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45
45. 정식(1)
아마 대부분 천국을 바란다. 종교적인 것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사후의 행복한 세상. 혹은 천국이라는 이름 그대로 하늘나라, 하늘 위의 세상.
내가 가본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아직까지 다녀온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다. 아마 평생 없겠지.
천국이 어떤 곳이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줄 수는 없었다.
“글쎄?”
내가 의문을 던지자 지율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빠도 몰라?”
“조금은 알아.”
“알아?”
천국은 죽어서도 가고 싶은 곳. 모두가 열망하는 행복한 공간.
“천국은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피어서 웃고 있고, 선선하게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
“그리고? 그리고?”
“언제나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어. 착한 사람들만 모여 있는데, 다들 항상 웃고 있어.”
“사람들만 모여?”
지율이는 무룩이, 곰곰이, 삐삐가 신경 쓰이는 듯했다. 아마 꼭꼭이까지도.
“착하면 다들 갈 수 있지.”
“다들 행복하게 맛있는 거 먹으면서 웃으면서 지내는 곳…….”
지율이가 밝게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엄청 좋은 곳이네?”
“그럼.”
“천국이구나.”
“응?”
지율이는 휴도 전체를 둘러보듯 시선을 천천히 옮겼다. 그리고 삐삐와 곰곰이, 무룩이에 이어 내게 시선을 고정하고 말했다.
“천국이야.”
몸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울리는 느낌이었다.
조금도 웃기지 않으면서 벅찬 행복감이 입가의 조용한 미소로 드러났다.
“그러게.”
나는 고개를 돌려 휴도와 바다, 그리고 하늘을 한눈에 담았다.
“천국이네.”
* * *
“팜독들한테 들렀다가 육지에 다녀올까?”
나의 물음에 지율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밝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응! 오늘이야!”
“그래? 오늘이야?”
“응!”
무슨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율이는 오늘 꼭 육지가 가고 싶은 모양이다. 어차피 가야 됐으니 잘 됐다.
“잠깐만 기다려.”
“응!”
나는 혼자서 컨테이너로 들어왔다. 무룩이는 침대 중앙을 차지하고 똬리를 틀고 있었다.
“오늘은 순찰 안 가?”
나의 물음에 무룩이가 한쪽 눈을 떴다.
“쉬는 날이다냥.”
“……휴일이 따로 있어?”
“내 마음이다냥.”
평소에 순찰이 무슨 의미인가 싶다가도, 지리도 밝고 몇몇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것을 보면 의미가 없지는 않은 듯하다.
“그래, 푹 쉬어.”
“냐항.”
필요한 것들을 하나둘씩 챙기는데 밖에서 지율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안녀엉!”
안녕? 누구한테 인사하는 거지?
바로 몸을 틀고 나가려는데 무룩이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꼬맹냥……. 시끄럽다냥…….”
나는 피식 웃으며 밖으로 향했는데, 그전에 삐삐의 목소리가 울렸다.
“삐삐이이이잇!”
밖으로 나간 순간 나도 흠칫 놀랐다.
“뽥?”
꼭꼭이가 찾아와 있었다.
“삐삐삐삐삐삐삐삐삐!”
삐삐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더 난리를 쳤다.
“꼭꼭이 왔구나.”
“뽥!”
내가 평온하게 인사하자 삐삐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꼭꼭아아아아아.”
지율이는 양팔을 벌리고 꼭꼭이에게 다가갔다. 꼭꼭이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 얼굴을 들이밀었다.
“뽥뽥뽥.”
곰곰이는 지율이와 꼭꼭이의 사이가 좋은 것을 보고 눈빛이 변했다. 질투가 서린 눈이었다.
삐삐는 이제야 상황이 파악됐는지 더 이상 꼭꼭이를 경계하지 않았다.
“뽥!”
꼭꼭이가 바라는 거야 뻔했다.
“그래, 밥 줄게.”
꼭꼭이에게 생쌀에 콩을 섞어서 줬다.
“뽜봐봙!”
녀석은 콩이 섞여 있는 게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이리저리 틀면서 나를 바라봤다.
“그래, 많이 먹어.”
식사를 마친 꼭꼭이는 몸을 틀고 날개를 푸드덕거렸다.
“뽥!”
따라오라는 뜻이었다.
“잠깐만.”
나는 물건들을 챙긴 뒤 곰곰이와 삐삐에게 말했다.
“나 나갔다 올 거니까 집 잘 보고 있어.”
