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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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아들찬스
경기가 끝난 후에도 그 열기는 그칠 줄을 몰랐다.
공동취재구역 믹스존(Mix-zone)부터 시작해서 출구까지, 입장이 허가된 전 구역은 기자들로 가득 차있었다.
5대1로 대패한 AC밀란의 선수들은 관계자 전용 통로로 조용히 떠났고, 지하 기자회견장에서는 MOM으로 선정된 우호영과 스콜라리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오늘 경기에서는 평소와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첫 번째 골과 세 번째 골은 당신의 패스가 아주 빛났는데요. 패스는 언제 그렇게 실력을 키운 건가요?”
“저는 예전부터 사비 알론소의 패스를 보면서 항상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간 그의 패스를 실전에서 받아보고 싶다고 말이죠.”
“그리고 마침내 그가 팀에 오게 된 것이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그의 패스를 받고나서야 몸소 깨달았습니다. 받는 사람이 편한 패스가 무엇인지, 무엇이 대단한 패스인지 말이에요.”
“전체적으로 사비 알론소의 도움을 받은 것이군요?”
“의심의 여지없이요.”
패스는 플레이메이커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후안 로만 리켈메, 지네딘 지단 등.
전설적인 플레이메이커들은 걸출한 패스 실력을 지녔었다.
이제는 호영도 그 상태에 다다르고 있었다.
숏 패스능력은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롱 패스만큼은 알론소를 위협할만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것보다 더 발전하게 될 터였다.
기자들의 궁금증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첫 번째 득점을 기억하시나요? 당신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특기인 무회전 슈팅까지 펼쳐보였는데요. 슈팅속도가 그렇게까지 빠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골이었습니다.”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건 본인 스스로가 생각해도 기가 막히는 골이었으니까.
지금껏 슈팅을 하면서 그 정도로 강력하게 때린 적은 처음이었다.
“저로서도 상당히 놀랐습니다. 평소에 연습을 하긴 했지만, 실전에서 그렇게까지 제대로 맞을 줄은 몰랐거든요. 이 역시 호날두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직접 보고 듣고도 믿기지 않는 상황에 기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하하하. 우호영 선수를 두고 ‘역사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선수’라는 말이 있는데요. 오늘 보니 확실히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쯤 되니 많이 궁금하긴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죠? 다른 사람보다 연습시간이 몇 배 이상 많은 것도 아닐 텐데. 비결을 좀 듣고 싶어요. 다른 선수들은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우호영 선수는 나날이 발전할 수 있는지요. 일각에서는 당신을 위한 특수훈련장치가 발데베바스 지하에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거든요.”
언뜻 들으면 ‘네가 사람이냐?’고 묻는 것도 같았지만, 기자는 정말 순수히 궁금해서 한 질문이었다.
호영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하. 긍정효과라고들 말하죠. 훌륭한 동료를 곁에 두면 덩달아 훌륭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그리고 재능이.”
“예?”
“저에게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사실에 항상 감사할 따름이죠.”
재능.
그 말에 기자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남의 재능을 가져오는 호영으로서는 이런 말을 떳떳이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지만, 일부 음모론자들의 의심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이만한 대답이 없었다.
당사자가 그렇게 말하는데 남이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답변 감사합니다. 하나의 축구팬으로 말씀드리건대, 오늘은 축구 역사에 있어서 큰 획을 그은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멋진 모습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다른 기자의 질문이 들어왔다.
질문의 대상자는 이번에도 역시 호영이었다.
“크흠.”
옆자리에 앉아있던 스콜라리는 방청객이 된지 오래였다.
뭐, 아무렴 상관없었다.
우호영 덕분에 챔피언스 리그 4강에 진출했는데 스포트라이트쯤이야 모조리 넘겨줘도 좋았다.
그런데.
“흐음.”
‘마이크를 잡고 싶다.’
