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45
445화 강적들
이후 선배들의 경기도 대부분 일방적이었다.
3학년 부장급을 압도하는 송천기.
같은 학년인 데다 본선 진출자끼리의 대결인데도 실력 차가 여실했다.
남궁창천 역시 3학년 선도부원, 지옥부 선배를 어렵지 않게 쓰러뜨렸다.
지켜보던 고현우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허어, 정말 고절한 검기요. 천하제일검가를 논할 때 남궁세가가 빠지지 않는다더니, 명불허전이구려.”
“잘 싸우기는 해.”
나도 처음 만났을 때 어디서 이런 양반이 튀어나왔나 싶었으니까.
2학년 중에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1위, 학교 전체를 놓고 봐도 한 손에 꼽히리라 짐작한다.
이내 고현우는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대진표를 확인했고, 쓴웃음을 흘렸다.
남궁창천의 16강 상대는 고현우 또는 조벽이었어야 했지만, 무승부가 나는 바람에 부전승으로 8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군. 조 형과 동수를 이룬 것만 해도 괄목할 만한 성과인데, 지금은 아쉬운 생각이 드니 말이오.”
지금 남궁창천과 붙으면 진다는 건 고현우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 거다.
그래도 강자와 검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게 있기에, 그 기회를 놓친 게 아쉬운 모양이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오늘만 날이 아니지. 기회야 앞으로도 많을걸.”
“그게 정말이오?”
“언제 같이 한번 보든가.”
남궁창천은 나와 다시 붙기를 고대하고 있다.
거기에 응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안 들지만, 대신 고현우를 떠넘기면 모두가 행복해지겠지.
아니면 제갈소소를 통해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남궁과 제갈이니 어떤 식으로든 교류가 있을 테고, 둘 다 검을 쓴다는 공통점도 있으니까.
이래저래 자리를 마련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나는 대회 끝나고 할 일 리스트에 남궁창천 만나기를 추가했다.
그리고 다시 무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강대산 95%]vs
[한겨울 89%]한겨울은 사파이어 마탑 소속이자 백마법 동아리 간부급 인사.
상대인 강대산 역시 굉장히 낯이 익었다.
‘임시 보관소에서 봤었지.’
3학년 기사 선도부원.
그때는 기습적으로 내 인페르노 피스트를 얻어맞은 뒤, 김갑두와 무투가 부원의 합공에 쓰러졌었다.
때문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 보지도 못했고.
반면 지금은 상태도 양호해 보이고, 일대일 승부이기도 해서인지 선도부다운 기량을 뿜어내는 중이었다.
온몸을 둘러싼 판금 갑옷에 두 손에는 널찍한 타워실드와 롱소드를 착용한, 전형적인 중갑 기사다.
– 휘이잉—
이미 무대에는 눈보라와 얼음 조각들이 흩날리는 중이었다.
한겨울이 가볍게 손짓하자 일제히 상대방을 향해 몰아친다.
반면 강대산은 그저 방패를 앞세운 채 전진할 뿐.
기사들 싸움은 원래 재미가 없다.
‘그래도 방어력은 확실하지.’
[강대산 95%] [강대산 94%]체력이 깎이는 속도가 매우 더딘 걸 보면 말이다.
얼마간 전진하던 그가 입술을 달싹거리자, 온몸이 밝은 빛으로 차올랐다.
‘버프 쓰셨구만.’
그리고 순식간에 속도를 붙이며 돌진했다.
눈앞에 얼음벽이 불쑥불쑥 솟아올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으로 밀고 들어간다.
– 콰콰쾅!
한겨울이 계속 견제를 하며 백스텝을 밟았으나, 거리는 계속해서 좁혀지기만 할 뿐이었다.
다급해진 그녀가 다시 손을 휘저었고, 바닥에 좁고 구불구불한 빙판길이 깔렸다.
그 길을 따라 빠르게 미끄러지며 거리를 벌린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강대산의 손에는 롱소드가 아닌 날렵한 단창이 들려 있었다.
상황에 따라 형태 변환이 가능한 무기인가 보다.
이어서 그는 단창에 마나를 잔뜩 불어넣곤, 빙판길 끝을 겨냥하여 강하게 집어던졌다.
