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270
든든하게 아침을 해결하고서 유현은 곧 바로 출발했다. 에이리어로 나가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카르나덴의 성벽의 입구부터 지나쳐야 했다. 입구에는 당연스럽지만 경비병이 있다.
듣기로는 카르나덴의 결계 덕에 수년 동안 침입이 없었다고 하는데 경비병의 분위기가 제법 날카롭다. 군기가 무겁게 서 있는 것이 평소에 어떻게 훈련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면이었다.
“플레이어입니까?”
그대로 입구를 지나치려는데 경비병이 말을 걸어왔다. 투구를 쓰고 있어 얼굴을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는 호의적이다. 유현은 긴장감을 풀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혹시 뭔가 할 이야기라도?”
“아니요. 그냥 궁금했을 뿐입니다. 최근 들어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거든요. 특히 로렐라이라는 곳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플레이어분들에 대한 칭찬이 많았습니다.”
“…그렇습니까?”
이리샤를 보며 생각은 했는데 로렐라이에서 온 사람들이 많기는 하나보다. 경비병이 이렇게 신경을 쓸 정도면. 다행히 경비병의 태도를 볼 때 이곳에 잘 녹아든 듯하다.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남쪽으로는 사막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다른 방향으로는 전부 우거진 숲과 정글이 기다리고 있고요. 혹시라도 남쪽에 가실 생각이면 가벼운 복장으로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힐끗 일행의 차림새를 쳐다보더니 경비병이 말한다.
그 충고에 유현은 고맙다고 말하며 입구를 지나쳤다.
남쪽에는 사막이 만들어져 있다-. 그 이야기는 로베리아에서 이미 류트에게 들었다.
하지만 지금 목표는 남쪽의 반대편인 북쪽이었다.
검은 손톱 쿠와로가 최근 발견된 곳이 북쪽이라고 했으니까, 거기로 간다.
도시는 강줄기 하나를 끼고 있었는데, 유현은 일단 강줄기를 따라 걸었다.
아무래도 카르나덴 에이리어는 처음이다 보니 길을 잃지 않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강줄기는 그런 점에서 딱 좋은 요소였다. 정확히 북쪽으로 흐르는 강은 아니었지만, 중간 지점까지는 애용할 만한 길이었다. 주위를 보아하니 다른 사람들의 발자국도 드문드문 보인다. 유현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굳이 에이리어를 탐사하는 사람들이 아니어도, 이 강줄기는 다른 용도로 많이 쓰이고 있었다. 주위를 보면 농사를 위한 개간이 상당히 이루어진 걸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보일 정도다. 안심하고 농사를 짓고 있는 걸 보면 적어도 이 주위는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걸 일행도 아는 걸까.
“이곳 사람들은 우리를 싫어하지는 않아보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의 태도가 상당히 호의적이라 놀랐어요. 보통은 이방인들에 대해 어느 정도 경계를 할 줄 알았는데.”
폭이 넓은 거대한 강줄기를 보며 송가연은 말했다. 물빛이 깨끗한 강줄기는 계속해서 구경해도 질리지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가볍게 발을 담가보고 싶을 정도였다.
“도시가 풍요로우면 사람들도 여유롭게 변하는 법이죠. 우리 같은 이방인들이 갑자기 생겨나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풍족한 삶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활을 어깨에 걸친 채 가벼운 발걸음을 보이던 랑샤셴이 송가연의 말에 대답했다.
‘음?’
유현은 랑샤셴의 발걸음에 작은 관심을 보였다.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 신기한 움직임이었다.
일행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지만 유현은 그녀의 움직임이 묘하게 눈에 끌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던 유현은 한 가지 답이 떠올랐다.
직업을 얻고 나서, 몸짓에 변화가 생긴 건가.
흔히 말하는 보법이라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봐서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전투가 일어나면 그녀가 얻은 게 무엇인지 대충 알 수는 있겠지.
이윽고 지나가는 길 중간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기까지 하며 일행을 앞으로 나아갔다.
농사를 위한 개간 구역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자 슬슬 우거진 숲 같은 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는 주위가 훤하게 보였는데 이제는 나무 때문에 시야 거리가 좁다.
유현은 딱 안전지대의 경계쯤에 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카르나덴이 만든 결계는 여기가 끝일 것이다.
이 이상으로 나가면 몬스터들과의 전투가 있을 거다.
유현은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지도를 확인했다. 현재 일행이 계속해서 강줄기를 따라 걸었으니 현재 위치가 어딘지 아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목표는 북쪽. 정확히 말하면 동쪽에 기울어져 있는 북동쪽이라 해야겠지.
‘정글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걸까.’
유현은 지도를 노려보며 고민했다.
정글은 탐사에 무척이나 지장을 주는 환경이었다. 굳이 몬스터들의 공격이 없어도 정글을 헤매다보면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게 된다. 그다지 반가운 곳은 아니었다.
게다가 정글 안이라면 몬스터들의 기습도 위협적이었고.
되도록이면 숲에서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 거겠지.
쿠와로족들은 카르나덴의 에이리어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다. 사막이든, 정글이든, 숲이든 카르나덴의 에이리어면 어디를 가도 쿠와로족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로 적응력이 좋은 놈들이다.
사막이나 정글은 완전히 대조적인 환경인데도 둘 전부에 적응하다니.
어쨌든 최근 발견 기록에 따르면 검은 손톱 쿠와로는 정글 쪽에서 주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나와 있었다. 숲에서도 간간히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지만.
‘일단 정글로 가볼까.’
