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assi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6
한편.
백서하가 속해 있는 청백(淸白) 길드의 1 공격대는, 매우 순조롭게 B3랭크의 던전을 공략해나가고 있었다.
“예상보다 꽤 빠르네요. 이대로라면 내일 안에 마무리도 가능하겠는데요?”
“선발조 말로는 보스룸 탐색도 끝났다고 하니, 체력을 회복한 뒤에 공략 끝마치도록 하죠.”
탐색 결과 이번 던전의 보스는 퍼펫 스파이더.
딱히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무난한 난이도의 몬스터였다.
맵 리딩도 끝났으니 사실상 경계할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곧 리더의 지시가 내려졌고, 백서하 또한 장비를 갈무리하며 오늘의 공략을 끝마치고자 했다.
바로 그 순간, 백서하의 목에 걸려있던 아이템의 보석이 부서졌다.
“어, 서하야. 너 그거…….”
그것의 의미를 알고 있는 채화련이 깜짝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떴고, 백서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던전? 던전에 갇힌 거야?’
보석이 부서짐에 따라, 아이템의 효과로 현재 백은하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위치는 자택의 근처, 아무래도 던전 시드가 개화할 때 근접거리에서 휘말린 듯했다.
백서하의 판단은 빨랐다.
‘…지금 간다고 해봤자 뭘 할 수 있지?’
사실 그게 당연했다.
아직 들어와 있는 B랭크 던전의 공략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
직접적인 행동으로 제 오빠를 구해낼 수 있을 확률은 희박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백서하의 몸은 이미 던전의 보스룸을 향해 단독으로 돌격하고 있었다.
던전 사태로 부모마저 잃은 그녀에게 있어, 더이상은 이성이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으니까.
“백서하! 어디 가! 당장 멈춰!”
때아닌 돌발 상황에 길드원들은 당황하며 그녀의 뒤를 따랐지만, 백서하는 무척이나 빨랐다.
키에엑!
키익!
‘거슬려.’
보스룸의 위치를 안다고는 하나, 아직 그곳을 가로막는 몬스터들이 남아있다.
포이즌 스파이더 두 마리와 스파이더 헤일로 세 마리. 제각각 B랭크에 속해 있는 몬스터로 절대 무시할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백서하는 알고 있었다.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어.’
자신이 전력으로 임한다면, 그것들은 절대 위협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콰앙!
퍼버벅!
푸확!
온몸의 근육에 힘을 준 채 일순간의 도약, 그리고 급소만을 노려 창을 내지른다.
이제 막 독을 뿜어내려던 포이즌 스파이더는 몸에 큼지막한 구멍을 세 개나 선물 받은 채 곧바로 절명했다.
아마 자신이 어찌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의 빠르기였다.
그맘때쯤 겨우 그녀를 따라잡은 일행이 볼 수 있었던 것은, 마치 신의 경지에 이른 듯한 기예였다.
푸화악!
두 방향에서 동시에 내뿜어진 독, 그리고 후방을 노리는 거미줄의 틈새를 파고들며 돌진하고.
서걱!
급제동으로 페이크를 걸어 벽을 타고 달려든 헤일로의 앞다리를 아슬아슬한 간격에서 피한다.
퍼어억!
푸확─!
그리고 신속의 찌르기.
마치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스파이더 헤일로의 몸체가 터져나갔다.
제정신이 박혀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시도하지 않을 곡예, 그러나 그 효과는 확실했다.
그러한 과정이 몇 번이고 더 반복되어 이어졌을 때, 이미 길목에 남아있는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도륙이었다.
“쟤, 쟤가 저렇게 강했었나?”
“……”
황급히 뒤쫓던 백서하의 동료들은 그런 그녀를 보며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렇게 난폭하고 잔인한 백서하는, 이제껏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보스룸까지 파죽지세로 전진하는 백서하를 뒤쫓아가며, 채화련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어쩌면 이미, 그녀의 본 실력은 S랭크에 진입해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
언데드 던전에 끌려들어 왔다는 것을 깨닫고 미묘한 감상에 빠져있던 나를 환영해준 것은, 조악한 검을 든 스켈레톤이었다.
“…….”
보아하니 워리어는 아닌데.
말 그대로 그냥 검을 든 스켈레톤이었다.
베이식. 기본 옵션. 마치 500원짜리 소프트아이스크림과도 같은 때 묻지 않은 순정.
“…그렇게 높은 랭크의 던전은 아닌 건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상대라면 솔직히 맨몸으로도 상대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기긱!
스켈레톤은 꼴에 나를 적이라고 인식한 것인지, 그 작달막한 다리를 움직이며 내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이, 왠지 모르게 몹시도 같잖게 느껴졌다.
“…선 넘네.”
이게 어디 하늘 같은 선배님도 몰라보고!
후웅.
휘이익!
그대로 침착하게 공격을 기다린 나는 스켈레톤의 칼질을 손쉽게 피하며 팔과 목을 잡고 본체를 엎어쳤다.
콰아앙!
우드득!
