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4
Chapter 24 – 서가연(1)
마인의 시체가 재가 되어 바람에 흩날린다.
마인의 최후란 으레 이렇다.
그들은 이 세계의 것을 사특한 것에게 바쳐서 힘을 얻은 이들.
그들의 죽음은 안식조차도 허락받지 못한다.
띠링!
[보상으로 5,000P가 지급됩니다.] [믿을 수 없는 기록을 달성! 시민의 피해를 최소화하였습니다. 추가로 10,000p가 지급됩니다!] [홀로 마인을 감당했습니다! 보상이 업그레이드됩니다.] [개념스탯 역천이 3 상승합니다.]포인트가 많이 들어왔다.
이걸로 적당한 기예 하나를 살까.
“…….”
보상을 내리다가 멈칫했다.
역천 스탯이 증가했다.
그 말을 본 순간 몸 안에 있는 역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뭣?
흑정.
엄지손톱만한 구슬이 크기를 불리며 엄지 손가락 한 마디 크기가 되었다.
-무슨 일이지? 역천이 증가했어?
당황해하는 흑천마검을 뒤로하고 나는 생각을 바꿨다. 이러면 차라리 스탯을 올리는 게 더 나을 수 있겠는데.
“마, 마인이 죽었다! 믿고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영웅님! 당신은 강남의 영웅이에요!”
여기저기 시민들이 웅성거렸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얼굴을 노출하기는 싫은데.
나는 다차원 유료 상점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눈여겨 봐뒀던 일회용 비밀유지 장치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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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도주 장치(B-)】
전자마녀가 만든 도주장치.
:모든 현대 문물에서 사용자의 모습을 지운다.
:마력을 개화하지 못한 일반인들이 사용자의 모습을 흐릿하게 인식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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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인데도 1,000p나 든다.
드럽게 비싸네.
아니, 그만큼 효과는 확실하겠지.
나는 아이템을 사용했다.
효과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다차원 유료 상점이니 성능은 확실하겠지.
나는 후드티에 달린 모자를 푹 썼다.
‘시간을 너무 지체했나.’
영웅들이 곧 올 거다.
슬쩍 빠져나가야지.
영웅 취급을 받는 것은 좋지만, 아직은 너무 이르다.
내 신상이 마인들에게 노려지고, 마인의 대적자라고 의심을 받는다면, 온갖 마인들이 날 노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서가연에게 굳이 강요하지 않았던 게 그 이유였지만……지금은 좀 달라졌다.
난이도가 생각보다 너무 높다.
이 퀘스트가 튜토리얼임을 고려한다면 진짜 위험해지는 날이 얼마 안 가서 오겠지.
‘어떻게 꼬셔볼까.’
서가연을 어떻게 꼬실까 생각하면서 골목길로 걸어갔다.
***
“쯧.”
연기가 나는 도심지 중앙.
그곳에서 정장 차림의 여성이 담배를 꼬나물고 한숨을 푹 쉬었다.
“흑마련 놈들 요즘 왜 이리 난리냐.”
“예언 때문입니다.”
“마인들을 모조리 멸절시킬 재능을 가진 이가 곧 등장할 거라는 예언?”
백지연은 피식 웃었다.
고작 재능 하나로 그게 해결될 일인가.
옛날 유명하던 대영웅도 마인들을 다 근절시키지 못했다.
백지연은 자조하고는 걸었다.
“검후(劍后)다.”
“맙소사. 마인 두 명이 난동 피운다고 검후가 나온다고?”
길드에서 나온 이들이 수군거렸다.
“그러고 보니 보고받은 바로는 중격이 두 명인데……고작 학생들이 놈들을 잡았다고?”
“네, 그렇습니다.”
백지연은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한국영웅학교 학생들이 장난 아니라고 들었다.
어지간한 애송이는 관심도 안 주던 협회장이 관심 있게 본다고 할 정도였으니, 그 수준이 알만했다.
“네, 시민들의 제보에 의하면 시민들을 인질로 잡은 마인은 한 명이서 잡고, 다른 마인은 학생 네명이 함께 잡았다고 합니다.”
