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77
77화. 완전 쫑 났네요
“큰일이 난 것은 아니지?”
“내 걱정하지 말고, 제발 좀 내려와라.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
한치우가 스마트폰의 종료 버튼을 누르며 러닝 머신 위를 가볍게 달리고 있는 데이비드에게 다가갔다.
“이 정도는 뛰어도 괜찮아. 전혀 아프지 않다고.”
“그것은 네가 판단하는 게 아니야. 오죽하면, 한스 박사님께서 나보고 너를 봐달라고 할 정도겠어. 왜 쉬라고 한 날까지 나와서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냐고. 쉬라면, 좀 쉬어라.”
삐비빅 –
한치우가 러닝 머신의 버튼을 재빨리 눌러 버렸다.
“야! 야! 그렇게 갑자기 누르면 어떡해!”
“내려와. 앉아서 얘기하자.”
한치우가 데이비드의 머리 위로 수건을 던졌다.
“후! 그래도 달리니까 좀 살 것 같네. 걷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충족이 안 된단 말이지.”
“그래도 한스 박사의 말을 따르는 게 좋다네. 걷는 운동은 몸의 균형을 잡아 주고, 자신의 몸 상태를 관찰하기에 아주 좋은 운동이지. 달리는 것만큼 땀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할 것이 아니야.”
“예. 이거 독일의 박사님께서 안 계시니, 이제는 한국의 박사님까지 봐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데이비드가 박용우 박사에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마음이 느껴져 잔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데이브. 내가 부상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한치우가 데이비드의 옆으로 앉으며 다시 말했다.
“한. 사 주 동안 진짜 열심히 집중 치료를 받았어. 지금은 재활 기간이지. 가벼운 러닝 정도는 괜찮아.”
“아니. 가벼운 러닝이 괜찮은 상태였다면, 한스 박사님께서 뛰어도 된다는 말씀을 하셨을 거야. 제발 미련하게 굴지 마. 네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게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면 말이지.”
“한, 그렇게 말하면 내가 섭섭해.”
“그러니까 제발 말 좀 들어. 네가 여기서 무리하다가는 리그 마지막 경기와 그다음 주에 있을 FA컵 결승전에도 우리는 캡틴 해머스가 없는 상태에서 시즌을 마무리해야 할지도 몰라. 나는 물론이고, 모두 다 그것을 원치 않고 있지.”
데이비드는 이 말에는 뭐라고 반박하기가 어려웠다.
지금 데이비드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것이 바로 출전이 예상되는 마지막 남은 두 경기에서 자신의 몸이 무거워질까 봐 걱정이 앞선 것이었다.
“데이브. 나는 정말 미련하게 살았었어. 조금 아픈 것은 그냥 견디고 경기장에 나갔고, 무릎에 차오른 물을 주사로 빼고, 얼마 쉬지도 않은 채 그라운드를 달렸지.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이 뭐였지? 거너스는 나를 그대로 버려 뒀고, 국가대표는 은퇴해야만 했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결국 모든 곳에서 버림받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뼈저리게 느꼈어.”
“한…….”
“치우야.”
‘역시. 한치우는 축구 협회가 버린 것이 분명했어!’
한치우의 말에 피트니스 센터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데이비드는 한치우의 마음이 전해지며 쉽게 말을 이어 가지 못했고,
박용우도 한치우가 입은 마음의 상처가 완벽하게 치유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옆에서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고 있는 최재영도 한치우의 은퇴에는 축구 협회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데이브. 난 정말이지 해머스의 선수가 되어서 너무 좋아. 비로소 이곳에 와서야 내가 온전히 축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지. 나를 묠리르라고 부르며 사랑해 주는 아이언들도 좋고, 내가 하는 말에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한데, 잘 따라 주는 너희도 고마워. 데이브.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이번에 리그 컵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앞으로 들어 올릴 수많은 트로피 중의 하나에 불과해. 그래. 웨스트햄 역사상 최초의 리그 컵 우승이라는 의미가 있겠지. 그런데 이거 알아? 어차피 앞으로 우리가 들어 올리게 될 트로피는 FA컵을 제외하면 모두 최초라는 사실을 말이야.”
“그래.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겠어. 미안해. 내가 너무 고집을 부려서, 하지만 걷는 것은 괜찮지? 박사님! 걷는 건 괜찮은 거죠? 한스 박사님께서도 걷는 운동은 말리지 않으셨어요.”
