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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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첫판부터 끝판왕(2)
[불굴의 사자들을 잠재우는 우호영의 천금 같은 동점골이 터져 나왔습니다! 대한민국의 올림픽 첫 골을 막내 우호영이 만들어내는군요. 15년 22일 나이로 최연소 득점기록까지 갈아 치워버립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경기는 이제 겨우 3분을 넘어섰지만 벌써부터 감동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대단합니다.]불굴의 사자들.
카메룬 축구국가대표팀을 부르는 단어로, 그들이 얼마나 악착같고 용맹스러운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별명이다.
하지만 붉은악마에는 특급조련사가 하나 있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능력만큼은 출중한 조련사.
‘우호영···.’
빠득.
수비형 미드필더 알렉스 송(Alex song)이 이를 악물었다.
입안에 쓴맛이 감돌았다.
우호영에게 내어준 골은 좀처럼 삼킬 수 없는 고통이었다.
사실 우호영을 얕잡아본 감도 없잖아 있었다.
가는 곳마다 최연소 타이틀을 경신하며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1군으로 승격하게 될 전대미문의 유망주?
그런 것 따위는 알렉스 송에게 하등 상관없었다.
그는 이미 아스날의 미래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으니까.
그의 장래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스날 무패우승의 주역 ‘지우베르투 시우바(Gilberto Silva)’의 후계자라고 평가받을 정도였다.
헌데 그런 자신이 속수무책으로 털려버렸으니 멘탈이 뒤집힐 수밖에.
‘뭔 놈의 발재간이······.’
어디서 서커스라도 하다 왔나 싶을 정도였다.
물론, 우호영의 드리블 실력이 출중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마틴 감독으로부터 귀에 딱지가 얹도록 들었던 것이고, 베이징행 비행기에 오르는 그 순간까지도 그의 영상을 보고 또 돌려봤었다.
하지만 영상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붙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제길. 더러운 라 리가 놈들. 축구를 하는 건지 쇼를 하는 건지 모를 녀석들이라니까.’
스페인 1부 리그(La Liga)는 테크니컬과 공 점유 중시의 축구를 구사한다.
반면 잉글랜드 1부 리그(EPL)는 거친 몸싸움 위주의 플레이가 주를 이룬다.
그 차이가 알렉스 송으로 하여금 어려움을 겪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승부욕을 불태우게끔 만들어주었다.
‘송, 정신 차려라. 상대는 1부 리그도 아직 밟지 못한 애송이일 뿐. 놈이 저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내 나름의 방식으로 몰아붙이면 그만이야.’
삐익!
우호영의 세리머니가 끝나고 경기가 재개되자, 알렉스 송은 중앙 수비수 안드레 바이키(Andre Bikey)를 불렀다.
그리고 속삭였다.
“내가 우호영을 조질 테니까, 뒤에서 새는 공간이 있으면 커버해줘.”
그렇게, 전반전은 더욱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
[4-3-3을 스타팅 포메이션으로 들고 나왔던 카메룬이 대형에 살짝 변화를 주는군요. 중앙 수비수 안드레 바이키 선수가 3선으로 올라오면서 3-4-3포메이션을 구축합니다.] [쉽게 말해서 압박입니다. 중앙에 강한 압박을 주어 측면의 공간을 여는 것으로, 사이드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에투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의도이죠.] [쉽게 말해, 수비를 강화하는 동시에 사무엘 에투 선수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군요. 그렇다면 우리 선수들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요?] [에투 선수의 공격력에 너무 몰아주는 현상이 나오면, 수비의 좌우 측면이 허술해지기 마련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그 뒷공간을 노려야겠죠. 이청룡과 이근오가 활발히 움직여줘야겠습니다.]이게 일반적인 대책이었다.
그리고 그건 전술교육에서 기본적으로 배우는 내용이기에 호영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낼 것이 아니었다.
같은 전술이라도, 팀 컬러나 선수들의 성향에 따라 180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게 실전감각.
흐름을 읽으면서 상대전술을 파악하고, 허점을 찾아내야 한다.