처음부터 상대가 이동 기술을 쓰리라 예측하고 준비했던 것이다.
한겨울이 다급하게 방향을 틀었으나, 단창이 내려꽂히는 게 더 빨랐다.
– 콰아앙—!
충격파가 장내를 뒤흔들었다.
[한겨울 89%] [한겨울 78%]‘이건 기사 선배가 이기겠는데.’
한겨울의 실력도 나쁘지는 않다.
문제는 유틸리티에 비해 공격력이 다소 아쉽다는 점.
거기다 하필 상대가 중갑옷 둘둘이라, 유의미한 수준의 피해를 못 주고 있다.
반면 강대산은 차근차근 운영하다 보면 방금 전처럼 강력한 일격을 가할 수 있을 테니, 결과는 이미 정해진 셈이었다.
‘저 선배는 다음에 누구랑 붙나?’
문득 궁금해져서 대진표를 따라가 보니, 16강 상대는 바로 당규영.
슬슬 강적다운 강적을 만나는 것이다.
‘고생 좀 하겠네.’
나는 머릿속으로 가벼운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았다.
그림자 언데드들이 강대산을 저지할 수 있을까?
본래 스펙이었다면 연뀨소장은 탱킹이 됐을지도 모른다.
나름 A랭크 보스를 추출한 거니까.
하지만 픽스 존에서는 같은 C랭크니, 십중팔구 뚫릴 터.
강대산을 상대로는 여태까지와 다른 전법으로 싸워야 할 거다.
‘그래도 이기기만 하면.’
당규영>선도부원 공식이 성립하게 된다.
8강 진출로 송천기와의 내기에서도 이기는 셈이고.
참고로 ‘이어 하기’는 4강 이상이 조건이다.
‘확률은 반 이상.’
충분히 가능해 보이지만, 막상 붙으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이건 두고 보는 걸로.
[강대산 Win]vs
예상대로, 한겨울은 끝까지 강대산의 방패와 갑옷만 두들겨 댔다.
그러면서 자신은 한 번씩 치명타를 허용했고, 점점 체력 차가 벌어져서 결국에는 패하고 말았다.
– 와아아아-!
스피커를 통해 서청용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좋은 경기 보여 준 두 선수에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자, 그럼 다음 준비해 주세요!”
뒤이어 스코어보드에 떠오른 이름을 보고, 홍연화가 반짝 눈을 치켜떴다.
“……!”
[홍예화 vs 박성준]드디어 제 언니가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나도 홍예화가 싸우는 건 처음 보는 터라, 은근히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상대인 박성준은 2학년 선도부원으로, 검과 방패로 무장했으나 방어구는 간소했다.
아마 길드 연합 쪽 전사 클래스겠지.
곧 두 사람은 준비를 마친 뒤 마주 섰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3] [2] [1] [Start!]경기가 막을 여는 즉시, 박성준은 무서운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자신은 칼잡이, 상대는 마법사니 당연한 판단이다.
그런데 홍예화와의 거리를 반쯤 좁혔을 때, 용암이 마구 솟구치며 그의 앞길을 방해했다.
– 콰아아아—!
박성준은 잠시 뒤로 물러났다가, 마법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순간을 노려서 치고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용암은 곧 한곳에 뭉쳐 들었고, 덩치 큰 사람 형상을 띠었다.
‘라바 골렘.’
길을 막는 동시에 전위까지 세우는 한 수였다.
골렘이 육중한 팔을 휘둘렀다.
물론 박성준도 나름 선도부원에 본선 진출자라, 기준치 이상의 실력은 지니고 있었다.
검광이 번쩍이나 싶더니 라바 골렘의 팔이 깔끔하게 잘려 나간다.
그걸 노렸다는 듯 홍예화가 슬쩍 입꼬리를 끌어 올리곤, 스태프로 척 앞을 가리켰다.
– 콰아앙—!
잘린 팔뚝이 폭발하며 용암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박성준은 황급히 범위 밖으로 물러나려다가 이를 악물고 걸음을 내디뎠다.
‘몸으로 때우려는 거지.’
마법사한테 시간을 주면 장기적으로는 더 불리해질 테니까.
그는 용암의 비를 맞으면서 라바 골렘을 마저 토막 냈다.
