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assi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2
사건의 발단은, 얼마 전 국가 지원 헌터 교육 프로그램 도중 목격되었던 던전의 특수 함정이었다.
“예.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보스룸 진입에 제한이 걸려 있었습니다.”
때마침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던 특급 신인들의 협조로 클리어한 D4랭크 던전.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일은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이상 현상이었기에, 각국의 전문가들은 해당 주제를 두고 토론을 거듭했다.
“뭐가 되었든, 이 선례가 중요해요. 한 번 일어난 일은 언젠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이러한 형태의 제한이 가능하다면, 훨씬 더 악의적인 제약을 품은 던전이 출몰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네.”
“…던전이 변화해나가고 있다 이거군요.”
그러한 전문가들의 예상은, 불행하게도 머지않아 현실이 되었다.
“저, 조금 더 확실히 상황을 말씀해주셔야…….”
C3랭크 중형 던전을 6인 파티로 공략하고자 했던 이들.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선두로 나섰던 C랭크 헌터 두 명이 던전에 입장한 이후, 뒤따른 4인의 출입에 제한이 걸렸다는 모양이다.
결국, 파티의 일원 둘이 속수무책으로 던전에 갇혔다는 뜻이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저희 막내나 다름없는 녀석들입니다.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아 둘이서 오랜 시간을 버티기는 요원할 겁니다.]그렇게 그들은 곧바로 협회에 구조 요청을 넣었다.
그리고 구조대가 편성되었다.
허나, 이어진 사태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투웅.
텅!
“어어?”
“팀장님! 이쪽도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구조대로 편성된 C랭크와 B랭크 헌터 모두, 어째서인지 던전에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지?”
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조건, 그것을 알아내야만 했다.
침착하게 정보를 나열한 그들은 한 가지의 가능성을 떠올려낼 수 있었다.
“현재 던전에 고립된 두 명의 헌터 모두 비교적 낮은 레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8레벨과 20레벨, 파티의 나머지 일원이나 구조대의 헌터 중에서는 그보다 낮은 수치가 없습니다.”
즉, 해당 던전에 걸려 있는 제한은 바로 레벨과 관련된 사항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구조대는 곧바로 협조를 구해 확인에 들어갔고, 그 가설이 사실이란 것을 입증해낼 수 있었다.
“예, 신체 일부분이 통과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두 사람의 레벨은?”
“17레벨과 20레벨입니다!”
그 뒤 더욱 자세한 검증을 위해 몇 차례 테스트를 거듭했고, 마침내 확실한 조건이 밝혀졌다.
“20레벨 이하, 20레벨 이하의 헌터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던전입니다!”
파견된 구조대에 그 조건을 충족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 사실에, 현장에서는 침묵이 감돌았다.
#
C5랭크 던전을 클리어하고, 스틱스 길드의 요한을 땅속에 묻어버린 지도 어느덧 3주가 흘렀다.
그 길다면 제법 긴 시간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던전에 출입하지 않았다.
이제는 좀이 쑤셔온 송하연이 더 난리를 피울 지경이었다.
띠링.
[스승님. 던전 안가세요?]띠링.
띠링.
[저 이번 주도 다른 팀이랑 돌아요?] [그러든지.]송하연은 뭐가 그리 불만인지 툴툴대며 대화창을 떠나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할 일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띠링.
[시간 돼?] [지금 말입니까?]메시지의 대상은 김승민이었다.
집에 초대한 것을 계기로, 김승민과는 이제 반말도 서슴없이 내뱉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인터넷상에서만.
그리고 그런 김승민에게 여유 시간을 물어본 이유는 간단했다.
‘잘하긴 잘한단 말이지…….’
김승민은 챌린저였으니까.
분하지만 지금 당장은 확실히 나보다 뛰어난 인재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나는 최근 김승민에게 게임을 배우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띠링!
[그, 죄송하지만 오늘은 힘들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한동안은 못 올지도 모르고요.] [왜?] [협회에서 긴급 의뢰가 들어왔는데, 상황이 꽤 심각한 것 같습니다. 혹시 들어본 적 없으십니까?]“…난 그런 거 못 봤는데.”
어쩌면 무심코 흘려 넘겨버렸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나는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일절 연락을 받지 않고 있었으니까.
띠링.
[알겠어. 오면 말해.] [예. 알겠습니다.]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생각해보니 의문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C랭크인 김승민한테 도움을 청할 필요가 있나?’
김승민은 불과 이틀 전 C랭크로 승급한 초짜였다. 듣자 하니 3주간 잠수만 타고 있던 나보다도 레벨이 낮을 정도다.
그런데 그런 김승민에게 협회가 긴급 의뢰를 넣었다니, 아무래도 평범한 경우는 아니었다.
“…알 게 뭐야.”
달칵.
【매칭을 시작합니다!】
지금의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기에, 나는 계속해서 게임 삼매경에 빠져들 뿐이었다.
#
콰앙!
“이 일을 대체 어떻게 할 겁니까?”
사흘 전 용산에 나타난 특수 던전 건으로 만들어진 회의, 그 한가운데에서 중년의 남성이 탁상을 내리쳤다.
“그래서 진즉에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너무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고!”