“고오옴?”
곰곰이는 컨테이너를 한 번 가리키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 뜻이 아니야!”
지율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집을 잘 돌보라는 뜻이야!”
아주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내가 설명을 늘어놓자 삐삐가 먼저 알아듣고 목소리를 높였다.
“삐삐잇!”
이어서 곰곰이도 금세 이해했는데, 이제 자신도 안다며 삐삐에게 괜히 성질을 부렸다.
“아무튼 다녀올 테니까 싸우지 말고 있어.”
“다녀올게에에에!”
그렇게 인사를 건네고 컨테이너를 벗어나려 했다. 그런데 꼭꼭이는 바로 뒤편을 가리켰다.
“뽥!”
꼭꼭이의 알이 두 개 있었다.
“뽥뽥!”
지율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통역했다.
“앞으로도 여기에 알을 낳을 테니까 자주 확인하래!”
“그래?”
나는 꼭꼭이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매번 고맙다.”
“뽥!”
“너도 배고플 때 언제든 들러.”
“뽥!”
육지에 꼭꼭이의 알도 가져가면 될 듯했다.
* * *
“프아앙.”
팜독 리더가 양 앞다리로 허니포켓 세 송이를 감싸고 내밀었다.
“수고했어.”
그 뒤로도 다른 팜독들이 허니포켓을 한 송이씩 가지고 와서 나와 지율이에게 건네줬다.
“고마워!”
지율이는 허니포켓을 한 송이 받을 때마다 팜독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허니포켓밭에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달라고 했다. 수백 송이는 가져다줄 기세여서 저지해야 될 정도였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내가 씩 웃으며 말하자 팜독 리더는 경례를 하듯 오른쪽 앞발을 들어 올려 보였다.
팜독들에게 허니포켓 밭을 맡긴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원래 식물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팜독. 식물을 먹더라도 절대 상하게 만드는 법이 없다. 오히려 더 튼튼하고 잘 자라게 만들지.
코키오의 알 두 개와 허니포켓 약 50송이 그리고 아이스박스 속 은문어. 육지에 공급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육지로 가져갈 것들을 바라보던 지율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우리 부자네!”
지율이도 판매한다는 것 자체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금액에 대해서는 몰랐다. 관심도 없었고.
그냥 가져가는 물품들이 많아서 하는 말이었다. 방울토마토가 많아도 부자라고 하는 순수함.
“응! 우리 부자야!”
나도 똑같이 부자라고 말했지만, 지율이가 품고 있는 순수함은 없었다. 이미 물품들을 넘기고 대략 얼마가 들어올지 계산이 끝났다.
“내가 도와줄게!”
지율이가 수레에 양손을 걸쳤다.
“그래, 같이 밀자.”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는 내리막도 있어서 완전히 지율이에게 맡기지는 않았다. 지율이의 힘이라면 큰 걱정은 없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지율이는 여러 의미로 특별한 아이다. 나에게만 특별한 게 아니다.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특별할 것이다. 그렇다고 특별 취급을 하고 싶지는 않다. 여느 아이들과 똑같이 대할 것이다. 언제나, 그냥 내 딸로서 대할 거다.
괜히 현백이가 떠올랐다. 원래도 지금처럼 지율이를 대할 생각이었지만, 어쩌면 현백이를 봐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도라경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으니 잘 지내고 있겠지.
* * *
요트를 타고 강척 마리나항으로 향했다.
“아기 상어! 엄마 상어! 아빠 상어! 예에에에에! 쭈쭈루쭈쭈! 쏴아쏴아! 바다로!”
뱃머리 쪽에 선 지율이가 신이 난 목소리를 높였다.
살면서 처음 듣는 동요다. 아마도 요즘 동요인 듯하다.
“쏴리 찔러엇!”
지율이는 마치 락가수처럼 눈썹을 찡그리고 눈까지 질끈 감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요가 맞겠지?
내가 의구심을 품는 찰나, 지율이가 갑자기 헤드뱅잉을 시작했다.
“지…… 율아?”
“베이비 샤크! 마더 샤크! 대디 샤크! 예에에에에에!”
뭔가 잘못됐다.
지율이는 더욱 격하게 머리를 흔들며 기타 치는 시늉을 했다.
분명히 동요인 것 같기는 한데, 왜 락앤롤의 혼이 타오르는 건지.
“아앗…….”
지율이가 머리 흔들기를 멈추더니 비틀거렸다.
“어지러.”
