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9주 차 중간고사 (3)
수요일 오전.
중간고사를 치르러 던전동 지상층으로 향했다.
강당 크기의 커다란 홀에 1학년들이 모두 모였다.
정중앙에는 큼지막한 순간이동 포탈이 입을 열고 있다.
물론 저 안으로 직접 뛰어들 필요는 없고, 바닥에 작은 마법진 수십 개가 은은하게 깜박거리는 중이다.
크기도 두 사람이 들어가기 적당해서 용도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서예인과 나는 마법진 하나를 골라 그 위에 올랐다.
가까이서 얼굴을 살펴 보니 평소보다 덜 졸려 보이는데, 전날 푹 쉬어 둔 모양이다.
나는 그 앞에 주먹 마이크를 갖다 대며 물었다.
“한 말씀 하시죠. 지금 충전도는 몇 퍼센트입니까?”
“……70?”
고개를 기울이며 답하는 서예인.
다소 애매한 수치지만 70%가 어디인가.
이정도면 적어도 저녁까지 활동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주위로 시선을 돌려 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옆 반 박나리의 손을 사정없이 깨물깨물하는 범이.
“애옹.”
“범아. 악. 그만. 깨물. 좀.”
보아하니 [생명의 큐브]를 안 갖고 들어가는 것 같은데, 자연 계열 아이템들을 수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아이템이라 그렇다.
그것이 범이 입장에서는 ‘3일간 별장 압수’나 마찬가지이니 심통이 잔뜩 날 수밖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신병철이 빠른 속도로 수다를 떨고, 고현우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걸 다 들어주고 있다.
그러다가 시선이 마주쳐서 가벼운 눈인사를 나누었다.
또 한쪽에는 두 손을 머리에 붙이고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한소미와, 그 모습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송천혜.
‘대화 내용이 궁금하군.’
그리고 또 한쪽에는 홍연화가 몹시 못 미더운 표정으로 백준석에게 잔소리를 해 대는 중이다.
그러다가 나를 발견하자 잠시 멈칫하더니, 눈알을 슬슬 굴리며 소심하게 손을 흔든다.
마주 손을 흔들어 주니 표정이 밝아지는데, 꼬리가 있으면 덩달아 살랑거릴 것 같다.
“……?”
백준석은 이런 홍연화의 모습이 몹시 낯설게 느껴지는지, 연신 나와 홍연화를 번갈아서 볼 뿐이었다.
예정된 시간이 가까워지자 각 반 담임 선생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나 다를까 이수독은 제일 마지막에 나타났고.
저 양반은 학생들한테 별로 관심이 없다니까.
“곧 시작한다. 각자 마법진에 올라서라.”
그러자 학생들이 두 명당 마법진 하나에 들어가서 섰다.
서예인이 조금 가까이 붙어 내 옷소매를 슬며시 그러쥔다.
– 위이잉—
이윽고 발밑에서 기계음 비슷한 소리가 울리는 듯하더니, 은은하게 깜박거리던 마법진들이 점점 더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이 빛으로 가득 차, 마법진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5] [4] [3] [2] [1] [Start!]– 파아아앗!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
다시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서예인과 나는 숲 한복판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중간고사 던전, 무인도에 입장한 것이다.
[김 호 100%] [서예인 100%]▷서바이벌 아이템
(없음)
▷크리스탈
(없음)
스코어보드에는 우리 둘의 체력 게이지, 서바이벌 아이템, 보유 크리스탈과 충전 상황이 떠올라 있다.
당연히 지금은 백지상태고.
“잠깐 있어 봐.”
“응.”
나는 서예인을 세워 두고 땅을 박찼다.
키가 큰 나무 하나를 골라 빠르게 오르고, 그 위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대충 어딘지 알겠네.’
이 무인도의 지리는 고인물답게 다 외워 두었고, 이걸로 현재 위치도 파악이 끝났다.
다른 학생들이 막연히 무인도에 떨어진 것에 비하면 엄청난 이점.
그리고 이점이 있으면 최대한 활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나무에서 내려와 서예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잡으시고. 빠르게 이동할 겁니다.”
“폴짝?”
“그렇지. 폴짝.”
“출발.”
서예인이 내 손을 맞잡고, 우리는 숲을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나무와 수풀, 바위, 지나가던 짐승이나 몬스터 등 온갖 지형지물들이 시야 옆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절벽이나 커다란 바위, 몬스터 군집 등 성가신 장애물이 나올 때마다,
“점프.”
