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89
Chapter 189 – 연합(3)
「음양신공(S)」은 음과 양의 합일을 뜻한다.
간단하게 직역하자면 남녀 둘이서 19금 같은 일을 해서, 서로의 능력을 키운다. 만약 내 재능에 절륜과 관련된 능력이 있다면 나도 써먹었을지도 모를 노릇…….
그러다가 상태창 한 칸에 있는 「무한 정력(S)」이 떠올랐다.
“…….”
진짜 저건 볼 때마다 어이가 없네.
19금 같은 쪽에 특화되어있지만, 그래도 훈련할 때 지치지 않게 해줘서 굉장히 유용한 특성이기는 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때가 많았다.
가령, 애들이 작정하고 유혹할 때는 나도 「영존(S+)」으로도 다스리기가 힘들었다.
‘재능을 하나 더 사야 하나.’
그런 고민이 들 정도였다.
아무튼 나는 인원들을 소집하고, 대충 협회에 이런 내용이 왔다는 것을 알렸다.
“그럼 천마 님을 보필하는 사람은 저와 마공녀, 악마 단탈리안과 서가연 길드원 정도겠군요.”
“그렇지.”
“나쁘지 않은 인선입니다. 악마는 어차피 불멸의 존재니, 여차하면 단탈리안을 던져서 저희의 생존을 도모할 수 있기도 하고요.”
“……뭐라고? 바알도 그런 짓 안 해! 이 악마보다 더한 놈들!”
“우리 천마 님을 감히 악마와 비교하는 것이냐?”
일장로가 화내는 포인트가 이상했다.
“아무튼 그리 알고 있어. 시기는 다음 주부터야.”
“네, 알겠습니다.”
“그전까지는 훈련에 매진하고.”
간단한 지시사항을 내리면서 나는 한국 영웅학교로 떠났다.
‘꽤 오랜만이네.’
학교를 가는 게 감각이 낯설었다.
내가 지금 1학년생임에도 어울리지 않은 무력을 갖춘 것이 첫 번째. 둘째는 내가 학교에 많이 가지 않아서.
‘등교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내 공방이 학교에 있기 때문이다.
워프 게이트를 타고 학교로 이동했다. 공방은 여전히 깔끔했다. 가끔이지만 나뿐만 아니라, 황제인 서예빈이 이곳에 재료를 채우러 오거나, 교감이 재료를 갖고 와서 오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아무도 없군.’
나는 공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온갖 마법 장치가 걸려 있는 금고에서 재료들을 꺼냈다.
일전에 악마의 탑에서 죽였었던, 표공의 부산물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늘 내가 할 일은 간단했다.
이것들을 연금술로 제련하는 것이다.
몸을 풀면서 천천히 재료를 만졌다. 가장 먼저 표공이 가지고 있었던 손톱. 이것은 길이가 2m가 넘어가면서도 어마어마한 경도를 지녔다. 그다음은 뼈다. 악마의 뼈는 그 강도가 높아서, 쓰기 좋다. 이것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이것들로 무기류를 만드는 것이다.
‘라고 알려졌지.’
실제로 무기로 만들어도 된다.
그러나 나는 이것으로 다른 것을 만들 것이다.
무기로 만드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나에게는 지금은 미묘해진 흑천신검이랑 사계의 검이 존재한다. 사계의 검보다는 그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나나 교감의 실력으로 흑천보다 효율성이 좋은 무기를 만들기도 힘들다.
나는 자리를 잡고 손톱을 가공했다.
“────.”
룬어를 읇는다. 강화의 룬과 지속의 룬이 손톱과 뼈에 새겨진다.
이곳에 시약을 들이 붇는다. 황금의 마력이 손톱과 뼈에 깃들기 시작한다.
‘간단해.’
내가 만들 것은 간단하다.
그릇.
넓은 그릇을 만들 것이다. 이곳에 막대한 힘을 품은 그릇 하나면 만족한다.
「음양신공(S)」의 그릇을 만들 거다. 설화련이 품은 극빙의 기와 홍유화가 품은 홍련의 마력을 조화시켜서 만들 그릇.
우우우웅!
마력으로 재료를 가다듬는다. 황금빛의 마력이 손톱과 뼈를 조금씩 뭉개고, 모양을 잡기 시작한다. 거대한 그릇. 아직은 구멍이 뚫려 있는 그릇이다.
그릇에 룬어를 새긴다.
