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61
[플레이어의 로그를 분석합니다.] [퀘스트 완료. ‘원정군에 지원하기’를 완수하셨습니다. 위태로운 분위기로 흔들리고 있던 원정군들 속에서 용맹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당신을 요정들은 기억할 것입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3골드가 지급됩니다.]
[퀘스트 진행 기록에 따른 추가 보상으로 3골드 26실버 22쿠퍼가 추가 지급됩니다.] [퀘스트 진행 기록에 따른 추가 보상으로 보너스 능력치 9포인트가 추가 지급됩니다.]“보상 지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이걸로 퀘스트 보상은 끝났습니다.”
아이리스의 나직한 목소리가 신전을 울린다. 그 말에 플레이어들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우수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모두들 보상에는 불만이 없어 보인다.
능력치의 중요성은 이미 알고 있을 테고, 지급된 돈의 크기 또한 모두들 알고 있다. 지난 시간 동안 플레이어들은 이곳의 물가가 어떻게 되는지 모두들 느꼈을 터.
장비를 맞추어도 좋다. 아니면 간단한 유희를 즐겨도 좋다. 요정들이 다스리는 도시지만, 이곳에도 성욕을 위한 곳은 마련되어 있다. 흔히 말하는 홍등가다.
실제로 몇몇 플레이어들은 이곳 여자를 안았다고 자랑하고 다니기까지 했으니 그걸 보고 있는 유현으로서는 한숨만 나올 광경이었다. 그걸로 좀 더 자신에게 투자했으면 좋을 텐데.
“그것보다 튜토리얼 때와는 달리 보너스 능력치는 추가 보상으로밖에 안 주네요?”
문득 메시지 창들을 확인하던 남궁민이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 그 물음에 앞에 있던 아이리스가 대답했다. 안 그래도 그녀는 그런 질문을 다른 플레이어에게 이미 받은 후였다.
“튜토리얼 때는 통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일이니까요. 앞으로 여러분들이 퀘스트를 진행하게 될 경우 보너스 능력치는 활동 기록에 따라 차등 보상이 될 것입니다.”
“···그런가요?”
“예.”
아이리스가 작게 눈웃음 지으며 말하자 남궁민은 얼굴을 붉히고는 볼을 긁적였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다. 신비하게 느껴지는 은빛의 머리카락에 잘 어울리는 이목구비는 남고생 한 명 정도는 손쉽게 홀릴 정도였다.
그런 남궁민의 모습에 길유미가 눈을 좁히며 옆구리를 찔렀다.
“야···. 뭘 부끄러워하고 있어.”
“누, 누가 부끄러워했다고.”
“얼굴이 아주 빨간데?”
남궁민은 길유미의 말에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등을 돌려 그대로 방에서 나가버렸다. 그 모습에 길유미는 한 동안 키득키득 거리며 웃다가 그를 쫓아갔다.
“정말 둘이서 뭐 하는 건지.”
“그, 그러게.”
송가연과 이서연은 그 둘의 뒤를 한숨 쉬며 바라보고 있었다. 요정 앞에서 저런 모습을 보인다는 건 뭔가 부끄러운 일이었다. 어느새 남은 건 유현의 일행뿐이었기에 셋도 방에서 나가려고 하던 찰나였다.
“이유현님은 잠시 여기서 저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아이리스의 목소리가 유현의 발목을 붙잡았다. 의아한 듯 송가연과 이서연이 아이리스를 쳐다보고 있자, 유현은 먼저 가라고 손짓했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라도 할 건가.
“···그럼 저희 먼저 갈게요?”
“응. 먼저 가.”
그녀의 어조에서 둘이서만 이야기하고 싶다는 감정이 풀풀 넘쳐났기에 유현은 둘을 먼저 보내기로 했다. 그대로 둘이 방 안에서 모습을 감추자 유현은 고개를 돌렸다.
등 뒤로 발소리가 멀어져만 간다. 어느새 방 안에는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갑갑하게 느껴질 정도의 공기에 유현은 고개를 들어 아이리스를 바라봤다.
지금 이곳은 요정의 방으로 앞으로도 흔히 들르게 될 곳이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아이리스가 굳이 직접 퀘스트 보상을 정산해 줄 필요는 없을 텐데. 다른 요정들도 많다.
그런데도 굳이 그녀가 이 일을 한 건 혹시 이쪽을 기다리고 있던 걸까.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진다고 느낄 때쯤 유현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유현님의 로그를 확인하는 도중 흥미로운 걸 발견했습니다.”
