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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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후아니토의 정신(3)
젠나로 가투소가 싸움소라고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싸움을 잘하기도 하지만 그 전에 앞서 싸움을 무척 즐기기 때문이다.
거친 몸싸움과 태클.
그것이 가투소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오늘 경기가 매우 기대되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기량이 많이 떨어졌지만, 요즘에는 컨디션이 하늘을 뚫을 듯이 좋았다.
지난 경기에서 호날두를 아예 지워버릴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다음 차례는 우호영이었다.
가투소는 그가 경기에 나온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와 붙을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기뻤는지 경기 시작 전부터 줄곧 흥분감을 놓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로 맞닥뜨리니 만만치가 않았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볼을 탈취 당했고, 연달아 암브로시니와 플라미니가 연달아 떨어져나가는 불상사가 발생하였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암브로시니가 나이가 있어도, 플라미니의 체격이 왜소해도, 그렇게 쉽게 나가떨어질 선수들은 아니었다.
그것은 우호영의 피지컬이 그 정도로 막강하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더 오기가 생겼다.
아주 끝장내버릴 기세로, 단단히 준비하고 나섰다.
바로 그때였다.
“으라!”
[젠나로 가투소가 우호영을 향해 어깨를 집어넣습니다!]오른쪽에서 들어와 그대로 들이박는 가투소.
하지만 전방으로 드리블을 치고 달리던 호영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전에 속도를 팍 줄였다.
아무리 피지컬이 강하더라도, 전력 질주하는 상태에서 몸싸움이 들어오면 넘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속도를 줄일만한 여유는 없었지만, 짐승처럼 탄력 넘치는 근육과 유연성이 그것을 충분히 가능케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단단한 몸으로 충격을 받아냈다.
퍼어억!
[우호영, 균형을 잡으면서 공을 지켜냅니다!]“젠장맞을!”
가투소의 입에서 재차 비속어가 튀어나왔다.
주심의 개입을 유도하여 흐름을 끊으려고 한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어서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야 했다.
“뒤져버려!”
가투소는 호영의 유니폼을 잡아끌며 발을 걸었다.
심판이 보이지 않는 각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영악한 플레이였다.
그런데.
[우호영이 그대로 치고나갑니다!]“···?!”
이 놈, 안 넘어진다.
잘못되어도 뭔가 단단히 잘못 되었다.
이쯤 했으면 이미 바닥을 굴러도 몇 바퀴는 굴렀어야 정상인데, 넘어지기는커녕 곡예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었다.
호영은 그 와중에 끝까지 볼을 소유하며 앞으로 비집고 나갔다.
[우호영, 이대로 압박에서 벗어나나요?] [주심이 파울을 선언해야 할 것 같은데요!]일촉즉발의 상황.
잡으려는 자와 나가려는 자의 처절한 사투가 벌어졌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힘은 넘치도록 있었고, 투지라면 가투소 못지않게 가지고 있는 호영이었다.
거기에 강철 같이 단단한 육체로 밀어버리는데, 가투소가 무슨 수로 버티겠는가.
“이으으···!”
퍼억!
“이런 개···!”
미친 소.
젠나로 가투소는 몸싸움에서 버티지 못하고 끝내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우호영, 끈질긴 몸싸움에서 벗어납니다!]비로소 자유의 몸이 된 호영은 물 만난 고기처럼 막힘없이 뛰쳐나갔다.
순간 공간이 열리더니 레알 마드리드의 양쪽 날개가 펼쳐졌다.
유리 지르코프와 호날두가 좌우 측면 깊숙이 파고들었고, 이과인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트릴 준비에 나섰다.
공격과 수비 숫자는 정확히 4대4.
평균연령 22세의 공격진과 33세의 수비진이 대결에 나섰다.
공격주도는 16세의 우호영이 맡았다.
[영(Young)! 영(Young)이 공을 몰고 달립니다! 아직까지 공을 내어주지 않고 있어요! 어디까지 달리나요!] [가투소와 암브로시니가 뒤따라 커버를 오지만 역부족입니다. AC밀란은 앞에서 막아야 해요. 티아구 실바가 먼저 나서나요!]티아구 실바는 호영의 드리블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경기 시작 전 레오나르두 감독이 했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암브로시니와 플라미니가 뚫린다면, 그리고 가투소마저 뚫린다면, 네가 나가서 2차 저지선을 맡아라. 우호영이 뭘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돼. 그것만 예측한다면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다. 운이 좋아서 얻어걸린다면 볼을 잘라낼 수도 있지. 그럼 그 동안 네스타가 뒤에서 또 다른 방어대책을 펼치고 있을 거야.
즉 티아구 실바가 맡은 역할은 도박사였다.
실력으로 우호영의 공을 뺏는다는 것은 확률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과감히 배제하였다.