유현은 지도를 곱게 접고는 품속에 집어넣었다. 유현이 지도를 접자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일행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현은 발길을 북동쪽으로 돌렸다.
카르나덴의 결계에서 완전히 나오는 시점에서 유현은 일행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낼 거야. 안전지대는 방금 쉬고 있던 곳이 끝이지. 그러니까 모두 긴장하는 게 좋아. 대부분 처음 보는 몬스터일 테니까.”
카르나덴은 로렐라이와 다르다.
위치하고 있는 미궁의 계층은 물론이고 에이리어의 구조도 완전히 달랐다.
애초에 로렐라이에는 사막이나 정글이 없었다. 그런 것이 있을 만큼 넓지도 않았고.
광활한 크기를 자랑하는 카르나덴의 에이리어에 적응하려면 꽤나 고생 좀 할 것이다.
3일 정도면 여유롭게 미궁으로 나갈 수 있던 로렐라이 때와 똑같이 행동해서는 곤란했다.
결계에서 나오고 얼마나 걸었을까.
발걸음이 앞으로 나아갈수록 주위의 환경이 확연하게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거대한 강줄기를 끼며, 쾌적했던 환경이 순식간에 사람의 숨통을 조여 올 만큼 답답하게 변했다.
“…..여기 아직 정글 아니죠?”
길유미는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훔쳐내고는 물었다. 끈적끈적한 습기는 물론이고, 묘하게 기온이 높아서 아직 전투를 하지 않았는데도 체온이 높아지는 게 느껴졌다.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숲이라고 해야겠지.”
“우와… 그러면 정글 안에 진입하면 얼마나 끔찍한 거예요?”
“적응해야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는 로렐라이의 에이리어가 확실히 편하기는 했네.”
단순히 몬스터들의 수준뿐만이 아니다.
에이리어의 환경 또한 상당히 중요했다. 로렐라이는 그다지 어려울 것 없는 환경이었다. 대부분 쾌적한 환경을 하고 있는 삼림들뿐이었으니까.
유현의 말에 절망적인 표정을 짓던 길유미는 애달픈 눈길로 송가연을 쳐다봤다.
“우우우…. 가연아. 이거 어떻게 할 수 없어? 물의 정령으로 습기를 흡수한다거나.”
길유미의 말에 송가연은 어처구니없다는 걸 들은 것 같은 표정을 했다.
“…내가 무슨 만화에 나오는 고양이 로봇이라도 되는 줄 아니. 차라리 마법사인 류트에게 부탁해봐. 어쨌든 나는 무리니까. 마법이라면 뭔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
해보려고 하면 해볼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쓸데없는 마력 낭비였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이대로 참는 게 더 이로울 지경이다.
바람의 정령을 이용하면 시원한 바람 정도는 불러 올 수 있겠지. 하지만 역시 그것 또한 마력 소비가 심했다. 혹시라도 유현이 요청을 해왔다면 모를까.
송가연의 말을 듣고 길유미의 시선이 류트에게 향하자,
“하핫.. 이건 저도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이서연 씨에게 부탁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이번에는 이서연에게 시선이 향했다.
이서연도 류트처럼 쓴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 내가 알고 있는 축복 중에는 지금 상황에 어울릴 만한 게 없네.”
“으음.. 그래?”
결국 포기한 듯 길유미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유현은 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무심코 헛웃음이 터졌다.
“….똑바로 정신 안차려?”
“넵!”
서슬퍼런 목소리로 경고를 주니 길유미가 퍼뜩 고개를 드며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굳이 고개를 돌려 확인은 하지 않는다. 돌아온 대답으로도 충분하다.
좀 더 혼내려고 하면 혼낼 수 있겠지만, 유현도 주위의 환경이 꽤나 괴로웠기에 이해는 하고 있었다. 내심 가벼운 복장을 하고 있는 이서연, 랑샤셴, 송가연이 부러울 정도다.
말은 들었기에 미궁 탐사를 할 때와 달리 무장을 좀 더 가볍게 하고 왔는데.
‘다음에는 대장간에서 새로운 갑옷을 골라와야겠네.’
이곳 환경에 어울리는 무장이 있을 거다.
대장장이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며 새로운 갑옷을 맞춰보는 것도 좋겠지.
웨블에게는 미안하지만 여기서는 웨블의 장비로 무장을 하는 건 무리였다.
유현의 경고에 길유미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움찔한 건지 긴장감이 높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이곳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힘들더라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좋다.
여유를 갖추는 건 이곳에 대해 잘 알게 되었을 때다.
유현 또한 이곳에 대해 잘 모르니 섣불리 방심하고 있을 수는 없다.
결계에서 나온 지 1시간 정도 되었을까.
일단 잠시 휴식을 취할까, 생각하며 유현이 발걸음을 멈추려고 할 때였다.
일행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귀를 간질이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유현은 은밀하게 풀이 스치는 소리를 들었다. 당연스럽지만 일행이 낸 소리는 아니다.
소리를 들은 건 유현뿐만이 아니었다.
“…유현.”
랑샤셴이 어깨에 메고 있던 활을 끄집어내고는 낮은 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직업을 얻은 탓일까, 아니면 운이 좋았던 걸까.
기척 감지가 빠른 랑샤셴의 모습에 유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짓했다.
“모두들 전투 준비.”
얼마나 되었을까.
은밀하기 짝이 없던 기척이 빠르게 점점 거리를 좁히자 유현은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 수풀을 베어내기 위해 검기를 휘둘렀다.
사아악, 하고 수풀이 찢겨지자-.
놀란 듯 스산한 울음소리를 내며 거대한 뱀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