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81
81. 집이 최고야
나무판자 위의 무룩이는 절벽 위의 사자처럼 위풍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있었다.
“냐앙!”
목소리는 카리스마 대신 귀여움만 묻어났지만.
“고, 고오오옴!”
“삐삐삐삐!”
곰곰이와 삐삐는 양옆에서 열심히 노를 저었다. 어디서 구한 것인지 끝이 넓적한 것이 노의 역할을 제법 충실히 했다.
찹찹찹찹찹찹찹찹.
곰곰이와 삐삐가 열심히 노를 저었고, 나무판자가 서서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잠시 눈치를 살피던 무룩이는 납작하게 앞드려서 앞발을 저어 곰곰이와 삐삐를 돕기 시작했다.
찹찹찹찹찹찹.
무룩이의 앞발질에 나무판자 위로 자꾸만 물이 쏟아졌다.
“으악냥, 물이…….”
무룩이는 스스로 물을 뒤집어쓰다가 그게 싫었는지 몸을 홱 돌렸다. 그러고는 앞발로 나무판자 위의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박박 긁는 소리와 함께 물이 이리저리 튀었다.
“고옴!”
노를 젓던 곰곰이가 벌떡 일어나 짜증을 냈다.
“돕다가 그런 거 아니냥!”
무룩이가 서운한 티를 냈지만, 곰곰이도 마음이 상했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고오오옴!”
“애오옭!”
곰곰이와 무룩이가 한쪽에 몰리자 나무판자가 옆으로 크게 기울었다.
“삐이이이이!”
삐삐가 나무판자 위를 굴렀다.
무룩이, 곰곰이, 삐삐가 바다에 빠지기 직전이었다.
후욱.
나는 바다에 대고 입김을 불었다.
나무판자가 완전히 기울어졌다.
“고오옴!”
“삐삐이!”
“애옭!”
무룩이, 곰곰이, 삐삐가 바다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토옹. 토토통.
큼지막한 공기방울이 커다란 튜브처럼 녀석들을 받쳤다.
“냥?”
“삐이?”
“고옴?”
바다에 빠지지 않은 무룩이와 곰곰이, 삐삐 모두 당황하며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얌전히들 있어. 그것도 터트리면 빠진다.”
나는 피식 웃으며 가벼운 핀잔을 줬다.
용왕의 능력과 비슷한 힘을 가지게 됐다. 산소가 가득한 공기방울을 만들고, 강한 입김을 불 수 있었다.
“가자, 집으로.”
내가 말했고, 지율이는 공기방울 튜브를 밀며 헤엄을 쳤다.
“가자아아아아아!”
다 함께 휴도로 향했다.
* * *
용궁에 다녀온 사이 싹이가 네모집 앞에 선물을 마련해 뒀다. 선베드였다. 넓적한 나무에 수많은 덩굴들이 휘감겨 있었는데, 몸으로 느껴지는 느낌은 마치 스웨이드 같았다. 꽤 푹신해서 편하기도 했고.
“크으, 집이 최고네.”
내가 말하자 나란히 있는 선베드에 누운 지율이가 웃음 섞인 목소리를 냈다.
“맞아! 집이 최고야!”
“그래?”
“응!”
“용궁이랑 강척은 별로였어?”
“아니이? 둘다 엄청 좋았지!”
“그래?”
“응! 그래도 집이 최고야!”
“그렇긴 해.”
잠시 늘어지게 쉬다가 저녁을 먹고 잘 생각이었다.
곰곰이와 삐삐는 우리와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어도 함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안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계속 나와 지율이 근처에서 알짱거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왜 이렇게 늦었냥?”
내가 사라져도 신경 안 쓸 것 같은 무룩이는 의외로 바가지를 긁었다.
“이렇게 늦으면 늦는다고 말을 해야 될 거 아니냥.”
“우리도 가서 예상 못한 일이 있어서 그랬어.”
“무슨 일이었냥?”
나는 용궁에 다녀온 이야기를 간략히 늘어놨다. 솔직히 무룩이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호들갑을 떨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렇냥? 앞으로는 미리미리 말해라냥. 순찰에 지장을 준다냥.”
“순찰에 지장은 무슨…….”
“알았냥 몰랐냥!”
“알았어, 알았어.”
“알면 됐다냥.”
“근데 왜 이렇게 시큰둥해? 좀 재밌어할 줄 알았는데.”
“결국 용을 만나고 왔다는 얘기 아니냥. 재미있을 게 없다냥. 밥도 맛없을 거 같다냥.”
“참나.”
나는 피식 웃으며 무룩이의 머리를 조금 거칠게 쓰다듬었다.
“아?”
이렇게 무룩이를 쓰다듬은 게 처음이었다. 고양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동등하게 대화가 되고 나이도 가늠할 수 없다 보니 함부로 손을 대지 않았다.
자칫 실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본적으로 무룩이는 자존심이 셌기에 그걸 존중해주고 싶기도 했다.
그릉그릉.
