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93
화
“세이커님, 그런데 그들을 어느 정도까지 상대해야 합니까?”
제2 데블 플레인의 스추알라가 보내 준 친위대 중에 하나가 적과의 조우를 얼마 남기지 않고 이렇게 물어 온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싸움이 무슨 장난이야? 서로 죽이자고 하는 짓인데?
“위협이 되면 무조건 완전 제압을 하는 것으로 하지. 상대해보고 위협이 되지 않는 것 같으면 적당히 상대해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위협이 된다 싶으면 죽여도 된다는 소리야.”
“설마 그렇게 실력 있는 이들이 있겠습니까?”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데블 플레인 이외에서 마스터의 경지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있다고 해 봐야 이전에 데블 플레인에서 활동하던 헌터들 중에 몇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여기 있는 이들은 마스터는 수십이 모여도 상대가 되지 않을 사람들이다. 최하가 마스터에서 그랜드 마스터를 넘보는 수준의 사람들이고 대부분이 그랜드 마스터의 자격을 갖춘 이들인 것이다.
내가 지원병을 요청하자 데블 플레인 연합에서 아예 작정을 하고 실력자들만 추려서 보낸 거다. 심지어는 섬사람들조차도 나이가 많은 섬사람들을 보내왔다.
그러니 회사에서 왔다는 헌터들 정도는 어렵지 않게 정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리가 끝나면 곧바로 그 회사들에 대해서 강력한 응징을 할 생각이다.
이번에는 에테르 폭탄을 사용하고 원정대까지 끌고 가서 회사의 건물 자체를 정리해버릴 생각을 하고 있다.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다시 사냥꾼을 보낸단 말인가?
경고를 어겼으니 그에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 놈들의 거점이 있습니다. 약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고, 규모로 보면 200명 정도가 머물 수 있는 곳이니 아마도 주변에 흩어져서 몬스터 사냥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앞에서 먼저 길을 열며 정찰을 하고 있는 대원이 달려와서 보고를 한다.
200명?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숫자. 하지만 몬스터의 규모와 능력을 생각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숫자다. 그 숫자로 거점을 마련하고 지키고 있다는 것은 저들의 능력이 제법이란 소리일 터.
“조심할 필요가 있겠다. 숫자가 많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강하다는 소리겠지? 그러니 방심하는 일이 없도록!”
난 모든 대원들에게 경고를 했다.
이런 곳에서 희생자가 생기면 그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니 조심할 것은 미리미리 이야기를 해야
한다.
만에 하나를 대비하는 것은 지휘자가 자져야 할 마땅한 자세다.
하지만 적들의 수는 고작 스물 남짓일 뿐이니 정도를 넘는 수준의 소심함은 필요가 없을 듯 하다.
“포위해서 일거에 쓸어버리는 걸로 하지. 이후에 복귀하는 놈들을 차례로 처리하면 편할 것 같으니까 될 수 있으면 밖으로 통신이 나가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
“기습을 한다고 해도 어렵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최선은 다해 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지. 일단은 저기 모여 있는 놈들부터 처리를 하자고.”
나는 스추알라의 친위대와 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무래도 그가 이번 원정에 출동한 대원들의 대표 노릇을 하는 듯 보였다.
사각기둥 같은 몸체가 인상적인 제2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들은 둔하게 생긴 몸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민활한 지혜도 지니고 있다. 다만 그 지혜가 발휘되는 것이 언제나 아랫사람들을 다루거나 누군가와 거래를 할 때에나 쓰인다는 것이 좀 특이하다고 할까? 저들은 명령 받은 것에 대해서는 우직하리만큼 충실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여러모로 믿을 수 있는 중간 관리자이기도 하다. 다만 저들이 우두머리가 되면 꽤나 상대하기 까다로운 대상이 된다는 것이 문제랄까? 그래서 스추알라 그 녀석이 언제나 나에게 이득을 챙기려고 드는 것이니까.
추리릿!
심검? 혹은 마음의 검? 그것도 아니면 무형검? 어쨌거나 그랜드 마스터가 되면 쓸 수 있는 능력 중에 그렇게 몇 가지 이름으로 부르는 기술이 있다.
