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assi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30
챙.
꿀꺽.
꿀꺽.
“허허, 다들 아주 잘해주었습니다. 오늘의 성과는 모두가 힘을 합친 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시건방진 어린 년이 꼼짝도 못 하더군요, 듣기로는 화가 잔뜩 나서 방에 틀어박혔다는 모양입니다.”
“어쩌겠소? 분에 넘치는 힘을 얻었다 한들, 결국에는 애새끼라는 말이겠지.”
담백한 조명과 고급스런 음악으로 가득 찬 레스토랑, 그곳에서는 지금 마치 파티와도 같은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터억.
“크으! 내 이리 힘을 합쳐보니 알겠소, 앞으로의 세상에서도 지금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끼리 더욱 관계를 굳건히 할 필요가 있소.”
“허허, 거 동감입니다. 백은하를 필두로 협회 상층부에 강력한 라인이 생겨난 지금, 사소한 이익을 두고 서로 다퉈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옳으신 말이에요. 지가 강하면 강한 거지, 지금껏 대한민국을 지키고 뒷받침해온 우리를 홀대하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가요?”
회장에 모인 각 길드의 책임자들은 승리를 자축하며 연신 백은하와 협회를 씹어대기 바빴다.
사태는 완전히 축제 분위기, 이미 그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실제로 백은하는 더 이상 던전의 소유권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있었으며, 협회 측에서도 별다른 대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주 대구에 출현한 A4 던전은 저희 쪽에서 받아 갈게요.”
“뭐, 그쪽이야 정 대표가 적임자겠지. 대형이라 들었는데 지원은 필요 없나?”
“어머, 도움을 주시겠다면 감사할 따름이죠.”
이제는 눈앞에 놓인 자원을 두고 저들끼리 갈라 먹기까지 하는 모습.
시민들은 그러한 현실도 모르고 일이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되었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 일련의 사태가 가져올 암담한 미래를 깨닫지 못한 채로.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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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지난주 대비 종합 성과율이 20%나 상승했습니다. 이미 목표치는 초과, 월말까지 더욱 실적이 더해진다면 그 이상도 기대해볼 수 있을 예정입니다.”
“좋아요. 계속해서 차질없이 일을 진행시키도록 하세요.”
국내에서 대형 길드라 불리는 세력, 그 끝자락을 담당하고 있는 대현의 수장 정희은.
그녀는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는 자신의 길드 본관을 바라보며, 최상층에서 남모를 미소를 흘렸다.
‘그 능구렁이들과 손을 잡으니 편하긴 편하네.’
사실 대현 길드는 그 역사가 깊지 않은 신형 길드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A랭크 던전의 단독 공략조차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허나 대현 기업의 딸인 그녀의 거대한 자금력과 인맥을 동원해 순식간에 이 자리까지 왔다.
그리고 언젠가는, S랭크 헌터마저 끌어모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톱 길드로 군림할 야망을 지니고 있었다.
‘…이 추세라면 충분히 가능해.’
이미 A랭크 중위권 정도의 던전이라면 단독으로도 무난히 토벌이 가능하다.
계속해서 던전의 소유권을 얻어낼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찬란한 성공이 보장된 상황.
그리고 지금은 그 또한 충분히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구미시에 발생한 A4랭크 소형 던전, 확보 완료했습니다.”
“순조롭군요. 그 정도라면 2팀으로도 공략이 가능할 터, 서둘러 준비를 마친 뒤 투입시키세요.”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을 때, 대현 길드는 무려 월초 대비 200%가 넘는 실적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금 일주일이 흘렀을 때는, 다시 거기에서 추가로 1.5배 성과가 늘어났다.
그야말로 대박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상황.
그러나 그로부터 다음 달, 정희은을 비롯한 대현의 상층부는 피어오르기 시작한 모종의 불안감을 속에 품어야만 했다.
‘뭐야 이거.’
‘왜 던전이 계속 늘어나지?’
‘관할 지역에서 일주일 만에 A랭크가 두 건? 이게 말이 되나?’
처음에는 그저 좋았다.
공략할 던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곳에서 창출해낼 수 있는 이익이 크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것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어느새 두 배에 가까워지자, 소유권을 끌어모으기 위해 애썼던 대현 길드의 손이 되레 부족해지는 결과가 발생하게 됐다.
또한 그런 현상은, 비단 대현 길드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쾅!
“그게 무슨 말이에요? 분명히 지원을 보내주기로 했잖아요.”
[거, 정 대표. 미안하게 됐네. 그런데 이쪽도 상황이 영 이상허이.]
