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38
화
물의 구슬을 만드는 의식은 그야말로 거창하게 치러졌다.
사실 프락칸들이 하는 행동은 이전에 물의 구슬을 만들 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다섯 명이 한꺼번에 하는 것이라서 그 모습이 훨씬 더 화려했다는 점만 다를 뿐.
하지만 그걸 보고 있는 타모얀 종족의 사람들은 모두가 환희에 차 있었다.
어떤 전사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려가며 웃는 얼굴로 울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큰 감동에 젖어 있는 것은 대지의 프락칸인 장모님이나 바람의 프락칸인 가우가우미 일행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한꺼번에 다섯 개의 물의 구슬이 만들어지는 장면을 보며 감격스러워 했다.
그리고 몇 시간에 걸쳐서 결국 다섯 개의 물의 구슬이 만들어지고, 의식을 하던 프락칸들이 지쳐 쓰러진 후에, 하늘호수 마을은 그들 프락칸이 깨어날 때까지 밤을 새우며 축제가 벌어졌다.
그리고 그 축제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이번에는 장인어른이 하늘 가오리 괴수 사냥을 나섰다.
그런데 이번에 뜻 밖의 인물이 동참을 하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깝딴 하코테였다.
하코테 깝딴은 괴수를 상대로도 힘을 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비록 괴수를 잡아내거나 혹은 기운을 돌려보낼 수는 없겠지만 사냥을 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는 있다는 것이다.
원래 깝딴 다섯이 모이면 괴수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가능한데 혼자라서 그건 어렵고 다른 전사들이 사냥하는 것을 도울 수는 있다고 했다.
사실 가우가우미 프락칸이 하늘 몬스터를 사냥하는데 도움으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게 어렵단다. 바람의 일족 프락칸도 하늘 몬스터의 사체를 가지고 정화 의식을 한다. 하지만 그 의식에서 뚜렷하게 효과가 나오지는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땅처럼 일정한 지역에만 기운이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늘 전체로 퍼지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가우가우미 프락칸과 같은 바람의 일족 프락칸들은 해도해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 정화 의식을 대대로 이어가며 해 오고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이젠 바람의 일족이 거의 멸족을 해서 다른 곳에 얼마나 더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그들 바람의 일족의 곤궁함은 말로 하기 어려워 보인다.
어쨌거나 그래서 바람의 프락칸은 하늘 몬스터를 특별하게 약화시키거나 하는 그런 능력도 없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하코테를 데리고 가서 사냥에 참가시키기로 한 거다.
뭐 남편 셋이 자신들도 데리고 가라고 악을 쓰기는 했지만 그 중에서 제일 실력이 좋은 한 명만 데리고 가기로 했다.
호위를 모두 떼어 낼 수는 없으니 대전사 정도의 실력자인 큰남편을 데리고 가기로 한 거다.
장인어른과 대지의 일족 대전사가 아홉이고, 바람의 일족 대전사가 둘, 거기에 깝딴 하코테와 그 남편, 그리고 나와 포포니. 이렇게 열다섯 명이 부유선을 타고 하늘호수 마을을 벗어났다.
그리고 저 아래에는 불쌍한 처제가 자청해서 괴수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기로 하고 걸어서 마을 밖으로 나가고 있다.
물론 그런 포포리 처제를 보호하기 위해서 대전사 셋과 텀덤이 함께 동행을 하고 있다.
저들은 하늘 가오리 괴수가 나타나면 곧바로 은폐 도구를 이용해서 숨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가오리 괴수가 은폐한 일행들을 공격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텀덤이 듀풀렉 게이트를 열어서 사람들을 마샤가 있는 마을로 옮겨 놓을 것이다.
그래서 텀덤이 저들과 동행을 하고 있는 거다.
“그 가오리 괴수는 어째서 프락칸들을 노리는 걸까?”
