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82
82
변호인 강태훈 082화
문밖으로 뛰쳐나오는 두 사람을 보면서 이들을 이끈 이재현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들은 다름 아닌 거성파의 잔당들이었다.
현재 이범현에 의해 대부분이 연행되어 옥살이를 면치 못했고, 수배 중인 그들은 의뢰를 받았다.
변호사를 묵사발로 만들기만 하면 억대의 돈이 떨어진다.
의뢰자는 여권까지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이 일을 끝내고 이 나라를 뜨라고 했다.
내일이 바로 두 번째 공판. 의뢰자는 오늘 저녁까지 처리해주길 원했다.
그렇지만 좀처럼 기회가 생기지 않았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자 한 사람이 더 추가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녀석들은 자신들을 파악한 것 같았다.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변호사 둘쯤이야.’
담배 연기를 뿜는 그는 픽 웃었다.
변호사 둘의 처리는 쉬웠다.
난입한 이는 정신을 잃게 하고 길거리에 버려두면 되고, 강태훈이라는 녀석은 내일 공판에 못 나갈 정도로 만들어놓는다.
의뢰자는 불구로 만들어도 된다는 말도 했다.
바로 내일이면 비행기는 뜰 것이고, 자신들을 추적해도 이미 해외로 튄 상태.
계획은 완벽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휘둘러지는 쇠파이프를 왼팔을 들어 올려 막은 태훈은 얕은 신음을 흘렸다. 저릿한 느낌에 왼팔이 덜덜 떨렸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명치를 노리고 들어오는 발이 보였다. 자동차에 등을 기대고 있던 태훈이 몸을 옆으로 굴려 피해내고는 자동차에 손을 짚으면서 번쩍 뛰어올랐다.
그의 발이 정확하게 머리를 후려쳤다.
퍼억!
“끄윽!”
순간 아찔해지며 바닥으로 쓰러지는 남성이었다.
안효성은 각목을 휘두르는 이의 팔을 잡아채 그대로 바닥으로 엎어버렸다.
그 후 앞쪽에서 다가오는 이를 온 몸으로 끌어안아 넘어뜨렸다.
퍽퍽퍽!
두 사람은 각목과 쇠파이프. 갖은 연장을 든 네 사람을 상대하면서도 밀리지 않았다.
“뭐야. 저깟 변호사 새끼들을 네 명이 뭐 하는 거야!”
바닥으로 픽픽 쓰러지는 자신들의 부하를 보면서 이재현은 당혹하며 외쳤다.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뒤로 몸을 이동하는 녀석들을 보면서 태훈과 효성이 뒤로 걸음 했다.
태훈은 입고 있던 카디건을 벗어 왼팔에 칭칭 감았다.
“다쳤어?”
“예, 쇠파이프에…….”
“튈까?”
“그럼 못 잡잖아요.”
“언제는 위험하다더니.”
안효성이 피식하고 웃었다.
“다행히 칼은 없네요.”
태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두 사람이 손목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들은 자신들이 단순한 변호사라고 생각했나 본데 오산이었다.
한 사람은 중학교 시절 원대호에게 이종격투기를 배웠고 지금까지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한 사람은 무술유단자의 강력계 형사 출신이라는 사실을.
결코 그들이 생각하는 평생 공부만 했던 변호사들이 아니었다.
“불구로 만들어도 된다고 했으니까 사정없이 들어가!”
이재현의 외침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들은 조직 폭력배였다.
변호사 둘에게 당할 리는 없다고 여겼다. 예상외로 그들이 주먹을 좀 휘두르는 것 같긴 했지만 우연이 겹치는 거라고 여겼다.
다시 조직 폭력배들이 압박해 들어왔다.
태훈의 왼팔에 쇠파이프가 내리쳐졌다.
막으면서 미간을 찌푸린 태훈은 이내 그 쇠파이프를 오른손으로 잡아챘다.
“당신들 뭐야.”
“이익…… 이거 안 놔!”
태훈이 놔 줄 리 만무했다. 그의 다리를 로킥으로 세게 두 번 꽂았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상대가 잡고 있던 쇠파이프가 태훈에게 쥐어졌다.
태훈은 그것을 휘둘러 그의 등을 쳐냈다.
“커헉!”
거친 신음을 토하며 상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태훈의 머리에도 둔탁한 것이 강타했다.
각목이었다.
와직!
각목이 두 동강이 났다.
“강 변호사!”
안효성이 다급히 뛰어와 방금 태훈의 머리를 내려친 이를 온몸으로 밀치고는 사정없이 주먹으로 때렸다.
