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20
화
“남펴언, 저 여자 뭐야? 응?”
“하아, 포포니. 진정해. 진정.”
나는 내 팔을 잡고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는 포포니를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흘리는 중이다.
“뭐냐니요? 제가 물건도 아니고 그건 좀 실례인 것 같습니다만.”
여자는 차분한 음성으로 포포니의 말을 반박한다.
2미터에 근접한 키에 잘게 쪼개진 근육이 탄력적으로 느껴지는 갈색 피부의 미녀. 그들 부족들이 그러하듯 아래쪽의 어금니가 살짝 발달해서 위로 솟구쳐 나온 것이 특징적이지만 여자라서 그런지 거북할 정도로 크게 돌출된 것은 아니다.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로 입꼬리 부분에서 솟아 나와 있다. 등에는 커다란 도끼를 짊어지고 있는데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녀라는 이유로 포포니가 이렇게 발끈하고 성을 낼 일은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 여자의 등장에 포포니가 이렇게 강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나조차도 어이가 없는 그런 이유.
이 여자의 정체는 이번에 스추알라가 파견하기로 한 깝딴이다.
그런데 이 여자가 나를 만나서 인사를 하자마자 한 마디 한 것이 포포니의 심기를 거스르고 말았다.
“당신이 오빠의 친구라는 세, 세이커? 그 이름이 맞습니까? 반갑습니다. 제가 이번에 세이커님과 함께 동행 하게 된 깝딴 하코테입니다.”
여기까진 참으로 정상적인 인사였다. 하지만 그 다음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이었다.
“세이커씨는 굉장히 능력 있는 남자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네 번째 남편이 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래, 바로 이 말이다.
이 말에 곁에서 듣고 있던 포포니가 화들짝 놀라더니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그리곤 그 뜻이 전부 이해가 된 뒤에는 곧바로 돌격모드로 돌아서서 달려드는 것을 내가 잡고 말리는 중인 거다.
나참, 남편? 그것도 네 번째 남편? 그럼 하코테 저 여잔 세 명의 남편이 있다는 말이 아닌가.
“남펴언. 저거 뭐야? 웅? 나 좀 놔봐!”
“진정해. 포포니. 날 믿어. 포포니가 이렇게 흥분하는 건, 나를 믿지 못하겠다는 소리와 같은 거잖아. 그럼 나도 실망할지 몰라.”
나는 포포니의 귀에 작은 목소리로 감정을 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말했다.
“내겐 포포니 밖에 없어. 다른 여자는 절대 관심 없으니까 흥분하지 마. 포포니. 응?”
그러면서 나는 포포니에게 쓰담쓰담을 해 준다. 머리에서 허리까지 이어지는 내 손길에 포포니의 숨결이 조금씩 차분해지고 있다.
“흐응? 능력이 있는 남자가 왜 한 여자에게 만족한다는 거지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요? 이 정도면 꽤나 좋은 몸이 아닌가요?”
하테코가 한 손으로 가슴에서부터 허벅지 안쪽까지 제 몸을 쓸어내린다. 꽤나 유혹적인 동작이긴 하다. 곁에 마누라가 보고 있지만 않다면 손뼉이라도 쳐 주고 싶은 율동이다. 하지만 난 정말 관심 없거든?
“이곳에서 일부다처나 일처다부의 관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나 교차혼은 하지 않는 걸로 아는데요? 하코테님께서 제 아내가 되시려면 남편들을 모두 버리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많은 아내를 가진 사내를 남편으로 둔 여자는 다른 남자를 남편으로 둘 수 없고, 다수의 남편을 둔 여자의 남자는 다른 여자를 아내로 둘 수 없다. 그것이 이곳의 관습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하코테는 내 아내가 될 수 없는 여자인 것이다.
“호호호. 거꾸로 세이커님께서 지금의 짝을 버리셔도 되지요. 아니면 이쪽 땅에서는 제 남편이 되시고 저 쪽 땅에서는 저 분의 남편이 되시는 방법도 있고요.”
“그 발언은 지금 시비를 거는 걸로 받아 들여도 되는 겁니까? 내 아내를 버리라는 말은 서로 죽고 죽이자는 말이 됩니다. 나는 내 아내를 사랑하고 또 끝까지 지킬 거니까요. 그걸 떠나서 감히 아내와 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어떤 시도도 나는 용납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무리 스추알라가 소개를 해 준 사람이고, 또 내게 필요한 깝딴이라 할지라도 우리 부부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여자는 용서가 되지 않는다.
만약 여기서 저 여자가 더 심한 도발을 해 온다면 어쩔 수 없이 스추알라와 얼굴을 붉히는 일이 생길지라도 한바탕 소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우웅. 남편.”
포포니가 내 말에 잔뜩 감동한 표정으로 등 뒤에 붙어서 얼굴을 부비부비하고 있다.
“음. 그런가요? 그럼 제가 남편들을 만나서 설득을 해 봐야겠군요. 내가 당신에게 가려면 그들의 동의를 얻어서 홀몸이 되는 방법 밖에 없다면 말이죠.”
하코테가 나를 보며 그렇게 말을 하는데 느닷없이 천막 입구가 들춰지며 전사 셋이 우르르 뛰어 들어온다.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우린 하코테님을 절대로 떠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아, 이것들은 또 뭐냐? 왜 줄줄이 남의 천막으로 기어들어오고 이러는 거야? 응? 여긴 예의도 없나? 아니지 저것들, 보아하니 하코테의 남편들인 모양인데? 잘 된 것 같다. 그래 데리고 나가라. 데리고 나가.