사실 그것을 제대로 쓸 수 있어야 겨우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다고 인정을 해 주는 대표적이고 기본적인 기술이 그것이다.
공간을 건너뛰어서 원하는 곳에 검을 만들어 찌르거나 자르거나 휘두르거나 하는 것이 바로 그 기술인데 이때에 만들어진 검은 순수한 에너지의 집합체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이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어서 일반적으로 마스터라고 해도 막거나 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지금 그 기술들이 여기저기서 펼쳐지고 있다.
각자 대상을 정해서 순식간에 목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저럴 거라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상대를 해야 하냐는 질문 따위가 무슨 필요가 있었던 걸까? 보이는 족족 죽여 없애고 있는데 말이지.
하긴 그렇게 시킨 놈이 나지? 쩝.
“@#$%@%^#$^#%$#@#$@#!!”
아, 뭐라는 건지 몰라도 우리 습격이 들킨 것은 확실한 모양이다.
어?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살아남은 이들이 품고 있는 에테르의 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전까지는 일개미 수준이나 될까 하는 정도로 봤는데 지금 이 순간 늘어나는 에테르의 양이 마스터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저건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던 에테르 기관을 변형시킨 것인 모양이다.
몸 안에서 에테드를이 일정한 경로로 움직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의 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아니 증폭되고 있는데 보아하니 그냥 에테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저것은 저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에테르 코어와 대기중의 에테르를 몸 안에 있는 에테르 기관으로 끌어 들여서 흐르게 하면서 동시에 그 육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함께 섞어서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전과 많이 다른 점이 있다. 저들은 그렇게 소비되는 생명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치료 캡슐을 이용한 방법인 듯 싶다. 그런데 저렇게 해도 돌연변이가 되지 않는 걸까? 이전의 사람들은 돌연변이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래서 포포니는 그것이 영혼 자체를 오염시키는 것이라며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화를 냈었는데 저들을 괜찮은 걸까?
콰광광! 카가강!
퍼버벅! 서걱! 츠리릿!
갑작스럽게 에테르의 기운이 강해지는 것을 느낀 우리 대원들이 놈들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곧바로 공격을 감행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상황을 지켜보는 짓 따위의 여유가 선주민들에게 있을 리가 없다. 한 순간의 방심이 죽음을 부르는 데블 플레인에서 평생을 살며 몬스터와 싸워온 사람들이다. 기회를 주는 것 따위는 생각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
회사의 사냥꾼들이 삽시간에 팔다리가 잘리고, 땅위를 구르다가 곧바로 목이 잘려서 죽어간다.
사지를 자르고도 목을 자르지 않으면 안심을 하지 않는 대원들이다.
그런데 그랜드 마스터라는 대원들의 공격이 사냥꾼들의 몸에서 어지간히 저항을 받는다. 그래서 충돌음과 폭발음이 들리는 것이다.
“정리했습니다. 생존자는 하나도 없습니다. 지속적으로 기운이 강해지는 것을 확인한 상태라서 그냥 빠르게 처리하는 쪽으로 했습니다.”
이번에도 스추알라의 친위대가 와서 상황보고를 한다.
정확하게 20명의 사냥꾼들이 이곳에서 죽었다.
나는 곳곳에 무너진 거점을 둘러 봤다. 조립식으로 만들어진 건물들은 실용성만을 강조한 것들로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몬스터 전선에 만드는 거점 따위에 큰 투자를 할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플레인 게이트를 열어서 사람들과 물자를 보내는 것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이즈음에 점차 에테르 코어의 비축분이 바닥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는 중이니 사냥꾼들은 몰라도 그들에게 필요한 물자까지 풍부하게 지원할 여력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곳에서 사냥을 잘 할 수 있으면 오래지 않아서 충분히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딱 봐도 마스터 수준 이상으로 기운이 증폭되는 이들이 200명이면 충분히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나와 우리 대원들이 방해를 하기 위해 오지 않았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가 왔으니 이들 사냥꾼을 보낸 회사는 원하는 것을 하나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