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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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6. 시즌 마무리(2)
좌측의 비야레알, 우측의 레알 마드리드.
삐익-
호각소리와 동시에, 양 팀의 운명을 가를 제 36라운드 경기가 시작되었다.
중요한 매치이니만큼 비야레알은 전술적인 부분에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썼는데, 그들이 들고나온 전술은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압박 중시의 역습전술이었다.
키워드는 압박과 속도, 그리고 헌신.
여기까지 본다면 기존의 4-4-2 전술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하지만 비야레알은 묘책을 준비하였다.
바로 ‘분담’과 ‘간격’ 그리고 ‘밸런스’.
이 세 가지를 추가하였다.
최근 경기에서 우호영이 보인 공간 활용법을 상대하기 위함이었는데, 이는 꽤 난해하며 복잡한 편에 속하는 전술이었다.
전술이해도가 좋지 않은 이상 유소년들이 이 전술을 제대로 수행하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은 보통 유소년이 아니었다.
오늘 경기를 위해 팀 훈련을 성실하게 이행하며 조직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 선수들이었다.
비야레알의 감독 모리엔테스(Morientes)는 오늘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였다.
유소년리그에서 명장 소리를 듣는 그는, 작년 말 지휘봉을 잡은 뒤로 비야레알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7위에 그쳤던 비야레알을 현재 4위까지 끌어올렸으며, 그가 이끄는 국왕컵 후베닐 팀 또한 결승까지 진출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공간만 어지럽히면 승산이 있어.’
모리엔테스의 생각대로, 경기의 승패는 그것에서 가름날 것이다.
우호영의 플레이를 막느냐, 아니면 그대로 내버려두느냐.
한편 비야레알에 대항하여 레알 마드리드가 들고나온 스타팅 전술은 4-2-3-1로, 공격형 미드필더에 우호영을 두어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전반전이 시작된 지 20분 만에 4-4-1-1 포메이션으로 전술이 변경되었다.
이는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선택으로, 수비에 치중하여 안정적인 경기를 풀어가겠다는 의도가 담겨있었다.
어차피 그들로서는 무승부만 얻으면 그만이었다.
무리해서 플레이하는 것보다는, 체력을 비축하며 다음 주에 있을 국왕컵 결승전에 쏟아붓는 게 더 현명했다.
다만 호영의 포지션은 그대로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공격을 위한 플레이메이킹뿐만 아니라, 필드의 전체적인 흐름을 호영에게 맡긴 셈.
전반전이 시작된 이후, 대부분의 패스가 호영에게 향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팀의 심장이자 두뇌를 맡은 호영은 묵묵히 경기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갔다.
마에스트로의 빌드 업.
사실 아직도 모자람이 많았다.
이미 두 달 전에 완전히 탐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재능은 함부로 다룰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이 피카소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
아트사커 그 자체라 불리던 지단의 재능은 말 그대로 예술이었다.
그래도 두 달이 지난 지금, 호영은 그 능력을 제법 잘 활용할 수 있었다.
뛰어난 축구지능에 전술이해도가 받쳐준 덕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전술을 보는 눈이 늘어났다.
지금껏 축적되어온 경험에 실력까지 붙어 엄청난 시너지를 이끌어냈다.
상대가 뭘 하려는 것인지, 움직임을 관찰하다보면 얼추 파악할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머리가 저절로 돌아갔다.
‘좁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지역단위로 압박을 가한다는 건··· 공간을 만들지 못하도록 방해하겠다는 건데.’
단순한 압박은 절대 아니었다.
호영의 생각대로 비야레알의 모든 선수들은 체계적이고 계획된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조직력 훈련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호영의 눈동자와 두뇌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마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것처럼, 피치 위의 감독이 되어 해답을 찾아 나섰다.
이것이 클래식 플레이메이커의 첫 번째 임무였다.
그로부터 얼마 안 되어서였다.
타악.
3선에서 올라온 공이 호영에게 전달된 건.
그리고 해결법을 찾아낸 것은.
“돌아!”
호영의 말이 그라운드 위에 울려 퍼졌다.
작전명 트라이앵글.
사전에 수없이 연습했던 세부전략으로, 상대의 정밀한 전술을 타파하기 위한 변칙플레이였다.
그것이 서서히 빛을 발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포백 수비는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며, 비야레알의 공격수들을 깊숙이 끌어모았다.
