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24
화
“뭐가 잘못 된 거지?”
세바스찬은 손에서 검이 떨어져 나가자 풀썩 바닥에 주저앉으며 탄식하듯 물었다.
뭐가 잘못된 거긴, 니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부터가 잘못된 거지.
이미 그의 기사단들은 이미 살아 있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디버프에 이은 에테르 공격을 막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해 쓰러진 것이다.
그리고 세바스찬은 포포니의 공격과 내 에테르 공격을 한꺼번에 막다가 결국 검을 손에서 놓치는 부끄러운 꼴을 당하고 만 것이다.
포포니의 공격도 무서운데 몸 안에서 에테르가 모여서 꿈틀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신경을 쓰다보니 결국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말았다.
나는 세바스찬의 몸에 에테르가 어느 정도 모이기만 하면 응집시켜서 폭발을 유도하려 했고, 세바스찬은 그 폭발의 위험을 깨닫고 몸 안의 기운으로 내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그건 포포니의 공격을 막는데에 큰 방해가 되었다.
결국 팔에 모인 내 에테르가 폭발을 했고, 포포니의 공격에 검을 놓치는 지경이 된 것이다.
나는 세바스찬이 바닥에 주저앉았다고 마음을 놓지 않았다. 다시 디버프와 함께 에테르를 모아서 세바스찬의 머리로 에테르를 이끌었다.
그리고 세바스찬의 머리 안에 에테르를 응집시켰다.
이걸 터뜨리는 순간 세바스찬은 다른 놈들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세바스찬은 내 그런 준비에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무서운 수법이군. 이런 것이 있으면서 왜?”
“이건 너같은 놈에겐 별 소용이 없잖아. 뭐 혼자서도 너를 상대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지. 그리고 인간을 상대로 하는 이런 수법을 알려서 좋을 일이 없었다. 그럼 이제 궁금증은 풀렸지?”
“자, 잠깐!”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린 세바스찬은 급히 소리를 질렀다.
“살려 줄 거란 기대는 어차피 없잖아. 그러니 그냥 포기해. 잘 가!”
나는 세바스찬과 오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어서 돌아가서 알프레와 나머지 잔당들을 처리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퍼벅!
“큭. 까, 까흐제를 조, 조심….”
세바스찬은 머릿속에서 에테르가 터지는 순간 그렇게 몇 마디를 남기고 쓰러졌다.
제3 데블 플레인의 차기 그랜드 마스터라고 불리던 이의 초라한 죽음이었다.
“남편!”
포포니가 달려와 품에 안겼다.
쉽게 승리를 거둔 것 같지마 실상은 생사의 칼날 위에서 춤을 춘 시간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우리 부부와 세바스찬 패거리는 차이가 많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살아남았고, 놈들은 모두 죽었다.
“포포니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
나는 가만히 포포니를 안고 있다가 무거운 음성을 말했고, 내 가슴에서 얼굴을 뗀 포포니도 나를 올려 보며 입을 꼭 다룸고 고개를 끄덕었다.
“멍청한 놈들이 어쩌고 있는지 좀 알아봐야겠어.”
나는 듀풀렉 세이커를 통해서 세포니 행성의 창고를 불렀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을 떠올렸다.
애초에 듀풀렉은 만들어지기를 창고로 만들어진 물건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듀풀렉의 소유자가 임의로 창고 밖으로 꺼내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창고 안에 뭐가 있는지 확인도 가능하고 그 중에 하나를 꺼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 때에 창고와 연결 된 입구는 창고 안에 있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가 없다. 듀풀렉 세이커의 소유자인 내가 창고 입구를 개방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필요한 물건만 빼내기 때문이다.
듀풀렉 세이커를 통해서 창고를 떠올리자 그 안에 모습이 뇌파로 떠오른다.
묘하다 텀덤이 굴리야를 보호하며 알프레와 대치중이다. 알프레와 네 명의 검사들이 텀덤과 맞서고 있고 바닥에는 정신능력자 셋과 검사 둘이 쓰러져 있다.
츠츳!
“엇? 무슨? 커억!”
그 검사 중에 하나가 영문도 모르고 창고 밖으로 끌려 나와서 내 칼에 목이 찔려 죽는다.