“누군지 모르지만 여기 깝딴과 관계가 있는 분들 같으니 저 분을 모시고 나가십시오. 나는 절대로 저 깝딴 분과 연을 맺을 생각이 없으니 말입니다.”
“뭐라? 감히 우리 하코테 님의 선택을 받고도 그런 말을 하다니. 비록 아내가 있어서 하코테 님께 오지는 못하더라고 영광으로 알아야 할 것을.”
뭐냐? 이 어처구니 없는 놈은? 그러니까 내가 저 여자의 선택을 받은 것을 영광으로 알아야 한다는 거야?
“우쉬, 이것들이 진짜!!”
우와 우리 마눌 화났다.
“나가! 어서 꺼져. 어디서 저런 것이 감히 우리 남편을 넘보는 거야? 그리고 니들도 꺼져. 계속 화나게 하면 나도 더는 안 참아!!”
콰과과과과.
“크으윽.”
“컥!”
“읏 이런 기운이, 전사장의 능력자라니.”
“흐응. 대단한데? 그냥 꽃이 아니었어? 이러면 곤란하잖아. 싸워서 이기기도 쉽지 않겠어. 치잇, 오늘은 이만 물러나겠어요. 하지만 우리 남편들을 잘 설득하고 홀몸이 되어서 다시 돌아오겠어요.”
“절대 안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요. 절대 안 됩니다.”
“포기 못합니다. 흐흑.”
아주 지랄들을 한다. 넷이서 무슨 연극 무대라도 꾸미냐? 뭘 질질 짜고 난리야? 그래도 그 와중에 하코테란 여자를 끌고 나가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것 참, 이게 뭔 일인지. 정신이 없네. 그나저나 이 일의 발단은 분명히 그 스추알라 그놈이지?
아까 하코테 그 여자가 스추알라가 오빠라고 했던 것 같은데?
스추알라의 동생이 깝딴인 것도 놀랍지만 저런 성격인 것은 더 놀랍고, 그걸 뻔히 알고 있었을 스추알라가 저 여자를 내게 보낸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 화를 낼 일인 거지? 그런 거지?
나는 곧바로 스추알라의 집무실로 쳐들어갈 생각을 했다. 그 놈이 저렇게 얼굴을 들이밀지 않았으면 말이다.
“여어, 괜찮은 건가? 어이구 부인께서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은데?”
“스추알라. 나는 너를 친구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친구가 내 가족을 찢어 놓으려는 시도를 할 거란 생각은 못했어. 나는 어쩌면 너를 친구라고 여기지 않을지도 몰라. 네가 확실한 변명을 하지 못한다면 말이야.”
스추알라가 들어왔지만 나는 그에게 사근사근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 그가 무슨 뜻으로 그의 동생을 내게 보낸 건지는 모른다. 그리고 그가 나와 포포니 사이를 틀어 놓기 위해서 그런 일을 벌인 것은 믿고 싶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니 그 이유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킁. 밖에서 듣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들었지. 그리고 내 예상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하코테가 친구의 짝이 되지 못할 거란 사실은 예상 대로인 거다.”
“예상 대로?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하코테란 여자가 내게 그런 도발을 할 것을 친구라는 자네가 알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고 또 그런 여자를 굳이 내게 보낸 것이 문제란 거다.”
“커엄. 그건 좀 다른 문제다. 하코테 깝딴은 분명히 능력있는 깝딴이다. 그리고 그녀가 짝을 어떻게 선택하건 그건 나와 상관이 없는 문제다. 도리어 남편이 없는 깝딴을 친구에게 보내는 것 보다는 나은 상황 아닌가. 짝이 없는 깝딴이었으면 아까 그 자리에서 옷을 벗고 덤볐을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그런 쪽에선 굉장히 적극적이다.”
허! 짝이 없는 깝딴 보다는 나은 상황? 음, 남편이 셋이나 있으니 내게 들러붙기 어려울 거라는 말인가? 뭐 그런 이유라면 이해가 가긴 하지만.
“뛰어난 남자는 여자들의 호감을 받기 마련이다. 친구에 대해서 아는 여자들은 모두 친구의 아내가 되고 싶을 것이다. 기회가 없어서 다가오지 못하는 것 뿐이지만 기회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을 거다.”
“남편은 내가 지켜. 다시 아까 같은 일이 생기면 죽일 거야.”
워워워. 포포니 그거 진심이라서 더 무섭거든?
“크음. 내가 밖에 알려 두지. 친구의 아내가 전사장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남편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가까이 오는 여자를 베어 버릴 생각이라고 말이야. 아니 그보다 친구의 아내가 여러 남편이 있다고 하는 쪽이 좋을까? 그럼 친구에게 다가오는 여자들이 없을 텐데?”
“웃기는 소리. 우리 땅에선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짝을 이루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나는 다른 여잔 들이지 않아. 그리고 우리 포포니도 다른 남자는 절대 없어!!”
“저기, 남편 우리도 일부 다처 하는 부족이 있는데?”
“있어도 없는 거야. 없어!”
나는 포포니가 옆구리 찌르며 하는 말을 무시한다. 못 들은 거다. 없는 거다. 그리고 포포니 그런 말은 안 해도 되는 거야. 응? 어이구 우리 마눌 순진해서 어떻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