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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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이별 그리고 만남(2)
호영의 이적 발표가 있고난 후 맨체스터는 난리가 났다.
거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호영을 환영하는 물결로 가득 찼으며, 맨체스터 시티의 서포터즈인 시티즌(Cityzen)들은 경기장 근처 펍에 모여 밤새도록 파티를 벌였다.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겹친 터라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았지만, 수십만의 인파가 매일같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니 가게를 오픈할 수밖에 없었다.
우호영이 온다는 뉴스 하나만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현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이 현재 우호영이 축구계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었다.
급조된 각종 행사는 새해가 밝도록 계속 되었다.
축구는 그들에게 있어 인생 그 자체였다.
맨체스터에서 자란다면, 가질 수 있는 꿈이 ‘축구선수’나 ‘락스타’가 전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축구에 환장한 도시였다.
그런 상황에 우호영이 온다고 하니 난리가 아닐 수 없었다.
맨체스터 시티 최대 규모의 팬 사이트 ‘시티즌스(Citizens)’에서는 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공지사항을 올리며 사람들을 단합시켰다.
[2011년 1월 1일, 맨체스터 공항. 88만 시티즌이여, 시티즌의 열망과 열정을 보여줄 차례다! 전설을 맞아라!]└위 아 시티!
└수퍼 시티!
└만수르!
└우호영!
그리고 1월 1일 아침.
맨체스터 시티의 수뇌부는 우호영이 오기 전부터 맨체스터 공항에 나가 그를 맞을 준비를 끝내놓았다.
아랍에미리트의 기업가이자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인 칼둔 알무바라크(Khaldoon Al Mubarak)를 비롯한 수뇌부의 고위인사들이 공항에 찾아오면서, 이례적으로 매우 성대한 환영식이 열렸다.
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공항에는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면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시청광장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세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밤을 꼴딱 지새운 뒤 공항에 찾아온 것이었다.
사상초유의 사태.
공항이 통째로 마비되고 있었다.
북부지역에서 가장 큰 공항인 맨체스터 공항이 말이다.
그나마 맨체스터 시장이 1천여 명의 안전요원을 공항에 배치한 덕분에, 우호영의 환영식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더욱이 그의 환영식을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맨유의 팬들이 유감을 표출했지만, 맨체스터 시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역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VIP 만수르의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만수르의 VIP가 바로 호영이었으니, 이는 도시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해줘야 할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침 8시.
입국게이트로 나온 호영의 눈이 번뜩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자동문이 열린 그 순간 축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촤르르르르르륵!
촤라라락!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Young! Young! Young! Young!”
어디를 둘러보아도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플래시 세례와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함성소리는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 정도로 대단했다.
“와······.”
완전이적도 아니다.
언론상으로 고작 6개월만 있기로 예정된 호영이었음에도, 마치 식구를 맞이하는 것처럼 엄청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살짝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플래카드들이 사방에서 정신없이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플래카드가 있었다.
[Messiah, Welcome To MAN CITY!]구세주를 뜻하는 메시아(Messiah)라는 단어.
그들은 정말 호영을 구세주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다.
호영은 팔뚝에 소름이 다닥다닥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영상 3도에 달하는 추운 날씨 때문이 아니었다.
이윽고 기다란 통로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 때문이었다.
‘만수르.’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 만수르와 그 밑에 있는 칼둔 알무바라크 회장이 이쪽으로 직접 걸어와 인사를 건네 온 것이었다.
“우호영입니다.”
“편히 알무바라크라고 부르게.”
호영은 둘의 악수를 차례대로 받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끝에는 만수르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맨체스터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네.”
만수르야 두 번째로 만나는 것이라 사실 긴장감이 덜할 줄 알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곳에서 보는 것과 이곳에서 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맨체스터.
이곳은 그의 도시나 다름없었다.
그에 따라 느껴지는 위엄도 확실히 대단했다.
“그럼, 가지.”
“네.”
호영은 수많은 환호를 받으며 경호원들의 안내에 따라 나아갔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 놀라운 점이 있었다.
바닥에 붉은색 양탄자가 깔려있는 것이었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양복이라도 입고 올 걸 그랬네.’
옆에 있는 루치조차도 놀란 표정을 짓는 걸 보니, 맨 시티쪽에서 서프라이즈로 준비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야말로 성대한 환영식이다.
기뻐할 틈도 없었다.
당혹감 그 자체였다.
그래도 굳은 표정으로 있을 순 없으니 호영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공항을 빠져나온 순간이었다.
뜬뜬뜬뜬.
탁!
‘이번엔 또 뭐지?’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악기소리.
“···!”
이건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뭔가 싶어서 고개를 들어보니, 공항 맞은편 쇼핑센터 앞에서 어느 한 락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이크에 앰프까지 완벽하게 세팅한 그들은, 잘 차려진 무대 위에서 한껏 폼을 잡은 채 연주를 하고 있었다.
