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95
95화-건강하세요
촉수가 온몸을 꽁꽁 묶고 옥죄었지만 내 움직임을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손톱을 세우고 양팔을 잡은 촉수부터 뜯어냈다.
콰드드득-!
손톱에 뜯어지는 촉수는 피를 쏟아냈다.
팔이 조금 자유로워지자 양손을 마구 휘두르며 내 몸을 묶고 있던 촉수들을 잘라냈다.
슈카카칵-!
촉수는 피와 체액을 쏟아내며 발광했고 떨어진 조각들은 곧 생명력을 잃어서 축 늘어졌고 나머지 촉수들은 피를 흘리며 안으로 도망쳤다.
바닥에 촉수들은 계속 꿈틀거리기는 했지만 더 이상 나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꿈틀대는 촉수들을 밟으며 더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 들어가지 않아 공간이 확 넓어진 장소가 나왔다.
동그란 공간 전체가 촉수로 뒤덮인 상태로 꿈틀거리는데 전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넓은 공간 가운데 위아래를 연결하는 거꾸로 된 버섯 형태의 건물이 서 있었다.
‘저게 오이코스였지? 저 기둥에서 점액질을 토해냈는데 지금은 위아래가 연결됐어. 이제 어떻게 하려는 거야?’
피의 땅 모습도 조금 다르고 저 오이코스라는 건물도 생긴 게 다르다.
실종됐다던 사람들과 좀비, 청소부들은 물론 사제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가운데 있던 오이코스가 조금씩 꿈틀대더니 건물 가운데가 금이 가듯 열렸다.
그리고 열린 구멍 속에서 깊은 후드가 달린 코트를 입은 남자가 스르륵 나왔다.
등에 작은 촉수들이 달려서 날아오듯 움직여 내 바로 앞에 멈추어 섰다.
“또···네놈이냐?”
바닥이 울리는 소리는 여전했지만 듣기엔 더 편해졌다.
확실히 무언가 학습을 하는 건 맞는 것 같다.
“너희들이 정보 공유를 하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 먼 거리에서 어떻게 그걸 하는 거지? 너희들끼리 통신하는 방법이 있나?”
“우리는 이···공간에만 존재하는 게···아니니까.”
게이트든 이 피의 땅이든 다른 어딘가에서 오는 건 맞는다는 이야기다.
당연한 말이지만 직접 들으니 좀 다르게 느껴졌다.
“말하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워졌군.”
“너희 기준으로 이야기하면···주파수가 이제야···맞은 거다.”
“그럼, 제대로 답 할 수 있겠네.”
나는 다시 제일 궁금한 걸 물었다.
“너희 목적이 정확히 뭐야?”
“너희들과···같지. 생존이다.”
전에도 생존을 이야기했다.
이들이 말하는 생존과 우리가 생각하는 생존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지난번 녀석도 생존을 말하더군.”
“우린···하나다. 지난번도 나였고, 그전에도···나였다.”
저들의 말한 연결이라는 게 정신이나 기억이 하나로 통합되는 걸 말하는 것 같다.
“그래, 뭐 어쨌든 네가 말하는 생존이 그런 모습이 되는 거냐?”
“하나가 되면···우린 생존할 수 있다.”
표정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약간 우쭐대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착각이겠지.
“그 모습으로는 좀 싫은데?”
“너희들은···생존이 중요한가? 겉모습이···중요한가?”
“당연히 둘 다지.”
사도는 내 대답에 실망한 듯 시간을 약간 지체하고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어리석어.”
“지금 대답하던 너 말고, 그 몸의 주인이 누구지? 이름은 아나?”
“이 몸?···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하나로 생존···할 수 있다. 이 몸이 없어지더라도 하나가 된 우리는 계속···생존한다.”
저 사도의 모습을 한 괴물인지 무엇인지 모를 존재는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
“글쎄 그건 이미 내가 아니야. 난, 아마도 우리 전부는 그런 생존은 원하지 않는다.”
“···어리석다.”
