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327
327. 통합
한참 동안 연주를 하던 고래 아가씨와 맘모스가 우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고래 아가씨와 맘모스가 호숫가를 빙 둘러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고마워요. 덕분에 제 인연을 찾을 수 있었어요.”
고래 아가씨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로 다른 집단과 문화가 통합되고 있는 지금, 저도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됐네요. 이걸로 은혜를 다 갚는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감사의 뜻으로 이걸 받아주세요.”
고래 아가씨가 산호와 구름, 파도로 이뤄진 하프를 내밀었다. 그리고 옆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던 맘모스는 양손으로 자신의 상아를 움켜쥐더니 당기기 시작했다.
“어어어어? 뭐, 뭐 하는 거예요?”
당황한 내가 손을 뻗으며 말렸다.
뿌드득!
맘모스가 양쪽 상아를 뽑아버렸다.
설마 했는데 진짜 뽑을 줄이야.
“대체 왜…?”
내가 당황하는데 맘모스는 해맑게 웃으며 상아를 내밀었다.
“설마… 이거 주시는 거예요?”
맘모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지켜보던 고래 아가씨가 웃음 섞인 목소리를 냈다.
“뭐든 그렇죠. 꼭 해야 해서 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어서 하는 게 많잖아요. 보답을 드리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도왔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수준인데, 너무 큰 선물에 고마울 따름이었다.
도로로롱.
지율이가 하프를 튕겼다.
“빠아! 이것 봐!”
지율이에게 맞게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귀여운 하프 소리가 울렸다.
“소리 좋다! 그치!”
“그러게.”
나는 고래 아가씨와 맘모스를 보며 고개를 살짝 꾸벅였다.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하죠. 정말 고마워요.”
고래 아가씨와 맘모스는 둘이 찰싹 달라붙어 어깨동무를 했다.
아무래도 둘은 여기서 더 시간을 보낼 듯해서 우리가 비켜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또 만나요!”
지율이가 소리치자 고래 아가씨가 지느러미를, 맘모스가 손을 흔들었다.
몸을 돌려서 돌아오는데 대체 맘모스는 언제부터 부섬에 살았는지 참.
원래도 호수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하긴, 휴도도 처음보다 훨씬 커진 상태다.
아마도 싹이의 성장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확히는 싹나무.
싹나무의 굵고 긴 뿌리를 감당하려면 땅이 넓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상 싹나무와 휴도는 함께 성장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싹이가 곧 싹나무이니 겉으로는 그대로여도 계속 성장 중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우끼끼!”
“카카캇!”
“샤아아악.”
오공이, 불숭이, 불마뱀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부섬을 뒤로했다.
* * *
경기도에 위치한 비밀 연구기관.
“너 이 자식…!”
고성우가 미간을 잔뜩 좁히고 눈썹을 치켜들었다.
“그런 식으로 그냥 어물쩍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아?”
악어인간의 세상과 이어져 있던 보랏빛 차원문이 소멸됐다.
그와 동시에 악어인간은 항복을 선언.
“내가 아무리 강해도 혼자서 한 세상과 겨룰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 내가 살아남을 방법은 하나뿐이겠지. 나는 이곳의 룰에 따르기로 결정한 것뿐이다. 뭐가 문제가 되는가?”
“아까까지 나를 죽이려고 하고, 이 세상을 지배하려고 했던 거잖아?”
“그렇다. 우리 종족이 이주할 기회라고 여겼다.”
“뭐어…?”
“하지만 보다시피 실패했다. 우리 차원을 벗어난다는 것이 이치에 어긋난 일이었던 거겠지.”
“……무슨 뜻이냐?”
악어인간은 그 누구도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가장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차원문의 발생은 단순한 우연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고성우와 주변에 있던 헌터들 그리고 연구원들 모두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헌터 협회장 전노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당당하게 앉아 있는 악어인간 앞으로 다가섰다.
“자세히… 얘기해줬으면 좋겠는데.”
“안 한다면? 고문이라도 할 건가?”
잠시 정적이 흘렀다.
“샤핫핫핫!”