어째선지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월드컵 한정 명장’이라는 오명을 달고 다녔던 그이니만큼 항상 챔피언스 리그에 대한 열망과 꿈이 대단했던 그다.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그래서 준비해온 말들이 많았다.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또 앞으로는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모두 말할 준비가 돼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저, 감독님?”
“음? 아, 말씀하시죠.”
“팀이 대역전극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길 수 있었던 이유라.”
이상한 일이었다.
준비해온 말들은 많은데, 막상 질문이 들어오니 다른 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이 아닌가.
스콜라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껄껄. 바로 옆에 있지 않습니까? 뭘 그렇게 뻔한 질문을 다.”
레알 마드리드는 언제나 강한 팀이었다.
하지만 지금만큼 강한 적은 없었다.
라울과 구티, 카시야스가 정신적인 지주로서 팀을 이끌고, 우호영이 그 중심에 서서 단단히 받쳐주고, 호날두와 알론소·이과인 등이 뒤에서 밀어주고 있었다.
그런 이상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팀임에 분명했다.
스콜라리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잘해줬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엔 MOM으로 선정된 우호영이 있으니 그에 대한 얘기만 하겠습니다. 누구나 알듯이 그와 같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입니다. 제 호흡기와도 같은 친구죠.”
“하하. 우호영 선수의 매력에 푹 빠지신 모양이군요.”
“누구보다 잘하고 장래가 촉망한 선수이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큰 장점은 매우 젊다는 점이죠. 오늘부터 그를 ‘영맨(Young man)’이라 불러야겠습니다. 껄껄.”
스콜라리는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경기 날 이후.
우호영의 활약상을 담은 기사들이 전 세계에 널리 퍼졌다.
[우호영, 또 터졌다! 종합 3골 1어시, 올 시즌 챔피언스 리그 6호골 달성] [챔피언스 리그 최근 4경기 4골······ 2시즌 만에 15골 대기록] [스콜라리 “영맨(Young-man) 그 자체.” 젊음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호영 슈팅속도 시속 182km, 세계 신기록] [경기를 지켜본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그가 바로 내 후계자다.”] [마라도나, “스테파노가 우호영과 대면했다는 기사를 봤다. 나도 어서 만나보고 싶다. 이참에 아르헨티나로 귀화하는 건 어떨지?”] [레알 마드리드의 다음 4강전 상대는 프랑스의 절대강호 올림피크 리옹(Olympique Lyonnais). 최근 5년간 상대전적은 리옹이 3승 2무로 앞서···.]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할시 2010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도 흥밋거리··· 사실상 월드컵에서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는 호날두에게 유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 [거세지는 우호영 신드롬, 그에 따라 우호영의 가족에도 관심도 급증······.]대한민국 경기도 안양시.
한 달 전 우황선이 개업한 ‘우황선 축구교실’은 동네 학습지만도 못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
동네의 미취학아동 여러 명을 모아놓고 운동장에서 가르치는 것이 전부.
그가 아무리 조기축구회에서 손에 꼽히는 실력을 가졌다지만, 남에게 축구를 전문적으로 가르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직업보다는 취미에 가까웠다.
들어오는 돈은 한 달에 32만원(그마저도 코치 월급을 주면 마이너스)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회비도 고작 4만원으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축구교실이나 동네 태권도장보다 싼 가격이었다.
그런데 요즘, 입소문이 타면서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저, 사장님.”
“어, 대현아.”
“이번에 108동 라인에서 입부신청 들어왔습니다. 세 명씩이나요.”
축구교실의 유일한 코치인 박대현은 동네 실업팀에서 부상을 당하고 은퇴한 전직 축구선수였다.
우황선과는 조기축구회에서 알게 된 사이였는데, 싹싹하고 마음도 잘 맞아서 코치로 고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알아서 학원홍보도 잘하고 일도 잘 물어오는 걸 보니 잘 뽑은 것 같았다.
“그래, 오전반이겠지?”