호영은 아까부터 줄곧 그래오느라 정신이 없었다.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 특히 1.5선에 공이 집중적으로 점유되고 있어. 언제든 에투에게 공을 배급해줄 공격활로를 확보하겠다는 거지.’
동시에 알렉스 송과 안드레 바이키가 라인을 높여 중원에 전진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수비수들에게 엄청난 체력소모를 요구하는 전술이었다.
달리 말해, 후반전의 체력을 미리 끌어당겨서 초반부에 사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
즉, 경기 초반에 승부를 보고, 일찌감치 수비 숫자를 늘려 수비 위주의 실리 축구를 하겠다는 뜻이었다.
호영은 그렇게 추측했다.
‘압박이 거세진다.’
특히 호영에게 가해지는 압박의 정도가 상당히 심해지고 있었다.
2초 이상 공을 소유하기가 힘들 정도.
퍼억!
“큭.”
히죽.
패스를 전달받기 무섭게 득달같이 달려든 알렉스 송이 입꼬리를 올렸다.
당황스러웠다.
호영으로서는 처음 겪어보는 압박능력이었으니까.
지금까지 호영이 상대해본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해봐야, 나이가 어린 유소년들이나 2부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알렉스 송은 이미 아스날 1군 소속이었다.
물론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여 당장 팀의 핵심인 것은 아니었지만, 리그의 하위권 공격수 정도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선수였다.
특히 EPL리거답게 압박능력과 몸싸움이 상당히 거칠었다.
호영은 언젠가 얼핏 들었던 말이 하나 떠올랐다.
-라 리가에서는 공을 잡으면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지만, EPL에서는 이미 3번 차이고도 남았다.
EPL의 축구가 매우 과격하고 저돌적이라는 뜻.
스페인에서 레드카드가 나왔어야 할 장면이 EPL에서는 옐로카드로 취급될 정도로, 두 나라의 리그는 스타일이 전혀 다른 축구를 구사한다.
수준의 높낮이가 아니라 스타일의 차이다.
퍼억!
계속되는 몸싸움.
하필 오늘 경기의 판정을 맡은 잉글랜드의 글랜 주심은 관대하였고, 역시나 대부분의 몸싸움을 용인하고 있었다.
지혜가 필요했다.
‘만약 이럴 때······.’
발락, 카카, 지단.
그 세 명의 미드필더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했을까.
흐름, 치고 달리기, 볼 컨트롤.
각각 그 무기들을 앞세워 극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세 가지를, 모두 겸비하고 있는 것이 바로 호영이었다.
주어진 선택권은 많았다.
경험이나 실전감각 및 피지컬은 알렉스 송이 우세할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실력과 재능은 호영이 앞섰다.
‘이렇게 물불 가리지 않고 들이박는 식으로 나온다면···.’
상대가 계속해서 바위를 낸다면 보자기를 내는 것이 명답이다.
그 순간을 위해, 호영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어차피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호영에게 유리한 싸움이었다.
이제 겨우 전반 20분.
차분하게 기회를 노리면서 시야를 넓게 가져갔다.
불과 3미터 떨어진 부근에서 알렉스 송이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그 너머에는 안드레 바이키가 박주형을 마크하고 있었다.
‘허술한 건 뒷공간. 로빙패스로 한 번에 뚫는 게 가장 적합해.’
안 그래도 박주형이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1.5선에서의 침투능력이나 빈 공간으로 쇄도하는 플레이는, 국내에서 발군의 능력을 자랑하는 그였다.
제공권도 나쁘지 않았기에 패스만 잘 넘겨준다면 그럴싸한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문제는 공을 어떻게 키핑하느냐, 그것이었다.
‘직접 공을 받으러 중원으로 내려가?’
그렇게 생각하길 잠깐, 호영은 곧바로 다른 방법을 모색해보았다.
‘다른 방법이 있어.’
그때부터였다.
호영은 2선에서의 위치를 고수하며 알렉스 송을 방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전반전이 끝날 무렵.
사전에 연습한 대로, 호영이 중원으로 신호를 보냈다.
빠르고 묵직한 땅볼패스를 정면으로 깔아달라고, 기성룡에게 전하는 신호였다.
주문한 땅볼패스가 들어온 것은 그 직후였다.