저들의 생존과 우리의 생존은 다르다.
아무리 봐도 저건 생존이 아니다.
이제 할 말이 없다는 듯 사도는 다시 오이코스 안으로 스르륵 들어갔다.
그리고서 오이코스가 꿈틀대며 움직이더니 사방의 촉수들이 모여 사람과 같은 형체로 만들었다.
‘지난번의 그 짝퉁이네!’
내 모습을 닮은 휘오스라는 괴물이다.
마지막에 나왔던 5m의 짝퉁이 세 마리가 내 앞에 섰다.
지난번 짝퉁과 다를 게 없다면 한 마리에서 세 마리로 늘었다고 해서 나를 어쩌지는 못한다.
“그어어!”
전과 달라지기는 했다.
전에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아서 징그러운데다 불쾌하기까지 했는데 신음이라도 내니까 전보다는 나은 것 같다.
쿵! 쿵! 쿵!
짝퉁들은 쿵쿵 발 소리를 내며 둔하게 걸어와서 갈고리를 휘둘렀다.
후아아악-!
움직임은 전과 변함없었다.
몸을 굴려 피하고 바로 일어나 손톱을 한 마리의 오금에 찔러넣어 넘어트리고 바로 옆으로 피했다.
“구어억-!”
한 마리가 등 뒤의 갈고리까지 동시에 찔러오는데 손톱으로 갈고리 끝을 잘라버리고 뒤를 덮쳐오는 짝퉁의 발목을 자르고 뒤로 확 빠졌다.
두 마리는 움직임을 제한하고 한 마리는 갈고리를 무력화시켰다.
“쿠아아악-!”
발목이 잘린 놈과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놈이 성질을 내며 갈고리를 휘두르는데 두 놈의 공격을 피해서 갈고리가 잘린 놈에게 손톱을 찌르고 잘랐다.
슈카카칵-!
순식간에 수십 조각이 난 짝퉁 한 마리가 바닥에 쓰러져 생기를 잃었다.
투욱-!
그나마 발목이 잘린 녀석이 어기적거리며 다가왔다.
“쿠어억-!”
녀석이 휘두르는 갈고리를 자르고 다시 빠르게 놈의 몸을 조각냈다.
조각이 나서 바닥에 쓰러진 놈을 뒤로하고 마지막 놈의 갈고리부터 팔다리를 잘라냈다.
세 마리의 짝퉁을 처리하고 오이코스를 향해 걸었다.
오이코스는 부르르 떨더니 진동하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리석다.”
“왜? 더 준비한 게 없나?”
짝퉁 세 마리 정도는 나를 막기엔 너무 부족했다.
그게 이상했다.
건물, 아니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목소리는 묘한 소리를 했다.
“어차피···모든 준비는···끝났다.”
“뭐?”
“여기에 남은 건 극히···일부다. 많은 인간이···연결되고 생존할 것이다.”
어쩐지 병력이 부실하다 했다.
아무리 이 지역의 인구가 적다고 해도 이정도는 너무 적었다.
“서울에서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모두가···연결될 것이다. 너···하나의 저항은 무의미하다.”
목소리는 대답 대신 다른 소리를 했고 바닥과 벽의 촉수들은 꿈틀거리는 대신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우웅-! 웅-! 웅-!
“어? 이거! 이봐! 무슨 짓이지?”
“너 하나의 저항은 무의미하지만···방해꾼은···적을수록 좋지. 이곳이 너의···무덤이 될 것이다.”
그리고서는 말이 없었고 진동이 더 커졌다.
우우웅-! 우우우웅-!
지하갱도 위에서 푸스스 먼지와 돌조각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은 이곳을 무너트릴 생각이다.
이정도 깊이에서 갱도가 무너지면 나도 나갈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나는 바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심호원은 두 개째 꺼낸 횃불을 들고 있었다.
진웅이 횃불이 다 타기 전에 올라오겠다고 했는데 너무 늦어지는 것 같다.
심미연도 불안한지 아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괜찮겠죠?”