“확실히, 결과론에 불과한 얘기지만 현 상황은 절대로 좋다 볼 수 없을 것 같군요.”
던전의 출입 조건이 밝혀지고 나서, 협회는 20레벨 이하의 전도유망한 신인 헌터들 중 희망자를 모아 구조대를 꾸렸다.
“이미 여론은 이쪽을 물어뜯기 일보 직전이네.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겠지.”
그렇게 특수 던전으로 투입된 8인의 구조대, 분명 협회 차원에서 상급의 장비와 아티팩트마저 지원했지만, 현재 그들은 진입한 지 3일이 지났음에도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C랭크 상위 난이도의 던전이라고는 하나, 크기는 고작 중형이다.
3일 동안 클리어 소식이 없다는 것은, 곧 실패나 마찬가지라 보아야 함이 마땅했다.
“제기랄, 대체 안에 뭐가 있길래 저만큼의 전력이 쪽도 못 썼단 거야?”
그 심정만은 자리에 있는 모두가 같았다. 솔직히 구조대 편성을 반대했던 인원들조차도, 저 조합으로 클리어에 실패하리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으니까.
“…뭐라 말한들, 이미 엎질러진 물은 되담을 수 없겠죠.”
“앞으로의 방안을 생각하자는 말인가?”
“방안은 얼어 죽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잠자코 브레이크가 일어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확실히 최대한의 전력을 모은 구조대가 클리어에 실패했다면 더는 방도가 없다. 클리어 기한이 모두 지나 던전의 몬스터가 현실로 기어 나오지 않는 이상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전무했다.
“브레이크에 대한 대비는 이미 마쳐 두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초기 실종자 2명과 후진입한 헌터 8명, 그들의 생존 여부겠군.”
매정한 말이었지만, 초기 실종자 2명은 사실상 사망이 확정적이라 봐도 무방했다.
허나 후속대 8인은 아직까지 생존자가 남아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김승민과 서윤아를 비롯해 차세대를 이끌 유망주라 평가되었던 특급 신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들을 잃는다면 정말로 큰 손실이었다.
“개개인의 실력도 출중하고, 장비도 지원했으니만큼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되네.”
“허나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물자가 문제겠군요.”
애시당초 그들은 클리어를 목적으로 던전에 진입했다. 당연히 브레이크 시기까지 버텨내기에는 식량 등의 물자가 부족할 것이다.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와중,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던 헌터 협회장의 심복, 서인재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어쩌면 아직 수가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자리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서인재에게 집중되었다.
그 시선들을 감내하며, 서인재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있지 않습니까. 등록 테스트에서 무려 세계 신기록을 뽑아낸 헌터가. 듣자 하니 아직 20레벨을 넘기지는 못했다 하더군요.”
“그건 분명…….”
서인재의 말에 장내가 술렁였다. 그것이 누구를 일컫는지는 다들 알고 있었으니까.
“…귀환자라.”
“확실히 현재까지의 실적만 본다면, 그녀는 이미 C랭크 수준을 넘어서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겠더군.”
“지난번 처음으로 제약이 발견된 던전에서도, 사실상 혼자 보스를 처치했다 했었죠.”
만일 그녀의 증언이 모두 사실이고, 가진 등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면, 확실히 새로운 패가 될 수도 있었다.
잠시 반응을 살피던 서인재는 무덤덤하게 생각해 둔 방안을 제안했다.
“당연히 클리어 목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허나 조금의 지원을 붙여주기만 한다면, 그녀의 언데드들을 활용해 충분히 구조대에 부족한 물자를 운송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자를 가지고 합류해, 브레이크 시기까지 버텨내기로 하자는 이야기인가?”
확실히 일리는 있었다.
구조대로 투입된 인원들이 아직 던전 내부에 생존해 있기만 하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계획이었다.
허나 위험성 역시 높았다.
만에 하나라지만 구조대가 이미 전부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고, 그 안의 환경이 도무지 장기간 버텨낼 수 있을 만한 구조가 아닐지도 몰랐으니까.
그런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 속에서, 서인재가 재차 입을 열었다.
“구조대는 아직 생존해 있습니다. 거기에 앞서 고립된 두 명의 헌터도요.”
“…그걸 어떻게 알지?”
침착하게 자리에서 일어선 서인재가, 프로젝터를 이용해 자신의 단말을 모두에게 공유했다.
위잉.
후우웅.
“방금 막 연락이 왔습니다.”
정확히는 한국에 단 세 명뿐인 S랭크 헌터, 그중 마술사라 불리는 신유하에게서.
“그녀의 점괘가, 현 시각 기준으로 모든 헌터들의 생존을 알리고 있습니다.”
딱히 예언자 계열은 아니었지만, 그녀 또한 특수 능력인 점술을 사용해 인지 밖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말은, 사실상 구조대가 고립된 두 사람과 합류하는데 성공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C3랭크 중형 던전에서 20레벨 이하 헌터 두 명만으로 며칠을 살아남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즉, 그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아직 그 전부가 살아있고, 포기하지 않았다면, 헌터 협회로서 그들을 버린다는 선택지는 있을 수 없었다.
“…….”
협회의 새로운 방침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