“네. 아무래도 제 생각에 오후반은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우황선 축구교실’은 아이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것보다 오전 내내 아이들을 돌봐주는 용도로 이용되고 있었다.
“차라리 가격을 좀 올리시는 게 어때요? 이렇게 오전 내내 애 봐주는데 최저시급은 받아야죠. 저야 월급을 받는다지만 사장님은······.”
“괜찮아, 괜찮아. 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야. 사실 대리만족에 가깝지만 뭐.”
금전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다만 돌봐줘야 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다 서른 명 넘어가는 거 아냐? 그럼 둘이서는 벅찬데. 코치를 더 뽑아야하나?”
“하하. 사장님. 이미 자원봉사 급이에요. 세상에 이런 아카데미가 어디 있어요. 차라리 정식으로 아카데미 등록해서 차근차근 키워가는 게 어때요? 물론 초기사업비용이 좀 들겠지만요.”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지.”
우황선도 생각해둔 게 있었다.
자리를 잡고 일에 적응이 좀 되면 차범곤의 자문을 받아 제대로 시작해볼 생각이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런 동네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려나?”
“유능한 지도자를 데려와서 홍보를 잘 해야죠. 시내에 있는 축구교실도 다 그렇게 시작해요. 사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아카데미 이름부터 바꾸는 게 어떨까요?”
“왜? 내 이름이 이상하냐?”
“아니 솔직히 말해서, 학원이름을 보면 학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하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사장님께서 지도자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시고, 그렇다고 이상운이나 차범곤 축구교실처럼 이름이 알려져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럼 확 ‘박대현 축구교실’로 바꿔버려?”
“아, 사장님. 제 이름을 누가 알겠어요. 차라리 ‘메시 축구학원’으로 지으세요.”
“메시 축구학원?”
우황선은 피식 웃었다.
“우호영 내버려두고 굳이 왜 메시를?”
“하하. 사장님. 요즘엔 이름 도용하면 바로 걸려요. 메시야 외국인이니까 걸릴 확률이 낮다지만 우호영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이잖아요.”
“아아. 괜찮아, 괜찮아. 그럼 우호영 축구교실로 한 번 바꿔보자. 홍보도 제대로 해보고, 코치도 정식 지도자들로 뽑는 거야.”
“예? 초상권 때문에 안 된다니까요?”
“당사자한테 허락 맡으면 될 거 아니야?”
“그거야 그렇긴 한데, 무슨 수로 허락을 맡아요.”
“아참, 내가 아직 말 안했지.”
우황선은 뻘쭘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스페인 마드리드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곧 수화기 너머에서 호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아들. 통화 가능하냐? 어어, 다름이 아니라 아들 이름 좀 빌려 써도······ 어이구 그래, 고맙다. 허허. 아들 덕 좀 제대로 보게 생겼네. 그럼 파이팅 해라!”
뚝.
금세 전화를 끊은 우황선은 말을 이었다.
“허허허. 허락 받았으니 그렇게 한 번 바꿔보자. 입부신청 얼마나 들어오는지 한 번 보게.”
“허.”
박대현은 순간 직감했다.
동네학원이 아니라, 신의 직장에 들어온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4월 9일.
바르셀로나의 훈련장 시우다드 에스포르티바(Ciutat Esportiva).
감독실은 흉흉한 분위기에 휩싸여있었다.
몇 분 전 과르디올라를 찾아온 라포르타 회장 때문이었다.
평상시 인자한 미소를 자주 보였던 그의 입가는 한없이 메말라있었다.
“더 이상은 나도 어쩔 수 없네.”
최후통첩.
바르셀로나는 현재 엘 클라시코에서의 연이은 패배에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서 인테르에게 패배하면서 논란이 더욱 가열되었다.
이제는 정말 물러설 길이 없었다.
따라서 다음날 펼쳐지게 될 라 리가 제 31라운드.
과르디올라로서는 무조건 승리해야 했다.
승리가 아니라면 경질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