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47
화
“그러니까 먹음직한 먹이를 숨겨두고 요리를 하고 있었단 말이지. 그걸 누가 알까봐 전전긍긍하면서? 그리고 혹시라도 헌터들이 원주민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은 적극적으로 통제를 했겠지. 안 그래? 와아, 대단한 연합이네.”
“빈정거리지 말아요. 그렇게 해서 얻는 이익이 연합으로 돌아오는 거예요. 그리고 나나 당신 같은 헌터들이 그 연합에 속해 있으면서 이득을 봐요. 자꾸 연합을 당신과 별개로 생각하는데 당신이 구하는 기술이나 정보들이 어디서 온다고 생각해요? 그게 전부 연합의 힘이에요. 편하게 얻을 때는 그런가 보다 하면서 연합이 하는 일에는 뭔가 흑막이 있겠거니, 혹은 저놈들이 제 뱃속을 채우려고 저 짓을 하느니 하면서 보지 말란 말이죠. 당신도 연합의 혜택을 입고 있는 헌터란 사실을 기억하세요.”
워워워. 열폭이냐? 다시 이 여자가 폭주할 기미가 보인다. 그만 건드려야지.
뭐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 그 높은 자리에 있는 놈들의 머리를 내가 열어본 것도 아니고 그 속을 어떻게 알겠냐.
니 말이 맞다고 치자. 율티 지부장.
“그리고 알아야 할 정보가 있어요.”
그래 그건 좋다. 정보는 힘이지.
“말씀하십시오.”
“그래요. 이젠 좀 진정한 모양이네요. 잘 들어요. 타모얀 종족은 짝을 찾으면 분가를 해요. 지금 세이커씨 곁에 있는 그 여성 타모얀은 당신을 짝으로 맞아서 분가를 한 거예요. 사실 그 종족은 강한 배우자를 원하기 때문에 좀처럼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데 이상하게 세이커씨를 짝으로 삼았네요. 아, 기억하세요. 그 타모얀 암컷, 아니 여성체가 당신의 피를 마시면 강렬한 성적 충동을 느껴요. 그건 한 번 그렇게 되면 그 후로는 짝을 바꾸지 않아요. 그러니까 기회를 봐서 피를 먹이세요.”
음? 지가 알아서 먹었는데? 그것도 잔뜩.
“보통 타모얀 종족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전투력의 차이가 별로 없는 걸로 알아요. 뛰어난 전사는 남색 등급의 몬스터를 혼자 잡죠. 더 뛰어난 경우엔 보라색과도 싸움을 할 정도라는데 본 것은 아니니 그냥 전설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타모얀 종족, 아니 이 행성의 원주민들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어요. 그게 가장 중요해요. 그건 자신이 사냥한 몬스터의 능력을 코어에 담을 수 있다는 거예요.”
“뭐요?”
난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높여 되물었다.
“말 그대로, 몬스터의 능력을 코어에 담아서 지식 전승의 방법으로 전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거기에도 제약은 있어요. 그 능력을 언제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개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1년에 한 번 정도 쓸 수 있다고 알고 있어요.”
“우와 그럼 내가 받은 그게 그건 모양이네?”
“뭘 받은 것이 있나요?”
율티 지부장이 즉각 반응을 보인다.
“은신이요.”
“은신이라니요?”
“숨는 거죠. 아무도 모르게 모습을 감추는 그런 능력이요. 파란색 등급의 고양이 몬스터가 쓰는 능력인데 그걸 저한테 주더라고요. 그 놈한테 죽을 뻔 했는데 포포니가 그 고양이를 잡고 나더니 나중에 그 코어를 줬죠.”
“하아, 은신이라. 겨우 그런 것을….”
“겨우라니요? 그거면 파란색 몬스터가 설치는 곳도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건데. 그 정도면 좋은 거죠.”
나는 겨우라는 말에 발끈했다.
딴에는 꽤나 좋은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겨우라니.
“그래요. 진정해요. 그냥 아쉬워서 하는 말이에요. 행성 원주민들은 좀처럼 그 능력을 쓰지 않아요. 쓴다고 해도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죠. 아이를 위해서 모아두는 경우도 많고요. 아마도 그 여자분도 앞으로 그런 기회가 생기면 아이를 위해서 하나씩 모을 거예요. 그러닌 세이커 씨가 코어의 지식 전승을 얻을 기회가 다시는 없을 수도 있어요.”
어? 그래? 그럼 좀 아까운데? 뭐 조금 전까지는 포포니가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뭘. 그리고 혹시 포포니가 나중에 또 줄지도 모르고, 그게 아니라도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에게 능력을 전해 주려는 건데 그걸 뭐라고 할 수 있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그 아이가 내 아이잖아. 근데 나 아이가 태어나긴 하나? 일개미 계약할 때에 그거 묶어 놓았다고 아는데?