그릇에 새겨진 룬어가 제각각의 성능을 발휘하며 그릇의 성능을 끌어올린다. 룬어가 스며들면서 마력이 폭증한다.
부웅!
그릇이 떠오른다. 재료들이 고스란히 간직한 마력이 연금으로 변환된다. 악마가 가진 마기가 마력으로 변하면서 그릇을 조형한다. 튀어나오는 마력으로 그릇에 회로를 그렸다. 마력 회로들을 새겼다.
파직.
그러나 아직 연금 스탯이 낮다. 미약하게 마기가 반발하는 것은 역천의 기로 잡는다. 무예의 원으로 감각을 나노 단위로 나누면서 그릇을 조형한다.
‘괜찮은데?’
아공간에서 흑천과 봄의 검을 꺼냈다. 흑천을 붙잡고, 의념을 증폭시키는 의혼을 발동한다.
봄의 검을 붙잡는다. 어마어마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생명력을 그릇에 담는다. 이 생명력은 훗날 홍유화의 홍련의 마력과 설화련이 가진 극빙의 기를 붙잡아줄 것이다.
거기까지 제련을 마친 나는 잠시 쉬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해버려서 지쳤다. 몸은 스탯빨로 멀쩡하지만, 정신이 문제였다.
“뭐야, 누가 들어왔나?”
조금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드워프의 혈통을 이은 교감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자신의 키만큼이나 목소리가 낮았다.
“어……진리 님이셨구나.”
“아, 안녕하세요.”
“…….”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교감은 옷가지를 잠시 정리하고는 나를 바라봤다.
“오늘은 무슨 용무로……?”
“이걸 만들려고요?”
“그릇? 뭐야, 이건? 느껴지는 마력이 어마어마한데. 언어 자체에 느껴지는 힘? 그런 게 느껴지는데? 설마 이거 룬어야?”
“네.”
“역시 연금술사의 신이라는 건가. 아직 룬어를 제대로 다루는 애는 못 봤는데…….”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눈이 반짝거렸다.
이렇게 보니 천상 공돌이였다.
“이거 내가 도와줄 게 있을까?”
“도와주시면 저야 좋죠.”
나는 교감을 보면서 웃었다.
연금술사들이 물약 제조에서 인챈트라는 테크를 탄다면, 대장장이들은 무기나 방어구 제작에서 한 단계 위의 테크를 탄다.
바로 에고 부여.
무기나 방어구 따위에 말을 잘 듣는 에고를 부여한다. 흑천같이 말 듣지 않는 애 말고, 영천같은.
-주인?!
흑천이 경악했지만, 나는 무시하면서 에고 부여에 대해서 생각했다.
얼핏 보면 무기나 방어구에 영혼을 부여한다는 게 별거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전투에서도 별 쓸모없는 경우가 있고. 그러나 에고 웨폰의 진정한 성능은 영혼을 부여하는 것 그 자체에 있다.
영혼이 부여되면 무기 자체의 성능이 달라진다.
교감을 나누면 주인이 위험할 때, 스스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해지고.
‘교감이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교감을 바라봤다.
홀린 듯한 눈으로 그릇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만간 곧 그 경지에 이를 것 같은 느낌이었다.
*
그릇에 온전히 집중하라고 나는 자리를 비켰다. 학교를 걸어 다니니 뭔가 신기한 기분이었다.
지금쯤 다들 수업하고 있을 텐데 말이지.
묘한 감각을 느끼면서 정원을 거닐고 있는데, 익숙한 기척이 느껴졌다. 에르실과 홍유화가 보였다.
저 둘의 조합은 좀 이상한데.
“어머, 서하 씨, 웬일로 학교에 오셨어요?”
“그러게…….”
홍유화가 의아해하며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 이전과는 다르게 거리가 느껴지는 몸짓이었다.
눈은 좀 달랐고.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사건이 있었다.
단탈리안을 붙잡은 사건 때, 전생의 내 모습을 홍유화는 약간이나마 봤다. 전 여친하고 같이 다니는 장면을.
‘그런데 왜 거리감이지?’
애인쯤이야 한 번쯤은 사귈 수 있는 거 아닌가……전생의 나이 27이었음에도 애인을 세명 밖에 못 사귀어본 나는 연애 경험이 지극히 적었다.
“뭐예요. 갑자기 둘 사이 왜 이렇게 어색해요.”