“어어어어! 조심해!”
내가 황급히 걸음을 떼며 손을 뻗는데, 지율이가 난간을 잡고 균형을 잡았다.
“어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난간을 잡고 옆으로 기울어진 지율이의 눈은 핑핑 돌아가고 있었다.
“아빠도 돌고 있네! 아하하하핫!”
나를 보고 웃음이 터진 지율이가 양손을 배로 가져갔다. 당연히 균형을 잃고 옆으로 넘어갔고.
턱.
내가 팔을 길게 늘여서 손으로 지율이의 팔을 잡았다.
“조심해야지.”
지율이는 사선으로 선 채 생글생글 웃었다.
“헤헤헤.”
나도 모르게 사르르 녹듯이 미소를 지었다.
아마 나는 평생 지율이를 혼내지 못할 것 같다.
* * *
강척 마리나항에 도착.
조민택에게 미리 부탁했던 검은색 밴이 주차돼 있었다. 문도 열려 있었고, 키도 꽂혀 있는 상태. 나는 왜건에 짐들을 실어 밴으로 옮겼다.
“우와아아. 차 타는 거야?”
“응.”
“아빠가 운전해?”
“그렇지.”
“우와아, 아빠는 다 잘하네.”
“딱히 그렇지는 않아.”
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 차 문을 열었다.
“여기 타.”
지율이를 뒷좌석에 태우고 벨트까지 채웠다.
내가 운전석에 앉자마자 지율이가 물었다.
“왜 아빠는 앞에 타고 나는 뒤에 타?”
“아빠는 운전해야 되니까 앞에 탔고, 뒷자리가 넓어서 더 편하잖아.”
“앞에도 괜찮을 거 같은데.”
“다음에는 앞에도 타면 되지.”
“그래!”
운전대를 잡는 게 어색했다. 현장 일을 하면서부터 매일 운전대를 손에 잡았는데. 차를 움직이자마자 미소가 흘렀다. 마음만 어색했지,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익숙한 게 운전이었다.
“헤에.”
룸미러로 시선을 옮겼다. 지율이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왜 그렇게 웃어?”
“아빠도 웃었잖아.”
“그렇긴 하지.”
“아빠는 왜 웃었는데?”
“아빠는 지율이랑 같이 나와서.”
“진짜?”
“그럼.”
“나돈데! 아빠랑 나와서 웃었어!”
나는 운전대를 돌리며 물었다.
“지율아, 지난번에 쿠키 줬던 아저씨 먼저 만나러 가야 되는데 괜찮아?”
“응! 그 아저씨 착해서 괜찮아!”
“나쁜 사람은 안 돼?”
“착하게 만들 수 있으면 괜찮아!”
‘나쁜 사람이더라도 착해질 수 있다면 괜찮다’라.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한마디에는 용서와 관용이 스며 있었고,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믿음까지 함께였다.
“쉽지는 않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배운다.
문득 언젠가부터 계속해서 새로운 체험을 하고,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도시나 현장보다 훨씬 여유롭고 한가롭기만 할 것 같은 섬살이를 시작하고 일어난 일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 * *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조민택은 허니포켓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겨우 내게로 시선을 옮겼는데, 입은 헤벌쭉했다.
“이건 정말 참을 수가 없군요. 벌써 제 사무실이 허니포켓의 향으로 가득 차올랐습니다. 향수로 만들고 싶을 정도입니다. 헉……!?”
조민택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향수로 만들까요? 이걸 향수로 만들면 굉장할 거 같은데 말이죠.”
“이미 있어요.”
“있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미국에서 섬유유연제로 나온 게 있습니다.”
“아, 그런 제품이……!”
“근데 그 옷을 입고 캠핑을 하다가 곰의 습격을 받은 사고가…….”
“아…….”
조민택은 화제를 돌리려는 듯이 말했다.
“그나저나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고 계십니까? 역시 허니포켓 전문가셔서……?”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압니다. 저도 이쪽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보니 관련 제품들을 알고 있을 수밖에 없죠.”
“아아, 그렇군요. 그럴 수 있겠습니다.”
조민택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물었다.
“혹시 점심은……?”
“미팅 마치면 먹으려고 합니다.”
“제가 대접을 해도……?”
“괜찮습니다.”
그때 지율이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앗.”
내가 당황했고,
“엇.”
조민택도 당황했으며,
“헤에?”
지율이는 고개를 들며 해맑게 웃었다.
나는 지율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민택과 눈을 마주쳤다.