“자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까 본부장님이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던데요.”
“아, 그건 별거 없어요. 그냥 적대하지 말아라. 그리고 이제 임자가 생겼으니 바람피우지 말고 그 타모얀 여자에게 잘 해라. 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거예요. 물론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죠. 하지만 부부가 서로 떨어지지 않는 그들 종족의 특성을 생각하면 어차피 세이커씨와 함께 있을 테니 우리에게 도움이 되긴 하겠죠.”
“코어의 지식 전승은 욕심내지 않는 겁니까?”
나는 조금 걱정이 되어 물었다.
“대체로 이 행성의 원주민들은 가족애가 무척 강해요. 그래서 가족의 것을 빼앗으면 원수가 되요. 그게 물건이건 건강이건 생명이건 상관없어요. 건들지 않는 것이 장수의 지름길이죠. 거기다가 다른 종족과 문제가 생기면 그건 가족의 범위를 넘어서 종족의 문제가 되기도 해요. 엄청난 전투가 벌어지기도 하죠. 전에도 이야기를 했지만 절대적인 우호관계가 우리의 입장이에요. 생각이 있다면 짝이 있는 타모얀 여성은 건드리지 않아요. 남자라면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지만 여성은 아니거든요.”
“남자들이 그렇다면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도 포포니가 가만히 있을까요?”
“호호홋, 설마요. 포포니를 이길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아요. 온 몸에 거미줄이 생기기 싫으면요.”
뭔 소린지 알겠다. 죽도록 맞을 거란 말이네? 음 그래도 죽인다곤 않는 것을 보니 그렇게까진 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참, 나 씨 없는 수박 아닌가요? 일개미 계약할 때에 그렇게 한 걸로 아는데요.”
“호호홋, 아이 참, 가끔 세이커씨는 엉뚱한 곳에서 사람을 웃겨요. 그거 육체 능력자든 정신 능력자든 능력자가 되면 마음대로 풀 수 있어요. 잘 느껴보면 거기 어디에 찝어 놓은 곳이 있을 거예요. 그걸 풀어 주면 되는 거죠. 호호홋.”
웃기는 젠장. 모를 수도 있는 거지.
그런데 이걸 풀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 둬야 하나? 나중에 포포니와 대화가 통하게 되면 물어볼까? 아니지 포포니는 아이를 원할 거야. 그러니까 짝짓기를 한 거지. 짝짓기라고 하니까 그것 참 기분이 이상하네.
“알았습니다. 다음에 또 이야기하죠. 그리고 아직 수련은 더 해야 하니 아직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아쉽네요. 그 스티커가 의외로 상위 헌터들 사이에선 인기가 있는데 말이죠. 무기도 방어구도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고 하더군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거죠. 모두를 가질 수는 없잖아요.”
나는 그렇게 말하곤 통신을 끊었다.
그리고 통신을 끊기 전에 율티 지부장은 헌터 연합에서 가지고 있던 타모얀 종족의 언어에 대한 정보를 보내 줬다. 어휘와 발음, 문장이나 여러 표현의 숨을 뜻까지 정리가 되어 있는데 프로그램도 있어서 타모얀이 하는 말을 그자리에서 대충 번역을 해 주는 기능도 있었고, 내 말을 타모얀 언어로 표현하는 기능도 있었다.
그야말로 통역기를 가지게 된 셈이다.
포포니는 혼자서 밖으로 돌아다니곤 하는데 능력이 되지 않는 짝 때문에 주변을 순찰하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일을 자기가 알아서 하는 모양이었다.
율티와 통화가 끝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포포니가 동굴로 돌아왔다.
활짝 웃는 포포니의 표정을 보니 별 일은 없었구나 싶어서 마음이 놓인다.
나는 얼른 포포니의 손목을 잡아서 끌어 앉혔다. 그리고 툴틱의 타모얀 언어 변환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음, 이제부터 내가 말을 하면 여기 이 기계가 내 말을 포포니의 언어로 바꿔서 전해 줄 거야. 그리고 포포니가 말을 하면 또 이 기계가 그 말을 내가 쓰는 말로 바꿔서 알아듣게 해 줄 거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약간의 차이를 두고 내 말이 타모얀 언어가 되어서 포포니에게 전해진다.
“우와. 이거 신기하네. 어떻게 하는 거야? 금방 말을 배웠어? 지금 내가 하는 말도 다 알아들어?”
“그래 알아들어. 이제 우리 정식으로 인사를 할까? 나는 세이커, 세이커 위아드라고 해. 위아드는 우리 가족들이 쓰는 전체 이름이야. 성이지.”
“웅, 난 포포니. 성스러운 땅의 일족 포포니야.”
“그래. 포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