포포니가 했던 이야기를 또 하자고 꺼낸다. 심심한가 보다. 이미 그 이유에 대해선 몇 번이나 사람들이 고민을 했던 문제다. 그리고 결론도 났다.
그 하늘 괴수라는 놈이 워낙 대단한 놈이라서 프락칸이 몬스터의 기운을 정화하고 또 원래의 기운으로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천척으로 생각을 하는 거라고 말이다.
“몬스터들에게 프락칸들은 천적이나 마찬가지잖아. 그러니 그렇게 달려드는 거겠지.”
나는 그래도 포포니에게 대답을 해 준다. 커엄. 아무리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고 마눌에게 짜증을 낼 수는 없지 않나. 심심해서 그런 걸.
“그럼 남편, 깝딴 하코테는 괜찮을까?”
“응?”
이건 또 뭔 소리?
“엄마가 그랬잖아. 하코테 깝딴도 프락칸과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야.”
“그, 그렇지.”
이런 젠장!!
나는 급하게 부유선의 은폐 기능을 최대한으로 작동시켰다.
조금 전까지도 은폐를 하고는 있었지만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대한 모든 은폐기능을 펼쳤다.
만약 여기서 가오리 괴수의 기습이라도 받게 되면 난감하다.
이 부유선도 물론 번개에 절연이 되게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그 놈이 머리가 좋은 놈이면 번개 공격은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고, 그럼 제일 좋은 공격 수단은 물리적인 방법이다.
내 머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몸통 박치기 같은 단순한 방법이나, 아니면 꼬리로 두드리는 것과 같은 공격이다.
그걸 맞으면 어느 쪽이건 부유선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이 부유선에 에테르 방패를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그건 정말 보라색 등급의 코어로도 얼마 버티지 못할 정로로 코어의 낭비가 심하다. 부유선의 크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괴수의 공격을 방어하려는 용도기 때문에 엄청난 에테르 소비를 각오하고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걸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보라색 등급의 코어가 얼마나 귀한 건데.
“무슨 일인가?”
장인이 내가 갑자기 수선을 떨며 움직이자 물어 보신다.
“깝딴 하코테를 가오리 괴수가 노릴 수도 있습니다. 깝딴도 프락칸과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걸 또 잊고 있었습니다.”
“응? 그걸 잊어? 대비를 하지 않았단 말인가? 난 은폐를 해서 대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으면 포포리를 대기시킬 이유가 없었지.”
“아, 제가 생각을 못했습니다. 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은폐를 했습니다. 아직 놈의 모습은 안 보이지요?”
나는 그 짧은 시간에 이마에 진득하게 난 땀을 손등으로 훑으면서 대전사들에게 물었다.
“아직일세. 하지만 안개인지 구름인지에 가려서 시야가 넓지 못해서 확실치는 않네. 일단 감각으로도 잡히는 것은 없지만, 듣기로 그 가오리 괴수가 구름 속에 숨으면 가까이 있어도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했으니 우린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
대전사들 중에서 한 명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창밖으로 던진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저 아래 까마득한 곳에서 포포리 처제가 마을을 벗어나서 정해진 경로로 이동을 하고 있다.
이전에 하늘 가오리 괴수가 했던 짓을 고려하자면 그 놈은 벌써 포포피 처제의 등장을 알고 천천히 접근을 하고 있어야 한다. 아니면 우리 부유선을 노리고 있거나 말이다.
얼마 전까지 하코테 깝딴의 기운을 제대로 숨기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 그 놈이 우리를 노리고 있었을 수도 있는 거다.
“나왔다.”
얼마쯤 포포리 처제를 따라가며 주변을 감시했을까? 부유선 뒤쪽을 살피고 있던 대전사가 짧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우르르 뒤쪽을 살필 수 있는 창쪽으로 모였다.
“언제부터 저기 있었는지 모르지만 구름 속에 숨어서 지금까지 우릴 따라오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좀 우왕좌왕 하는 것 같은데요?”
