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원하는 게 뭐야
밤늦게 집에 도착해서 잠이 들었다가 다음 날 느지막이 일어났다.
권호창이 오지 않는 걸 보니 어디가 있는 모양이다.
하긴 녀석도 뭐라도 하니 먹고 살 것이다.
안성희보다 능력이 떨어져서 그렇지, 그래도 권호창 정도면 외부로 나갈 때 꼭 같이 가고 싶어 하는 동료다.
주변의 괴물들이나 적을 경고 해주는 동료는 흔치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나와 같이 다니지 않는지도 오래됐으니 못 본 동안 능력이 많이 발전했을 것이다.
지금 같은 세상은 밥값을 못하면 굶는 세상이니 먹을 만큼만이라도 일을 하고 자기 능력을 사용했다면 당연한 일이다.
늦게 일어나 밥을 먹고 옥상에 나와 볕을 쬐고 있다.
3월 중순 산밑이라 쌀쌀했지만, 햇살은 봄이었다.
레벨이 높아지고 감각이 좋아진 것에는 큰 불만은 없는데 가끔 이렇게 나른하게 쉬고 싶을 때 감각이 너무 좋으면 불편한 점이 있다.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어도 주변에 걸어 다니는 사람이 몇 명인지 어디로 가는지가 소리와 진동을 느껴졌다.
아마도 내가 아는 사람들이 카페 건물로 들어와서 계단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형님! 언제 오셨어요?”
권호창이 서윤재와 같이 옥상에 올라와 내 맞은편에 앉았다.
“어젯밤 늦게 왔지.”
권호창의 말에 대답하고 서윤재에게는 까딱 인사를 했다.
그런데 서윤재의 표정이 좀 좋지 않았다.
“무슨 일 있습니까?”
“어제 태산 그룹과 피난민들 분쟁을 중재했다고 들었습니다.”
“예, 그래서 늦게 왔죠.”
“그 사람들에게 그룹끼리 섞여서 병력을 운용하라고 하셨습니까?”
왜 서윤재의 기분이 별로인지 알 것 같다.
“뭐,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아직은 아닙니다만, 그들이 그 이야기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그룹이 통합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뭘 걱정하시는 거죠?”
“당연히, 태산이 너무 커지는 게 싫은 거죠.”
확실히 서윤재는 비교적 솔직한 사람이었다.
욕심도 많고 좋지 않은 일도 하고 사는 사람이지만 나를 포함한 여기 머무는 사람들은 자기 일에 큰 영향을 안 끼친다는 생각인지 몰라도 가식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물론 자기 일에 필요하다면 안면을 싹 바꿀 사람이니 서로가 딱 이 정도 거리가 편했다.
알고 지낸 지도 2년이 넘었는데 아직 서로 말을 놓지 않은 정도의 거리가 좋았다.
“일광교와 싸우고 나서 걱정하시죠. 얼마나 살아남을지도 모르니까요.”
내 이야기에 서윤재는 아쉬운 듯 수긍했다.
“흠, 알겠습니다.”
“그럼. 저, 아이템 강화 하러 갑니다?”
“예, 임 선생에게 이야기해 놓았으니 가서 강화하시면 됩니다.”
서윤재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웃으며 반겼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정확한 포인트 개수는 몰라도 아이템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포인트는 서윤재의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그래서 대장장이를 통한 아이템 강화보다는, 히든 아이템을 통한 강화나 등급 업을 위주로 올렸다.
모르긴 몰라도 포인트 300개 정도는 필요할 거로 생각하고 괜히 미안하면서 고소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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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강화 한 번에 포인트 120개요? 1강을 하나씩 올리면 총 360개가 필요하네요?”
서윤재와 만난 후 맞은편 건물로 넘어와서 임효영에게 감정을 받았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지만, 건물주의 권한 아니 임대료 대신 우선 감정을 받았다.
실제 아이템 강화는 순서를 기다린 후 받기로 했다.
임효영에게는 아이템 강화에 포인트가 많이 들어가는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방침이 있다.
포인트가 많이 들어가는 강화는 그만큼 임효영의 레벨업에 도움이 된다.
레벨업이 될수록 강화의 속도와 질이 늘어나기 때문에 세운 방침이다.
“맞아요. 누가 레벨을 많이 올리랬어요? 레벨이 높으면 더 필요하다고 했잖아요.”
“이거 나중에는 포인트 부족해서 못 올리겠네요.”
“포인트를 많이 얻을 괴물이 나와야 하겠죠.”
“그럴 바엔 그냥 안 올리고 말랍니다.”
투덜대기는 했지만 일단 지금 강화는 내 포인트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걱정 없었다.
임효영의 강화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한 번에 다 강화하는 건 힘들고 사흘에 한 번씩 강화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강화 한 번 하는 데 거의 온종일 걸렸는데 지금은 반나절도 안 되어 강화한다고 했다.
임효영의 레벨도 상당히 높아진 모양이다.
집에 올 때마다 감정받거나 강화 받으려는 손님이 늘 있었으니 꾸준히 포인트를 올렸다면 지금쯤 레벨이 꽤 올랐을 것이다.