“그래, 조금 깊이 내려가서 그럴 거야.”
“혹시나 적이 많거나 강해서 그런 건 아닐까 걱정이 돼서요.”
심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나도 걱정은 되는데 진웅이 그 친구가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예전 홍대에서도 그랬지만 오늘 본 모습은 정말 나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었어.”
“맞아요. 저도 그래요.”
두 사람이 대화하는데 진동이 작게 느껴졌다.
우우웅-!
“진동! 아빠도 느꼈어요?”
“나도 느꼈다. 심상치 않은데?”
두 사람은 움직임을 멈추고 어두운 아래를 내려다봤다.
·
·
·
나는 빠르게 껑충껑충 뛰며 올라왔다.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점점 커졌다.
최대한 빨리 멀어지고 있지만 진동이 더 빨리 쫓아 오고 있었다.
멀리서 진동에 갱도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쿠-!
한참 뛰어 올라가는데 멀리서 횃불이 보였다.
횃불이 다 타기 전에 오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시간이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다.
나는 달려가며 소리쳤다.
“갱도가 무너집니다! 올라가요!”
다행히 내가 소리친 걸 들었는지 횃불이 움직였다.
횃불을 들고 빠르게 뛰어가는 심 씨 부녀가 보였다.
진동과 갱도 무너지는 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쿠쿠쿠쿠쿠쿠-!
뛰어 올라가는데 심호원이 횃불을 던져 버리고 뒤돌아 달려왔다.
양손에 수류탄을 들고 있었다.
“여기서 먼저 터트리면 붕괴를 조금 늦출 수 있네!”
산불이 났을 때 맞불을 놓는다는 건 알고 있는데 이럴 때도 가능한가 싶었다.
아무튼 내 옆으로 달려온 심호원은 수류탄 두개의 안전핀을 제거하고 동시에 안쪽으로 힘껏 던졌다.
“뛰어!”
심호원은 수류탄을 던지고 소리치며 위로 뛰어 올라갔고 나는 심호원 뒤에서 뛰어 올라갔다.
내가 뛰어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지만 혹시나 파편이 튀면 내가 막을 생각으로 속도를 조금 조절했다.
금방 뒤에서 수류탄이 터졌다.
콰콰콰쾅-!
수류탄은 화약의 폭발력보다는 파편의 살상력에 치중한 무기라 폭발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갱도같이 좁은 지역에서는 꽤 큰 진동을 일으켰다.
심호원의 의도대로 수류탄의 폭발이 갱도가 무너지는 시간을 약간은 지연시킨 것 같았다.
쿠쿠쿠쿠쿠쿠-!
내 등 뒤에서 따라오던 진동이 조금 느려졌다.
하지만 뛰어올라가다 보니 다시 빠르게 따라왔다.
또 그때쯤 중간에 있던 사람들을 만났다.
심호원은 그들에게서 수류탄을 받아서 던지고 다시 뛰었다.
콰콰콰쾅-!
·
·
·
콰콰콰콰콰콰쾅-!
갱도 전체가 무너지고 터져 나오는 공기와 시커먼 석탄 먼지들이 갱도 입구에 자욱하게 퍼졌다.
각성자들이지만 긴장한 상태로 뛰어나온 탓에 숨을 몰아쉬며 자욱한 먼지들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석탄을 캐던 곳이라 무너져 내릴 때 피어올랐던 먼지는 미세한 검은색이 섞인 먼지였고 그 안에서 달려 나온 사람들은 얼굴과 복장에 시커먼 검댕이 묻어있었다.
갑옷소환을 해제한 나만 아무것도 묻지 않은 멀쩡한 모습이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내 이야기를 다 들은 심호원은 심각한 표장으로 물었다.
“아래에서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했나? 시체라도 혹시?”
갱도가 무너졌으니 희망이 없는 걸 알았지만 생사를 확인해 보려는 질문이었다.