잔잔한 베이스, 드럼, 기타, 휘파람소리가 흘러 나와 시선을 집중시키더니, 이내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Blue moon
푸른 달아
You saw me standing alone
넌 내가 홀로 서있는 걸 보았지
Without a dream in my heart
마음속에 꿈도 없는 나를
Blue moon
푸른 달아
You knew just what i was there for
넌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이제 알았겠지
맨체스터 시티의 공식 응원가 블루문(Blue moon).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무려, 영국의 90년대를 대표하던 브릿팝(Britpop)의 상징 오아시스(Oasis) 밴드였다.
“······.”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장관.
그 말밖에는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형제싸움으로 인해 작년에 해체하였던 갤러거 형제(리암&노엘)가, 사이좋게 마이크를 잡고 호영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잔잔한 노랫말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이 맨체스터 시티의 깃발을 휘두르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더해, 수만 명의 사람들이 사전에 약속한 것 마냥 머플러와 스카프를 풀어 젖히더니 그것을 머리 위로 흔들었다.
그 위에는 여러 대의 헬기가 현장을 취재하며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이 모든 광경에, 호영은 너무 놀란 나머지 헛웃음을 나오고 말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환대해주니 정말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러자 만수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 순간을 즐기게. 오늘은 자네가 맨체스터의 주인공이야.”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원, 투, 원, 투, 쓰리 포!””
수십만 명의 목소리가 한데 뒤섞이더니, 몸을 절로 들썩이게 만드는 드럼소리와 기타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이어 시원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감미로운 목소리는 강렬한 락밴드의 감성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Blue moon!
푸른 달아!
Now I’m no longer alone
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Without a dream in my heart
마음속에 꿈이 없고
Without a love of my own
사랑하는 이가 없는 것도 아니야
And when I looked, the moon had turned to gold.
그리고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땐, 달은 금색으로 변해있었지.
저 멀리서, 두 형제는 이쪽을 가리키며 열창하고 있었다.
대형 콘서트에 온 것 마냥 수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대단한 열정이었다.
추위는 가신지 오래.
호영은 환히 웃으며 양팔을 들어 손을 흔들어주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뜨거운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환영식이 성황리에 끝난 뒤.
호영은 맨체스터 시티의 공식 후원사인 재규어 차량을 타고 에티하드 스타디움(Etihad Stadium)으로 이동하였다.
이 와중에도 놀라운 점이 있다면, 자동차가 황금색이라는 것과 이 주변을 다른 차량들이 호위해주고 있다는 것.
마치 국빈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
호영은 그제야 이 모든 것들이 제대로 실감나기 시작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하지만 아까는 당황해서 제대로 감사 인사도 하지 못했다.
그게 아쉬웠는데, 다행히도 잠시 후 그 기회가 찾아왔다.
입단식 이전에 공식기자회견이 진행될 미디어 존(Media Zone)에서였다.
단상 위로 오른 호영은 만수르와 단둘이 하늘색 데스크 앞에 앉았다.
아직도 공항에서의 그 열기가 남아있는 것인지, 기자회견은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오늘 아침 사상 초유의 환영식이 치러졌습니다. 맨체스터인인 저로서도 놀라울 따름인데요. 과연 우호영 선수의 기분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환상적입니다.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저를 찾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호영은 그 말을 시작으로 차분하게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기쁜 날이라 다들 짓궂은 질문은 삼갔지만, 그 다음 질문은 꽤나 날카로웠다.
“사실 맨체스터 시티로 오게 된 과정을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일각에서는 프로계약을 노리고 온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죠. 물론 그것이 선수의 인성이나 도덕성을 판가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혹시 이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과정이 어떻게 되었든,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저에게 주어진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에 충실할 겁니다.”
“이번엔 가디언 신문의 다니엘 테일러입니다. 그럼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현재 맨체스터 시티는 현재 EPL에서 9승 6무 5패를 기록하며 리그 4위에 간신히 올라있는데요. 리그 선두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승점차이가 무려 13점입니다. 지금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낙관적으로 봅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불과 2년 만에 많은 발전을 이뤄냈어요. 리그 4위까지 올라왔고 현재 유로파 리그도 16강에 진출한 상태이죠. 이대로라면 내년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영이 자신의 소감을 발표하며 기자회견이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호영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첫날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진심이었다.
영국에서 88만 명.
전 세계에서 고작 200만 명의 팬을 보유한 맨체스터 시티였다.
전 세계 2억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레알 마드리드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지만, 열정만큼은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호영은 그들이 보여준 만큼 자신도 그에 따른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저를 진심으로 맞아준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어떻게 말이죠?”
“우승. 그것뿐입니다.”
그렇게, 성대한 환영식부터 패기 넘치는 인터뷰와 화려한 입단식까지, 모든 것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정식으로 맨체스터 시티의 일원이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