“흐음. 흥미로운 거라.”
그게 무엇일까. 수많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한 사람의 로그를 녀석이 우연히 확인한 걸까?
유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실히 요정은 여러 가지로 복잡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초월적인 무언가는 아니다. 범인에 비교해 뛰어난 머리를 가진 정도. 단지 그것뿐이다.
녀석은 일부러 한 플레이어의 로그를 확인했다. 그럼 그 관심의 이유는?
그걸 이제부터 녀석은 말하겠지. 유현은 조용히 흥미로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
은색의 장발, 은색의 눈, 창백할 정도의 피부와 잘 어울리는 이목구비는 확실히 아름다웠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 이러한 요정들의 외모에 홀려 몇몇 플레이어들이 충성한 적이 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것도 없는 이 텅 빈 방에서 그녀가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다르다.
그녀는 유현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허공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이윽고 3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바닥에 사뿐히 발을 내딛고는 입을 열었다.
“마력을 각성하셨더군요. 그리고 실제로 로렐라이 원정군에서도 마력을 사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누구한테?”
“이유현님의 소대를 담당했던 류트라는 분이죠.”
옅은 하늘색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 나이는 남궁민과 비교하면 한 살 위 정도 될 법한 그 녀석을 떠올리며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입이 가벼운 녀석이다.
녀석이 요정의 병사라는 걸 떠올리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아이리스도 그런 유현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눈치채고는 쓴웃음 지었다.
“너무 그에게 불만을 가지지는 말아주세요. 그 분은 제가 물으면 대답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으니까요.”
“알아.”
그렇지만 단지 그것뿐이었을까. 그런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빠르게 지워낸다.
“그래서 내가 마력을 사용한 게 뭐가 문제라도 되는 건가?”
아이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문제가 될 거는 전혀 없겠죠. 오히려 저는 축하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리스의 회색 눈동자에 이색이 돈다.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그 눈빛은 유현에게 있어 상당히 불편한 시선이었다. 지금 그녀는 뭘 보고 있는 거지.
아이리스의 눈은 유현을 보고 있지 않다. 유현이 아닌 다른 무언가. 유현은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이 자신의 스테이터스창이라고 막연히 짐작했다.
“본래 플레이어분들이 스스로 마력을 깨닫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언가의 계기가 필요한데, 이유현님의 주위에 있는 송가연님 같은 경우가 좋은 예시가 될 수 있겠죠.”
송가연은 정령과 계약을 함으로서 마력을 각성한 케이스였다. 그렇지만 어딘가 불안정하다. 정령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이 그 증거다. 그나마 저번 싸움에서 어느 정도 힘을 다룰 수 있게 된 듯 싶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력을 다룬다는 것이 어떤 건지 잘 모르고 있다. 마력 탈진 상태임에도 정령의 힘을 빌리려고 했던 것 또한 또 하나의 증거가 되겠지. 자신을 깎아 먹는 행위도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말 그대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마력이라는 힘을 잘 모른다.
거기서 유현은 한 가지 가정을 했다.
직업을 통해서 마력을 각성하는 건 사실 불안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해보면 유현이 마력을 각성할 때도 막연한 감각 밖에 없었다. 그저 이런 게 있구나 하는.
생각해보면 유독 플레이어들만이 마력 탈진의 상태를 많이 경험한 듯싶다. 종종 만나는 모험가들의 경우 스스로 마력 탈진을 주의하는 반면, 플레이어들은 조절을 잘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가.’
그건 분명 갑작스럽게 생겨난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력을 각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플레이어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마력이라는 건 강대한 힘이다. 그런 걸 단순히 직업 하나 얻는 다고 손쉽게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이세계의 모험가들이 얼마나 억울해 할까. 하급 모험가들의 대다수가 마력을 사용하지도 못한다. 수많은 위기를 겪고, 훈련을 통해 마력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게 현실이다.
아이리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럼 그녀가 묻고 싶은 건 이건가.
“너는 내가 어떻게 마력을 각성했는지 알고 싶은 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일단 그렇게 되겠군요.”
그녀는 딱히 숨길 생각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저렇게 나오니 유현은 괜히 불편해졌다. 어느새 그녀는 유현과 거리를 슬금슬금 좁히고 있었다.