슬슬 건수를 잡아 경쟁자를 하나 떨구려는 속셈인가 싶었지만, 더없이 난감해하는 듯한 그의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협회에서 발표한 통계 수치가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뭐, 뭐에요. 던전이 이렇게나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그것도 단순히 수가 늘어났다 퉁칠 게 아니었다. 던전의 크기와 수준, 그리고 브레이크까지 걸리는 시간. 그 모든 것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난해해졌다.
그에 조합을 맺은 대형 길드들은 부랴부랴 협회와 주변 길드들에 지원 요청을 하며 부족한 인력을 메꾸려 했지만, 생각만큼 일이 잘 풀리지는 않았다.
애초에 고위급 던전의 공략이 가능한 길드는 한정되어 있고, 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길드는 평소 경험해보지도 못한 던전에 자신들의 식구를 집어넣을 생각이 없었으니까.
당연하겠지만 협회 역시도 별다른 수는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제기랄, 이것들이 이런 상황에서까지 편 가르기를 하자는 거야 뭐야?”
조합에 속한 길드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어떻게든 인력을 끌어모아 던전을 틀어막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동안 한국을 지탱해왔다는 말이 완전한 거짓은 아니었는지, 어느 정도는 효력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그들에게는 심히 안타깝게도, 던전의 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삐익.
삐익.
삑.
삐이이익─!
“가, 강남 서초구! 던전 출현했습니다. 반응 큽니다! 추정치 S랭크입니다!”
새삼스런 말이지만, 현 한국에 존재하는 S랭크 헌터는 전부 합해 여덟 명이다.
그리고 그중 백은하를 저격했던 대형 길드 연합에 속한 인물은 단 한 명조차 없었다.
그들로서는 도저히 대처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말이었다.
“신경 쓸 것 없습니다. S랭크는 S랭크에게 해결을 맡길 뿐. 애초부터 우리의 영역이 아니지 않습니까.”
톱 길드들을 제외하면 현재 가장 큰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평가받는 주천 길드의 서공태. 그의 말에 조합의 수장들이 제각각 고개를 끄떡였다.
당연히 한국의 S랭크 헌터들이 나서 던전을 클리어해 주리라 여긴 것이었다.
허나, 이상하게도 움직임은 없었다.
백서하와 최하민을 보유한 청백 길드만이 어느 정도 지원 의사를 보였을 뿐, 백은하를 비롯한 다른 헌터들은 그야말로 반응조차 내비치지 않는 상태였다.
‘아, 아니 어찌 이런.’
‘설마하니 지금, 이전의 일로 기분이 상했다고 이런 반응을……?’
그들의 관점에서는 너무나도 당황스런 일이었다. 그야 지금 백은하의 행동은 완전히 공멸의 수,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게 만드는 행위였으니까.
그러나 협회에 압박을 넣어보아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저희가 어찌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막말로 제재를 내린다 한들, 그녀들은 타국에 몸을 의탁하여 더욱 호화로운 대우 속에서 그 솜씨를 발휘할 뿐이겠지요.]콰앙!
“이 애새끼가 기어코……!”
“정말 몰상식한 판단이로군요. 양쪽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일이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어이가 없긴 하지만, 확실히 이런 식으로 국민들의 불안을 부추긴다면 이쪽의 손해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에 길드 조합은 특단의 조치를 내밀었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백은하의 무책임함을 질타하는 동시에, 조합원들 모두의 자금을 모아 외국의 S랭크 헌터들을 고용한 것이었다.
한동안의 이익 대부분이 날아갈 정도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했지만, 다행히 실력 있는 베테랑들을 공략대에 합류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당연하게도 그에 따라, 이제 국민들의 타깃은 백은하에게로 돌아갔다.
감당키 힘든 비난들이 그녀에게 쏟아졌고, 여론은 삽시간에 돌아섰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백은하의 대처는 한결같았다.
【헌터 백은하, 여전히 비협조적인 태도 고수,】
【익명의 제보자 출현, “그녀는 한 달 전부터 하루 대부분을 게임에 소모하고 있어.”】
【국민들의 분노,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제는 청원까지 등장해.】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시민들은 비난의 대상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그런 그들도, 이윽고 백은하가 취한 행동에는 기겁하며 당황의 기색을 내비칠 수밖에 없었다.
【P사 단독, 백은하 및 익명의 S랭크 헌터 2명 출국 정황 확인. 목적지는 러시아.】
그러한 정보를 확인한 국민들은 그제야 떠올려낼 수 있었다.
백은하라는 헌터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일이 수틀리면, 일단 들이박고 보는 무대포 마인드의 소유자였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