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231.
오진호의 병실에서 조용한 카페로 자리를 옮긴 공민지는 차츰 진정해 가고 있는 세영에게서 이유를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거니?”
“하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 거야.”
씁쓸한 미소를 짓던 세영은 공민지를 바라보았다.
그다지 친하지도 않던 공민지였다.
오히려 공민지에 대해서 감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 주는 공민지의 눈빛과 함께 더 이상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에 가슴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무당한테.”
“무당?”
“남편의 영혼의 반쪽이 없다는 말을 들었어.”
“뭐? 영혼?”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세영의 말에 공민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하겠다는 듯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남편의 영혼 반쪽을 찾으면 진호 씨가 깨어날 수 있다고 하더라고.”
“영혼의 반쪽을 찾고 있는 거야?”
“그래.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혹시나 해서 너에게 부탁했던 거야. 내가 미쳤다고 여겨지지?”
“현준이는?”
“어?”
공민지의 입에서 현준의 이름이 나오자 세영은 놀란 눈으로 공민지를 바라보았다.
이내 공민지도 자신이 말이 헛나왔다는 것을 깨닫고서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공민지의 이상한 반응에 세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현준이가 왜?”
이미 현준을 데리고 와서는 오진호의 손을 잡게 했다.
세영도 가장 의심이 되었던 현준이었지만 오진호의 영혼의 반쪽은 아니었는지 오진호는 깨어나지 않았다.
공민지는 그동안 현준이 세영에게 보였던 이해 할 수 없는 행동들에 혹시나 했던 것이다.
현준의 세영에 대한 증오는 그녀에게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냥 그럴 것 같아서.”
“정말 그게 다야?”
“나도 몰라. 현준이가 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준이가 고등학교 때 큰 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
“사고?”
“그래. 사고. 그 사고 이후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바뀌었어.”
세영의 말에 공민지는 지금의 이중인격과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바뀐 인격이 오진호의 영혼의 반쪽이라는 이야기야?”
공민지의 말에 세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야. 이미 시도해 봤어.”
“시도해 봤다고?”
“어. 부탁을 하니까 현준이가 진호 씨 병실까지 와서 손을 잡아주더라. 진호 씨 친구라고.”
“그래서 다음으로 철호에게 찾아간 거구나.”
“어. 그런데 철호가 진호 씨하고는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더라.”
현준과 오진호는 군대라는 접점이라도 있었지만 철호는 아니었다.
“진호 씨 친구들은?”
“전화 다 돌렸고 병문안 와 달라고 부탁했었어.”
오진호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던 친구와 지인들에게 오진호의 소식을 알리고 병문안을 부탁했다.
몇 명 빠진 이들은 있었지만 대부분은 오진호의 병실에 찾아와서는 한 번씩 오진호의 손을 잡아주었다.
‘손을 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건가?’
세영은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입술에라도 키스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지만 자신의 입맞춤도 시도해 보았다.
다만 깨어나지 않았음에 씁쓸해야만 했다.
그렇게 오진호의 지인들 쪽은 거의 다 시험을 해 보았기에 오진호와 그나마 접점이 있는 이들을 하나하나 찾았던 것이다.
“하! 역시 내가 미쳤던가 봐.”
“아니야.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야.”
“찾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내가 그이의 영혼의 반쪽은 아니었나 보네.”
공민지는 세영의 눈동자가 차츰 싸늘해지는 것을 보았다.
세영의 마음속에서 심경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세영아.”
“고마웠어. 드라마 잘 보고 있어. 예쁘더라.”
현준과 엮인 일만 아니었다면 공민지와 제법 친하게 지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세영이었다.
잘 나가는 여자 연예인과 재벌 3세가 친구가 되는 일은 그다지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세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공민지는 이대로 세영을 떠나보내면 무언가 아주 큰 비극이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만! 철호를 불러 볼게.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세영은 자신의 손을 붙잡는 공민지에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배 속에서 커져가고 있는 아기를 지우고 오진호와의 관계를 끝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무엇보다 자신의 인생이 더 중요했다.
길고 긴 인생에서 넘어지기도 하는 법이고 넘어진 상처에 딱지가 생기기도 하는 법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도 다음 날은 여지없이 찾아왔다.
상처에 남은 딱지가 거의 다 떨어져 나간 세영이었다.
끄트머리에 아직 달라붙어 있는 딱지 조각이 남아있었던 것인지 세영은 공민지의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들어 주기도 했고 자신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 고마움이 외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공민지의 자상한 마음에 세영은 다시 카페의 의자에 앉았다.
“조금만 기다려 봐.”
공민지는 철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미 몇 번이나 전화를 했었지만 전화를 받지도 않았고 자신을 피해 왔던 철호였다.
철호가 민지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자신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는다는 슬픈 사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피하기만 하는 철호에 공민지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또다시 전화를 받지 않는 철호에 공민지는 오기가 발동했다.
브라운관에서는 풋풋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공민지의 성격은 꽤나 기가 센 스타일이었다.
두 번 세 번 계속 전화를 걸어대는 공민지에 마침내 철호도 더는 버티지 못하겠는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야! 이 새끼야!”
공민지는 분을 참지 못하고서는 철호가 전화를 받자 곧바로 고함을 내질렀다.
그런 공민지에 세영도 놀란 눈으로 공민지를 바라보았고 카페의 한쪽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놀란 눈으로 공민지를 바라보았다.
“어? 공민지다.”