동시에 레알의 양측 풀백이 올라가면서 상대 측면 미드필더들을 하프 라인 밖으로 몰아냈다.
‘좋아.’
어느 틈에 중앙에 공간이 떡하니 생겨나 있었다.
덕분에 레알의 중앙 미드필더들이 공간을 활용하여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얻어낸 것은 탄탄한 수비와 언제든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주도권.
최적의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 전반전 내내 지속되자, 비야레알의 선수들 사이에서 분란이 일어났다.
“뭐해! 투톱이 같이 올라가면 중앙은 어떡하라고.”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냐? 연습할 땐 이렇게 했잖아.”
“상황 맞춰가면서 해야지.”
“그걸 어떻게 해?”
그들로서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분명 감독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상황이 어느새 이 지경이 되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봐야 소용없었다.
굳이 잘못을 한 게 있다면 그들의 부족한 축구지능과 관찰력이었다.
전술이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는 하나, 그것만큼이나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플레이메이커였다.
다른 말로 그라운드 위의 지휘자.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지단의 빌드 업 능력.
작은 회오리가 모여 거대한 태풍을 이루고 있었다.
마침내 전반 35분.
레알 마드리드의 좌측 날개에서 태풍이 본모습을 드러냈다.
“올라간다! 후방 커버좀!”
탁, 타악, 탁.
풀백, 윙어, 중앙 미드필더로 결성된 삼각편대가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며 상대의 압박을 벗겨냈다.
비야레알에서 회심 차게 준비해온 체계적인 압박이 흔들리면서 팀 밸런스가 깨졌다.
‘거의 다 왔다.’
호영의 눈이 번뜩였다.
한편의 수채화를 그려나가듯,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던 호영이 결정타를 날렸다.
화룡점정.
한동안 2선에서 어슬렁거리던 중 급작스럽게 전방으로 치고나갔다.
모든 상황이 급하게 전개되었다.
그러면서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마치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처럼 모든 것이 착착 맞아떨어졌다.
좌측풀백 마르코스 알론소가 호영에게 짧은 패스를 찔러 넣었다.
타악.
깔끔한 퍼스트 터치로 공을 받은 호영은 수비를 등진 채 반 바퀴를 돌았다.
마르세유 턴이었다.
이어 마르코스에게 적당한 속도의 침투패스를 찔러주었다.
“다시!”
호영에게 리턴패스가 돌아온 것은 정확히 다섯 걸음을 뗐을 무렵이었다.
타아악!
페널티 박스 안쪽.
호영의 발끝에 전달된 것은 마르코스의 땅볼 크로스였다.
그 직후 골망을 가른 것은 호영의 불꽃 같은 오른발 슈팅이었다.
출렁!
“호우!!”
그 여느 때보다 격정적인 몸짓으로 세리머니를 펼치는 호영.
짜릿함이 등줄기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느닷없이 밀려오는 감동에 미간이 저릿하게 떨렸다.
성취감이 폭발하였다.
어쩌면 건축학자들의 기분이 이럴지도 모르겠다.
지반을 다지고, 그 위에 기둥을 박고, 차곡차곡 건물을 쌓아올려 건물을 완성시키는 것처럼.
호영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쌓이고 쌓여, 득점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크아아아!”
본능적으로 터져 나오는 포효였다.
스스로 생각해도 흠잡을 구석이 없는 골이었기에 흥분감을 감출 수 없었다.
‘통했다!’
이 순간이 뜻하는 바는 매우 컸다.
돌파 위주의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성향이 강했던 호영은, 아무래도 매경기마다 몸에 부담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무리한 움직임을 밥 먹듯 남발하다 보면 몸은 자연스레 혹사될 것이 분명했다.
앞으로 남은 축구 인생.
적어도 20년인데, 롱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를 보완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오늘의 플레이였다.
몇 달 전 얻은 신형 무기를 마침내 길들인 느낌이었다.
이는 프로세계에서 큰 자원이 될 것이다.
“우어어어어!”
성대를 타고 터져 나오는 자신감은 덤이었다.
오늘 호영은 또 하나의 축구, 새로운 축구를 경험한 것이었다.
그에 반해 비야레알의 진영에는 허탈감과 무기력함만이 흐르고 있었다.
“왜 먹혔지?”
“3선이 흔들리는 바람에 우호영의 침투를 놓쳤잖아.”
“어떻게 하다가 흔들렸는데?”
