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600
제 600화
600. 외전, 1층, 이태연 (2)
[이곳은 오래전 위대한 마법사가 만들어낸 미궁으로 정복한 자에게는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는 소문이 있다.] [이곳은 갇혀 있는 곳이다.] [끔찍한 존재들이 숨결 없이 움직이며 살아 있는 것들이 죽어 간다.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은 당신을 억압하기 위해 존재한다.] [깊고 짙은 무저갱을 돌파할 당신에게 영원한 영광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미궁의 입구다.] [칼로 찌르면 죽는 것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이곳의 힘은 그리 강하지 않다.] [메인 퀘스트 시작.] [이곳에는 숨겨진 장소와 비밀이 무척 많다.] [당신이 찾은 비밀에 따라 클리어 시 보상이 주어질 거다.] [1층 퀘스트 시작.] [1층의 보스를 쓰러트리고 통과해라.] [보상 : 랜덤 스탯 상승 물약.] [비밀 보상 : ???]나타난 시스템 창은 무척 길었지만, 그걸 확인할 정도의 정신은 없었다.
이태연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나아갔다.
“뭐, 뭐야 대체…….”
그녀는 패닉에 빠져 있었다. 지루하지만 무척이나 평화로운 삶이었다. 저 멀리 있는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자신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목숨의 위협 따위를 느낄 일은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상황에 던져졌다.
무릎을 꿇고, 몇 번이고 주저한다.
하지만 결국 답은 없다.
바깥으로 나간다면 브로큰 맨은 그녀를 죽일 거다. 결국 무기를 쥐고,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후우.”
그녀는 숨을 몰아쉬고, 내뱉고를 반복한다. 부들거리는 몸을 간신히 가라앉힌다.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싸워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살아남는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
그녀 혼자만 이곳에 들어온 것은 아니리라. 선택지는 그녀만이 아닌 지구의 모든 사람에게 주어졌겠지.
그렇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녀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같은 지구의 사람들을.
그때까지 절대 죽을 수 없었다.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키자, 여태 느끼지 못했던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태연은 검을 든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달라졌어.”
그녀는 평균 여성 정도의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검의 형태는 평범한 장검 수준. 크게 부담될 정도는 아니지만 들고, 휘두르고, 달리기에는 힘에 부쳤다.
하지만 지금은 검의 무게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검이 가볍다기보다는, 그녀의 몸 상태가 변한 것에 가까웠다.
“상태창.”
[이태연] [레벨 : 1] [체력 : 100/100] [마나 : 10/10] [힘 : 10] [지능 : 10] [민첩 : 10] [공격력 + 1] [방어력 + 1] [대상은 겁을 먹은 상태다.]“힘과 민첩.”
저 스탯이 아마 변화를 이끌어준 것이겠지. 정말 게임과 같았다.
일단은 바뀐 몸에 적응한다.
이태연이 자세를 잡고 검을 내리찍었다.
완전히 뒤바뀐 육체의 상태. 그 근력도, 반응속도도 전부 다르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보다 더한 이질감이 있었다.
평범한 플레이어들은 보통 바뀐 육체에 적응하는 데에만 몇 달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됐나?”
이태연은 부드럽게 검을 움직였다. 그 검의 궤적은 한 치의 비틀림도 없이 완벽했다.
그녀는 단 몇 번의 휘두름 만으로 뒤바뀐 신체 능력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으으…….”
이태연은 울상이 된 채 검을 양손으로 쥐고, 슬금슬금 전진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앞에 문이 보인다.
“…….”
그녀는 문 앞에서 수십 번을 주저했다. 하지만 결국 각오를 다잡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더, 덤벼!”
그녀가 양손으로 검을 잡고 거칠게 외친다.
그리고 그녀를 반긴 건, 뭐 하냐는 모멸의 눈빛이었다.
“뭐야?”
“어…….”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짜증스러운 얼굴. 의자에 걸터앉은 그의 몸뚱어리는 인간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이태연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드워프?”