“점프.”
– 펑! 펑!
윈드포스와 레비테이트 존, 깃털걸음을 응용하여 단숨에 뛰어넘었다.
그렇게 달리기와 뛰어넘기를 몇 번쯤 반복하자, 시야가 트이며 넓적한 바위가 나왔다.
이곳이 첫 목적지.
이 장소 자체에는 특별한 구석이 없지만, 곧 특별해질 예정이다.
나는 탁 트인 하늘을 가리켰다.
“저기를 봅시다. 뭐가 보이나요?”
“하늘.”
“그렇지요? 이제 저기서 선물이 내려올 겁니다.”
“선물……?”
서예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계속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예고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 쐐애애앵—!
웬 제트기 한 기가 나타나더니, 빠르게 무인도 위를 한 바퀴 선회했다.
뒤이어 정육면체 형태의 크고 작은 무언가가 폭격하듯 후두둑 떨어져 내린다.
그러나 떨어지던 도중에 낙하산이 펼쳐지며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고, 그제야 그것들의 형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보급 상자.’
안에는 서바이벌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들이 들어 있다.
인벤토리가 봉인된 탓에 빈 몸으로 3일을 버텨야 하는 상황.
그런 상황에 보급 물자는 가뭄의 단비나 마찬가지로, 챙기면 무조건 이득이다.
다만 선생님들은 막연하게 ‘가끔 보급 물자가 제공된다.’ 정도만 언급했을 뿐, 정확히 언제 어디에 떨어지는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반면 나는 그것조차도 다 꿰뚫고 있었기에, 중간고사가 시작되는 즉시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과연 상자 하나가 정확히 우리가 보는 앞에 착지했다.
낙하산을 걷어 내고 상자 덮개를 잡았다.
“열어 볼까?”
“응.”
[아공간 가방(D)] [나이프(D)] [칼로리바(E)]*2아공간 가방은 인벤토리 대용.
나이프는 서바이벌의 필수 도구다.
칼로리바는 달랑 두 개로, 배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나머지는 자급자족하라는 뜻으로 두 개만 넣은 거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지.’
이제 막 보급 상자들이 떨어진 참이라, 모두들 당황하면서도 가장 가까운 상자를 향해 달려가는 중일 터.
그렇다면 우리도 늦지 않았으니 하나 더 욕심내 볼 만하다.
나는 서예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잘하면 하나 더 먹을 수 있겠다.”
“출발.”
– 펑! 펑!
이번에도 윈드포스를 시전하며 폴짝폴짝 뛰었고, 금세 다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보급품 상자를 열자,
[침낭(D)] [침낭(D)]“어떻게 바로 침낭이 나왔네.”
“운이 좋군.”
서예인이 호랑이 인형을 못 갖고 들어가게 하는 대신 침낭을 구해다 주기로 약속했는데, 다행히 금방 얻을 수 있었다.
다만 보급형 침낭 따위가 B랭크 생활 아이템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다.
– 콰콰쾅!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울려 퍼지는 폭발음.
보급 상자를 두고 학생들 간에 쟁탈전이 벌어진 모양이다.
수가 매우 한정된 데다 보란 듯이 낙하산을 펼치고 떨어졌으니,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 콰아아아—!
한쪽에서는 불기둥이 높이 치솟는다.
저건 백프로 홍연화겠네.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나 본데, 잘하면 마주칠지도 모르겠다.
“혹시 모르니까 한 군데만 더 보자. 손.”
“손.”
이제는 없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으나 그래도 걸어 볼 만하다.
또 서예인과 손을 맞잡은 채 땅을 박찼다.
– 펑! 펑!
폴짝폴짝 뛰어가며 도착한 세 번째 장소.
우리는 멀찍이 보이는 보급 상자를 향해 다가가다가, 거의 동시에 걸음을 멈추었다.
“벌써 먹혔네.”
“비었어.”
상자가 활짝 열려 있었기 때문에.
이미 둘이나 챙기고 오는 길이니 그사이 누가 먼저 집어 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또한 상자가 열렸다는 것은,
– 쐐애액!
매우 높은 확률로 근처에 다른 학생이 있음을 의미했다.
양옆 풀숲에서 검사 하나, 도적 하나가 튀어나왔다.
‘병철이 친구들이네.’
