 게 뭔데? 축협은 한치우에게 뭘 해 줬는데?”
“나도 한치우 이민 찬성. 솔직히 나였으면, 웨스트햄으로 이적했을 때, 이미 영국으로 귀화했을걸? 국적이 무슨 상관이야? 한치우는 병역 의무도 다했고,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도 땄어. 국민으로서 할 일은 다 한 거지. 전신주나 안벽남 이 X새끼들과는 다르다고,”
“맞아. 솔직히 한치우 월드컵에서 뛰는 거 보고 싶지 않냐? 개발들 데리고 끙끙대는 거 말고, 마음 놓고 패스할 선수들이 옆에 있으면 월드컵에서 득점왕, 도움왕도 동시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미구엘도 월드컵 우승은 해 보지 못했어. 만일,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프랑스가 만나고, 미구엘과 한치우가 만나면 초대박이지!”
“아프리카도 만만치 않아. 아슈르의 카메룬, 아사모아의 가나, 무사의 세네갈, 그리고 시아카의 코트디부아르까지. 아!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만나도 초대박이네!”
“X발! 이거, 장난 아닌데!? 그냥 한치우 프랑스에 이민하라고 하자! 그게 더 재미있겠다!”
“이 새캬! 월드컵이 장난이야!? 우리나라도 생각해야지!”
“지랄! 최종 예선이나 통과하는 거 보고 얘기해라. X팔! 중국하고 같은 조지? 그 경기 어떻게 하는지 똑똑히 보겠어.”
“설마 중국에 지겠어? 그리고 아직 그레고리 에토리는 내년 여름이 지나야 중국 국대가 될 수 있어. 여름까지 리그 선수로 뛰어야 3년을 채운다고. 그리고 3년을 채웠다고 해서 중국 국대 선수가 된다는 보장도 없지. 아직 중국 이민 신청하지도 않았더만.”
“크크크! 그러게. 짱깨 새끼들. X될 수도 있지.”
뉴스를 확인하는 한국의 축구 팬들은 한치우가 이민을 선택한다고 해도 받아들이겠다는 견해가 많았다.
물론, 비난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사람들은 축협 직원이나 언론사 기자로 의심받으며 공격을 받았다.
→ 그래도 이민은 아님. 그냥 프로팀에서 뛰는 것만으로 충분. 나라를 바꾸면서까지 월드컵에 나가야 함?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으면, 차라리 복귀를 선택해야지.
→ 복귀? 설마 대한민국 국대 복귀?
→ 당연하지. 지금 대한민국 축구가 위기 상황인데, 이럴 때 한치우가 복귀해서 도와줘야 함.
→ 미들에 남다른하고 함께 뛰면, 그래도 예전처럼 힘들지는 않겠지.
→ 강병석도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만큼, 한치우만 들어오면 진짜 해 볼 만하지 않음?
→ 뭐여? 이 정신병자들은? 설마 진심으로 한치우 복귀를 바라는 건 아니겠지? 아직도 그런 정신 나간 놈들이 있어!?
→ 축협 회장이라면 바라겠지. 아! 저 새끼! 축협 회장이네!
→ 18! 한치우 복귀시키기만 해봐라! 축협 불 질러 버릴 테니까!
→ 기레기, 축협 알바 다 꺼져라! 한치우가 지금 이렇게 성공하고 국위 선양할 수 있는 이유가 전부 국대에서 은퇴했기 때문이야! 뭐, 국가대표만 애국하는 길이야!?
→ 한치우 복귀 얘기하는 바퀴벌레 새퀴들 전부 추적한다.
→ 국대 복귀에 관한 기사만 나와 봐라, 벌레 새퀴들! 아, 진짜 화가 나네! 한치우! 그냥 이민해!
→ 차라리 파란 유니폼 입고, 대한민국 개박살 내 주라. 십 대 영이면 정신 좀 차리지 않을까?