[당신은 잃어버린 왕과 조우했다.]“모험가냐?”
“아, 네.”
이태연은 더듬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태도를 보고 드워프는 확인은 끝났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대는 애초에 안 하긴 했지만, 얼간이로군.”
그걸로 끝이었다.
드워프는 이태연에게 관심을 끊었다.
“저기…… 당신은 누구신가요?”
이태연은 조심스레 물었다. 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상점 주인.”
드워프는 파이프를 물었다.
“너한테는 아니겠지만.”
드워프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저기. 뭔가…….”
“알아서 해.”
무심한 목소리.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는 드워프의 태도에 이태연은 울상이 되었다.
그녀를 도와줄 분위기가 아니었다. 결국 이태연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방을 지나, 다음 통로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녀는 볼 수 있었다.
그녀에게 적대적인, 지구에서 볼 수 없던 짐승을.
“끼이이익!”
[빅 랫이 등장했다.]이태연의 동공이 커졌다.
‘쥐?’
하지만 쥐라기엔 너무 컸다. 소형견은 가볍게 뛰어넘는 크기였다.
생김새는 카피바라와 비슷한 생김새였다.
하지만 카피바라처럼 귀엽게 생기지는 않았다.
검고 꺼슬꺼슬한 털. 그리고 흉측하게 튀어나온 어금니가 인상적이었다.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적이다.
이태연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손은 떨리고 있었다.
빅 랫은 비웃는 울음을 흘렸다. 주저할 필요도 없다는 듯 이태연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콰직.
“아팟!”
살과 근육이 찢어진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검을 내리찍었다. 하지만 빅 랫은 이미 거리를 벌린 상태였다.
카각!
검이 허망하게 바닥에 찍힌다.
너무 빨랐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의 다리를 물고 빠졌다. 그녀의 뒤늦은 움직임에 빅 랫은 더더욱 자신감을 얻은 듯 곧바로 달려들었다.
[당신에게 9 데미지.]“이익!”
그녀가 다시 검을 내리찍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태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 이리 빨라!’
과장을 좀 보태 눈을 깜빡하면 이미 그녀의 발목을 깨문 상태였다. 움직임을 보고 반응하면 이미 도망친 상태였다.
“키이이익!”
빅 랫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그녀의 발목을 물어뜯었다. 무시할 수 없는 고통이 그녀의 뇌수를 엄습했다.
아프다.
고통에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았다. 힐끔 상처를 보니 뼈까지 드러나고 있었다.
“후, 후우.”
하지만 그녀는 애써 숨을 골랐다.
도망치면 안 된다. 속도를 보아하니 무시하고 지나간다는 선택지 자체는 불가능하다.
눈앞의 적을 쓰러트려야 한다.
살아남아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 생각 아래에 이태연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반응은 불가능해.’
스탯이란 이상한 시스템 덕분에 모든 능력이 상승했다. 그녀가 느끼기엔 어지간한 운동선수보다도 높았다.
그럼에도 보고 막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나왔다.
예측한다.
빅 랫의 움직임과 행동 원리를 파악하여, 미리 움직인다. 이태연의 머리가 이 이상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돌아간다.
“키이익!”
발목을 몇 번 더 물린다. 이태연은 참았다. 최대한 빅 랫의 행동을 파악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
이태연이 검을 내리찍었다. 빅 랫이 움직이는 것보다 조금 더 빨랐다. 정확히 빅 랫의 궤도를 노렸다.
성공했다.
이태연은 확신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검이 빅 랫의 가죽을 스쳐 지나간다.
“아앗!”
이태연이 고통에 비명을 지른다.
“끼이익!”
빅 랫은 놀랐다.
저 연약하고 느린 인간이, 자기 가죽에 상처를 남겼다. 빅 랫은 주춤거렸다.
하지만 이태연은 그걸 눈치챌 만한 정신이 없었다.
“아, 아.”
분명히 공격에 성공했다. 몸을 움직였을 때 그녀는 확신했다.