“원래는 하코테 깝딴을 노리다가 갑자기 은폐가 되어서 목표를 놓치고 나니까 당황하는 거겠지. 그리고 저 밑에 대지의 둘째 딸로 목표를 바꾸고 움직이려다가 지금 우리에게 들킨 거고 말이야.”
“일단 놈이 좀 더 아래로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처제 일행을 은폐 시키고 곧바로 놈의 등으로 뛰어 내립니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놈의 몸에는 전류가 흐릅니다. 강하진 않지만 거북할 정도는 되니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알고 있네. 미리 준비를 해 왔으니 걱정하지 말게.”
장인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가슴을 두드린다.
하긴 이 부유선에 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제일 약한 것이 바로 나다. 내가 제일 약해. 부유선 아니었으면 이번 사냥에는 끼지도 못했을 거다.
뭐 그것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얼음 들판의 동굴에서 에테르를 잘 흡수하면 이번에 새로운 오러 로드를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나도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사실 그 경지란 것이 깨달음의 차이라고 하는데 나에겐 오러 로드의 개척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물론 그 오러 로드를 발견해 내는 것이 우선이고 그 뒤에 그것을 개척하는 것이 이어져야 하지만, 나는 워낙 장인어른께 심하게 당하다보니 숨겨진 오러 로드를 발견한 것이 무척 많다. 그걸 제대로 개척하면 나도 마음의 검이 가능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 역시 오러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의 방법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내 몸 안에 있는 오러 로드의 활용으로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안되면? 그럼 나도 그 깨달음인지 뭔지를 잡기 위해 명상이라도 해야지 뭐.
“놈이 내려간다.”
뭔가 고민을 하는 듯이 보이던 가오리 괴수놈이 드디어 결정을 내렸는지 지상으로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한다. 저 놈의 번개 공격은 몇 백 미터를 넘어서 공격이 가능하지만 200미터 정도 높이에서 공격하는 것은 좋아하는 듯 했다. 전에도 그 정도 높이에서 장인 일행을 공격했었으니 아마 맞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전에 우리가 먼저 공격을 하게 될 거다.
“부유선 아래를 열면 곧바로 놈이 우리를 알아차리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아래 통로가 열리면 그대로 뛰어 내리는 겁니다. 아셨죠? 그리고 떨어지면서 알아서들 하늘 가오리 등짝에 내려서야 하는 겁니다. 못하시면 뭐 알아서 내려가십시오.”
“크하하하. 걱정하지 말게.”
장인은 물론이고 대전사들 모두가 자신있다는 표정들이다. 대지의 일족 대전사들은 워낙 덩치들이 커서 원, 꽉 찬 느낌이라니까.
하지만 사실 나는 이 부유선 만들고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알아버렸다.
그냥 지상에서 대기하게 하고, 한 두 사람만 하늘 가오리 괴수 등짝에 올라가서 거기서 듀풀렉 게이트 입구를 열고 사람들 불러도 되는 건데 거대 부유선을 괜히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뭐 포포니는 나중에 단체로 여행을 가거나 할 때에 쓰면 좋겠다고 했고, 듀풀렉 게이트가 없는 사람들에겐 좋은 이동 수단이 될 거니 사실 정말 불필요한 짓을 한 건 또 아니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었다.
그럼 지금 왜 모두들 이곳에서 떨어지는 방법을 쓰냐고?
내가 말을 안 해줘서 그렇다. 내가 머리 나쁜 짓을 했다고 이실직고하고 나설 이유가 없으니까. 크음.
좀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는 거지만, 그래도 다들 대전사들인데 뭔 문제가 있을까 싶어서 그냥 함구하기로 한 거다. 어차피 누가 되었던 가오리 등짝에 내려가야 하는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것도 듀풀렉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하니까 또 불쌍한 우리 마눌이 고생을 하게 될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 이왕 하는 고생 함께 하자, 뭐 이런 거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