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50
화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나면 그것도 정말 쪽팔리는 짓이지.
나는 고개를 돌려서 무서운 기세를 뿜어내는 이를 바라봤다. 뭐 그랜드 마스터들이 다 그렇듯이 그 역시 중년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건장한 체격에 균형 잡힌 근육질의 몸매, 커다란 눈은 위압적인 느낌이 들게 한다.
“누구십니까? 그리고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좀 말씀을 해 주시죠. 그렇게 죽일 듯이 기세만 올리지 마시고.”
나는 그와 시선을 맞추고 피하지 않았다.
“허어, 어린놈이 겁이 없구나. 내가 쿠나메다. 들어 본 적이 있느냐?”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그랜드 마스터들은 뭐가 그리 신비한 척을 하는지 알려진 것도 별로 없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또 제가 굳이 그런 구름 위의 분들을 알아야 할 이유도 없어서요.”
“큭. 그래도 내가 그랜드 마스터란 사실은 아는구나?”
“그렇게 죽일 듯이 기세를 올리고 있는데 모를 수가 있습니까? 그런데 할 말은 뭡니까? 어린놈이 어쩌고 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건방지구나. 여긴 데블 플레인이다.”
그래 데블 플레인이지. 이 말이 참 더러워. 이건 다 좋은데 힘 있는 놈이 장땡이란 소리도 되는 거거든.
“맞습니다. 여긴 데블 플레인입니다. 제가 헌터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몇 번이나 들었고, 또 했던 말입니다. 그래서요? 여기가 데블 플레인인데 어쩌란 겁니까? 지금 한 번 해 보자고 하는 겁니까?”
나는 쿠나메란 그랜드 마스터를 직접 도발했다.
“허허. 믿는 것이 있는 모양이구나. 그래 다른 조무라기 헌터들을 믿는 거냐? 아니면 네 아내인 그 타모얀과 그 가족을 믿는 거냐? 그것도 아니면 저기 에스폴 종족을 믿는 거냐?”
“궁금하면 한 번 덤벼 봐. 그렇게 주둥아리만 까지 말고. 새꺄!”
이거 이 정도면 막가자는 거지? 저 놈이 이 소리를 듣고도 참을까? 참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이런 자리에서 그랜드 마스터 하나를 골로 보내 버리는 건 좀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지. 보는 눈도 많고 말이야.
“주, 주둥아리? 새끼? 네 이놈!!”
쿠쿠쿠국!
워어어어. 땅이 흔들려? 잘게 진동을 하는 정도지만 이거 장난이 아닌데?
“남편!”
포포니가 쌍칼을 들고 내 앞을 막아선다.
“쿠쿡. 겨우 계집아이 품속에서 떠드는 놈이었더냐? 그런다고 네가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쿠나메가 얼굴 가득 비웃음을 품고 이죽거린다.
“뭘 하든 해 봐. 대신 네 말대로 여긴 데블 플레인이야. 그러니까 이제부터 하는 네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거야. 나도 내 행동에 책임을 질 테니까 말이야. 쿠나메.”
나는 포포니가 쿠나메의 기세를 막아주는 틈에 어느 정도 여유를 찾았다. 아 씨발, 이거 정말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네. 저 새끼 저거 정말 보내버릴까?
“기다려요!”
그런데 우리 사이에 고다비가 끼어든다.
“뭐냐? 고다비.”
쿠나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다비를 본다.
“이건 곤란해. 난 저기 마샤에게 받을 것이 있거든? 그런데 쿠나메 당신이 이들을 이렇게 몰아붙이면 내가 그걸 못 받게 될 것 같아서 말이야.”
“저기 에스폴? 걱정하지 마라. 그 쪽은 건들 생각도 없으니까. 나는 저 주둥이만 살아 있는 놈이면 된다.”
“흐응. 그래?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 저 아이가 비록 육체적인 능력이 좀 모자라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무시하다간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어. 우린 지금 저 아이가 그 먼 얼음 들판에서 여기까지 한 방에 날아오는 것을 눈으로 봤다고. 그럼 다른 말로 너를 한 방에 어디론가 보내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은 않는 모양이지? 난 그 생각부터 들던데? 너 저 아이가 너를 그 얼음 바다 밑으로 보내 버리면 어쩌려고 그렇게 자신만만이지? 저 아이가 널 앞에 두고도 저렇게 당당한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은 안 드는 모양이네?”
뭐지 고다비? 벌써 그런 쪽까지 생각을 했단 말이야?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지만 듀풀렉 데드존의 활용을 비슷하게 짚어 내고 있잖아?
