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39
화
마샤와 고다비의 문제는 둘 사이의 문제로 더는 끼어들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포포니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 까닭도 있고, 마샤도 그냥 넘어갔으면 하는 눈치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고다비 그랜드 마스터가 어쩐지 마샤에게 협박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싫다는 이에게 억지로 그 일을 하게 만든 것이니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걸 대놓고 고다비 그랜드 마스터에게 들킬 정도로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마음이 조금 불편할 뿐.
“내가 도와준다나까? 응?”
“괜찮아요. 우린 우리끼리 가겠어요. 그리고 옷을 만들면 그 때에 연락을 드리죠. 더는 고다비 님이랑 같이 다니고 싶지 않아요.”
마샤는 딱 잘라서 고다비 그랜드 마스터의 동행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이미 옷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을 했으니 그건 지키겠지만 함께 움직이고 싶지는 않다는 거다.
뭐 나도 솔직히 고다비 그랜드 마스터와 함께 움직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게 되면 허브 기지도 사용을 할 수가 없고, 공간 확장 가방도 조심해서 써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샤. 다른 사람들에겐 그 가방 만들어 줬으면서 왜 난 안 만들어 준다는 거야? 보아하니 여기 있는 세 명 모두 그 가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이건 또 뭔 소리? 설마 공간확장가방을 알아봤단 말인가?
“무슨 말이죠?”
“호호홋. 뭘 감추려고 그래? 내가 다 봤다니까? 음식 준비 할 때에 재료들 꺼내고 그럴 때에 내가 봤지. 그 묘한 에테르의 움직임. 그걸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이건 육체 능력자들 보다는 내가 더 민감하다고. 그러니까 감출 생각 하지 말라고.”
“그래서요?”
마샤는 고다비 그랜드 마스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딱딱한 음성으로 반문했다.
“아니, 나도 그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거지. 그거 타샤, 아니 마샤만 만들 수 있는 거라면서? 응? 그러니까 나도 하나 만들어 주라. 저기 세 사람도 만들어 줬잖아.”
“고다비님. 고다비님은 제게 옷을 만들게 하신 것으로 모든 관계가 정리가 된 겁니다. 지금 가방을 만들어 달라고 하시는 건 고다비님의 힘을 내세운 협박인가요?”
워워워. 마샤, 그건 너무 직접적인데? 대 놓고 싸우자고 하는 거잖아.
“물론 그건 아니지. 그냥 부탁을 하는 거야. 부탁.”
“분명히 말씀드리죠. 거절입니다. 그러니 제게 가방을 얻을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물론 제 물건을 고다비님이 어떤 경로로든 손에 넣어서 사용하시는 것도 삼가 하시길 요청합니다. 혹여 우리 에스폴 종족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으시다면 말이죠.”
“아, 아쉽네. 옷보다 가방을 만들어 달라고 할 걸. 내가 그 생각을 왜 못했을까? 뭐 보아하니 마샤가 내게 굉장히 화가 난 모양이니 그럼 나는 이만 가 볼게. 에스폴과 타모얀이라면 내가 아무리 그랜드 마스터라도 양보를 해야지. 어쩌겠어? 안 그래? 호호홋. 자, 그럼 나는 이만 가 볼게. 거기 두 아이들도 나중에 보자꾸나. 거기 타모얀도 마찬가지. 그럼 바이바이.”
고다비는 그렇게 혼자 떠들고 인사까지 하더니 허공으로 약간 떠올라서는 미끄러지듯이 날아서 가버렸다.
“저건 뭡니까? 형님. 저렇게 움직이는 기술도 있습니까?”
“나도 본 적이 없다. 그랜드 마스터가 되어야 쓸 수 있는 기술인가? 포포니 저런 거 본 적 있어?”
“웅, 나도 본 적이 없어. 남편.”
“저도 고다비 님 이외에는 저 기술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굉장히 빠르게 이동을 할 수 있고, 얼음 들판 같은 함정이 많은 곳에서 굉장히 유용한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한 때는 배워 보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고다비는 보기보다 욕심이 많아서 자기 것을 남에게 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절 구했던 것도 제가 에스폴이란 것을 알고 빚을 안겨주기 위한 거였죠. 그래서 결국 얼음 비단으로 된 옷을 얻게 되었으니 그 시도는 성공을 한 거라고 봐야겠죠.”