→ 맞아. 긴가민가했는데, 그냥 이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21세기에 이민이 무슨 욕 먹을 일도 아니고, 스캔들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탈세한 적도 없고, 기부까지 열심히 하는데, 그냥 이민해라. 헬조선은 탈출이 정답.
그리고 이제는 한치우의 이민을 오히려 반기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 * *
“함부르크는 좀 춥나?”
“뭐,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지. 무슨 일인데?”
“크리스마스 때 파리에서 모이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
“그래. 그런데 24일은 경기여서 25일 월요일에 가야 할 거야.”
“나 역시 24일은 경기야. 시차 계산 잘하고, 25일 저녁은 파리에서 보낼 수 있도록 클럽에 이야기 잘해 놔.”
“벌써 다 얘기했지. 그런데 FC 장크트 파울리(이하 파울리)에서는 완전 이적을 요구하던데, 들었어?”
한치우가 소파에 앉아 강병석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강병석이 유럽으로 팀을 옮긴 곳은 리그 앙의 RC 랑스(이하 랑스)였지만, 다시 독일 함부르크를 연고로 하는 분데스리가의 파울리로 임대되었다.
이유는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퓨어에게 들었어. 임대 반 시즌 만에 완전 이적 이야기가 나오는 거 보면, 잘하고 있나 봐?”
“뭐야? 내 경기 안 봐?”
“왜? 내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 그리고 퓨어가 다 챙겨 보고 있어.”
“야! 친구란 녀석이! 그래도 봐줘야지!”
“골키퍼가 경기에서 얼마나 카메라에 잡힌다고 너를 보려고 경기씩이나 보냐?”
“이. 이!”
“잘하고 있으면 됐지. 파리에 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함부르크 더비에서 이긴 거 축하하고.”
“어! 어……? 봐, 봤어?”
“봤지 인마. 그리고 알지? 함부르크 SV(이하 함부르크)의 감독이 누구인지?”
“요한 슈미트. 예전 아스날의 감독? 아! 하하하하하! 맞아 네가 아스날에 있었을 때, 감독이었었지?”
“어? 야! 야! 전화 끊어!. 25일! 늦지 마!”
“알았어!”
확 –
한치우가 스마트폰의 종료 버튼을 누른 다음 소파에서 얼른 일어났다.
저 앞의 창문 밖으로 퓨어가 뛰어오는 게 보였다.
‘저러다 또 넘어지지!’
타닷!
현관문으로 뛰어가는 한치우의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민석이 형?”
“왜!?”
현관으로 달리면서 혹시 박민석이 근처에 있을까 봐 불렀지만, 들려오는 답은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아! 진짜 집은 쓸데없이 넓어서!’
파리 서쪽 외곽, 센강 근처에 있는 저택은 네 명이 지내기에는 너무 넓었다.
저택의 규모를 보여 주는 듯 한참 달린 한치우가 양손으로 잡은 출입구의 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기이이이 –
한치우는 안으로 들어오는 문을 양쪽으로 잡아당겼고,
“어, 어!? 어!?”
막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으려던 퓨어가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지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파악 –
“퓨어. 뛰지 말라고 했잖아.”
“아, 아니! 나, 난…….”
퓨어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한치우가 퓨어의 허리에 팔을 감고, 안았기 때문이었다.
쪽 –
그리고 한치우의 입술이 퓨어의 붉은 입술을 덮어 버렸다.
“나 없는 곳에서는 절대 뛰어다니지 마. 절대.”
“으, 응.”
짧은 입맞춤이 끝이 나고 한치우가 에메랄드를 마주 보며 단단하게 이야기했지만, 에메랄드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왜 불렀어? 아! 미안. 하던 거 계속해.”
그리고 그때, 한치우가 부르는 소리에 위에서 내려온 박민석이 서로 안고 있는 둘을 보며 사과했지만, 크게 신경 쓰는 표정은 아니었다.
아무렇지 않게 다시 위로 올라가는 박민석의 등 뒤로 그의 말에 따라 하던 거를 계속하려는지 긴 입맞춤을 시작한 연인의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