태훈에게 막 다가서려던 안효성의 등으로 둔탁한 것이 가격했다.
“크윽!”
지끈한 느낌이었다.
태훈은 어지러운 정신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사방이 빙글빙글 돌았다.
뚝 뚝뚝-
그의 머리에서 붉은 선혈이 흐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온 힘을 주었다.
그러자 흔들리던 시야가 돌아왔다.
“으아아!”
다시 한번 안효성을 공격하려는 이에게 달려나간 태훈이 그대로 몸을 껴안으면서 바닥으로 눕혔다.
퍽퍽퍽퍽!
쉴 새 없이 주먹을 내리꽂았다.
어느덧 안효성도 남은 이들을 묵사발로 만들어 놨다.
“허억 허억. 커억.”
“끄으윽…….”
태훈과 효성의 입에서 얕은 신음과 거친 숨소리가 퍼져 나왔다.
이재현이 떨어져 있는 쇠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효성과 태훈은 당장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크윽!”
태훈만 해도 이재현을 경계하려 했으나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바닥으로 쓰러져 내렸다.
“끄으으! 이 새끼!”
안효성이 겨우 힘을 내어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재현의 양팔을 잡아채 그가 휘두르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재현이 그의 명치를 발로 차내고는 막 머리에 가격하려는 찰나였다.
등 뒤에서 누군가 이재현을 덮쳤다.
“안효성! 괜찮아!?”
“아 X발. 빨리 와야 할 것 아냐!”
“이 정도면 빨리 왔지! 가만히 있어 이 새끼야!”
“이거 놔 이 새끼들아! 놔아아!”
발버둥을 치는 이재현에게 강력계 형사들이 서둘러 제압하고는 수갑을 채웠다.
그들은 바닥에 쓰러진 조폭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호송 줄로 몸을 묶고는 형기차에 태웠다.
“하아하아, 강 변호사 괜찮아?”
바닥에 축 늘어져 앉아 있는 태훈에게 효성이 다가갔다.
그가 어깨를 두들기자 태훈이 고개를 들었다.
다시 머리에서 피가 주르르 흘렀다.
“괜찮아요. 안효성 변호사니…….”
태훈은 힘겹게 웃다가 곧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고개가 툭 떨어지며 정신을 잃었다. 안효성이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 * *
범현은 강력계 형사들로부터 거성파의 잔당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잠을 자던 중이었지만 그는 지체없이 경찰서로 향한 후 그들의 얼굴을 확인했다가 그들이 변호사 두 사람을 폭행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태훈과 그와 함께 일하는 변호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범현은 태훈을 습격한 조직 폭력배들을 주도한 사람이 있음을 눈치챘고 그것이 태일기업 쪽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심문실로 들어온 범현은 무척 화가 나 있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태훈이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되었다는 이야기를 접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시각이 새벽 3시.
그러나 그는 화로 인해 잠을 잊었다.
수갑을 차고 있는 이재현은 자신의 앞에 앉은 이범현을 보며 이를 갈았다.
그라는 한 사람 때문에 전국구를 다투던 거성파가 무너져 내렸다.
“나 지금 몹시 화나 있거든? 누가 시켰어.”
이재현은 답하지 않았다.
범현은 실소를 흘렸다.
“묵비권이냐 지금? 너희 살인미수인 거 알지?”
“살인미수라니요?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범현은 이재현의 말에 으르렁거리며 그를 보았다. 이범현에 대해서 이재현도 잘 알았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을 집어넣을 것이다.
그것도 최고의 형량으로.
“최소 12년씩이야. 알아? 협상하지.”
범현의 말에 이재현에게서 이채가 생겼다. 12년. 그 세월을 감옥에서 살다 나오면 자신과 부하들은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살 수 있는 여건이 존재하지 않았다.
형량이 조금 준다면 그것은 무척 유혹적인 것이었고 굳이 자신들이 의뢰자를 감쳐줄 이유가 없었다.
“5년 깎아준다.”
“진짜입니까?”
“대한민국 검사가 구라치겠냐?”
그 말에 이재현의 입에서 하나둘 이야기보따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범현의 얼굴이 갈수록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태훈이 맡았던 일과 연관이 있었다.
의뢰자는 오중주.
현재 살해된 이주한의 비서였었다.
또한, 수억 원의 돈이 오갔다는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부탁 하나만 또 하자. 이거 해주면 1년 더 깎아주지. 너만.”
“뭐요?”
이재현의 물음에 범현은 곧 전화를 걸었다.