“으헥.”
생각보다는 좀 무거웠기에 숨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공격은 깔끔히 들어갔다.
나는 부서진 스켈레톤의 손아귀로부터 검을 뺏어낸 채 그대로 마무리를 지었다.
와득!
“별것도 아닌 게.”
솔직히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이길 줄은 몰랐는데, 조금은 뿌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던 찰나 나는, 한 가지 이상한 사실을 깨달았다.
‘확실히 예전부터 어떨까 싶긴 했는데…….’
아무래도 몬스터를 상대로는, 그 특유의 정신적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흐.”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했다.
고작 이런 스켈레톤이 출현하는 던전에, 내 정신 상태도 만전. 인간이라는 이름의 디버프 토템들도 없다.
“후후.”
이건 그야말로, 적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이 싸늘하고도 묵직한 감각…….”
상당히 빈약하고 조악한 검이었지만, 그 덕분에 내 근력으로도 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무래도 검성도 한 수 접어주었던 내 검술 실력을 뽐낼 때가 온 것 같았다.
드드득.
기긱!
긱!
때마침 적이 다가온 모양이다.
나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고, 잠시 후 적의 정체를 확인하곤 냅다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타다닥.
“헉.”
워리어가 세 마리, 아처가 두 마리, 거기에 메이지까지.
아무래도 그렇게 저랭크 던전은 또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흐. 흐악. 후.”
그렇게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달린 후에야, 몬스터의 시야에서 겨우겨우 벗어났다.
달리면서 느낀 것인데, 이 던전은 고랭크가 아닌 것치곤 상당히 넓었다.
거기에 언데드 던전이라 그런지, 몬스터가 넓게 분포되어있다기보다는 몰려다니는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런 식으로 도망 다니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곤란하네…….”
그렇게 대단한 던전으론 보이지 않았지만, 약해빠진 지금의 내가 클리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챙겨온 마석이 세 개 전부였다면 모를까, 고작 하나뿐이었으니까.
‘기다리지 뭐.’
어차피 이 정도 랭크의 던전이라면 인근 헌터들이 소집되어 금방 클리어해 줄 것이다. 그 정도를 버텨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통로의 기둥 사이 숨을 만한 곳을 찾아내 진입하려던 찰나, 그곳에 있던 선객을 발견했다.
“힉! 아. 그, 그쪽은!”
나를 보며 새된 비명을 토해낸 소녀, 아까 전 견습 헌터 일행을 따라갔던 여학생이었다.
에이 씨. 디버프 토템.
나는 여지없이 솟아오르는 감정의 변화에 저항하며 후드를 더욱 눌러썼다. 그리고 얼음장 같은 기세로 물었다.
“그, 저기……. 아, 아까 전 사람들은…요?”
정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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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대답은 상당히 예상외였다.
떨리는 몸으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읊어주는 소녀.
그녀의 말에 의하면, 견습 헌터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전부 죽었거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듯했다.
‘그렇게까지 위험한 던전은 아닐 텐데, 이렇게 한순간에 당했다고?’
내 상식선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였다.
물론, 고작 스켈레톤 시리즈라 해도 이곳의 사람들에게는 위협적인 적일지 모른다.
솔직히 견습이나 신입 헌터라면, 무기를 든 일반인 두 세 명에게 고전한다 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
육체 스펙이 아닌 경험의 문제였다.
하지만 아까 전의 견습 헌터는 던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충분해 보였다.
그런 이가 주도하는 일행이 이렇게 넓고 한적한 던전에서 순식간에 전멸했다?
아무래도 단순히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다.
“무, 무서운 게 있었어요…….”
“…….”
“아주 커다란 해골 병사가 순식간에 덮쳐와서는. 흡.”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고운 얼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커다란 해골 병사?
그 말이 사실이라면 십중팔구 스켈레톤 자이언트다.
그렇지만 스켈레톤 자이언트는 턱걸이라 해도 B랭크의 몬스터다. 하위 던전에 등장할 리가 없다.
‘하위 던전이……아니라고?’
그렇다면 아까 전 보았던 오리지널 스켈레톤과 스켈레톤 워리어 등등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들은 스켈레톤 자이언트와는 반대로 하위 던전에 출몰하는 언데드들이었다.
허나, 그들이 한 데 모여 상위 던전에 출몰하는 경우가 있다면.
‘고위 언데드가 있다.’
그것 이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스켈레톤 병사부터 자이언트까지, 원래부터 던전에 있던 몬스터가 아니라, 또 다른 존재의 소환수라면 이치에 맞았다.
즉, 그 모든 것들을 소환한 존재가 이 던전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만일 그게 정말이라면 단순히 주변의 헌터들로 구조대가 편성될 일은 없다,
적어도 제대로 준비된 전력이 모여야만 던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소녀는 숨을 죽이며 그 자리에 숨어 있었고, 시간은 흘러만 갔다.
그렇게 구조대의 소식 없이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 하위 던전 아니구나.‘
쿵!
쿠웅!
그와 동시에, 거대한 중량을 내포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