“그러게.”
톱스타 연예인임을 알아본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공민지를 바라봤고 세영은 화들짝 놀라서는 공민지를 자리에 앉히며 사람들에게 말을 했다.
“제 친구예요! 친구! 여…… 연기 연습 보여준다고 해서요! 죄송해요! 죄송!”
공민지가 냅다 욕을 할 줄은 세영도 몰랐기에 놀라서는 연신 공민지를 두둔해 주는 세영이었다.
하지만 공민지는 남의 눈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서는 하고 싶은 말을 철호에게 쏟아내었다.
“너! 이 새끼!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민지야. 조용히! 조용히 이야기해!”
공민지가 뉴스에 나올까 걱정이 되는 세영이었다.
무척이나 화가 나 있는 공민지의 목소리에 철호도 어안이 벙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민지영에게도 그렇지만 공민지에게도 미안함이 들고 있었다.
괜히 자신 때문에 공민지의 앞날도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된 것이다.
“하아! 됐고. 일단 너 인후 종합 병원으로 와.”
-뭐? 거길 왜?-
“오라면 올 것이지 말이 많아! 안 오면 너하고 완전히 끝이니까 무조건 와! 내 문제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니까! 무조건 와! 알았어? 이 개새끼!”
“민지야! 욕은 안 돼! 욕은! 사람들 보잖아.”
여배우가 찰지게 욕을 하며 통화를 하는 것에 세영이 더 걱정을 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세영의 목소리를 수화기 너머의 철호도 들었다.
공민지가 밖에서 욕설을 하고 있다는 것에 철호는 거부하면 다음 날 뉴스에 공민지가 나올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
-아…… 알았어. 갈게.-
“그래. 멋 부릴 생각하지 말고 그냥 튀어 와. 이 새끼.”
눈앞에 있다면 당장에라도 주먹으로 한 방 먹여 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물론 프로 격투기 선수인 철호가 공민지의 주먹에 맞을 일은 없어 보였지만 그만큼 공민지가 화가 나 있었다.
“왜 이렇게 화를 내.”
“하아! 그 새끼. 음……. 아니. 사고 쳐서.”
“사고? 혹시?”
공민지는 세영이 자신의 배를 바라보고 있는 것에 잠시 이해를 못 하고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풋! 아니야. 그런 사고. 나 개랑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그런 사고 아니야. 하아! 그러게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웃으면서 부정하다가 공민지는 현타라도 온 듯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공민지의 반응에 세영은 공민지가 철호를 좋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공민지를 마다할 사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한 세영이었지만 이내 철호가 민지영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때문이구나.’
민지영에 대한 질투로 인해 철호의 누나에게 민지영에 대한 흉을 보았던 그녀였다.
철없는 장난이라기에는 너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지영이는 뭐 하고 지낸대?”
“민지영?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더라.”
“만났어?”
“아! 철호에게 그 말 하지 마. 내가 민지영하고 만났다는 거.”
“철호 많이 좋아하나 보네.”
“윽! 아니! 아니야! 그런 거. 후우!”
공민지는 세영의 말에 부정하다가 철호에게 민지영이 있는 곳에 대해서 말을 해 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민지영은 철호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해서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공민지도 철호의 집에서 민지영을 탐탁지 않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민지영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 * *
잠시 후 모자를 눌러쓰고 검은 선글라스를 낀 건장해 보이는 남자 하나가 병원에 도착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남자는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사람들에게 사인해주고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공민지를 보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공민지의 주변 경호원은 프랜드 컴퍼니의 경호원들이 아니고 세영의 아중 그룹 경호원들이었다.
철호를 기다리는 동안 공민지를 알아본 사람들이 몰리면서 세영이 경호원들을 부른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주던 공민지는 철호를 알아보고서는 철호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의 시선도 공민지에게서 철호에게로 향하자 철호는 마치 범죄자라도 되는 것처럼 몸을 움츠렸다.
그런 철호에 공민지는 한숨을 내쉬고서는 입을 열었다.
“따라와.”
“대체 왜?”
“따라오라면 따라와! 뭔 남자가 그리 말이 많아!”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따라오라는 공민지에 철호는 기가 찼지만 그도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웠기에 공민지를 따라 병원으로 들어갔다.
“어? 세영이?”
“오랜만이네.”
병원으로 들어간 철호는 세영이 있는 것에 의아해졌다.
그리고서는 잠을 자듯이 누워 있는 오진호를 보게 되었다.
“누군지 알지?”
“어. 현준이 친구.”
“일단 너 애한테 키스 좀 해 봐라.”
“뭐?”
“아니. 일단 손부터 잡아 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 좀 하라면 해!”
오늘따라 심기가 좋아 보이지 않는 공민지에 철호는 별수 없이 오진호의 손을 붙잡았다.
하지만 역시나 철호는 오진호의 영혼의 반쪽일 수 없었다.
깨어나지 않는 오진호에 세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대체 왜?”
“세영이 남편의 영혼의 반쪽을 찾고 있어.”
“뭐? 그게 뭔 뚱딴지같은……. 아! 혹시 현준이 이중인격?”
공민지로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철호는 현준의 이중인격 때문이냐고 말을 하려다가 남들에게 비밀이라는 사실에 황급히 입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세영은 철호의 말을 들은 뒤였다.
“이중인격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 그…… 그게.”
세영은 현준에게 이중인격 장애가 생겨났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왜 공민지가 현준의 이름을 말했던 것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