그리고 다시 도 한 명의 검사가 그렇게 끌려 나와서 목이 잘린다.
“둘 더 남았어.”
나는 포포니에게 이야기하고 한꺼번에 두 명의 검사를 끌어냈고 그들은 나와 포포니에게 죽임을 당했다.
창고 안은 당황한 알프레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보인다. 놈은 이리저리 사방을 살피고 있다.
나는 공간확장가방에 죽은 놈들을 모두 넣었다. 이들은 이곳으로 온 기록이 없는 이들이니 여기 둘 수가 없다. 가만 세바스찬은 이곳에 두고 가야 한다.
꼼꼼하게 주변을 살피고, 세바스찬의 툴틱은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서 재생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조차도 따로 봉투에 담았다. 이것은 세포니의 깊은 땅속에 묻어 버릴 생각이었다. 죽은 기사단들의 시체와 함께.
물론 죽은 이들의 툴틱 역시 완전히 폐기처분을 시켜야 한다. 편리한 도구이긴 하지만 우리 헌터들을 감시하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기도 한 것이 툴틱인 것이다. 어떤 수단으로 감시나 추적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가자, 포포니.”
“웅.”
내가 주변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포포니를 부르자 포포니는 내 곁으로 다가와 바짝 붙어 섰다.
“바닥에 입구를 만들고 거기로 뛰어 들면 천장에서 떨어져 내려서 알프레의 뒤에 설 수 있게 할 거야. 그럼 포포니가 제압을 해. 뭐 팔 두 개를 먼저 잘라 버리는 것이 좋겠어.”
“우웅. 알았어. 그렇게 할 게. 그 놈이 제일 나빠.”
포포니는 귀여운 얼굴에 분노의 표정을 담고 입을 앙다물었다.
우리가 천장에서 떨어져 내릴 때는 알프레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깨닫고 텀덤과 대치하며 도망갈 길을 찾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지하 기지는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따로 없었다. 원래 세포니 행성의 지사으로 뚫었던 통로도 이미 중간에서 무너뜨려 막은 상태여서 밖으로 나가는 길은 오직 시간마다 열리는 듀풀렉 세이버나 포인트의 입구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중에 하나가 열리려면 아직도 몇 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휘릭.
촤촥!
“헛, 커억. 으악!”
알프레는 머리 위에서 출구가 열리고 거기서 포포니가 뛰어내려 그의 두 팔을 잘라 버릴 때까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파악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두 팔이 땅에 떨어져 퍼덕거리는 것을 보고서야 비명을 질렀다.
알프레는 몸을 돌려 쌍칼을 들고 있는 포포니를 보며 인상을 찌푸였다.
“제, 젠장. 실패한 건가? 세, 세바스찬은?”
나는 조금 늦게 뛰어내리며 그런 알프레의 질문에 답을 해 줬다.
“쥐새끼 같은 놈이 부하들을 두고 도망을 가더군. 아주 더러운 놈이야.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을 가다니 말이야.”
물론 이게 사실은 아니지만 저런 놈을 좀 속인다고 무슨 문제가 있겠어?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지만 알프레 저 놈을 속일 수 있으면 그걸로 좋은 거고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다.
“푸하하하. 도망을 갔다고? 그렇지. 세바스찬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지. 녀석은 비열하기 짝이 없는 놈이거든. 겉은 멀쩡한 놈이 속이 아주 썩었지. 그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말이야.”
알프레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팔이 잘린 양쪽 어깨에선 피가 지혈이 되지 않고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텀덤, 이 놈 지혈 좀 해 줘. 굴리야 당신은 좀 쉬어. 얼굴이 창백하네.”
나는 텀덤과 굴리야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죽은 이들을 모두 공간확장가방에 집어 넣었다.
“그건 뭐지?”
알프레가 가방이 신기한 모양인지 힘겨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게 물었다.
“알아서 좋을 거 없어. 뭐가 되었건 비밀을 많이 가지고 가면 저승길도 편치 않은 법이야.”
“저승길?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하긴 이 시대엔 소수의 종교인이나 쓸 법한 말이긴 하다.
텀덤이 의료세트를 가지고 알프레의 어깨에서 피가 흐르지 않도록 지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