“……뭐?”
백지연은 입에 문 담배를 떨어트렸다.
학생들은 그 수준이 높아도 보통 하격 영웅이거나 영웅조차 못된 헌터들의 생활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마인을 단신으로 잡았다라?
“그리고 이상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상한 사실?”
“예. 마인을 홀로 상대한 학생이 모든 전자기기에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뭐?”
“정황상 이서하 학생이 맞는 것 같은데……그래서 이게 좀 애매해 졌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그건 내 앞으로 달아 놔. 나중에 알아볼테니까.”
전자마녀가 개입했나?
걔는 이미 잠든걸로 아는데.
“뭐가 되었든 귀찮게 된 상황이군.”
백지연은 복잡한 머리를 헝클고는 정리를 시작했다.
“야, 상금 주는 거 있지?”
“네. 마인을 소탕했다고 증명하면 바로 나옵니다.”
대한민국은 좁다.
협회는 항상 한국의 안전을 위해서 온갖 노력을 하지만 모든 사건을 예방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길드를 만들 수 있게 풀어주고 마인이나 괴수가 나온다면 상금을 주는 식으로 사건을 해결했다.
“그거 올리자.”
“네, 가능합니다. 흑마련놈들이 날뛴 게 바로 서울 강남이니까요. 흑마련 정도면 이름값이 꽤 있으니까요.”
“그리고 마인 혼자 잡았다는 놈 상금도 나한테 일단 달아놔. 원로원장에게 말해두면 알아서 할거야. 잡았다는 놈은 내가 한 번 알아볼테니까.”
비서가 눈을 반짝였다.
“은근 슬쩍 영입제안은 어떻습니까? 백지연 님이 직접 나서주시면 그림이 아주 좋습니다. 한국에서 상격 중 가장 유명하시잖아요? 그리고 여성이기도 하고.”
“성별이 무슨 상관인데?”
“원래 그 나잇대의 청소년들은 성인 여성들을 동경하기 마련이니까요.”
“……쯧.”
백지연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행동에 비서가 어디론가 문자를 넣었다.
“맞다, 그 학교에 걔도 있지? 미국에서 온 성기사.”
“천국 말입니까?”
“천국이나 미국이나. 쯧, 암튼 걔 있지?”
“네, 있습니다.”
“걔 등수가 몇이지? 친척이 걔 좀 챙겨달라고 했었는데.”
“아마 7등일 겁니다.”
“그놈이? 걔 미국에서 천재라고 불리는 놈 아냐? 한국학교와의 차이를 보여주겠다고 신학교를 걷어차고 여기 입학한 놈이잖아.”
“이번 기수 학생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아까 전에 말했던 이서하는 신기록을 죄다 갈아치웠을 정도니까요.”
“어느 정도길래?”
“1분대를 기록했습니다.”
“뭐?”
백지연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1분? 자신의 최고 기록이 몇 분이었더라.
5분 초반대였다.
그때가 3학년 2학기였었고.
그럼에도 그녀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다는 기재라고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1학년이 고작 1분대?
“누군지는 몰라도 괴물같은 놈이군.”
“그러니까 백지연 님께서 꼭 나서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또 길드들한테 빼앗길 테니까요.”
“쯧.”
백지연은 품에서 막대사탕을 꺼내 입에 넣었다.
맘에 들지 않지만, 길드에게 빼앗기면 영감이 한동안 잔소리를 할 테니, 자기가 들러야겠지.
“알았어, 스케줄 잡아놔.”
“넵, 알겠습니다. ”
이서하라.
백지연은 이름 세 글자를 머릿속에 새기며 정리를 시작했다.
***
“오늘 꼭 해야 되는 거야?”
-엄살은. 지치기는 했지만, 그 포션으로 원기는 회복을 했잖은 가. 이럴 때 훈련해야 훗날 피를 덜 흘린다.
흑천마검의 말에 나는 한숨을 쉬며 연무장으로 들어갔다.
펜트하우스.
나는 지금 기숙사로 돌아왔다.
내가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작은 기적. 밍기적거리면서.