“이유현님의 경우는 매우 특별합니다. 본래 플레이어 분들이 마력을 각성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영령을 통해 직업을 얻으셔야 하는데, 이유현님은 스스로 각성한 경우니까요.”
특별하다. 유현은 특별하다라는 말을 싫어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 그녀의 말을 딱히 부정할 수도 없었다. 유현이 알기에도 스스로 마력을 각성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걸로 안다.
아니, 그래도 한두 명 정도는 있으려나. 확실하다는 말을 하기에는 앞으로 소환될 플레이어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들 중에 이례적인 인간이 나와도 이상할 것 없다.
“이유현님의 로그를 확인한 결과 직업을 통한 각성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많은 장점이 있는 걸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본래의 예정이라면 없었을 상당한 능력치 상승은 덤으로 마력에 대한 재능 또한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확인된 바로는 B랭크의 〈마력〉까지 획득한 상태더군요.”
정말로 모든 걸 확인했나 보다. 그녀는 유현의 스테이터스 변화를 상세히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 유현은 〈개인보유능력〉 항목에 〈마력 운용〉이 생겨난 순간 상당한 능력치 상승이 있었다. 보너스 능력치는 덤이다.
“그렇지.”
그렇지만 별다른 느낌 없이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리스는 그 반응을 단순히 유현이 잘 모르고 있어서 그렇다고 여겼다. 유현의 성장은 그녀가 놀랄 정도로 그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본래 플레이어들이 마력을 각성하는 순간 얻게 되는 마력 능력의 랭크는 F 또는 G입니다.”
“그런가?”
“지금 제가 말하고 있는 게 무슨 의미인지 설마 모르는 겁니까?”
“아니, 알고 있어.”
마력을 각성한 플레이어의 스테이터스는 ‘0’이었던 마력 수치가 크게 변화를 보인다.
능력치에 있는 마력의 수치가 높으면 물론 좋다. 그 만큼 마력의 양이 늘어나는 거니까. 하지만 두 명의 플레이어가 있다고 가정하고 그 둘이 가진 마력의 능력치가 같을 때 그럼 둘이 가진 마력의 절대량은 같을까?
솔직히 말해서 대답은 그렇지 않다, 이다.
플레이어가 가진 마력에 대한 재능. 그거에 따라 절대량은 확연하게 갈린다. 그 중에서도 랭크 하나의 차이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었다. 같은 등급 안에서도 큰 차이를 보일 지경인데 등급 자체가 다를 경우 그 힘을 비교하는 건 멍청한 일이다.
그렇기에 유현은 아이리스가 얼굴을 찌푸리는 이유를 이해하고 있다.
그래, 유현은 그녀를 이해는 하고 있다.
스스로 마력을 각성 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크다. 유현의 경우로 증명이 되었다.
지금 그녀는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며 생각지 못한 존재로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는 거겠지. 유현도 마력을 각성하면서 생각지 못한 변화에 놀랐으니까.
그렇지만 아이리스치고는 너무 말이 길다. 평상시의 그녀답지 않게 흥분하고 있는 건 그 만큼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겠지만 너무 말이 길어서 슬슬 귀찮아질 지경이다.
남의 스테이터스를 아무렇지 않게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이제는 짜증이 날 정도다.
유현은 나직이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래서 결국 원하는 게 뭐야?”
유현은 마력을 스스로 깨우쳤다. 하지만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뭔가 훈련을 통해 깨우친 게 아니다. 유현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깨우칠 수 있었다.
애초에 유현 스스로부터가 훈련을 통해 깨우친 게 아닌데 다른 사람을 각성 시키는 법을 알 리가 없다. 그런 면에서 유현 자신은 순서가 뒤바뀐 특별한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흥분하고 말았군요. 여러 가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점 사과드립니다.”
아이리스도 자신의 실례를 깨달으며 잠시 눈을 감고는 감정을 정리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의 은색 눈은 차분해져 있었다.
“다시 한 번 부탁합니다. 혹시 어떻게 마력을 각성하셨는지 그 방법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 요구에 유현이 할 말은 하나였다.
“미안하지만 불가능해.”
========== 작품 후기 ==========
중간 중간 글을 수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주로 틀린 스테이터스 수정이 많았는데 변경된 부분만 골라서 따로 공지에 올리겠습니다. 혼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 주인공의 초기 마력 스테이터스를 ‘0’ 으로 수정했습니다. 마력 각성을 하기 전이었기에 마력 수치를 가지고 있는 게 이상하다고 판단하여 변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