“왜 그렇게 얼음 비단을 만든 옷에 집착을 하는 거야? 고다비 그랜드 마스터가.”
나는 그게 궁금했다. 겨우 옷일 뿐이다. 물론 몬스터 물품으로 만드는 것이니 특별한 기능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고다비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마샤에게 그 옷을 얻고 싶어 했다.
“그건 고다비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몸 속에서 에테르가 자주 충돌을 일으켜요. 그녀 몸에는 뜨겁고 강렬한 에테르가 가득한데 그게 안정이 안 되고 있죠. 그래서 그 에테르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이곳 던전을 자주 찾는 거예요. 그런데 얼음 비단으로 옷을 만들면 그 옷에 서늘한 에테르가 뿜어져 나오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해요. 물론 그 반대로 뜨거운 에테르를 강화시키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죠. 얼음 비단에 있는 차가운 에테르를 촉매로 사용해서 뜨거운 에테르를 자극하는 방법을 쓰는 건데 이게 효과가 이주 좋아요. 그래서 보통은 얼음 비단으로 옷을 만들면 그 기능을 쓰게 만들죠. 하지만 고다비는 그게 아니라 서늘한 에테르를 지속적으로 흐르게 해 주길 원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자신이 가진 에테르가 폭주하는 것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거나 또는 지연시킬 수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 옷을 그렇게 원하는 거죠.”
“그럼 진작 만들어주지 그랬어? 생명을 구해 줬다면서?”
“솔직히 그럴 수도 있었지만 고다비는 보기보다 계산적인 사람이에요. 좀처럼 빚을 갚을 기회를 주지 않고 그냥 선물로 받을 생각만 했죠. 옷을 만들어 줬어도 여전히 빚은 남아 있었을 거고, 언젠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나를 몰아 붙여서 그 빚을 받아 냈을 거예요. 그게 싫어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던 거죠. 뭐 이젠 끝났어요. 고다비에게 더는 빚이 없으니 그녀가 나에게 뭘 요구하거나 할 수는 없는 거죠.”
“그럼 조심해야 되겠네? 또 무슨 이유로 빚을 지우려 할지 모르니까 말이지.”
나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랜든 마스터라는 그 능력이면 우릴 궁지에 몰수도 있고, 그걸 빌미로 우리에게 억지로 은혜를 베푸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작위적으로 꾸민 일에 은혜를 운운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도리어 에스폴을 이용해 먹겠다는 의사 표시가 되는 거고 그렇게 되면 고다비는 모든 에스폴의 적이 될 거예요. 물론 에스폴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적이 되거나 혹은 배척받는 존재가 되겠죠. 그녀가 그랜드 마스터라 하더라도 그게 무적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또 엄청난 힘을 의미하지도 않아요. 우리들에겐 그녀가 조금 강한 헌터 중에 하나일 뿐이니까요.”
허허허.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떠오른다.
“웅웅,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랜드 마스터는 강하고 무서운 사람들이지만 최고는 아니야. 암, 그래. 우리 아빠랑 엄마도 강해. 그럼. 그럼.”
그래 포포니 장인 장모님도 강하긴 하시지. 그나저나 어떻게든 벽을 넘어야 장인 장모를 찾아 뵐 수가 있을 텐데 말이지. 그런데 좀 걱정이 되는 거는 이전에는 포포니 정도 경지에 이르면 될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랜드 마스터를 직접 보고 나니까 그걸로는 많이 부족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다. 이거 정말 애를 하나 낳아서 품에 안고 가야 할 것 같다. 실력을 늘려서 장인 한 방을 견디는 것은 애초의 무리한 계획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지.
“자자. 일단 쉴 자리를 만들자. 이제부터는 허브 기지는 한동안 잊어야 할 거야. 주위에 고다비가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니까 말이지. 내일은 던전에 들어갈 테니 일찍 쉬자고.”
“네, 알겠습니다. 형님.”
“웅. 남편. 그렇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