흑천마검의 말에 동의한다.
원래라면 어려움 난이도에서 이런 캐릭터로도 팬티 한 장과 단검만 있어도 다 잡는 건데.
쯧.
한숨을 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옷을 갈아입었다. 양말에 귀찮으니까 위에 후드티 하나를 걸쳤다.
바지는 날이 좀 풀렸으니까 반바지로.
-그놈의 후드티 좀 그만 입을 수 없나?
“이게 왜?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 그리고 남에게 잘 보일 사람도 없고.”
-그 나잇대면 으레 이성에게 신경을 쓰기 마련인데.
나는 흑천마검의 말에 피식 웃었다.
만약의 내가 이 세계에 빙의 당하지 않았다면 나도 그랬을 거다.
-그런데 나갈 건가?
“응.”
펜트하우스에는 공기청정기가 있는데다가 항시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지만, 뭐라고 해야 될까.
뛰는 맛이 없다고 해야 되나.
밖은 풍경 보는 재미라도 있기도 했다.
나는 핸드폰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이번에 밖에서 사온 블루투스 이어폰을 챙겼다.
기숙사 바깥으로 나오니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서가연.
그녀가 운동복을 입은 채 뛰고 있었다.
“안녕.”
“어, 아, 안녕.”
서가연이 당황해 하며 인사했다.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좋은 기회군.’
“조깅하는거야? 같이 해도 될까?”
“어? 어, 무, 물론이야.”
나랑 서가연은 같이 뛰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서가연이 어느새 저만치 멀리 가 있었다.
“…….”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서가연이 지금은 이 학교의 열등생이라고 불리지만, 나보다는 체력이 우월하단 걸.
그리고 비참한 것은 또 있었다.
서가연이 슬슬 느리게 걷더니 나와 발을 맞춰주기 시작했다.
“…….”
남자로서 짙은 패배감을 느낀다.
진지하게 이번에 얻은 포인트로 체력과 관련된 능력치를 올릴까-고민하던 중이었다.
서가연이 입을 열었다.
“서하야. 너, 연금술에 대해서 잘 알지?”
“응, 그럭저럭 하지. 뭐 궁금한 게 있어? 아는 거면 답해줄게.”
“저, 저번 실습시간 때 말이야. 회복 포션에다가 슬라임 점액을 넣었는데 독약으로 만들어져서…….”
“……여과 처리했어?”
“응?”
“그거 안 하면 독성이 생겨서 독약으로 변질돼. 아마 나눠준 키트에 있을 텐데? 여과 처리기라고 거기에 물 넣으면 키트에 있는 마법이 반응해서 독약을 걸러주는 성분으로 바뀌어. 다음에 한 번 해봐.”
“그, 그렇구나.”
슬라임 점액을 쓸 때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모르면 그럴 수도 있지.
“서하, 너, 너는 뭐든지 다 잘하는구나.”
짙은 패배감. 그리고 열등감이 섞인 목소리다.
“앗, 아, 아니야! 미, 미안해. 바, 방금 한 말은 잊어줘.”
서가연이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나도 못하는 건 못해. 가령 달리기라던가.”
나는 서가연을 바라봤다.
서가연은 올곧은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마법 한 번 배워볼래?”
“마법……?”
“어. 저번에도 말했지만, 너는 재능있는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기에 재능만 따지면 홍유화보다 더 대단해.”
“내가?”
“어. 내 말 한번 믿어봐.”
“…….”
서가연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줄게.”
물론 도와달라고 하지 않아도 강제로 도와줄 거다.
거절은 받지 않는다.
“어, 고, 고마워.”
서가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 주 주말은 서가연이랑 던전을 가야겠다.
나는 서가연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마력을 개화하는 일은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죽을 위기에서 각성하는 것.
서가연이 지닌 ‘별의 마력’은 그중에서도 ‘마’와 연관이 있는 것들과 부딪쳐야 한다.
‘즉,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인한테 죽기 직전까지 굴러져야 된단 이야기지.’
서가연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 지금 많이 웃어두렴.
나도 서가연을 보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