악어인간이 크게 웃었다.
“걱정 마라. 일을 어렵게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이런 것조차 모를 줄은 몰랐는데.”
차원문은 일정량 이상의 힘이 한 군데 모여 차원에 균열을 일으켜 발생하는 것.
“그렇다면 차원문들이 전부 인위적으로 생긴다는 말이야?”
고성우의 물음에 악어인간이 웃었다.
“샤하하하핫! 그 힘이라는 게 꼭 인위적일 리는 없지.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고, 인간의 범위를 벗어난 존재일 수도 있지. 이곳에 오면서 수많은 차원문들의 존재를 느꼈다. 마력을 지닌 존재들도 많았고.”
악어인간은 확신을 품고 말을 이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들도 분명히 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차원문은 용량 초과인 거다. 해당 차원에서 감당할 수 있는 양의 용량을 초과하여 차원문이 생긴 거지. 배출을 위해서. 반대로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기 위해 힘을 모을 수도 있는 것이고.”
“너는 후자고.”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실패했다.”
“실패?”
“극한의 환경이 오고 있었다. 멸망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주뿐이었지. 뭐… 나 혼자만 이주가 된 것 같지만.”
악어인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튼… 확실히 차원 너머는 살기 좋은 동시에 아수라장이구나.”
“무슨 뜻이지?”
“이곳의 환경은 최고 수준이다. 아마 어느 차원과 비교해도 그럴 것이야. 그런데 말이다. 최악이기도 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내가 아까 말했지? 수많은 차원들 그리고 그로 인한 존재들이 느껴진다고. 너희들의 차원이 수많은 차원들의 허브(HUB) 같은 게 아니겠나. 샤하하핫!”
수많은 차원문들의 존재의 이유가 뚜렷해지고 있었다.
‘말이 돼…!’
고성우는 인상을 구겼다.
‘특히 흰색 차원문. 놈들은 언제나 이곳으로 넘어와서 무조건적인 살의를 드러냈다. 침략을 하는 거였어.’
심정을 눈치챈 악어인간이 웃었다.
“뭔가 감이 잡힌 게 있는 모양이지? 샤하하핫!”
그 순간 고성우의 머릿속에 스쳐가는 한 가지 기억.
광인.
흰색 차원문에서 나와 수많은 헌터들을 문자 그대로 증발시켰던 존재.
언제나 역할을 하면 소멸했던 흰색 차원문을 다시 사용한 것은 광인이 유일했다.
“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고성우가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마음대로 차원문을 열고 닫는 존재도 있을 수 있는 것이냐?”
“존재들이라면 가능하겠지.”
“뭐?”
“나도 그렇게 여기로 온 것이다. 잊은 건 아니겠지?”
“…….”
“우리의 차원문은 결국 닫히고 말았지만, 어쨌든 자의로 온 거였으니까.”
“그렇다면… 혼자서 차원문을 여닫을 수 있는 놈도 있냐?”
광인의 존재가 자꾸 신경 쓰였다.
“그건 불가능하다. 장담하지.”
악어인간이 확신으로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그게 가능하다면 모든 법칙을 무시할 수 있는 존재, 같은 생물이라고 하기도 어려울 것 같군.”
흰색 차원문에서 광인 하나만이 나왔다 돌아간 게 아니었다.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 흰색 차원문이 생기는 중이었다.
‘그놈들도 결국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뜻. 아니면 강력한 놈들이 너무 많아서 밀려나오고 있다거나. 아니면 이 악어 놈의 말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이놈이 아는 것이 전부 진실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 와 중에 고성우의 안에서 피어오르는 불안감.
아주 가느다란 불안감은 과거에 봤던 광인이었다.
유일하게 흰색 차원문을 통해 다시 돌아갔던 광인.
‘그놈은 대체…….’
고성우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는데 악어인간이 웃었다.
“샤하하하핫. 재밌는 가설이야.”
악어인간을 입가에 미소를 묻힌 채 말했다.
“만약 혼자서 차원문을 여닫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어떨지 상상도 안 가는군. 샤하하하핫!”
* * *
“지율아!”