뻐엉!
낮고 빠른 땅볼패스가 직선으로 쇄도해왔다.
그리고 그 순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돌진해오는 한 마리의 물소가 보였다.
알렉스 송.
그는, 호영이 공을 받기만을 기다리며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덫이 설치돼있는 것도 모른 채.
스륵.
“···!!”
호영은 공을 받지 않았다.
널찍한 등으로 알렉스 송의 시야를 가린 채, 기성룡의 패스를 받지 않고 뒤쪽으로 물 흐르듯 흘려보냈다.
노터치 리시브(No-touch receive).
볼의 흐름을 그대로 살려 상대 수비수를 속이는 심리기술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동물 같은 피지컬과 현란한 발재간을 가지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호영에게는 그게 있었다.
불과 며칠 전, 25일간의 기다림 끝에 얻어내는 데 성공한 재능.
[환상적인 발재간(SU)]드리블 귀재의 발재간(U)과 환상적인 드리블(S-)이 합성되어 만들어진 그 재능이, 호영의 발재간을 환상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주었다.
팟-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공을 뒤로 흘려보낸 호영은, 급격히 몸을 180도로 회전하여 알렉스 송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큭!”
알렉스 송.
그는 이미 덫에 걸렸다.
역동작에 걸린 알렉스 송이 방향을 전환했을 때는 이미 한참이나 늦은 상태.
기성룡의 땅볼패스는 묵직하고 빠르게 뒷공간으로 파고들었으며, 호영은 패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박주형을 마크하고 있던 안드레 바이키가 이쪽으로 방향을 틀은 것은.
“···!”
그리고 동시에, 호영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반대편으로 공간침투를 준비하고 있는 박주형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지금.’
호영은 망설임이 없었다.
톡.
아주 미세하고 정밀하게, 발등에 공을 얹는다는 느낌으로 공을 살짝 찍어 찼다.
박주형의 공간 뒤편으로 향하는 로빙스루패스였다.
좀 더 멋들어지게 표현하자면 예술.
아트사커였다.
‘됐어.’
호영의 임무는 여기까지.
이제 남은 것은 박주형의 몫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일대일 찬스였기에 호영은 그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직 박주형은 한창이었으니까.
더욱이 못 넣으면 그 순간부로 공격수 생활을 접어야 할 정도로 완벽한 찬스였다.
그야말로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는 수준.
호영은 그러면서 동시에, 세컨 볼을 따내기 위한 자리를 선점하였다.
동료를 믿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박주형, 문전 앞으로 침착하게 다가갑니다! 카메룬의 골키퍼 아무르 패트릭(Amour Patrick), 허겁지겁 나와 보지만, 박주형, 박주형, 박주형 슈우우우우웃!]공은 이미 그의 발을 떠나갔다.
야유를 보내던 수만 관중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골망이 한 차례 흔들린 것은 그 직후였다.
처얼렁!
[골! 골입니다! 우측 구석으로 빨려 들어간 박주형의 골!! 전반 종료 직전 천금 같은 역전골이 터져 나옵니다!!] [대단해요. 이게 바로 축구죠.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렇습니다. 박주형 선수, 이번 엔트리 선발을 앞두고 박성호 감독에게 이런 말을 했다죠. ‘우호영을 뽑으면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과연 그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이번 골을 통해 여실히 증명해냈군요.]그라운드 위는 붉은색 물결로 가득했다.
박주형은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했고, 호영은 두 주먹을 꽉 쥐며 득점을 자축했다.
이제 겨우 전반전이 종료될 무렵이었지만, 분위기로 봤을 때 이미 한국이 이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추가시간까지 모두 지나고, 각 팀 선수들이 터널로 들어갈 무렵이었다.
“호영아.”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다가오는 박주형.
그가 엄지를 척 내밀었다.
“최고였어.”
그리고 그 반대편.
아쉬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에투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한쪽 볼을 씰룩거리고 있었다.
2대1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에도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가 호영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축구는 후반전부터지.”
그러자 호영도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게 바로 패배자들의 흔한 변명이지.”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둘은 국가대표를 떠나 서로 질 수 없는 관계였다.
둘 사이에 신경전이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