“물론이네. 단, 허리에 힘을 주고 옆구리에 체중이 쏠리지 않게 신경을 집중하면서 걸어야 하네. 호흡이 무너져도 안 되고, 내가 봐줄 테니 걸어 보겠나?”
“예! 감사합니다!”
“하여튼 진짜 이 단단하기만 한 해머스는 전부 고집불통만 모아 놨다니까!”
한치우가 이제야 마음 편히 웃으며 데이비드의 옆에 있는 러닝 머신 위로 올라갔다.
“너도 걸으려고?”
“아니! 난 뛸 거다! 여기까지 왔는데, 제대로 운동이나 하고 가야겠어. 박사님 데이브 좀 봐주세요.”
삐빅!
한치우가 러닝 머신의 속도를 올리며 달리기 시작했고, 박용우 박사는 데이비드가 걷는 자세를 봐주기 시작했다.
박용우 박사는 데이비드를 봐주면서도 한치우가 어떻게 운동을 하는지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사십 분 정도 러닝으로 몸을 데운 한치우는 러닝 머신에서 내려와 스트레칭을 꼼꼼히 하며 근육을 잘 풀었고, 기구에 올라타며 다리의 근육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 어떤 때보다 완벽한 몸을 만들었구나!’
박용우 박사는 꿈틀거리는 한치우의 허벅지와 종아리를 보며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해가 다 떨어지기 전에 넷은 피트니트 센터를 나왔다.
“존. 어떻게 됐어?”
한치우는 아파트로 들어오자마자 영상 유출에 관한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아까 구단주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아마도 웨스트햄 클럽 차원에서 소송을 준비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너도 그렇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응. 강한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흠. 일단, 실버 형제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말도 해왔어. 아무래도 더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 그런데 스포츠 내일 신문사는 네게 각별한 곳이 아니었어? 만일 소송이 진행된다면, 스포츠 내일 쪽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잖아.”
“내게 각별한 사람이 부장님일 뿐이지. 신문사가 각별한 곳은 아니야. 그리고 이제 예전처럼 봐줄 건 봐주면서 무르게 살아가지 않을 거야. 부장님께서 책임지실 일이 생긴다면, 책임을 다하시는 것이 맞지. 우리는 프로야. 실수를 용서받을 수 있는 아마추어가 아니라고.”
“오! 냉정한 묠니르! 멋진데?”
“하나도 재미없어. 그리고 내 예상대로 일이 흘러간다면, 부장님께서 책임지실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너 뭔가 알고 있구나!?”
“이제는 뭔가 대충 보이는 것이 있어. 예전에 무르게 살았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요즘에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일이 터졌다는 것은 이 내용을 아는 사람이 도와주지 않는 이상, 힘든 일이지. 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로 스트레스가 생기는 일을 사전에 차단해 볼 생각이야. 물론 휴 실버의 계획이 내 생각과 일치한다면 말이지.”
방으로 올라가는 한치우의 눈빛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래.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고.”
존은 한치우의 이런 변화가 싫지 않았다.
* * *
대한민국 시각으로 화요일 새벽 두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송 기자는 편집부의 자신의 책상에서 보도 자료로 내보낼 성명문을 꼼꼼히 작성하고 있었고, 김한식은 송 기자를 도와주고 있었다.
지금 이은석의 사무실에는 강만춘을 데려온 이은석의 후배들과 강만춘, 그리고 이은석의 친구이자 마포 경찰서의 수사과장 김동민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김한식은 자리를 피해 주었다.
“만춘아. 필리핀으로 넘어가면 다 끝날 줄 알았어?”
이은석은 강만춘이 반드시 가족이 있는 필리핀으로 도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경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연락해 강만춘의 행방을 쫓게 하였고, 혹시 몰라 수사과장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도 도움을 구했다.
강만춘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이은석이 묻는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 한 시간 전, 강만춘은 인천 국제공항에서 이은석의 후배들에게 덜미가 잡혔다.
자식을 필리핀으로 유학을 보내고, 아내까지 자식의 뒷바라지를 위해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만춘은 필리핀으로 넘어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영민아. 너희는 옆에 회의실에서 뭐라도 좀 시켜 먹고 있어라. 아무래도 이 분위기에서는 얘기하기 힘든 것 같으니.”
“예. 선배님.”
