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147.
업무를 마치고 현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걱정하며 회사에서 나온 윤미래 대리는 도로에서 현준을 볼 수 있었다.
현준을 부르려던 윤미래 대리는 현준이 웬 여인과 함께 있는 모습에 황급히 몸을 숨겼다.
그 자신도 왜 자신이 몸을 피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두 남녀가 꽤나 심상치 않아 보였던 것이다.
‘누구지?’
앳된 외모였지만 옷은 꽤나 고급스러웠다.
귀한 집안의 여인으로 보였고 도롯가에 세워져 있는 차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현준과 무척이나 잘 아는 사이인 듯했다.
“오빠.”
“너 어떻게 여길 찾아온 거냐?”
“어떻게긴! 사람들한테 물어서 찾아온 거죠.”
현준은 장은주가 회사 앞으로 찾아온 것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나름 위장을 했지만 장은주는 자신을 바로 알아보았다.
“그런데 왜 그러고 다녀요?”
“이러고 다니는 것이 뭐 어때서?”
“아니. 오빠 옷 입는 스타일하고 다른 것 같아서.”
“신경 쓰지 마. 그리고 무슨 일이야? 연락을 하려면 문자로 보내놓든가.”
“보냈는데. 오빠가 답장을 안 했잖아요.”
“회사 일 바쁘니까 그렇지.”
“바쁜 건 알겠는데. 왜 핸드폰도 안 들고 다녀요.”
새로운 핸드폰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기에 지인이 알고 있는 번호의 핸드폰은 집에 놔두고 다녔다.
퇴근하고 나면 피곤하기도 했기에 그냥 쓰러져 자는 경우도 있었고 장은주에게 알려 준 번호에는 장은주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들의 연락도 많아서 잘 확인도 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여러 개 들고 다녀서 정말 중요한 지인들용과 일반인들용 그리고 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핸드폰이 따로 있었다.
장은주는 그냥 일반인들 용도의 폰으로 저장해 둔 것이었다.
전생에서는 서현준의 아내가 될 장은주였지만 지금은 결혼 생각이 없는 현준이었으니 그냥 학교 후배일 뿐이었다.
“내 신분 밝히지 않으려고 그런다는 사실 알 텐데.”
현준의 말에 장은주도 현준을 빤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쉬운 것은 현준이 아니라 자신이기는 했다.
자기 집안도 만만치 않다지만 현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더욱이 돈 많고 능력 있고 잘생긴 남자는 연애 시장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법이다.
거기에 연애에 딱히 흥미도 없어 보이는 먹이 사슬 최고 꼭대기에 있는 현준이었으니 그런 현준을 좋아한다는 것은 마음고생을 꽤나 많이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한번 보시자고 해요.”
“장 의원님께서? 왜?”
“그건 나도 모르죠.”
“지금은 조금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려. 인턴 생활하느라고 정신이 없어. 이제 퇴근했고 만날 사람도 있어.”
장은주는 현준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취업을 할 이유도 없는 현준이 취업으로 학교에 안 나온 지도 제법 되어 갔다.
평일에는 캠퍼스의 벤치에 앉아 있어서 자주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연락조차 잘되지 않을 정도였다.
자신을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생각까지 들자 조바심이 드는 장은주였다.
말실수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였는지 자신을 현준의 아내라고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단 한 번뿐이었고 그 이후로 별말은 없었지만 장은주는 현준에게 끌렸다.
정말로 현준의 아내가 되는 꿈도 꿀 정도였는데 현준은 자신을 전혀 특별하게 대해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럼 가 봐.”
현준은 막무가내로 찾아온 장은주에게 가 보라는 말을 하고서는 몸을 돌렸다.
나름 숨기는 했는데 움찔하며 티 나게 숨어 있는 윤미래 대리를 보며 현준은 현준이라는 놈의 몸이 부러우면서도 원망스러웠다.
‘하여간 잘난 몸이라서 그런지 어지간히도 여자들이 꼬이는구만.’
여자들 후리고 다니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수백 명은 넘게 후리고 다녔을 듯한 현준의 몸이었다.
여자에 대한 혐오감만 없다면 충분히 즐길 것이었지만 애석하게도 현준은 그럴 마음이 없었다.