그다음 당초의 계획대로 홍예화를 향해 돌진하려는데, 라바 골렘의 잔해가 다시 뭉쳐지더니 이번에는 용암의 파도가 되어 덮쳐 왔다.
– 콰아아아—!
그 속도가 도저히 따돌릴 수 없을 정도로 빨랐기에, 박성준은 경로 밖으로 비켜서야 했다.
용암의 파도는 홍예화의 근처에 정지하곤 다시 사람 형상을 띠었다.
골렘을 재소환한 것이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잘 쓰시네. 용암 계통은 다루기 어려운데.”
“그치……?”
홍연화는 은근히 뿌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내 쪽을 힐끔거리다가, 넌지시 물음을 건넸다.
“나도…… 배워 볼까? 라바.”
“나쁘진 않은데, 아쿠아플레임이랑 잘 안 맞아.”
“아……!”
홍연화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떠올랐다.
아쿠아플레임은 루비 마탑에서 홍연화 혼자만 보유한 고유 특성.
빙결 속성에 대한 압도적인 상성 우위를 가졌다.
대부분의 얼음은 살짝 닿기만 해도 스르르 녹아 버릴 정도로.
그 막강한 성능을 살리려면 가급적 범위가 넓은 게 좋다.
그러나 용암 마법은 불꽃에 비해 형태가 다소 고정된 편이고, 그만큼 범위도 좁다.
굳이 자신에게 핸디캡을 거는 셈이다.
“당분간은 기존 빌드에 집중하자. 라바 쪽은 어느 정도 완성된 다음에 배워도 안 늦어.”
“응, 알았어.”
홍연화가 선선히 수긍했다.
우리가 짧은 문답을 주고받는 사이, 홍예화는 방어를 더욱 탄탄히 굳혔다.
근처에 연신 크고 작은 용암의 파도가 오가고, 라바 골렘은 두 기로 늘어난 상태.
박성준이 골렘1을 쓰러뜨리는 즉시 골렘2가 달려들며 주먹을 뻗었다.
골렘2도 쓰러뜨리자 용암의 파도가 덮쳐 온다.
겨우겨우 용암의 파도를 따돌렸더니 다시 골렘1이 재생된다.
아마 환장할 지경이겠지.
그렇게 몇 번 로테이션을 돌리자, 홍예화는 충분히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듯했다.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화력을 뿜어낸다.
– 퍼퍼퍼펑-!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용암과 화염이 하늘 높이 쏘아져 올라갔다.
그리고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박성준 80%] [박성준 76%] [박성준 71%]실시간으로 뚝뚝 떨어지는 체력.
박성준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수독과 서청용이 한마디씩 했다.
“정석적이군요.”
“포대형 마법사는 이렇게 운영하는 것이다! 보여 주는 듯한 경기였습니다!”
나도 두 선생님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역시 부장급다운 실력이네.”
빌드가 탄탄하고 마법 연계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경험도 상당한지 운영에 빈틈도 거의 없다.
홍연화는 이번에도 자기가 칭찬받는 것처럼 좋아했다.
그리고 제 언니에게 선망 어린 눈길을 보내며, 혼잣말처럼 다짐했다.
“나도 언젠가…….”
“언니처럼 되고 싶다고?”
“응.”
뛰어난 형제를 목표로 삼는 건 아주 흔한 일이었다.
거기다 대고 내가 넌지시 한마디 던졌다.
“생각보다 금방일걸.”
“그…… 래?”
당장은 홍예화가 여러 방면에서 홍연화의 상위 호환이 맞다.
그러나 홍연화의 잠재력과 성장세는 제 언니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
심지어 내가 붙어서 스펙업을 시켜 주는 데다, 틈틈이 고행 퀘스트까지 부여해 주고 있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하면,
“길어야 1년, 어쩌면 더 단축될 수도 있지.”
“정말?”
“참고로 언니처럼 되는 게 아니라, 뛰어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다.”
“……!”
홍연화는 말없이 눈만 깜박거렸다.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기색이다.
해서 내가 웃으며 물었다.
“안 될 거 같아?”
“정말…… 돼? 1년 만에?”
“너 하기에 달렸지.”
“……!”
홍연화는 얼마간 멍하니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해 볼게, 열심히.”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