경호 회사의 사장이자 전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도 선수였던 김영민이 직원들을 데리고 사장실 밖으로 나갔다.
“이 친구는 함께 듣는 것이 좋아. 그래야 네가 앞으로 어떻게 처벌받게 되고, 혹시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니 만춘아, 이제 좀 얘기를 해 봐라. 이렇게 가만히 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만일 런던에서 정식으로 수사 의뢰를 요청하게 되면, 우리가 너를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안 돼. 네 계좌 추적만 시작해도 모두 드러나게 될 일이 아니냐.”
고개를 숙인 강만춘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한 시간만 일찍 출발했어도! 아니, 사무실을 나가면서 편집실에 다시 들르지만 않았어도!’
후회는 아무리 해도 늦는 법이다.
강만춘은 고개를 들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수사과장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김 과장님.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상황을 들어 봐야 하고, 피해자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개인 정보 유출과 관련해 말하면, 해킹한 것은 아니므로 가장 가벼운 처벌을 가정했을 때,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질 것이네. 하지만 만일 런던에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건다면, 자네가 부담하게 될 금액은 얼마가 될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네가 얼마를 받고 이런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 돈은 껌값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야.”
“사, 삼억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삼억을 다 받았나?”
“아닙니다. 일억을 먼저 받고, 나머지 이억은 필리핀에 도착하면 받기로 되었습니다.”
“누구야!? 누가 자네에게 삼억 원을 약속했나!? 아니, 뭐가 아쉬워서 삼억에 이런 일을 벌여! 내년이면 편집국장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사람이!”
강만춘은 이은석의 입에서 편집국장의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가 돌아갔다.
“후! 일부러 말하지 않았지. 아직 유 국장님이 휴가에서 돌아오시지 않았으니까. 자네는 입사 동기라면서 한식이의 성격을 그렇게 모르나? 저 축구에만 미친 녀석이 그런 귀찮은 자리에 앉을 거로 생각했어?”
강만춘은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내가 바보였구나!’
강만춘은 이렇게 된 이상,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자수를 하면, 형벌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김 부장이 미웠습니다. 편집실에 눌러앉아 대단한 일을 하는 것마냥 으스대는 것처럼 보여 뭐라고 얘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편집실에 올라갔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노트북에는 USB가 그대로 꽂혀 있었죠. 처음에는 호기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확인해 보니 민감한 내용의 영상이 편집되어 있더군요. 나쁜 마음이 생기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
강만춘은 김한식의 USB에 있던 파일을 건드리지 않고, 인터넷으로 새 창을 열어 자신의 메일로 예고편으로 쓸 편집한 영상과 휴지통을 뒤져 삭제한 영상을 전송한 후,
자신이 열어 놓은 인터넷 창을 모두 닫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안염지 회장에게 연락했습니다.”
“뭐!? 누구!?”
“그런데 축구 협회장은 겁이 많더군요. 내 얘기를 듣고, 그냥 전화를 끊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연락한 곳은 한국 방송국의 김 피디였습니다.”
“이, 이게 도대체!”
이은석은 평소에도 없던 혈압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김 피디 역시 소심한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이것을 터트리면, 나중에 본방송의 시청률이 대박 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계속 말해도 잘 넘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른 방송국 피디의 메일로 보내도 상관없겠냐고 겁을 주자, 아시아 티브이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해 보라고 하더군요.”
“그 인터넷 방송국 얘기하는 거야!?”
“예. 아무래도 이런 영상을 유포하기에는 좋은 매체니까요.”
“하! 만춘아! 강만춘! 언론인이 돼서 하는 짓이 고작 어린 BJ들이 노는 물에 뛰어든 것이었어?”
“그래도 아시아 티브이에서는 제게 삼억 원과 야구 중계의 해설 위원 자리를 약속했습니다. 필리핀에 가서도 인터넷 중계는 가능하니까요.”
“왜? 한식이가 프리미어 리그 중계하는 꼴이 그렇게 배가 아팠어?”
그게 맞았는지 강만춘의 얼굴이 빨개졌다.
“후! 잠깐, 지금 아시아 티브이가 문제가 아니지, 네 말대로라면 축구 협회장과 한국 방송국의 담당 피디가 영상이 유출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은석아. 괜찮겠어? 이거 일이 상당히 커져 버린 것 같은데.”
김동민 수사과장의 얼굴 역시 이은석만큼이나 좋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어? 이런 일일수록 원칙대로 풀어야지. 만춘이 넌 여기 김 과장 따라서 바로 자수하고 최대한 수사에 협조해!”