그런데 실패했다.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으, 아.”
그녀는 더듬거리며 상태창을 확인했다. 남은 체력은 단 15.
두 번만 공격당하면 끝이다.
체력이 0이 되면 어떻게 될까.
그녀가 아는 게임에서의 결과는 모두 하나였다.
죽음.
영구적인 끝.
공포가, 그녀의 각오와 투지를 조롱하듯 짓밟고 찢어버렸다. 그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꺄아아아악!”
겁쟁이처럼 몸을 돌려 도망친다. 다리를 절뚝이며, 피를 흘리며 허겁지겁 뛰어간다.
원래라면 빅 랫이 바로 그 뒤를 노렸으리라.
도망치는 사냥감의 발목을 물어뜯고 할퀴어, 마무리를 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태연의 일격에 빅 랫 또한 당황한 상태였다. 덕분에 이태연은 살아남아 도망칠 수 있었다.
벌컥!
“헉. 헉.”
이태연은 거칠게 문을 닫았다.
살아남았다.
안도와 함께, 그녀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당신은 최초의 몬스터를 상대로 도망쳤다.] [10 골드를 얻었다.] [칭호 [도망친 자]를 획득했다.] [당신은 죽음의 공포를 직감했다. 특수 상시 발동 스킬 [죽음의 선]을 얻었다.] [당신은 첫 전투에서 훌륭한 전투를 벌였지만, 결국 패배하여 겁쟁이처럼 도망쳤다. 하지만 당신은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데에 성공했다. 특수 상시 발동 스킬 [삶을 위한 길]을 얻었다.]* * *
그녀는 자신의 발목을 바라봤다.
“으, 으으.”
끔찍했다.
살점이 헤지고, 근육과 뼈가 보인다. 아드레날린이 점점 줄어들며 끔찍할 정도의 통증이 느껴진다.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만한 상처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상처는 천천히 아물고 있었다.
아마 이곳의 시스템적인 보조일 것이다. 적어도 죽음의 위협은 없다. 그 사실에 이태연은 가슴 깊이 안도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주변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가 가장 먼저 본 것은, 모멸 어린 시선.
“나약하고 약하고, 겁쟁이군.”
드워프는 경멸 어린 어조로 내뱉었다. 이태연은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그녀는 그렇게 꼬박 하루 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행히도 체력은 전부 회복되었다. 체력도 100으로 다시 차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죽을 뻔했다.
단순한 비유나, 게임의 죽음이 아니었다. 그녀의 생명이 정말로 끝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시 내려갈 각오는 들지 않았다.
꼬르륵.
“……배고파.”
굶주림이 느껴진다. 꼬박 하루를 굶었으니 당연했다. 이대로 굶어 죽으면 어떡하냐는 고민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움직일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상처와 공포는, 그녀의 뇌리에 강하게 틀어박혔다.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드워프나 브로큰 맨처럼 이상한 자들이 아닌, 그녀와 함께할 수 있는 자들이.
하지만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울하게 머리를 처박고 있던 그녀가 문득 떠올렸다.
“……상태창.”
시스템 창이 화면을 가린다.
그곳에는 그녀의 상태가 나와 있었다.
들고 있는 검을 자세히 바라보면, 검에 대한 설명창이 나타났다.
이해할 수 없지만 이곳에는 게임의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화창.”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토킹. 이야기 나누기. 토론방…….”
계속해서 내뱉는다. 드워프가 시끄럽다는 듯 혀를 찼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듯, 절박한 얼굴로 기억나는 단어들을 하나하나 외친다.
그리고 마침내.
“커뮤니티.”
그녀는 답을 찾았다.
수많은 시스템 창.
그리고 대화창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사람의 냄새에, 그녀는 울컥 눈물을 흘렸다. 이태연은 저도 모르게 시스템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 그녀에게, 채팅창 하나가 눈에 보였다.
[강태산[이지] : 가지가지 하네. 이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