그렇게 냉정하게 쳐내도 달라붙는 것에 잘난 삶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준은 나무에 숨어 있는 윤미래에게 다가갔다.
윤미래 대리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다른 숨을 곳을 찾는 듯 보였다.
“뭐 하시는 거예요? 윤 대리님.”
“어? 어! 아…… 아니! 그게. 여…… 여자 친구분?”
현준에게 꽤 잘 어울리는 듯한 여인에 여자 친구로 생각한 윤미래였다.
“학교 후배예요. 뭐 물어볼 것이 있다고 찾아왔네요.”
“아! 학교 후배?”
“식사하러 가시죠.”
“어! 그냥 보내도 되는 거야?”
“상관없어요. 아무 사이도 아닌데요.”
현준은 윤미래 대리와 함께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다.
도롯가에 서 있던 장은주도 그런 현준과 윤미래를 보았다.
현준이 약속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게 회사 여직원이고 그것도 단둘이라는 것에 장은주는 입술을 깨물었다.
물론 현준이 여자들에게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현준을 좋아하는 여대생들이 꽤 되었지만 현준은 목석같이 관심을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그냥 같은 사람으로만 대할 뿐이었으니 현준이 여자 문제를 일으킬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하고 느끼는 감정은 달랐다.
물론 장은주는 자신과 현준이 연인 사이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은주는 입술을 깨물더니 자신의 차에 올라타 출발했다.
“저기 괜찮아?”
“뭘요?”
“아니. 내가 볼 때 저 여학생 현준 씨 좋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여자의 감이었다.
꽤 참하고 예쁜 여학생이 화가 난 듯이 가 버리는 모습에 걱정이 된 것이다.
“쟤 엄청 부잣집 딸이에요.”
“응? 어! 그래 보이는데.”
“저는요?”
“어!”
현준의 말에 윤미래는 대충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지 떠올랐다.
부잣집 딸과 가난해 보이는 남자.
드라마에 나올 만한 이야기였다.
“호…… 혹시 저 아가씨 어머니께서 돈 봉투 줬어?”
“예?”
현준은 윤미래 대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서는 농담이 아닌 듯한 모습에서 이내 웃음이 터져 나왔다.
“크크크크!”
“뭐야? 왜 웃어?”
“아니. 윤 대리님. 드라마 너무 많이 보신 거 아니세요? 크크크크!”
현준은 눈물까지 날 정도로 웃겨서는 한참을 웃다가 창피한지 얼굴을 붉히는 윤미래 대리가 화가 날 때쯤에 멈추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래도 비슷할 거예요. 그렇게 좋은 결말로 끝나지도 않을 거고. 무엇보다 연애를 할 여력이 저한테는 없어요.”
현준의 말에 윤미래 대리는 안심이 되면서도 왠지 모르게 서운해졌다.
다소 맹해 보이기는 하지만 착실하고 몸도 좋은 현준이었다.
옷 좀 잘 입고 머리 좀 까면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을 것 같았다.
“그래도 돈 많은 여자 친구 생기면 살기 편할 텐데.”
“안 그래도 친구들한테 약대 다니는 여자 좀 소개해 달라고 하긴 했어요.”
“약사?”
“셔터 잘 내릴 자신 있거든요.”
현준의 농담에 윤미래 대리는 웃음이 나왔다.
“그 남자들의 로망?”
“예. 아우! 어디 셔터맨 직업 시켜줄 여자 없나?”
“뭐야. 꼭 약사 아니어도 되지 않나?”
“다른 직업도 그런 것이 있나요?”
“아니 뭐 요즘에는 집안일 남자가 하고 그러기도 하잖아.”
“에이! 그러긴 하는데 윤 대리님은 그런 가정적인 남자 좋아하시나 봐요.”
“어? 나? 아……. 그게.”
가정적인 남자라기보다는 잘 생기고 착실하며 말 잘 통하는 연하남이 좋다는 말을 차마 현준 앞에서 할 수가 없었다.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가. 배고프다.”
“예. 윤 대리님.”
현준은 윤 대리가 알아뒀다는 식당으로 향했다.