“예, 여기 심문실로 이재현 휴대폰 좀 가져다주시죠.”
얼마 후였다. 강력계 형사가 밀봉되어 있는 휴대폰을 꺼내 건넸다.
휴대폰을 킨 범현이 그에게 건넸다.
“오중주한테 연락해.”
“……네.”
대충 무슨 말인지 짐작한 이재현이었다.
전화를 걸자 얼마 후 오중주가 받았다.
– 일은?
“잘 해결됐습니다. 반신불수로 만들어 놨고 부산 쪽에 버려놨습니다.”
– 잘했네. 10시 비행기지? 웬만해서는 다시 이곳에 발을 붙이지 말게.
“알겠습니다.”
– 끊겠네.
곧 전화는 끊어졌다. 범현은 만족하는 표정으로 웃으며 그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혹시나 실패했다는 것을 안다면 오중주는 도주할지도 모른다. 그 위험을 사전에 없애는 것이다.
“너희들 15년씩이야.”
“깎아주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몸을 일으키며 하는 범현의 말에 이재현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 말을 믿냐? 하여튼 조직 폭력배 새끼들이란 게 의리도 없고 대가리도 나빠 가지고.”
범현은 그의 머리를 툭툭 쳤다.
그는 실소를 흘리며 바깥으로 나갔다.
아마도 범현이 구형하면 판사들은 어지간하면 그 형을 인정할 것이다. 상대는 거성파였고 더불어 변호사 둘에게 연장을 들고 덤벼들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는 이범현을 보며 이재현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 * *
병원으로 온 범현은 만신창이가 된 안효성이라는 이의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도 꼴이 말이 아니었다.
태훈의 경우 여전히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칭칭 머리에 감겨 있는 붕대에 왼팔을 옭아맨 깁스.
자칫 정말 그가 위험했다는 생각을 하자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이 녀석 좀 있으면 공판 아닌가요?”
“네.”
범현의 물음에 안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범현은 그의 옆에 털썩 앉았다.
앉아서 잠시 눈을 붙이고 뜨니 시간은 아침 8시가 되어 있었다.
어느덧 해가 떴다.
그와 함께 태훈도 잃었던 정신을 찾았다.
눈을 떴던 그는 눈앞에 보이는 안효성과 범현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깜짝이야.”
“우리가 더 놀랐다.”
태훈은 온몸이 아리는 통증을 느꼈다. 특히나 머리는 욱신거렸고, 팔은 깁스를 해서 갑갑하고 불편했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등을 벽에 기댄 태훈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링거 바늘을 뽑았다.
“어머! 그거 뽑으시면 안 되는데…….”
간호사의 걱정 어린 목소리를 태훈은 무시하며 옷을 챙겨 입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범현이 혀를 끌끌 차며 웃었다.
태훈은 자신의 몸은 안중에도 없는 녀석이었다.
당장 있을 재판을 더 걱정하는 자신의 진짜 친구였다.
공판까지 시간이 40분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은 태훈에게 범현이 뭔가를 던져줬다.
녹음기였다.
“뭐야?”
“오중주라는 사람이 아까 그 조폭들을 움직였다는 진술.”
“땡큐.”
예상하고 있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 태훈은 씨익 웃었다. 되레 이것이 자신에게 큰 힘을 실어줄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데려다주마.”
범현은 태훈을 쫓아왔다.
“오중주. 그 사람 오늘 검사 측 증인으로 참석하지?”
태훈은 엘리베이터에 타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오중주 연행하러.”
범현이 씨익 웃었다. 태훈도 맞추어 웃어주었다.
두 사람이 함께 차량에 올랐다.
차를 몰면서 범현은 수사관들에게 전화를 넣었다.
곧 전화를 끊은 범현은 태훈의 재판 시간에 맞추기 위해 속력을 높였다.
* * *
법정에 도착했다. 하예지는 교통사고라도 당한 것처럼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태훈을 보고는 놀란 표정이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일이 좀 있었습니다.”
차마 그녀의 일에 얽혀서 이런 일을 당한 것은 바로 앞에서 내뱉지 못하는 태훈이었다.
어차피 곧 공판에서 드러날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곧 피고인인 하예지와 태훈이 함께 들어가자 먼저 들어와 자료를 흩어보던 유원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분명 오중주가 무사히 일이 마무리되었다고 연락했다.
그리고 들어오는 태훈을 보면서 놀란 것은 오중주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오중주의 옆으로 누군가 앉았다.
이범현과 수사관이었다.
“안녕하세요. 오중주 씨.”
그는 빙긋 웃었다.