***
첫 사흘은 가장 궁금했던 대장간을 구경하면서 지냈다.
대장간은 예전보다 규모가 커졌다.
원래는 대장장이 노인 한 명이 시작했던 대장간에 두 명의 대장장이가 합류해서 세 명이 연신 망치질하며 쇠 창과 쇠공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옆에는 4명의 엑소슈트를 입은 사람들이 커다란 나무 상자 위에 올라가서 번갈아 가며 밟아서 화덕에 바람을 불어 넣고 있었다.
디딜풀무인가 하는 이름이었는데 덕분에 쇠를 잘 녹인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나는 아이템 강화를 기다리는 동안 풀무에 올라가서 밟아 보기도 했다.
세 명의 대장장이 중 가장 젊은 국종수는 30대 중반의 근육질로 원래 헬스 트레이너였다가 가업을 이어 대장장이가 된 사람이다.
좀비 사태에 대장장이로 각성은 했는데 혼자서는 대장간을 운영할 수 없어 사람 많은 서울로 올라왔다가 같은 대장장이들을 만나서 이곳에 자리 잡은 것이다.
대장간을 처음 연 건 70대 중반의 대장장이 이판석이었다.
각성한 이후의 행보는 국종수나 50대인 박수명이나 같았다.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면 비슷한 직업을 만나서 같이 하면 조금 더 안전하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
이판석이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아무도 만나지 못해서 실망했는데 내가 여기에 자리 잡았다는 걸 알고 이 주변은 그래도 다른 세력이나 좀비들에 안전하지 않을까 해서 자리 잡았다.
그 이후로 박수명과 국종수가 합류해서 대장간을 키웠고 지금 일광교를 상대하기 위해 투척용 창과 쇠공을 만들고 있다.
“하하, 자넨 운동을 좀 할 필요가 있어. 아무리 능력치를 올려 강해졌다고 해도 그 가는 팔로 뭘 하겠나?”
이판석의 말에 난 내 팔을 내려다봤다.
마른 편이긴 해도 그렇게 엉망은 아닌데 이판석의 팔뚝에 비하면 종이같이 얇은 팔이다.
70대 중반인 이판석은 각성해서 저렇게 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저런 몸이었다고 한다.
몸만 보면 국종수와 비슷할 정도였다.
“엑소슈트에 들어가려면 저 정도 몸이 딱 적당합니다.”
“하긴, 몸이 약골이니 그런 거에라도 들어가서 지켜야지. 이해하네.”
“매일 그렇게 놀리십니까?”
“하하, 사실은 맞잖나?”
툴툴거리며 대장간에서 풀무질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투구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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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건축가들이 뭘 하는지 따라가 봤다.
대장장이들처럼 공동으로 일하는 건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서 같이 일하기도 하고 따로 하기도 했다.
내 숙소와 가구들을 만들어 준 이장한은 원래부터 목공 일을 했던 목수이다.
능력도 나무를 다루는 쪽으로만 특화돼서 건물이나 집을 지어줄 때 기둥과 틀 정도만 짜면 건축가 중에서 벽돌이나 벽같이 석재에 특화된 김가은, 주선호가 마무리하는 식이다.
임효영에게 지어준 건물도 이 세 명의 합작품이다.
철재가 필요할 때는 대장장이들에게 요청해서 만든다고 했다.
대장장이들은 그래도 무기 만들어서 전투에 도움이 되는 지원업무를 한다면 이 건축가들은 아직은 전투보다는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한다.
처음엔 몰랐는데 방치되거나 불에 탄 건물들이 무너지고 수풀에 뒤덮이는 걸 보는 지금은 재건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직업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중요성이 더 커질 직업이다.
며칠 쫓아다니며 하는 일을 돕다가 갑옷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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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구경 간 곳은 오랜만에 왔을 때 신기하게 본 4층짜리 탑이었다.
혼자서 농담 식으로 마탑이냐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마탑이라고 불렀다.
아직 층을 계속 올리고 있는 중 인 데 건축가들이나 대장장이들이 바빠서 중단된 상태다.
이 건물을 올리는 건 이수혁이라는 30대 중반의 연금술사다.
“취직해서 약국에 출근한 지 며칠 안 됐을 때 좀비가 나타났다니까?”
이수혁은 권호창만큼 말이 많았다.
그래서 대학을 다니다 편입하고 군대를 다녀왔다가 뒤늦게 진로를 다시 선택해서 약학대학에 가서 이제 갓 약사가 된 이야기를 죽 들었다.
연금술사라는 직업이 듣기도 그렇고 신비로웠는데 아직은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약초 같은 것에서 진액을 뽑아내고 다른 약품과 합성하고 그런 일을 하는데 일단 약초가 없어. 잘 알지도 못하고. 누가 약초를 캘 사람도 없어서 약 말고 다른 쪽을 알아보는데 다행히 재능을 발견했지.”
이수혁은 무너진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서 철근들만 빼낼 수가 있었다.
마법사들처럼 손에서 빛을 내며 천천히 빼내는 식인데 속도가 느린 게 단점이지만 거의 원형 그대로를 빼낼 수 있다.