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된 현준은 윤미래 대리에게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여기 조금 비싸지 않아요?”
“괜찮아! 나 이래 봬도 꽤 고액 연봉자야.”
돈 걱정을 하는 가난한 인턴생에 윤미래는 부유한 직장 여인의 재력을 보여주기로 했다.
‘내가 그 애보다 어리진 않지만 돈은…….’
고급 차를 끌고 다니는 부잣집 아가씨에 돈으로도 자신이 밀린다는 사실을 깨달은 윤미래 대리는 좌절을 해야 했다.
‘예쁘지도 않아. 어리지도 않아. 돈도 없어. 하아!’
아무리 봐도 모든 것이 다 밀리는 자신이었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니야. 앉아. 뭐 먹을래?”
“글쎄요. 이런 곳은 처음이라.”
“아! 그래? 그럼 내가 골라줄게. 다음에 여자 친구하고 이런 곳 오면 실수하면 안 되니까. 잘 배워.”
회사 업무 가르쳐 주는 듯이 가르쳐 주려는 윤미래였다.
그런 윤미래에 현준은 피식 웃었다.
‘만일 세영이하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평범한 여자와 평범한 삶을 살았으려나.’
딱히 윤미래도 평범하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지금 현준의 눈에는 평범한 여인이었다.
현준도 그렇게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어쨌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윤미래 대리에게 끌린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 누구에게도 이성적인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전생에서 세영과 만나지 않았다면 윤미래 같은 여인에게 반했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현준이었다.
“여자들은 이런 거. 좋아해. 이런 거.”
“예. 나중에 실수 안 하고 잘해 볼게요.”
“그…… 그래. 현준 씨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윤미래 대리는 예쁜 여학생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에게도 별다른 마음이 없다는 것에 애써 웃으며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자 했다.
“어? 윤 대리 아니야?”
“어머! 이 대리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은 나 데이트. 그런데 윤 대리도 데이트? 음?”
이지 플랜 코리아의 지사장 아들인 이연우 대리였다.
이연우 대리는 현준을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왠지 모르게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 데이트 아니고 서현준 씨라고.”
“아! 현준아! 이야! 잘 지냈어?”
“…….”
현준은 자신을 알아보는 이연우에 생각보다 눈썰미도 좋다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현준 씨하고 잘 알아요? 이 대리님?”
“그럼! 호성 그룹 막내아들 서현준.”
그냥 잡아떼야만 했다.
“저기 죄송한데 저는 인턴 서현준입니다. 이 대리님.”
“응?”
이연우 대리는 그제야 현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이 보았던 현준과 여러모로 달랐다.
호성 그룹 막내아들의 귀공자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냥 평범해 보이는 이였다.
이연우 대리는 빤히 현준을 바라보다가 현준이 쓰고 있는 안경을 빼 보려고 했다.
“뭐 하시는 겁니까?”
“아! 혹시 서현준 대표 아니에요?”
“아닙니다.”
이연우 대리는 현준을 보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현준이 아니라는 것에 딱히 뭐라 할 수도 있었다.
“이 대리님. 우리 부서 인턴이네요. 전에 소개해 드렸잖아요.”
“어. 아! 그런가? 그…… 그래. 데이트 잘해요. 윤 대리.”
“아니…….”
이연우는 윤미래에게 데이트 잘하라며 자신의 자리로 가 버렸다.
최근에 마침내 사귀게 된 인턴과 데이트를 하려는 것이다.
물론 화들짝 놀라서는 다시 돌아온 이연우 대리였다.
“저…… 저기 윤 대리! 이거 비밀로 좀 해 줘. 나도 비밀 지켜 줄게! 알았지?”
“뭔 비밀이요?”
“나 데이트하는 거.”
윤미래는 꾸벅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회사 인턴 아가씨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회사에 소문 다 나 있다는 것을 이연우 대리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모르는 건지. 모른 척하는 건지.’
그렇게 현준과 데이트를 하는 것을 자신도 비밀로 해 주겠다며 자신의 비밀을 지켜 달라고 하는 이연우 대리에 윤미래는 결국 고개를 끄덕여 줬다.
자신은 데이트가 아니라고 했지만 자기 할 말만 하고 듣지를 않는 이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