“그 전에 저놈들이 스위칭 플레이를 했잖아. 거기에 교란되는 바람에 3선까지 당한 거지. 뭘 당연한 걸 자꾸 물어. 짜증나게.”
“아니, 그걸 누가 몰라. 그러니까 왜 그 꼴이 됐냐는 거잖아. 분명 간격 유지하면서 공간 틀어막고 있었는데, 왜 중앙이 비었냐고?”
“우리 공격수들이 열어줬으니까.”
“왜?”
“그거야······ ·.”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니까 어이없네.”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 골을 먹히기 전까지 위험한 상황은 딱히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지저분한 움직임을 보이며 몇 차례 패스를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문자 그대로 눈 뜨고 코 베인 기분이었다.
원정팀 관중석에서 격정적인 반응이 터져 나온 것은 전반전이 끝난 직후였다.
“튜터를 하라고 시켰더니······.”
페레즈가 코를 긁적이며 혼잣말을 뱉었다.
“판박이를 만들어놓았어.”
간만에 호영의 플레이를 지켜본 페레즈가 허허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지단의 광팬이네. 살면서 지켜본 그의 경기만 해도 수백 게임에 이르지. 그런데 저 애송이에게서 그 모습이 보인단 말일세.”
페레즈가 보았던 호영의 플레이에는 분명 지단의 스타일이 깃들어있었다.
바로, 지단의 독창적인 빌드 업.
현대축구에서의 빌드업은 쉽게 말해 팀플레이만, 지단의 빌드업은 자신이 중심이 되어 팀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솔로 플레이다.
지단의 포지션을 미드필더가 아닌 프리롤(Free-role)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전대미문.
현대뿐만 아니라 과거 축구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축구.
지네딘 지단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로 평가받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우호영에게서 그게 보였다.
“늙으니 선수 보는 눈이 죽은 겐가? 이게 나한테만 보이는 건 아닐 텐데.”
“저는 항상 옆에서 지켜봅니다. 그 맛에 에이전트 하죠.”
“흘흘. 많이 변했구만. 작년 때만 해도, 달리고 때리는 것밖에 안 보였는데 말이지.”
“변화가 아니라 진화입니다.”
“진화라.”
흥미가 생겼는지 페레즈가 몸을 아예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루치가 말했다.
“그게 우호영 선수의 특기입니다. 그러니 어서 더 내놓으시죠.”
“뭘 말인가?”
“하하. 새로운 선생님들 말입니다.”
“으하하하. 안 그래도 이미 생각 중인 게 있네.”
호영에게 도움을 줄 선수들은 아직 널리고 널려있었다.
레알 마드리드 1군은 미어터질 지경이었으니까.
하지만 페레즈가 뜻하는 바는 살짝 달랐다.
“프로로 데뷔시키는 건 어떠한가?”
작년 이적 협상 당시 페레즈가 제안했던, ‘2008년까지 레알 마드리드C 팀으로 승격하기’.
무려 1년이나 더 앞당겨질지도 몰랐다.
직후 시작된 후반전은 전반전과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갔다.
우호영의 선제골로 리드를 점한 레알 마드리드가 빈틈없는 공수를 펼치며 주도권을 잡았다.
연달아 두 번째 골이 터졌고, 주요 선수들은 체력비축을 위해 교체되었다.
하지만 호영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그 경기감각을 더 오랫동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인데, 무엇보다도 체력이 팔팔했기에 감독에게 더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실제 호영의 활동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적게 뛰고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후 승기를 잡은 레알 마드리드는 세 번째 득점까지 올리며 완승을 거뒀다.
우승.
호영이 유소년 개인통산 다섯 번째 우승트로피를 손에 쥐게 된 순간이었다.
예비 블랑코들의 함성이 피치를 가득 채웠다.
06-07시즌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그 시각, 홈팀 관중석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비야레알의 관계자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노란색 유니폼에 잔디머리가 인상 깊은 사내는 아예 의자에서 일어나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그의 소속팀인 비야레알이 경기에서 졌다는 것보다, 뜻밖의 수준 높은 경기를 보게 된 것에 대한 관중으로서의 감사 표시였다.
열기를 품은 그의 시선이 호영에게 고정되었다.
그의 입이 열린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젠장. 대체 저 빌어먹을 천재는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사내는 무언가에 홀린 듯 발걸음을 옮겼다.
호영이 그를 끌어당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