“아무래도 미팅을 서둘러야겠네요.”
“괜찮으시다면 여기서, 드시면서 얘기 나누시는 건 어떻습니까?”
“여기서요?”
“네! 10분 내로 준비가 가능합니다. 전 직원이 출근하는 월, 화, 목, 금은 구내식당을 운영하는데, 저도 자주 이용할 정도로 굉장히 퀄리티가 좋습니다. 신경 많이 썼습니다. 영양사가 인터넷에서 유명할 정도로 뛰어나거든요.”
“저는 괜찮은데, 아무래도 지율이가 먹어도 괜찮을지 걱정이라서 말이죠.”
“그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사내 유아원도 마련돼 있습니다. 당연히 언제나 어린이들을 위한 식사도 준비되죠. 오늘은 구성이 비슷하긴 할 겁니다만.”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계속 거절하기도 그랬다.
“지율이 여기서 밥 먹어도 괜찮아?”
“응! 지난번에 아저씨가 준 쿠키도 맛있었어!”
“그래, 여기서 점심 먹자.”
나는 조민택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조민택은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점심 식사 3인분과 어린이용 1인분을 요청했다.
“그런데 왜 3인분에 어린이용은 따로……?”
나의 물음에 조민택이 씩 웃어 보였다.
“좀 남는 게 모자라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메뉴 구성이 거의 같아서 따님도 모자라면 더 먹기 좋습니다. 지난번에 보니 아주 잘 먹더라고요.”
그렇게 점심 식사를 기다리는 사이 내가 가져온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허니포켓과 코키오의 알은 워낙 상태가 좋으니 고가에 거래될 게 확실한 상황.
“허니포켓은 아주 줄을 섰습니다. 아마 다음 달 정도부터는 송이에 20만 원 정도로 거래가를 잡을까 합니다.”
조민택이 씩 웃었는데, 최근에 기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콧수염이 윗입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마력의 영향을 풍부하게 받고 자란 상등품 허니포켓도 3만 원 수준인데, 엄청난 겁니다 정말.”
“알고 있죠. 덕분입니다.”
“전혀 아니죠. 이건 어디로 가도 이런 가격대를 형성했을 겁니다. 코키오의 알도 말할 것 없고요. 은문어는 어떻게 할까요, 산 채로 경매를 할까요?”
“지난번에 팔았던 은물주머니 있잖습니까? 그 가격 수준은 돼야 할 듯합니다.”
“예? 그건 보기 드문 은물주머니라 그 정도 가격이 나왔던 거라서…….”
“이번에도 비슷할 겁니다. 지난번의 기록이 남아 있고, 휴도라는 브랜드를 걸고 나가지 않습니까. 아직 살아 있는 놈이고요.”
“그렇긴 하죠.”
“은문어를 살려두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습니까? 그렇게 진행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그때 노크 소리가 울렸다.
“밥이다!”
지율이가 눈을 반짝였고, 나와 조민택은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 * *
점심 식사는 경양식 정식이었다. 유기농에 건강하게 만든 경양식 정식.
구성은 크림수프, 돈가스, 햄버그스테이크, 생선가스, 양상추 샐러드 그리고 밥.
지율이 앞에 놓인 어린이용 정식에는 자그마한 깃발이 꽂혀 있고, 밥도 틀에 모양을 잡는 등 귀엽게 꾸며져 있었다.
“우와아……! 예쁘다……!”
지율이의 눈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먹으면서 느끼는 맛도 중요하지만, 보는 맛도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매번은 아니어도 종종 예쁘게 혹은 재미있게 밥을 차려줘야겠다.
음식도 맛있었지만, 지율이 앞에 있는 돈가스를 썰어주는 게 더 즐거웠다. 그리고 써는 법을 알려주는 것도 좋았고.
“이번엔 내가 해볼게!”
“그래.”
지율이가 눈을 반짝이며 왼손에 포크를, 오른손에 나이프를 쥐었다. 그리고 돈가스 위로 칼질을 시작했다.
“그렇지. 그렇게 천천히…….”
쨍!
나이프가 접시를 깨고 테이블에 닿았다.
“아앗…….”
지율이는 당황했는지 그대로 굳어버렸다.
“천천히 썰면 되는 건데…….”
나는 깨진 접시를 바라보며 의미 없이 말을 이었다. 그러다 눈알을 굴려 조민택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조민택은 그대로 얼어붙은 듯이 반으로 갈라진 접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4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