무룩이는 기분이 좋은지 골골거리며 소리를 냈다.
“으흠?”
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무룩이를 계속해서 쓰다듬었다.
그릉그릉, 그릉그릉.
의외로 쓰다듬는 게 좋은 모양이었다.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참 동안 무룩이를 쓰다듬었다.
* * *
휴도에 오고 나서 영원히 휴대폰이 필요하지 않을 줄 알았다.
없으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불편함은 있었다.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 입장이라 더욱 그랬다.
나는 노트북을 펼치며 내일은 하는 수 없이 강척에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디 보자…….”
처음에는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레시피를 살필 요량이었다. 하지만 나는 습관적으로 메신저부터 로그인했다.
“음?”
JMT 글로벌의 조민택, 현백이의 수행원인 구정석 그리고 친구 고성우까지 전부 메시지를 남긴 상태였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저 조민택입니다! 바쁘신 것 같아서 이렇게 문자 남깁니다. 확인하시면 언제든 편하실 때 연락 주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조민택 다음은 구정석.
―안녕하세요, 저 구정석입니다. 현백이가 지율이랑 선생님을 많이 보고 싶어 하네요. 조만간 강척 들르실 일 있으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다음은 고성우.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지율이 때문에 죽었냐는 말도 못하겠네. 네가 아니라, 지율이가 걱정된다. 섬에 살면 연락은 좀 잘 돼야지.
다들 왜 이렇게들 나를 찾는지. 기껏해야 오늘 낮에 잠깐 연락이 안 된 건데.
“다들 성질은 급해가지고… 어?”
나는 눈을 수차례 깜빡인 뒤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어어?”
내가 목소리를 높이자 지율이가 물었다.
“왜 그래 아빠?”
“사흘이 지났어.”
“사흘?”
“3일. 우리 용궁에 다녀오는 동안 3일이 지났어.”
지율이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닌데. 우리 세 밤 안 잤어.”
“그러니까. 그런데 날짜가…….”
사람들의 문자를 다시 확인하는데, 추석 연휴 축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용궁에 다녀오는 사이 추석도 지나갔다. 추석인 줄도 몰랐는데.
이래서 무룩이가 그렇게 난리를 쳤구나. 곰곰이랑 삐삐도 유난히 더 치댔고.
나무판자까지 타고 마중을 나온 것도 지율이와 나의 냄새를 맡자마자 부리나케 나왔던 거겠지.
괜스레 애들에게 미안해졌다.
다음에 또 용궁에 갈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전부 같이 가야겠다.
가족은 함께여야지.
* * *
조민택과 구정석, 고성우에게 연락을 했다.
내일 휴대폰을 구입하러 강척에 갈 테니 다시 연락하겠다고.
노트북으로도 통화를 할 수 있었지만, 그보다 급한 일이 있었다.
“배고프다냥! 밥 줘라냥!”
심통 난 무룩이가 목소리를 냈다.
“빠아! 나도 배고파!”
지율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고오옴!”
“삐삐이!”
곰곰이와 삐삐도 마찬가지.
저녁식사 준비를 할 때였다.
“어디… 으악!”
어느새 집 앞에 꼭꼭이도 와 있었다.
“뽥!”
꼭꼭이도 우리가 보이지 않았던 게 신경 쓰인 모양이었다. 맛있는 게 먹고 싶은 것 같기도 했고.
“꼭꼭이 왔구나.”
“뽥!”
“배고파?”
“뽥!”
“오늘은 너도 여기서 먹고 가. 기다려.”
“뽜앍!”
저녁 메뉴에서 달걀은 빼야겠다.
* * *
통일감 있게 제대로 된 구성으로 식사를 차리는 것도 좋지만, 모두의 입맛을 고려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뷔페를 괜히 좋아하는 게 아니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나도 오늘은 다양하게 준비를 하려고 한다. 뷔페만큼 다양하지는 못하겠지만.
첫 번째 메뉴는 텃밭에서 신선한 채소들로 만든 샐러드.
양상추와 양배추 위주로 풀을 산처럼 쌓은 샐러드였다. 무룩이와 곰곰이, 삐삐를 위한 한 그릇과 꼭꼭이를 위한 한 바가지는 아무 간도 하지 않은 생채소만 잔뜩이었다.
나와 지율이가 먹을 샐러드도 제법 심심하게 간을 했다. 드레싱 대신 올리브오일과 후추, 소금만 뿌렸다. 이렇게 해도 나름의 풍미와 짭짤함으로 제법 맛있었다.
두 번째 메뉴는 된장 소스 돼지고기 구이.
된장, 맛술, 다진 마늘, 설탕, 다진 대파, 다진 생강, 참기름, 후추를 적당한 양을 섞어 돼지고기에 버무려준다. 고기의 종류야 기호에 맞게 고르면 되는데, 가격과 맛 두 가지 전부를 잡기에는 앞다리살이 제격이다.