나의 부름에 지율이가 고개를 돌렸다.
“왜애애?”
“그냥 불러봤어.”
“뭐야아아아.”
“하하하핫!”
지율이는 다시 고개를 돌려 무언가에 열중했다. 돌멩이 같은 것들을 이리 쌓으며 놀고 있었는데, 무슨 재미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율이의 맞은편에서 곰곰이, 삐삐, 핫도그, 무룩이도 응시하고 있는 게 어이가 없었다.
“지율아.”
“응, 빠아.”
“그냥 불러봤어.”
“아이 진짜! 혼난다?”
“하하하하, 미안.”
아빠로서 바람직한 행동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반응이 너무 귀여워서 장난을 안 칠 수가 없었다.
평화로운 휴도의 오후.
나뭇잎 해먹에 누워서 책을 들여다봤다.
지율이의 동화책을 읽어주다 보니 나도 책을 읽는 데 취미가 붙었다.
독서가 이렇게나 즐거운 취미였나.
조용히 여유를 즐기던 중이었다.
강렬한 마력이 느껴졌다.
“음…?”
고개를 들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날갯짓 소리와 함께 지상에 가까워지는 것은 바로 레오.
“흐음.”
바닥에 착지한 레오는 인사보다 먼저 주위를 둘러봤다.
“레오야!”
지율이가 인사를 건네자 레오는 고개를 가볍게 한 번 끄덕였다.
“음.”
나는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 말했다.
“사람을 봤으면 인사부터 해야지.”
“아.”
레오는 가볍게 손을 들어 보였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식사들은 아직인가?”
레오의 물음에 나는 헛웃음을 쳤다.
“아직 네 시도 안 됐거든?”
“간식은?”
그때 지율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냈다.
“간식! 나도 간식 먹고 싶다!”
이렇게 되면 간식 준비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으휴.”
나는 웃으면서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맛있는 거 먹자.”
바로 간식 준비에 들어갔다.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식빵에 여러 가지 잼을 바를 생각이었다.
사실 한국에서는 잼 바른 식빵을 샌드위치라고 하지 않지만.
피넛버터, 딸기잼, 포도잼, 카야잼, 버터, 허니포켓까지.
적절하게 조합해서 슥슥 발라 먹으면 어떤 조합이든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냐 부드러운 식빵에 먹기도 하고, 조금 굽고 싶을 때는 잠시 손바닥을 뜨겁게 만들어 손바닥 위에 올려두면 됐다.
“빠아! 이거 구워줘!”
지율이가 내민 식빵을 손바닥 위에 올려뒀다. 순식간에 갈색빛으로 물드는 식빵에서 고소한 향이 퍼졌다.
“그거 잘 구워졌군.”
레오가 손을 내밀어 토스트를 가져가더니 베어 물었다.
바삭.
레오는 흡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왜 먹어어어어.”
지율이가 두 주먹을 들고 항의했다.
“내 거였단 말이야아아아.”
“또 구워달라고 해라. 저기 식빵은 많다.”
“그렇긴 하네.”
곧장 수긍하는 듯했지만, 지율이가 다시 쏘아붙이듯 말했다.
“하지만 순서를 지켜야지.”
레오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네 아빠는 너와 나를 차별한다. 정성이 달라. 정성이 다르면 맛도 다르지. 그것이 진정한 손맛이라 할 수 있다.”
드래곤이 내 딸의 토스트를 뺏어먹으며 손맛과 정성을 얘기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고오오오오옴!”
곰곰이는 허니포켓을 먹기 위해 식빵을 먹는 것처럼 보였다. 급기야 식빵을 허니포켓의 꿀이 담긴 병에 담그려고 해서 황급히 말렸다.
“야야야야야야.”
곰곰이는 말리는 나를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쳐다봤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꿀이 맛이 없어질 수도 있어.”
그제야 곰곰이는 기겁하며 꿀은 따로 떠서 먹기로 약속했다.
“착하다. 많이 먹어.”
“고옴!”
평화로운 간식시간을 즐기던 그때였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멀리서 물기둥이 치솟고 있었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32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