“오호? 아이야 표정 관리가 안 되는 모양이구나. 내 생각이 맞았던 모양이지? 그래 어디로 보내는 거니? 설마 우주 공간으로 보내는 건 아니겠지?”
고다비가 내 표정을 봤는지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그건 알아서 뭘 하시렵니까? 그리고 지금 고다비님은 타인의 분쟁에 끼어들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면 빠져 주셨으면 합니다.”
“우와 정말 대단하네? 그럼 저 쿠나메를 어떻게든 해결할 자신이 있나 보지?”
“그랜드 마스터라고 무적이랍니까? 수틀리면 죽고 죽이는 것이 이곳 데블 플렐인입니다. 그러니 저 쿠나메는 지 입으로 부른 화를 책임져야 하는 겁니다.”
나는 고다비에게 그렇게 말하고 쿠나메를 노려봤다.
“자, 이제 다시 시작하자. 쿠나메. 그래서 뭐라고? 새파란 놈이 어쨌다고? 사람이 죽어가는 마당에 제 이익을 찾아 보겠다고 설레발을 치는 개같은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는데 그래서 네 생각이 뭐라고? 응?”
“네 이노오옴!!”
“한 발만 움직여 봐. 난 두 번은 없어. 한 번 공격이 끝이고 그거면 네가 죽거나 혹은 내가 죽어. 그러니까 선택 잘 해야 할 거야. 난 위험하다 싶으면 그냥 공격을 할 거고 그 후는 너나 나 둘 중에 하나는 죽는 거야. 그러니까 발작을 일으키는 것도 잘 생각하고 해!”
나는 쿠나메가 폭발하려는 순간에 침착한 목소리로 경고를 했다.
정말이다. 이제 저 놈이 조금만 낌새가 이상해도 나는 공격을 할 거다. 듀풀렉 데드존으로.
“…..”
쿠나메는 내 말에 얼굴만 빨갛게 되어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커다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뭔가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더 할 거 아니면 사과하고 물러나라. 쿠나메. 그리고 연합의 간부들도 그만 물러나. 난 이번 일에서 연합의 간섭을 받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플레인 게이트 아직 준비 안 된 건가?”
내가 주변을 보면서 그렇게 소리치자 고다비가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호호호홋. 이거 걸작이야. 걸작. 여기 그랜드 마스터가 자그마치 넷이나 있는데 아무도 저 어린 아이의 말에 반박을 못하고 있어. 성급하게 나섰던 쿠나메만 병신 꼴이 된 거고, 나머지 둘은 그저 구경만 해. 꺄하하하하, 이게 뭔 일이래?”
그랜드 마스터가 둘이나 더 있어? 젠장 난 아주 장님이구만 장님이야.
쿠궁!
그런데 한 사람이 발을 굴러 모든 이의 시선을 모았다.
“난 탁테드다. 이 제3 데블 플레인의 그랜드 마스터 중에서 3강에 속한다. 3강 4중 3약. 이것이 열 명의 그랜드 마스터를 나누는 속된 분류다. 물론 그것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3강에 속하는 것에 대해서 눈앞에서 반발하는 이는 없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는 내 말이 곧 법이나 같다. 이곳이 데블 플레인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뭐 세이커라고 했나? 네가 내 뜻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내가 너를 징치할 수도 있고 또 내가 한 발 물러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너와 내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에 벌어질 일이고, 나는 어린 아이 너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 한다. 이제부터 저 듀풀렉 게이트를 이용해서 제2 데블 플레인의 헌터들을 구하는….”
“헌터만이 아니라 일개미도 포함됩니다. 나는 일개미도 헌터와 같이 생각합니다. 도리어 그들은 원치 않은 위험에 노출되었으므로 더 큰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흐음. 그러하군. 맞다. 그래서 제2 데블 플레인의 인명을 구하는 일에 헌터 연합의 자리는 없다. 그저 도움을 청하면 도와주는 것이 제 할 일일뿐. 물론 상식적인 요청이라면 즉각적으로 협조할 것을 내 이름으로 요청하는 바이다. 크음. 세이커라고 했나? 어떤가 이 정도면 된 것 같으니 더는 소란 피우지 말고 제 할 일을 하는 것이 좋겠는데?”
나는 쿠나메에게 아직도 감정이 남았지만 탁테드라는 저 사람의 중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게 지금으로선 좋을 것 같다. 어차피 여기서 꼬장은 한 번 피웠으니 할 만큼 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