그의 볼 감각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으니까.
차라리 도박을 거는 편이 나았다.
우호영이 다음에 할 행동을 예측하고, 미리 대응을 한다면 시간이라도 벌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었다.
티아구 실바의 눈매가 좁혀진 것은.
타닥, 탁!
호영이 공을 길게 늘어트린 순간이었다.
“흐읍!”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티아구 실바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이 정도 거리면 무조건 공을 커트할 수 있었다.
호영이 늘어트린 공은, 거리상으로 티아구 실바에게 훨씬 가까운 위치에 있었으니까.
발을 뻗기만 하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런데 문제는.
타닥, 탁.
티아구 실바가 한 발자국을 내딛을 때, 호영은 두 걸음을 내딛는다는 것.
“···!!”
티아구보다 먼저 공을 잡은 호영은, 우월한 유연성으로 황급히 등을 돌리면서 몸을 270도로 회전했다.
마르세유 턴으로 반대공간을 열어젖힌 호영은 그대로 쭉 달려 나갔다.
이과인을 마크하던 네스타가 목표를 그쪽으로 바꿔봤지만, 호영의 드리블속도는 34살의 노장수비수가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천지차이.
피지컬에서 보이는 격차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나아간 호영은 어느새 페널티 에어리어에 다다른 상태.
거리는 약간 먼 30미터 지점.
그래도 공간이 열려서 슈팅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조건이었다.
그때, 갑자기 방향을 틀어 커버를 나선 우측의 말디니.
하지만 호영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우측 상단.’
훽!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슈팅자세를 취했다.
어느 각도에서나 슈팅을 시도할 수 있게 해주는 완전균형의 양발을 가지고 있으니 망설일 필요는 전혀 없었다.
“흡.”
슈팅에 앞서 숨을 들이켜고, 각력과 킥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채 왼발로 힘껏 때렸다.
통렬한 무회전 슈팅이었다.
빠아앙!
그리고.
처얼렁!
제대로 꽂혔다.
“아······.”
브라질 출신의 레전드 골키퍼 디다(Dida)는 한 발자국도 꿈쩍하지 못했다.
가만히 서서는 골대가 요동치는 것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로서는 도저히 반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슈팅파워가 어찌나 강력했는지 그 진동이 그라운드 위로 전해질 정도였다.
‘대체 뭘 본 거지······.’
프로생활을 시작한지 어느덧 28년 째.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슈팅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진짜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었다.
4월 초.
추위는 가신지 오래였지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은 한파가 불어 닥친 듯한 모습이었다.
관중들은 홈&원정 팬을 막론하고 오돌토돌 올라온 닭살을 가라앉히느라 정신이 없었고, 해설자들은 경악을 거듭하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온라인도 같은 상황이었다.
정신없이 노트북을 두드려대던 기자들이 속보를 올리자마자 각종 포털 사이트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방ㄴ금 그거 뭐냐?]└UFO지나간 듯
└와 진짜 ‘눈 깜짝할 새’ 골이 들어가있더라.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눈 깜빡하느라 골 장면 라이브로 놓쳤어.
└시속 190km? 그 정도 나올 것 같은데?
└야신 데려와도 못 막았을 듯······.
└미친놈이다. 미친놈이야. 미친 아시아인이 스페인에 살고 있어···.
└그걸 지금 알았냐?
└아니, 미친놈이 아니라 외계인이잖아. 저거 진짜 뭔데? 와 진짜 소름 돋아서 타자가 안 쳐진다.
└쯧쯧. 우호영 빠들 온라인으로 죄다 출근했네. 오버 좀 작작해라. 토할 것 같다.
└꾸레 검거 완료.
└꾸레고 나발이고, 우호영은 100% 도핑했네. 저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순진한 놈들. 16살에 저 정도면 20살 때는 무슨 하프 라인에서도 넣겠다?
└조만간 그럴 것 같은데···?
괜히 오버하는 게 아니었다.
현장에서 그것을 직접 보고 느낀 선수들은 이미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한해 전 세계에서 나온 골 중 가장 멋진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수여하는 피파 푸스카스상(FIFA Puskas Award)을 받아도 될 만큼 경이로운 골이었다.
“와. 너 뭐냐?”
공을 가지고 돌아온 호영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과인이었다.
“봐봐. 할 수 있다 그랬잖아. 충분히 역전할 수 있어. 위닝 멘탈리티, 몰라?”
“크, 역시 젊음은 다르다.”
22살인 이과인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호영에게서 생기 넘치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과인뿐만 아니라, 유리 지르코프, 호날두, 사비 알론소 등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단 한 골.
우호영의 원더 골이 만들어낸 긍정적인 효과였다.
그리고.
삐익-
AC밀란의 만시니가 공을 굴리자, 호영이 말했다.