약 20~30분 동안 재운 뒤에는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볶듯이 굽고, 굽듯이 볶는다. 이것만 있어도 밥을 먹기에는 차고 넘친다.
세 번째 메뉴는 멸치볶음. 한 번 만들어두면 며칠 동안 식탁 한 곳을 계속 차지한다.
마늘기름을 내서 간장과 올리고당을 더해 볶다가 마무리로 들기름 조금을 넣고 버무리면 끝. 볶는 과정에서 꽈리고추나 통깨를 더해도 좋다. 쉬우면서도 맛있고 며칠 동안 먹을 수 있어서 좋은 메뉴다.
마지막 메뉴는 소고기뭇국.
은근히 재료가 자잘하게 많이 들어간다. 무, 소고기 양지, 대파, 양파, 참기름, 마늘, 국간장, 멸치액젓, 소금, 후추까지.
깔끔한 맛을 위해서는 고기에 작업을 거쳐도 괜찮다. 소위 말하는 핏물을 빼는 과정. 약 세 시간 정도 핏물을 빼고 요리를 하면 확실히 깔끔한 맛이 난다. 육향에 예민하면 이 방법도 괜찮다.
하지만 나와 지율이는 뭐든지 잘 먹는 편이고, 고기 자체의 질도 좋아서 무와 함께 볶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후로는 물과 양념을 넣고 끓이다가 나머지 재료들을 하나씩 더하면 됐다.
밥은 잡곡밥으로. 흰쌀밥도 좋지만, 잡곡의 고소한 냄새와 톡톡 튀는 식감도 좋다. 건강에도 좋고.
“다 됐다.”
요리를 마치며 몸을 돌린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야외 테이블에 무룩이, 곰곰이, 삐삐가 빙 둘러앉아 있었다. 꼭꼭이도 옆에 서서 기다렸다.
“빠아! 도와줄게!”
지율이는 음식 나르는 걸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나르기가 가장 편한 멸치볶음만 맡겼다.
“여기.”
“저기 놓을게!”
“그래.”
그렇게 하나하나 식탁 위로 옮기고 저녁식사 준비를 마쳤다.
지율이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눈을 지그시 감았다. 기도였다. 무룩이와 곰곰이, 삐삐 그리고 꼭꼭이는 곧바로 먹으려다가 멈칫했다. 기도를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눈치껏 기다려야 되는 것 정도는 알았다. 나 역시 가볍게 눈을 감고 오늘의 양식에,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에 감사했다.
“잘 먹겠습니다!”
지율이가 기운차게 목소리를 높였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숟가락을 들었다.
“그래.”
와삭.
꼭꼭이가 샐러드를 물고 나와 지율이를 쳐다봤다.
“그래, 오래 기다렸어. 많이 먹어.”
내가 말하자 꼭꼭이는 ‘뽥’하고 힘차게 대답했다. 당연하게도 입에 물고 있던 샐러드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아하하하핫! 샐러드놀이네!”
지율이가 목소리를 높였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샐러드놀이?”
“응! 불꽃놀이처럼!”
“그거 말 되네.”
“그치? 히히히.”
그렇게 입만 즐거운 게 아니라, 정말로 행복한 저녁식사를 했다.
가족들과 함께면 굶어도 즐거울 듯했지만.
* * *
시간이 늦어서 나 혼자만 꼭꼭이를 따라서 알을 가지러 다녀왔다. 큼지막한 장바구니에 크고 작은 알 다섯 개를 담아 네모집으로 돌아왔을 때, 지율이와 무룩이, 곰곰이, 삐삐는 모두 곤히 자고 있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 표정이 어떨지 알 것 같았다.
이게 아빠미소라는 거구나.
얼굴에 미소를 잔뜩 머금은 채 노트북을 가지고 선베드에 자리를 잡았다.
바로 잠이 오지 않아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일을 볼 생각이었다.
그러다 오늘 휴도로 돌아왔을 때가 떠올랐다.
광합성.
나는 싹이가 준 물방울 같은 초록잎을 먹은 이후로 광합성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오늘 지율이의 말에 의하면 광합성이 또 달라진 상태.
다시금 감각을 떠올려보면 뭔가 달라진 느낌이 있었다.
“흐으음…….”
용왕이 준 산호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에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 능력이 생기는 줄 알았으면 용왕에게 좀 물어봤을 텐데.
용왕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그는 원래 산호가 가진 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놨다.
그게 힌트처럼 느껴졌고, 일반적인 산호에 대해 알아봤다.
―산호의 폴립 속에는 수백만 마리의 편모조류가 살고 있고, 광합성을 한다. 광합성을 할 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낸다. 광합성을 활발히하면 이산화탄소가 줄어들며 지구의 열이 내려가는 것이다.
내가 공기방울을 만들어냈던 게 이해가 됐다.
“흐음.”
광합성 능력이 강화된 상태였다.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 잠시 고민했는데, 어쩌면 생각 이상으로 활용도가 높을 듯했다. 정확히는 활용처가 있었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8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