“죄, 죄송합니다!”
강만춘의 입에서 이제야 죄송하다는 말이 나왔다.
이은석은 꼴도 보기 싫다는 식으로 손을 휘저었고, 김동민 과장이 강만춘을 데리고 나갔다.
“후, 한식아. 올라와라. 큰일 나게 생겼다.”
이은석이 편집부에 있는 김한식을 불러들였다.
“왜요? 만춘이가 뭐라고 합니까?”
이은석은 올라오는 화를 꾹 참고, 강만춘이 털어놓은 사실을 얘기해 주었다.
“하! 하하하! 다큐멘터리는 완전 쫑 났네요. 하하하!”
김한식은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 다큐멘터리를 기획한 협회장과 방송이 예정된 방송국의 피디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감춘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상황에서 방송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 *
4월 27일 화요일.
대한민국에서 유출된 영상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 나갔고, 런던의 일간지는 신이 나서 이 내용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실버 형제. 해머스의 망치들에게 얼마까지 줄 수 있나.]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 진출이 확실한 만큼, 전력 유지와 보강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웨스트햄의 젊은 구단주 형제.] [묠니르의 새로운 가격으로 적당한 금액은?] [대한민국 출신의 한. 아시아 선수 최고 주급을 약속받을 듯!] [한의 주급은 현실적으로 18만 파운드가 될 것.]무엇보다 휴 실버가 직접 선수들의 주급 인상을 약속한 만큼, 금액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기사가 많았는데, 역시 한치우의 주급이 가장 뜨거운 소재가 되었다.
한치우의 주급이 20만 파운드로 책정되었다는 내용은 아직 김한식의 메일과 새로 편집한 영상에만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그래도 웨스트햄의 재정을 고려했을 때, 현재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8만 파운드 정도가 적당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쏟아지는 기사들은 휴 실버가 원하는 대로 한치우의 이적료를 계산하고 있을 다른 클럽의 주인들을 고민하게 해 주었다.
“이거, 우리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같은데? 한국에서는 지금 어떤 상황이지?”
휴 실버가 차 안에서 옆에 쌓아 놓은 신문을 하나씩 살피며 돌아가는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앞에 앉아 있는 비서에게 한국의 상황을 묻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예. 용의자는 이미 자수한 상황입니다.”
비서는 마치 지금 한국에 있는 사람처럼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휴에게 빠짐없이 전달했다.
“정말 재미있는 나라가 아닌가? 언제나 보물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사용할 줄 몰라 남에게 빼앗기면서도 전부를 빼앗기기 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목숨을 걸고 지켜 내지. 이번에도 유포자가 잡히지 않고, 도주에 성공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야. 그러면 확실하게 묠니르가 조국에 미련을 두지 않게 만들어 줄 수 있었는데.”
휴 실버는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일부러 방송 날짜를 하루 늦추게 한 것은 어느 정도 의도한 바가 있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미끼를 덥석 문 물고기는 존재했다.
“유출된 영상에 내가 이십만 파운드를 얘기한 장면이 포함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야. 그래도 이 정도로 만족해야지. 유출된 것은 가장 좋은 결과였고, 그렇지 않게 되었더라도 예고편 영상이 예정대로 나가게 됐을 테니까. 물론 한이 싫어하는 대한민국 축구 협회와 함께 가야 하는 일은 계속되었겠지만. 좋아! 한국에 연락해서 축구 협회와 한국 방송국과는 이 일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을 먼저 통보해. 한국의 신문사는 한과의 관계도 있고, 아직 이용할 가치는 있으니까.”
“예!”
김한식의 예상대로 결국 다큐멘터리 방송은 엎어지고 말았다.
“이제 어떻게 하면 우리 실버와 묠니르가 더 빛이 나는 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촤락 –
휴 실버는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이번에는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를 펼쳤다.
그가 잡은 손가락 쪽으로 작은 기사의 내용이 구겨지고 있었다.
[4월 26일 월요일 오후, 이란의 알리 셰이히 AFC(아시아 축구 연맹) 회장과 사우디의 무함마드 왕세자, 그리고 중국 축구 협회장 장하이동이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FIFA 본부에 방문하여 다니엘 루소 FIFA 회장과 회동을 했다. 아직 이들이 본부에 방문한 목적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