“아니. 서하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갑자기 폐요?”
“내가?”
내가 의아한 눈으로 홍유화를 바라보자, 홍유화가 당황했다.
“아니, 너 지금 여자친구 안 사귀는 거…….”
홍유화가 말하려다가 멈췄다. 에르실의 눈치를 봤다.
내 이야기니 에르실 앞에서 이야기하기 꺼려진다는 이야기겠지.
“여기서 이야기하긴 좀 그런데.”
“둘만의 비밀이라는 건가요. 저 좀 서운한데. 흑흑”
에르실이 눈물을 흘리는 시늉을 했다.
“별거 아니야. 그런데 둘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냥 가문에 대한 이야기랑 이것저것? 아, 협회에서 이번에 조직 꾸리는 거 들었어요? 이번에 저랑 유화도 참전해요.”
“나도 들었어. 백지연 씨가 이번에 왔거든.”
“검후 님이요? 진짜 엄청나네요? 그 정도면 한국에서 10대 길드 정도에 들지 않나요?”
“그래?”
하긴, 우리 길드 전력은 일반적이지 않다.
검후, 백져연이 아니라 그녀가 속한 팀원 전체를 데려와도 은하 길드 내부에서 싸운다면 누구 죽는 이 없이 상대들을 몰살시킬 수 있으니까.
“그럼 길드 전체가 움직이는 건가요?”
“아니, 인원을 차출해서. 설화련은 이번에 못 나오고, 나랑 서가연 정도?”
“흐음, 서가연 씨 말고 또 여성분은 있나요?”
“있지?”
마공녀의 전력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니까.
위천의 여단과 싸울 때 잠깐이지만 전체를 상대로 버틸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그 애는 진짜 부하니까 그런 눈으로 안 봐도 돼.”
“그런 눈이 뭔데요?”
나는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남친이 다른 여자랑 놀러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너무 나갔다.
“아무튼 협회에 들어갔으니까 잘 부탁해.”
“뭐어, 저도 잘 부탁드려요. 저를 제외하면 사실 저희 길드 전력이 빈약하거든요. 이번에 원탁 쪽에서 제법 힘을 써가지고 사실 전력이 2명분 정도밖에 안 되어요.”
“괜찮아. 에르실 하나로도 충분하니까.”
“어머.”
그녀는 겉으로는 상격에 닿을까 말까 한 수준이지만 실제 전력을 그렇지 않다.
그녀의 내부에는 초월자인 멜라니가 잠들어 있으니까.
“그렇게 칭찬하셔도 뭐 안 나오는데.”
“? 바라지도 않았어. 사실을 말한 것뿐이니까.”
“어머머.”
“그런데 잠깐 유화랑 얘기할 수 있을까?”
“……..뭐, 좋아요. 이번에는 제가 양보해드릴게요. 기회는 제법 있는 것 같으니.”
에르실은 그 말을 끝으로 총총걸음으로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나는 자연스럽게 역천의 기로 주변의 기막을 쳤다. 역천으로 만든 기막은 초월자들조차 엿보거나 엿듣지 못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쉽게 들키는 단점도 있다.
초월자들의 기감 사이에서 이 기막의 크기만큼 모든 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 얘기가 뭔데?”
“응? 아니, 이번에 그릇을 만든 건데 도움이 필요해서 말이야.”
“내 도움?”
홍유화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다른 누구도 아닌, 유화 네가.”
“조, 좋아. 내가 그렇게 필요하다면 뭐.”
홍유화가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입꼬리가 씰룩거리고 있었다.
잘됐네.
나는 웃으면서 홍유화를 공방에 보내고, 설화련에게 전화를 걸었다.
-화련?
-네, 어르신. 그간 만수무강하셨습니까. 저는 여전히 길드에서 어르신이 가르쳐준 대로 수련을 마치고 있습니다.
-잠깐 나 좀 도와줄 수 있을까?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는 거군요. 이 한 몸을 바쳐서 어르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고맙네. 화련이의 도움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그럼 이곳으로 와줄 수 있어?
-예, 어르신!
*
그리고 현재.
지금 이 상황에 처해있다.
“빨리 선택해. 쟤야, 나야?”
“헛소리하시는군요. 어르신은 저희 가문의 어른. 당연하게도 저를 선택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건, 이건 저희가 변호할 수 없는데요?
-이 정도면 타살이 아니라 자살이 아닌가? 주인은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