신병철 패거리에 속한 두 명인데, 같은 반이지만 실상 얼굴만 아는 사이다.
그러니 봐줄 생각은 전혀 없다.
선공을 걸어왔으니 더 없고.
서예인과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갈라서며 각각 한 명씩을 맡았다.
– 투두두두두!
덮쳐 오는 도적에게 마주 돌격소총을 연사하는 서예인.
마력총 십수 발이 녀석의 복부부터 미간까지 일자로 틀어박힌다.
그는 덮쳐 오던 그대로 바닥에 철퍼덕 엎어지고 말았다.
– 쐐애액!
내가 몸을 기울이자 장검이 아슬아슬하게 어깨 부근을 스치고 지나갔다.
검사가 재차 검을 휘두르기 전 성큼 파고들어 멱살을 잡고 윈드포스를 시전했다.
바닥에서 한 치쯤 떠오른 그를 그대로 바닥에 메다꽂는다.
– 쿵!
“크엑.”
폐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는 검사.
서예인의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미간에 마력탄을 박아 넣었다.
– 투두두두!
곧 쓰러진 두 사람의 몸이 증발하듯 사라졌다.
여느 지상층 던전들이 그렇듯, 안전장치가 그들을 바깥으로 방출한 것이다.
전투 불능 판정을 받으면 지니고 있던 서바이벌 아이템과 크리스탈을 모두 떨구게 되며, 6시간의 대기시간을 가진 후에야 재입장이 가능하다.
중간고사에 엄청난 악영향이 가는 페널티라 안 다치는 게 최선이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 덩그러니 놓인 서바이벌 아이템.
세 번째 보급 상자에서 나온 거겠지.
[알람 트랩(D)] [칼로리 바]*2알람 트랩은 근처에 다른 학생이 접근하면 알려 주는 장치.
칼로리 바는 얘들도 달랑 두 개만 나왔다.
보급 상자 세 개에서 나온 아이템들을 종합하면,
▷서바이벌 아이템
[아공간 가방] [나이프] [침낭]*2 [알람 트랩] [칼로리 바]*4“시작이 좋구만.”
“또 폴짝?”
“아니. 상자 파밍은 여기까지만 하자.”
지금쯤이면 보급 상자 대부분이 비었을 터.
바쁘게 뛰어다녀 봤자 허탕만 칠 테고, 괜히 다른 학생과 마주칠 확률만 올라간다.
그러니 다음 목표로 눈을 돌리는 게 낫다.
현시점에서 생각할 만한 목표는 크리스탈을 구해 충전하는가, 혹은 서바이벌 기반을 다지는가, 둘 중 하나다.
나는 서예인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뭐부터 할래?”
“……크리스탈?”
“좋았어. 크리스탈 출발.”
“출발.”
우리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급할 것이 없었기에 주위를 경계하면서 천천히.
계속 걷던 도중 서예인이 물음을 던졌다.
“어디서 나와?”
“크리스탈?”
“응.”
“일단은 보물찾기 하려고.”
크리스탈은 다양한 방법으로 입수할 수 있었고, 그중 하나가 보물찾기였다.
무인도 구석구석에 교묘하게 숨겨진 크리스탈 발굴하기.
[소탕] 공략전에서 배운 대로, 사소한 것도 꼼꼼히 살펴보라는 용살학원 측의 안배다.그런데 서예인이 앞쪽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물었다.
“쟤네도 줘?”
“케르륵.”
“케엑.”
앞길을 가로막은 고블린 한 무리.
한주먹감도 안 되었기에 나는 굳이 안 나서고, 서예인이 마력총을 연사하는 동안 질문에 답했다.
– 두두두두!
“몬스터 잡으면 드랍되긴 하는데, 고블린은 안 나온다고 봐야지.”
무인도 중간고사는 셀 수 없을 만큼 치러 봤고, 그러면서 처치한 몬스터들만 수천 마리에 이른다.
그중 고블린에게서 크리스탈이 드랍된 경우는 정말 한 손에 꼽았다.
“그러니까 드랍은 참수자나 트롤 같이, 좀 쎈 애들 나왔을 때 기대하고, 일단은…….”
나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서예인이 마력탄을 난사해 쓸어 버린 고블린들.
그 사이로 붉은색 크리스탈이 반짝이고 있었기에.
“나왔어.”
“……망겜이네, 이거.”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