“예, 잡혀 오신 분들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심지어 일광교 신자들이나 사제들도 볼 수 없었습니다. 저들은 전력을 서울로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나 그편에 같이 이동했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래도 희망적인 대답을 했지만, 심호원은 회의적이었다.
“아무래도 찾기는 힘들 것 같네. 그 정도 인원이 이동했다면 우리가 모를 수가 없어. 혹시나 데리고 이동했다고 해도 잡혀간 사람들 대부분이 노인들이라 이런 날씨에 버티기도 쉽지 않을 거네.”
“그렇군요.”
씁쓸하게 이야기하던 심호원은 화제를 전환하려고 질문햇다.
“이제 자네는 어디로 갈 생각인가? 제천으로 가는가?”
“서울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심호원은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서울로?”
“저들이 서울에서 큰일을 벌일 것 같네요. 서울에도 각성자는 많지만, 저들과 상대를 많이 해 본 제가 도움이 되겠죠.”
내 대답에 심호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출발할 생각인가?”
“지금 바로 갈 생각입니다.”
“곧 어두워질 텐데?”
“마음이 급해서요. 바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심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무사하게.”
“예. 아저씨도 건강하세요.”
다른 사람들과도 인사하고 서울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
***
삼척에서 이동한 지 이틀째에 나연제 중위의 편지를 받았다.
[나연제 중위입니다. 일광교가 서울 곳곳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 중입니다. 이동 시 주의하세요. -12월 28일-]일광교가 총공격을 시작했다.
서울에 큰 그룹들이 모여 있으니 잘 대응하기를 바랐다.
서둘러 이동하다 다시 이틀 후 원주에서 다시 편지를 받았다.
[나연제 중위입니다. 일광교가 자신들의 주 활동 지역인 은평, 마포, 서대문을 완전히 영역화했습니다. -12월 30일-]은평, 마포, 서대문이 일광교가 활동하던 주 영역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오가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일광교의 청소부들이 주로 보이지 않는 것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완전히 장악했다는 걸 보면 접근을 못 하도록 완전히 막은 것이다.
일광교가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했으니 영역을 넓히는 게 다음 순서다.
또 이틀 후 원주, 여주를 지나 경기도 광주로 진입할 때 편지를 받았다.
[나연제 중위입니다. 중립지역이었던 종로, 중구, 용산을 장악했습니다. -1월 2일-]중립지역은 과거 스타그룹의 영역이었고 스타그룹이 몰락한 후 완충지대로 만들려는 목적으로 남겨 놓은 지역이다.
정찰은 꾸준히 하지만 적을 막을 만한 병력이 있지는 않다.
장악하는 동안 다른 그룹들이 신경 쓰지 못하게 시선을 돌렸을 것이다.
일광교가 중립지역을 장악했다면 다른 그룹들보다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명신그룹의 영역으로 진격하는 대신 한강 건너 대화그룹 영역에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예산에서 만났던 은성민이 대화그룹의 후계자다.
대화그룹은 서울보다는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그룹이고 좀비 사태 이후에도 대전에 더 병력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래서 일광교가 어딘가를 공격한다면 대화그룹의 영역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경기도 광주에서 하남을 지나 서울로 진입하기 바로 전에 편지를 받았다.
[나연제 중위입니다. 대화그룹의 영역이었던 강서, 영등포, 구로를 장악했습니다. 폭력조직과 소규모 그룹이 활동하던 동작, 관악, 금천도 금방 넘어갈 것 같습니다. 이동 시 주의하세요.-1월 4일-]일광교가 서울의 절반을 장악했다.
저들은 그 영역 안의 모든 사람을 제물로 삼을 것이다.
어떤 괴물들이 튀어나올지 전혀 상상이 안 되었다.
만약 북쪽에서 보았던 하늘을 날아다니던 괴물을 만나게 된다면 모두 죽을 것이다.
1월 10일 하남시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순환 고속도로로 이동하는 데 경찰들이 자동차로 만든 장애물 위에서 권총을 겨누며 나를 막았다.
“정지! 더 이상 접근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