“페라리나 준비해놔.”
“말만 해.”
오늘밤 역전만 할 수 있다면 페라리든 롤스로이스든 무엇이든 사줘도 좋았다.
[우호영이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레알 마드리드가 AC밀란을 추격합니다. 종합스코어는 4대2입니다.] [AC밀란이 공을 돌리면서 수비를 가다듬습니다. 선제골에 수비전략이 한순간에 깨졌지만, 여전히 견고합니다. 아까와 같은 실수만 안 하면 돼요.]AC밀란의 수비력에는 딱히 문제가 없었다.
외려 훌륭한 수준이었다.
최근 세리에 리그에서 9연승 가도를 올리며 인테르를 바짝 추격하고 있을 정도로 팀 컨디션도 좋았다.
오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젠나로 가투소,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듯 했지만 다시 경기에 집중합니다. 피를로와 안정적으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레알 마드리드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AC밀란의 수비전략에는 변함이 없어요. 비록 한 골을 허용했지만, 앞으로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는 만큼 수비에 집중하려는 모습입니다. 괜히 베테랑이 아니에요.] [그럼요. 현재 AC밀란은 세계 최고의 베테랑 구단이라고 할 수 있죠. 선수들의 연령대를 보자면 말이죠.]AC밀란.
조직력은물론, 각자가 맡은 임무를 빈 틈 없이 수행해내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만시니! 셰도르프! 밑으로 내려가서 피를로와 가투소를 도와!”
레오나르두가 목 놓아 소리쳤다.
중원에 나선 만시니와 셰도르프가 역습의 의지를 버리면서까지 수비에 가담하였다.
‘그래, 이대로 막기만 하면 돼.’
레오나르두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아까 같은 실수만 안 하면 이대로 4강에 진출할 수 있을 터.
아무리 레알 마드리드가 기세를 탔다고는 해도, 유리한 건 여전히 AC밀란이었다.
더욱이 AC밀란처럼 연륜이 있는 팀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확률은 매우 낮았다.
다만.
“시야를 넓혀! 침착하게 패스줄 곳을 찾으란 말이야!”
문제는 그 실수가 일어날 확률이 아주 조금이나마 있다는 것.
페르난도 가고와 사비 알론소까지 전방 압박을 가하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갔다.
그 중심에 우호영과 이과인이 동분서주하며 3선의 볼 흐름이 다급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러다 결국.
뻐엉!
압박에 견디지 못한 플라미니가 부정확한 킥을 날리고 말았다.
우측 반대편으로 떠오른 롱 패스였다.
[아르헨 유리 지르코프와 만시니가 대치 중인 상황.] [아아! 우호영이 끼어듭니다!]유리 지르코프는 호영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의도를 알아차리고, 곧장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는 사이 호영은 공중 볼 경합에 나서 승리를 거뒀다.
만시니 역시 제공권에 능한 선수는 아니었기 때문에, 호영의 헤딩패스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앞에!”
타악.
헤딩패스를 받은 사비 알론소가 좌측 측면을 바라보았다.
머리칼을 흩날리며 미친 듯이 질주하는 유리 지르코프가 보였다.
뻐엉!
[유리 지르코프에게 연결되는 공! 다시 한 번 레알 마드리드가 기회를 얻어냅니다.] [유리 지르코프가 안쪽으로 파고드는데요!]하지만 그때였다.
툭!
[잠브로타의 깔끔한 커팅!]이탈리아 역대 최고의 우측 풀백 잔루카 잠브로타(Gianluca Zambrotta)가, 슬라이딩 태클로 유리 지르코프의 공을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또르르르, 탁.
공이 멈춘 곳은 한 선수의 발 아래였다.
빨간색 유니폼이 아닌, 흰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
“···!”
잠브로타는 두 눈을 의심했지만 다시 봐도 그가 서있었다.
볼 경합에서 승리하고 온 호영이, 만시니보다 일찍 달려와 공을 잡은 것이었다.
‘대체 어느 틈에.’
[잠브로타가 황급히 일어나 우호영에게 돌진합니다!] [뒤쪽에서는 만시니가 후방압박을 가해오는데요!]호영은 침착하게 나섰다.
유리 지르코프에게 로빙패스를 전달하며 둘의 압박을 무력화시켰고, 연이어 리턴패스를 받아 전후방 압박에서 말끔히 벗어났다.
그 순간 수만 명의 관중들이 엉덩이를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좌측 측면 터치라인 쪽.
골대로부터 46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우호영의 오른발 패스가 터져 나왔다.
일반적인 패스가 아니었다.
얼마 전 탐하기 시작한 ‘엘 풀몬의 대지를 가르는 롱패스’.
그것이 약 50미터를 가르며 반대편 골포스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