무언가 다른 물질을 합성하고 혼합하는 능력 쪽은 아직은 별다른 쓸모를 발견 못 했지만 분리하는 쪽의 능력은 발견해서 잘 활용하고 있다.
철근뿐만 아니라 목조건물에서 나무를 원형 그대로 분리하는 일도 가능했다.
건축가와 대장장이들의 재료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게 이수혁이었다.
그래서 대가 대신 이 탑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7층 높이의 마탑이 완성되고 조금 더 많은 연금술사가 모이면 부족한 다른 일도 가능할 거라고 이수혁은 이야기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연금술사의 모습은 마법사 같았다.
무너진 건물에서 철근을 뽑아내는 모습이 신기했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수많은 건물에서 이런 자재를 뽑아내는 능력이 있다면 재건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였다.
지난 며칠간 보조직업들을 관찰해보니 이 직업들이 현 상태를 극복한 이후를 준비하는 직업이 아닐까 싶었다.
생존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원래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게 끝이 아닐 거야.’
앞일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지를 강화했다.
열흘 동안 투구, 갑옷, 바지를 한 번씩 강화했다.
이름: 진웅(26세)
레벨: 13
직업: 기사
힘:130 민첩:130 체력:130 마력: 130/130
공격력:1088(130+100+520+52+156+52+78)
방어력:1036(130+100+520+52+104+52+78)
분배 가능 포인트: 0
무기: 없음.
방어구: 곰 갑옷 세트(SSS) 레벨 13
투구(S)+2 갑옷(S)+2 장갑+3(S)
바지(S)+2 부츠(S)+3
세트 효과:
공격+520+52+156+52+78
방어+520+52+104+52+78
등급 포인트: 60
효과: 회피 확률 100%+10% 증가
방어 확률 100%+10% 증가
공격 속도 100%+10% 증가
체력 회복 100%+10% 증가
이동 속도 100%+10% 증가
첫 강화 때부터 손톱이 나온 장갑과는 다르게 부츠는 3강부터 압축공기 배출구가 나왔다.
다른 부위도 3강부터는 조금 다른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까지 집 근처를 살펴봤고 일광교가 이야기한 날짜가 이제 딱 한 달 남았으니 내일부터는 외부를 좀 돌아다닐 생각이다.
***
아이템을 강화해서 공격과 방어가 올라간 것 이외에 몸이 조금 더 가벼워진 느낌이다.
나 정도 레벨에 확장된 감각이면 이게 느낌이 아니라 진짜 가벼워진 것이란 걸 알 수 있다.
내 감각에 힘이 좋아지거나 갑옷의 무게가 줄어든 게 아니라 전체적인 균형이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갑옷을 입고 움직이는데 무게중심의 이동과 균형이 맞으니 피로감도 덜해졌다.
아침에 집을 나와서 피의 땅으로 만들어 놓은 벽을 보았다.
벽 위에는 페테이논이 감시카메라라도 된 것처럼 주변을 지나가는 나를 향해 몸을 돌렸지만, 붉은 구슬을 토해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근처에 접근하는 걸 감시만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벽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 내려갔다.
아래쪽 한강까지 이어진 벽은 살짝 안으로 접혀서 틈이 없었고 주변에 악어들이 많아서 강물을 통해 들어가기도 힘들어 보였다.
틈이 없다는 걸 확인한 나는 지하철 아래로 들어가서 선로를 이동했다.
종로, 중구, 용선의 중립지역으로 통하는 지하철 선로도 피의 땅으로 단단히 막혀 있었다.
전혀 예상 못 하는 다른 방향으로 땅굴을 파면 어떨까 싶기도 했지만,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 포기했다.
지하철 선로를 돌아다니다 떠 오른 건데 한강을 건널 때 굳이 한강 위를 건널 필요는 없었다.
괴물들이 나오더라도 무너지지만 않으면 나는 건너갈 수 있었다.
마포에서 여의도로 가는 건 피의 땅 때문에 불가능했지만, 광나루에서 천호로 가는 노선은 멀쩡했다.
이런 의외의 소득을 얻으며 며칠간 피의 땅 주변을 수색 한 결과는 담을 넘거나 지하로 가는 길은 없다는 것이었다.
열흘 정도 수색하고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내 눈에 하늘을 날아 오는 종이비행기가 보였다.
종이비행기가 스르륵 내 손 위로 착지했다.
[사슴 섬의 무명입니다. 나무 위로 올라가서 열매를 따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꿈을 꾸었습니다.]‘나무 위에 올라가서 열매를 따라고? 점점 더 예언자 같네.’
그리고 어디로 가라거나 무언가를 하라는 내용은 없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려 준 것인지 나무를 보거든 올라가라는 건지 헷갈렸다.
‘아무튼 무명의 말은 지금까지 틀린 적은 없었어.’
그렇게 생각하면,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걸 얻게 된다는 것이니 결국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게 뭐야? 내가 지금 뭘 원하지?’
집으로 복귀하면서 계속 고민에 빠졌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마치 선문답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